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

참사 발생에서 문화예술의 추모는 어떠해야 하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5. 1. 7. 10:05

-참사 추모 문화의 확립을 위하여

 

김헌식(중원대학교 특임교수, 문화정보콘텐츠학박사, 미래학회 이사)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 사회는 추모의 예를 갖춰왔다. 이는 당연한 도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전 국민이 추모의 예를 갖췄다. 전혀 예상치 못한 참사의 경우 그 슬픔과 고통을 이루 말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참사가 있을 때마다 문화예술 행사들 취소하는 일이 일반이 되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해야 할 점이 여전히 있다. 문화예술 행사를 취소하는 것은 우리가 가진 선입견이 작용할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진정한 추모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여러 이유로 나름의 문화 예술적인 추모 방식들을 고민하고 확립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개념부터 살피고 대안을 모색해 봐야 한다.

 

우선 문화예술은 쾌락이나 여흥, 엔터테인먼트 영역과 다르다. 문화예술은 이상적인 가치 실현을 매개로 미학적으로 표현하는 영역일 뿐이다. 그 미학적 표현에서 즐겁고 화려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본질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추모에 맞지 않는 방식과 내용이라면 덜어내고 참사에 희생당한 분들을 기리는 문화예술이 추모의 마음을 담아낼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이런 방식을 취했다. 무조건 취소하는 것은 문화예술에 대한 오해를 강화하거나 편견을 심화할 수 있다. 신나는 댄스음악이나 화려한 불꽃놀이 같은 아이템은 없애는 것이 맞다.

 

더구나 문화예술 행사는 잉여의 소모품이 아니다. 단지 소비하고 탕진하는 개념이 아닌 것이다. 또 다른 생을 위한 토대이다. 단적으로 많은 이들의 생계와 민생이 달린 문제이다. 각 문화예술 행사들은 매우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준비한 작업이나 프로젝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인원이 투입되고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전 준비 기간에 제작비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 정산 시스템에 따라 처리된다. 따라서 무조건 취소하는 일은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설령 취소해도 참사의 경우에는 제작비 등 관련 소요 비용을 일정한 비율로 정산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참여 구성원의 생계 곤란은 물론 업체가 도산할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이런 점이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추모 분위기인데도 적합하지 않은 행사를 강행하는 일이 발생한다.

 

개인적인 차원의 추모 선택도 공공적인 차원에서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아티스트들이 취소하는 경우 이를 개인 부담으로 한정하고 마는데, 모두 국가적인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물론 전부 지원할 수 없지만, 일정 정도 보전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콘서트 티켓 환불의 일정액을 지급할 수 있다면 바람직하다. 이는 특정 개인이나 단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많은 문화예술 행사들이 지역 경제와 맞물려 있기도 하다. 따라서 행사가 개최되지 않으면 타격이 크다. 특히 연말연시에는 더욱 이러한 경향이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추모를 대체할 수 있는 콘텐츠로 채워야 한다. 최대한 추모의 문화예술 행사로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음악 공연이라면 최대한 추모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곡들로 공연을 할 수 있다. 그 공연 현장에서 팬들이 가수와 추모의 자리를 갖는다면 더욱 뜻이 깊을 수 있다. 무대 퍼포먼스도 음악과 함께 대체할 여지가 있다. 추모의 춤이나 극형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공영방송이나 재난 주관 방송사에서는 재난 상황에 맞게 이러한 콘텐츠를 리스트업 해서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예능 프로의 대체 콘텐츠로 어떤 것을 채워놓아야 할지 대비가 있어야 한다.

 

추모 콘텐츠가 많이 없다는 점도 되돌아봐야 한다. 왜 그럴까? 참사가 생각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대외적으로 창피하게 생각하고 빨리 지나가기를 바란다. 심지어 자학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그래서 그 추모를 어떻게 잘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경향이 적다. 진행되던 삶의 양태를 유지하지 않고, 무조건 그치는 것이 추모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럴수록 진정한 추모의 정신은 없어질 것이다. 참사는 없어야 하겠지만, 선진국에도 생각지 못한 비극이 일어난다. 참사가 없는 나라는 없다. 추모를 어떻게 잘 것인가 문화 예술적 미학을 갖는지가 중요하고 이에 대해 항상 준비하는 자세로 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추모가 세상을 떠난 분들만이 아니라 남아 있는 국민을 위해 이바지할 수 있다면 진정한 추모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문화 예술적 추모 콘텐츠의 창작과 공적 공유에 관심을 지니고 집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