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KBS 연기 대상에서 영예의 대상 수상자가 배우 이순재여서 새삼 크게 화제가 되었다. 대개 노년 배우가 드라마 대상을 받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 터이다. 무엇보다 이순재 배우의 수상이 가능했던 것은 좋은 드라마 ‘개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센 OTT 드라마의 공세 속에서 지상파 드라마가 길을 잃었고, 그 가운데 공영방송 KBS 드라마의 정체성도 흔들리는 가운데 그 방향성을 드라마 ‘개소리’가 보여주었다. 하지만, 드라마 ‘개소리’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이가 많다. 2TV 수목 드라마 ‘개소리’는 모처럼 따뜻함과 웃음이 묻어나면서도 현실을 간과하지 않는 드라마여서 눈길을 끌었다. 크게 소재와 구성 그리고 사회적 반영과 가치 실현에서 바람직했다.
우선 소재와 구성면을 보면, 드라마 틀의 변화를 시도해 복합장르의 특징이 있다. 과거에는 대개 수목 드라마가 트렌드 드라마의 경향을 보였지만, 앞서 편성한 장르물들은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도 많았고 현실과 접점이 없는 지나친 환상물 코드는 오히려 기존 시청자의 외면을 낳기도 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복합 장르물이지만, 전 세대가 같이 즐겨 볼 수 있었다. 예컨대, 말을 할 수 있는 개가 등장하면서 초현실주의 판타지가 결합하고, 살인사건 등이 등장하면서 미스터리 수사 드라마의 요소도 보였다. 작은 소도시에 살인사건이 잦은 설정은 일상의 행복과 불행이 언제든 공존하는 점을 말해주려는 의도다. 연예인 배우들이 실명으로 등장해서 눈길을 끌었는데 이런 설정은 그들의 삶을 엿보는 재미를 넘어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아무리 화려한 삶이라도 보통의 삶과 다를 바 없는 희로애락의 공감을 일으킨다. 배우라는 직업군을 그대로 등장시키면서 그들의 속사정을 보여주기에 나름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코믹 휴먼물이라는 점을 생각할 수 있게 웃음이 묻어나는 이야기의 전개가 시트콤 같은 느낌을 주어 더욱 훈훈했다. 솔직하고 개방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노배우들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탈권위의 캐릭터 시도와 열연은 좋은 본보기였다. 배우 이순재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여기에 풋풋하고 현실적인 로맨스도 같이 버무려내어 재미를 돋웠다. 자녀 세대 중년의 로맨스도 함께 전개되어 웃음과 눈물이 더 교차하게 했다. 어린아이와 노인의 교감과 소통도 빼놓을 수 없는 장면들이었다. 무엇보다 가족 이야기가 촘촘하게 엮여 있기에 전 세대가 같이 볼 수 있는 훈훈하고 따뜻한 드라마이면서도 삶의 슬픔과 애잔함도 놓치지 않는 드라마였다.
소재와 구성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는가 하면 바람직한 방향성을 모색하는 모습도 보였다. 드라마 주인공을 볼 때, 주말 혹은 일일 드라마가 아닌 KBS 수목 드라마에 노년 주인공들이 이렇게 중심이었던 적이 있을까 싶었다. 장년이나 노년 배우들이 대개 조연에 머물거나 단역에 머무는 다른 드라마와 달랐다. 퇴직 이후에 일과 행복을 새롭게 찾는 모습이 시청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노년의 삶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기도 하는데, 같은 노년기라 해도 동일한 처지가 아니며 양극화의 현실이 있음을 풍자하는데, 코믹했지만,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였다. 아울러 아름다운 인생의 마무리를 위해서 지인들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게 한 에피소드도 노령화 시대에서 함의를 가질 수 있었다. 노년기 대안 가족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서울을 벗어나 거제에서 모여 사는 모습은 그것이 가능하다면, 노령 사회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그리게도 한다. 단지 거제에 모여 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같이 일을 하는 모습도 적절해서 드라마를 직접 제작하는 것이 노년기의 주체적인 공동 작업 면에서 사회적 함의가 있었다. 유튜버의 활동과 팬덤 그리고 이를 둘러싼 이면의 모습을 다루는 것은 트렌드나 현재의 사회적인 이슈 등을 같이 녹여내었다. 노년 배우들이 주인공이어도 충분히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점을 보여줬다.
또 눈여겨볼 점은 배제와 소외의 중심화다. 이순재와 소피의 협력과 공조라는 설정은 사회적 역할과 가치 실현 면에서 생각해 볼 점도 있었다. 유명 배우였지만, 외면을 받게 된 이순재가 소피의 말을 알아들으면서 살인사건 등을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자칫 배제될 수 있는 은퇴 견과 노인의 소통과 공헌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담겨있었다. 여기에 더해 소피를 돌보는 여자 순경 홍초원이 강력반 형사들보다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이바지를 하는 점도 바람직했다. 더구나 순경 홍초원은 이순재의 손녀로 밝혀진다. 나아가 개들끼리 서로 소통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가 하면 협력을 끌어내는 설정은 반려동물에 관한 인식을 새롭게 한다.
KBS 2TV 드라마 ‘개소리’는 자극적인 드라마가 많아진 가운데 시대 상황을 반영하면서도 따뜻하고 웃음이 있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방향성을 보듬었다. 앞으로도 이런 드라마가 자주 제작 방영되어야 한다. 특히 ‘개소리’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KBS에 시청률을 요구하기보다는 공영적 가치를 더 평가의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다른 드라마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기보다 오리지널 공영적 드라마 제작의 본산이 되면 수신료의 가치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