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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관객, 소셜 팩트 영화가 대세라는데...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8. 29. 23:09

영화 '베테랑'의 한 장면 ⓒ케이퍼 필름
영화 '암살', 영화 '베테랑'은 모두 팩트 코드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서 팩트코드는 실제 사실적인 요소를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동성애 코드는 동성애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유사 동성애 설정을 가리킨다. 남장 여성을 사랑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주인공은 자신이 남성을 사랑한 것 같아 괴로워 하지만, 실제는 여성을 사랑한 셈이다. 동성애를 다룬 것 같지만, 동성애를 다루지 않는 것이 바로 동성애 코드가 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팩트코드는 팩트, 그러니까 실제 사례나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지만, 실제 사건과 유사한 설정이 등장하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내용은 허구적이며 실제 내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구체적인 캐릭터나 서사의 결말은 전혀 딴판이다. 

영화 '암살'에는 여성 독립군을 비롯해서 김구와 김원봉의 협력, 친일반민족행위자 등 다양한 사실 요소가 존재한다. 하지만 실화에 바탕을 둔 것은 아니다. 어느 것도 실제이야기와 같지 않고 요소요소만 같다. 팩트 스토리가 아니라 팩트 코드만 빌려온다. 미당 서정주의 말을 따온다든지 실제 인물 염동진을 염석진으로 이름만 비슷하게 했다. 

영화 '베테랑'에서는 재벌가의 실제 사례들을 생각할 수 있는 점이 있어 화제가 되었다. SK 맷값과 한화 야구방망이 폭행과 근래 조현아 땅콩회항 사건 등의 실제 사건을 연상할 수 있다. 맷값 폭행은 가장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그 스토리를 사용했다는 평가는 내릴 수 없다. 그만큼 실제의 이야기와 캐릭터나 서사 전개, 결론이 완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분히 연상이 되는 효과를 낸다. 사회적으로 의미와 가치를 지녀 화제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소셜 팩트코드'가 된다.

한동안 한국 영화계에는 실화 바탕의 작품이 많이 제작되었다. 역사적인 내용일 경우에는 팩션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실화극이나 팩션은 스토리를 전적으로 실제 팩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다만 팩션은 추리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좀 더 장르적인 특징이 있다. 실화는 그 이야기 전체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도 생각해야 하지만, 팩션은 이면의 배경이나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에 실제 이야기 자체의 유사성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모두 사실에 연연해 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요 인물은 기본적으로 실제와 같게 해야 한다. 

팩트코드 영화는 두개의 또다른 결합물이다. 팩트를 집어 넣기는 하지만 그것이 완전한 리얼 스토리 기반의 서사구조를 갖지는 않는다. 팩션 처럼 추리, 퍼즐맞추기 방식일 필요가 없으며 등장인물들은 일단 실존 인물일 필요가 없다. 다만, 맥락은 유사해야 한다. 예컨대 친일파에 항거하거나, 재벌가에 대한 분노의 정서는 유지되어야 한다. 그 맥락이 어떻게 맺어지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팩트코드 영화에서는 이런 점에서 무엇보다 팩트 코드 영화들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원하는 결말에 충실하다. 그것은 현실을 뛰어넘고자 하는 대리충족감의 심리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사실 기반의 영화들은 이런 점에 대해서 덜 신경 썼다. 사실 프레임이 기본적으로 전제 되기 때문이다. 같은 차원에서 실화에 허구적 상상력을 부여하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팩트 코드 영화는 일단 사실 재현성에서 부담이 덜하다. 영화 '명량'의 경우 사실과 달리 배설 장군 스토리를 만들어냈다가 소송을 당한 것은 이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팩트는 사회적 사실 즉 소셜 팩트일수록 좋다. 

영화 관람 후 마치 퍼즐을 맞추듯 관객들이 풀어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런 행위에 참여하는 이들의 수준까지도 높여주는 듯 싶다. 이는 당연히 그냥 흥미나 재미를 지니는 단지 자극하는 영화와는 다른 점이다. 때문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을수록 언론매체에서는 다뤄주기도 쉽고 입소문도 나기 용이하다. 이로써 자연스러운 홍보의 양대축을 확보하는 셈이다. 

입소문이란 소문을 내는 당사자의 입장과 체면을 드러내는 것이므로 뭔가 사회적인 의미를 갖추고 있을수록 좋다. 그 사회적 의미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을수록 더욱 명분이 되기 쉽다. 재미는 있지만 보고 나면 명분이 없는 영화는 버벌 효과를 내기 힘든 것이다. 

하이더의 균형이론이나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론을 생각할 수 있다. 가볍고 신나는 오락 영화일수록 단지 의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지 않으면 천만관객을 넘어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영화는 있고,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대한 집중 포화를 맞기 십상이다. 

사실에 연연해하지 않아도 좋고, 사회적인 화제성을 통해 가벼움을 보완도 할 수 있으니 소셜팩트 코드는 당분간 흥행상업영화제작에서 유지될 곳이다. 사실의 코드를 자유자재로 조합하면서 흥미와 재미를 유발하는 영화들은 많아질 것이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