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남격´ 박칼린 리더십은 과장됐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9:41

<김헌식 칼럼>´남격´ 박칼린 리더십은 과장됐다

 2010.12.06 07:50

 




[ 김헌식 문화평론가]컴퓨터 게임의 캐릭터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면 사람들은 그 캐릭터는 물론 모니터에 분노한다. 심지어 욕설을 한다. 만약 그 게임을 원활하게 구동시켜주지 못하면 컴퓨터를 때리기도 한다. 마치 자기마음대로 하지 못할 때 상대방에게 욕을 하거나 때리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것과 같다. 하지만 게임의 캐릭터나 프로그램, 컴퓨터는 아무런 죄(?)가 없다. 정말 죄가 있다면 프로그래머나 컴퓨터 설계자일 것이다. 

연극이나 뮤지컬,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은 연출가나 작가의 아바타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연출가나 작가에게 호불호는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바타에 해당하는 주인공들에게 평가를 내린다. 예컨대, 드라마 < 대장금 > 속의 한상궁 리더십이 화제가 된다고 보면, 그 리더십을 만들어낸 것은 한상궁역을 맡은 사람이 아니라 연출가나 작가이다. 

장금이가 역경을 헤쳐 가는 장면에 깊은 인상을 받아서 장금이 역의 이영애에게 그 비결을 묻는다면, 우문이 될 것이다. 정작 본인은 자신이 맡았던 인물에 대해서 종합적인 인식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박칼린을 각 기업이나 기관에서 배우려고 한다. 박칼린 리더십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작지만 치명적인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칼린 리더십이 있다면 그것은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다. 박칼린 리더십이 화제를 모은 것은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박칼린 같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박칼린 본인이 아니라 남자의 자격을 만든 제작진이다.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대회를 이끌어간 것은 박칼린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이미 로드맵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다만, 예상외의 반응과 주목이었다. 

두 번째, 박칼린이 지도한 조직과 일반 조직이나 기관은 다르다. 박칼린이 지도한 합창단은 순수했다. 그 점이 더욱 감동을 전해주었다. 그런데 여기에 역설이 있다. 박칼린이 지도한 합창단이 목적으로 한 대회는 프로페셔널 합창대회가 아니었다. 바로 아마추어합창대회에 출연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반 기업이나 조직은 아마추어가 아니다. 최고의 프로 가운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생존 경쟁을 한다. 더구나 그들 조직안의 구성원들은 다른 이들의 눈에도 띄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세상에 드러낼 수도 없다. 

세 번째 이러한 첫째와 둘째의 연장선상에서 박칼린 리더십에서 정말 부각이 되어야 하는 것은 박칼린이 감독한 실제 뮤지컬 등의 작품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리더십이다. 뮤지컬이야말로 프로들만의 세계에서 그 존재감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에 대한 점들은 부차적이다. 오로지 남자의 자격이라는 유사 진실성의 콘텐츠에 비친 박칼린과 그 리더십에 주목하는 것이다. 

물론 남자의 자격에서 보여진 리더의 역할과 능력, 결과에 대한 함의는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지나치게 일반화 하거나 현실에 무리하게 적용할 수 없는 한계가 충분히 있겠다. 

네 번째, 박칼린 리더십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이들에게는 한계가 많다. 프로의 세계에서 활동하던 박칼린이 아마추어 합창단을 이끌어가는 것은 당연히 수월할 것이다. 이 때문에 박칼린은 아마추어 합창단에서 자유자제로 통제감을 발휘할 수 있었고, 비전을 구성원들에게 공유시키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리더란 전문가여야 한다. 전체적인 시각과 숙련도가 월등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경험속에서 더 근거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는 젊게 세대교체를 추진하고 있는 조직이나 단위체에서는 부적합하다. 

지금까지 지적한 것은 무분별한 적용의 행태에 대한 간략한 문제제기다. 리더십론이란 많은 부분 이상적인 목표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을 근본적으로 뒤집을 수는 없다. 함의와 메타포만으로도 충분할 그 기능을 하는 것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