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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의 진화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8. 24. 22:22

인터넷에는 혼밥 자가테스트라는 것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여기에서 그 단계를 살펴보면 1 편의점, 2 푸드코트식당, 3 분식집, 4 패스트푸드점, 5 중국집, 6 일식집, 7 고기집, 8 술집, 9 고급 패밀리레스토랑 뷔페 등이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혼밥고수로 불린다. 여기에서 혼밥이란 혼자 밥먹기 혹은 혼자 먹는 밥을 말한다.

편의점에서 라면이나 삼각김밥, 핫바 등을 먹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고기집이나 뷔페에서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혼자 오는 손님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으며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여럿이 앉아 식사를 하는 공간이야말로 혼밥이들어서기 힘들다.

유독 한국사회에서는 혼자 밥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언제나 식사는 같이 하는 문화 때문에 그럴 수 있다. 가족을 식구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말이다. 밥상머리 교육이 매우 효과가 뛰어나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서구에서 핵가족화에 따른 교육적 문제를 진단하면서 연구가 이뤄진 결과였다. 거꾸로 한국에서는 워낙 집단주의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개인의 식문화에 대하여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면에 대해서는 성찰이 필요하긴 하다.

인권차원에서 침해일 수도 있었다. 혼자 밥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존재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성격적인 결함이나 인간관계 미숙을 그 배경으로 지목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러한 지적을 받는 이들은 불쾌한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나름의 상황을 1인가족의 증가로 규정하기도 한다. 물론 혼자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히 홀로 식사하는 기회와 시간이 많아짐을 의미한다. 혼자 산다고 해도 반드시 혼자 식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친구나 동료, 지인들과 식사를 할수 있기 때문이다.

혼밥은 사실 젊은층들에게서 유행한 단어이다. 그만큼 혼자 식사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젊은층들은 왜 밥을 혼자 먹는 것일까. 단지 혼자 밥먹는 것이 좋은 사람들도 있지만 그 원인으로 경쟁의 격화로 들기도 한다. ‘경쟁’의 격화와 연관 되는 말은 ‘바쁨’이다. 과거와 비교할 때 정말 많이 바쁘다. 학점관리하고 외국어에 아르바이트, 여기에 스펙관리까지 해야 한다. 취업이나 구직활동을 위해서는 혼자 수행해야 하는 일도 많다. 밥먹을 시간이 아깝다거나 밥을 먹지 않고 신체에 바로 주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는 요즘이다.

그러나 반드시 젊은 층들이 혼자 밥먹는 것을 즐겨하는 것은 아니다. 바쁜 와중에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혼자 있는 것이 편한 게 사실이기도 하지만 외롭거나 고독한 느낌을 감출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과 일시적으로 식사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친한 친구는 아니지만 밥을 먹으면서 정보공유를 하는 밥터디라는 말도 있고, 이를 위해 만들어진 앱도 있다. 특정 시간에만 같이 식사를 하고 간단한 대화를 할수 있는 앱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과 식사를 줄기차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을 수도 있다. 심지어 남탕만이 존재할 수도 있다.

혼자 밥을 먹는 현상은 자의나 타의에서든 필연적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같이 혼자 먹는 모습을 백안시 하거나 편견에 차서 바라보는 일도 적어지고 있다. 부끄럽고 어색해서 아예 밥을 굶는 일은 드물어지고 있다. 실제로 그런 현상들을 상품과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포함시키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당연히 수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일단 혼자 식사를 하는 혼밥이 건강에나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키기도 하고, 불균형한 영양섭취와 비만 등을 부르기도 한다. 이를 소극적으로 극복하려는 것이 먹방이나 쿡방을 시청하는 것이며, 적극적으로 극복하려는 것이 소셜 다이닝이다.

그런데 앞에서 지적한 혼밥의 원인과 현상에서 빠뜨린 점이 있다. 바로 귀차니즘과 개인화를 바탕에 둔 생산구조이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해 갈수록 개인이나 파편화된 형태로 노동과 소비하는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다. 사회적 관계의 단절성 속에서 상품 소비를 촉진하는 시스템이 강화될수록 귀차니즘은 혼밥을 강화할 것이다. 그것은 취향이나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수단과 삶의 영위 수단이 근본적으로 바뀜에 따라 혼밥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개인들의 문화적인 지향과는 거리를 둔채 생산구조와 소비의 고도화로 일어나는 전체적인 역학의 결과인 셈이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