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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2’에 베트남 보이콧 어떻게 봐야하나요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5. 1. 12. 14:58

글/김헌식(중원대학교 특임 교수,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미래학회 연구학술 이사, 평론가)

 

2022103일 베트남 정보통신부 산하 라디오·방송·전자정보국은 넷플릭스에 드라마 한 편을 삭제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그 드라마는 바로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이었다. 드라마의 내용 중에 일부가 베트남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당국은 역사 왜곡과 국가 모독에 해당하는 내용을 지적했다. 우선 3화에서 등장한 푸른 난초에 대한 설명이 문제였다. 인경(남지현 분)과 종훈(강훈 분)이 살인 사건 현장에서 의문의 푸른 난초를 찾는데 이 난초가 “'베트남의 유령'이라고 불린다고 말하며 베트남 전쟁 와중에 미군이 미국에 들어왔다.”라고 덧붙인다. '유령 난초(Ghost orchid)'를 모티브로 허구적으로 창조한 것인데 이런 푸른 난초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당연히 미군이 미국에 들여올 리도 없었다. 독성이 있는 난초로 재배 금지 식물로 설정되었는데, 극 중에서는 사람을 해치는데 조종 능력도 있다. 푸른 난초는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 군인들의 목숨을 구해주었고 살아 돌아온 그들은 정란회를 조직하기에 이른다. 그 푸른 난초의 조종에 따라 남의 목숨을 뺏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난초에 베트남이라는 이름이 붙으니 국가 모독이라는 평가한 셈이다.

 

아울러 8화에서 베트남전에 참전 장교이자 사조직 정란회의 우두머리인 원기선 장군이 전쟁에서 무공을 세운 것으로 묘사된 대목도 문제 삼았다. 전쟁은 베트남 전쟁의 의미하고, 그 전쟁에서 무공을 세운 것이라면 북베트남 병사를 살상했다는 말이 된다. 더구나 더 직접적인 발언도 있었다. 다른 참전군인이 "제일 잘 싸운 전투에서 한국 군인은 1인당 베트콩 20명을 죽였다"라고 하거나 "한국 군인은 베트남전 영웅이다" 등의 대사가 나오는 장면이 있었다. 베트콩을 죽였기 때문에 전쟁 영웅이라고 하니 이런 드라마를 베트남에서 좋아할 리 만무했다. 애초에 이 드라마는 해외 방영을 생각하지 않았고, 베트남은 고려하지 않았던 점을 생각할 수는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원기선 장군이라는 인물이 악인이라는 점이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는 베트남 영웅이라는 인물들이 부정적인 짓을 저지른 이들이라는 점을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당국은 이러한 맥락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베트남 영화법에서는 국가 역사를 왜곡·모욕하는 영화 활동은 금지된다.

 

이렇게 베트남 참전군인에 대한 한국 드라마 영화의 묘사는 잊을 만하면 논쟁거리가 된다. 예전에는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장면이나 설정, 묘사에 관해 덜 신경을 썼다. 더구나 베트남이 공산권 국가로 우리와 이해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무심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베트남은 우리의 중요한 교역국이자 생산 기반 국가가 되었다. 또한 한류 열풍이 불어서 무시할 수 없는 국가가 되었다. 여기에다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서 직접 K-콘텐츠가 미치기 때문에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2’에서 등장한 베트남 참전에 관한 대사도 이런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었다. 베트남에서는 이 대사를 지적하며 보이콧을 언급하고 베트남 당국이 검토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들린다. 베트남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점은 중요할 것이다. 다만, 단편적인 팩트가 아니라 맥락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우선 지적된 대사를 보면 참가자들이 게임을 마친 후 쉬는 동안 388번 강대호(강하늘 분)390번 박정배(이서환 분)의 대화에서 등장한다. 강대호는 좀 남자다워지라고 아버지가 보내셨습니다. 아버지가 월남전 참전용사에요.”라고 한다. 이에 문제가 되었던 아버님이 훌륭하시네라는 말도 여기에서 이어진다. 문제가 된 이유는 언뜻 베트남 참전용사를 훌륭하시네라고 표현하는 듯싶기 때문이다. 정말 베트남 참전용사기 때문에 훌륭하다고 표현했다면, 베트남 측에서 불쾌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맥락이 있다. 이 장면 앞에 빼놓을 수 없는 상황이 있었고 이를 간과하고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일단 그들이 살아 돌아온 2라운드는 56각 경기였다. 다섯 사람이 하나씩 놀이를 맡아서 통과해야 했는데 강대호는 남자인데도 공기놀이를 맡아 멋지게 미션 클리어했다. 대개 남자들은 공기놀이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잘할 수 있었던 것은 누나들과 어울려 놀았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하자, 강대호(강하늘)"제가 2대 독자라 엄마가 누나들하고 집 안에서만 놀게 했었다."라고 한다. 이에 해병대 선배인 박정배가 깜짝 놀라며 “2대 독자를 해병대 보냈어? 그렇게 귀한 아들을?"이라고 한다. 이렇게 말하니 강대호는 좀 남자다워지라고 아버지가 보내셨다. 아버지가 월남전 참전용사라고 했던 것이다. 박정배 역을 했던 이서환 배우도 밝혔듯이 월남 참전 용사이어서 훌륭한 분이 아니라 맥락은 2대 독자를 해병대에 보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이 인물들의 맥락은 진지한 것이 아니다. 강대호와 박정배는 해병대 출신을 강조하지만, 감독은 블랙 코미디 코드로 그들을 다루며 웃음을 유발한다. 그들을 영웅화하거나 과대평가하지 않는다. 이는 한국 사회의 특징이다. 더 이상 해병대나 월남 참전은 찬사나 숭앙의 대상이 아니라 코믹하거나 우스개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나중에 강대호는 두려움 때문에 결정적으로 성기훈이 부여한 미션을 수행하지 않아 그들에게 치명타를 입히고 만다. 해병대는 남자다움과도 거리가 멀었고 아버지의 결정도 훌륭함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누나들과 공기놀이하면서 여성성을 더 키웠을 때 인생이 더 나았을지 모른다. 오징어 게임판에도 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는 항상 유의해야 한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 푸른 난초는 미군이 뿌린 네이팜 때문에 변이 식물이 된 것이라는 설정이 필요해 보였다. 악의 꽃이 베트남에서 스스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설정이 더 나았을 것이다. ‘오징어 게임 2’에서 베트남 참전이나 훌륭이라는 말을 애써 쓸 필요는 없었다. 그러한 설정이 아니더라도 해병대만으로도 충분히 스토리 라인의 맥락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K 콘텐츠가 영향력을 확장할수록 우리 안의 성찰을 다문화 관점에서 할 수 있는 계기로 삼으면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