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칙 저버린 저작권법 개정안의 포털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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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의 저작권법 개정안이 '포털삼진아웃제' 등 과잉규제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네이버 메인페이지. |
문화부가 17일 입법예고한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해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문화산업의 저작권은 그래도 보호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원론적인 이야기부터, 저작권법 개정안이지만 실제로는 포털을 길들이기 위한 정치적 술수라는 음모론까지 논란은 확산일로에 있다. 얼마 전 포털의 문화적 영향에 관한 저서를 낸 김헌식 문화평론가가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보내왔다. 그는 글을 통해 문화부가 원칙을 저버리면서까지 과잉규제를 하고 있으며 문화산업과 기업들의 입장만을 두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편으로 포털이 갖고 있는 문제상황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포털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포털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과 문화부가 가지고 있는 법제도적 영향력이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어느 한편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부당할지 모른다. 그러나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자본의 손을 들어주는 권력에 대해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 각종 법률용어 덕에 조금은 읽기가 팍팍할 수 있겠지만 저작권법 개정안이 지켜야 할 원칙에 대한 읽기로 보면 그 단단함이 고마워진다. 일독을 권한다. |
문화부가 지난 17일 입법예고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일단 불법복제와 다운로드를 막겠다는 목적을 내세우고 있다. 개정안의 목적이나 취지를 이해 못할 바 없다. 헌법 제22조 2항은 저술가 등의 권리는 법률로 보호하고 있다. 더구나 불법 복제 등은 문화와 예술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면이 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진 저작물에 대한 권리 보장은 개인의 인권과도 맞물린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해도 지켜야 할 법 원칙은 있다. 무엇보다 법과 제도의 성립은 객관적이거나 중립적이지 않다. 그것을 성립시키는 이들이 강변하며 정당화할 뿐이다. 이번 개정 저작권법도 마찬가지다.
저작권법 개정을 통한 이용자와 게시판 운영자의 계정 삭제 명령이나 인터넷 사이트의 강제 차단은 사적인 규제가 아니라 사회적 규제다. 사회적 규제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의 해결은 공익을 목적에 두어야 한다. 국가의 개입인 규제와 간섭은 공익적 목적 달성을 추구한다. 이런 행정행위는 비례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에 따른다. 벼룩을 잡기 위해서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은 맞지 않다.
이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내용으로 한다. 즉 목적은 정당해야 하고, 목적을 위한 수단은 목적 실현에 적합해야 하며 최소 피해를 가져와야 한다. 또한 수단 때문에 생겨나는 침해보다 효과나 이익이 커야한다. 이는 법치국가의 원리이며 헌법상의 원칙이다. 이를 위반한 행정 작용 즉 규제 개입은 위법하다. 또한 행정행위 내지 행정법상의 규제는 평등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해야 한다. 다른 것을 같게 다루는 것도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 또한 부당결부금지의 원칙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실제와 실질적인 관련이 없는 것과 연결시키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원칙을 개정 저작권법에 적용시켜봐야 한다. 문화부장관의 이용자와 게시판 운영자의 계정 삭제 명령과 세 번 과태료 후 접속 차단을 문화부 장관의 직권으로 명령할 수 있도록 한 대상 행위는 기존의 저작권법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저작권 침해 구제 수단으로 침해 정지 청구권과 침해 예방 청구권이 있다. 제91조 1항은 저작권자가 저작권을 침해한 자에게 침해의 정지를 청구할 수 있고,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자에게 침해의 예방 또는 배상의 담보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항에서는 침해 행위에 따라 만들어진 물건의 폐기나 그 밖의 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제93조 1항은 고의 또는 과실로 그 권리를 침해한 자에 대해서 손해 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개정 저작권법이 아니어도 각개의 사안에 대해서 기존 법률로도 충분히 조치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가처분 신청 제도 등을 통해 충분히 판단이 가능하다. 충분히 민형사법으로 대응할 수 있음에도 다른 법률을 적용시키는 것은 행정 자원의 낭비다. 이러한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은 사법적 판단으로 이루어져야 할 사이트 폐쇄 같은 조치는 과잉대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법률에 기반을 둔 기속재량행위의 남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작 문화부 장관이 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삼진 아웃 여부 등을 결정한다지만 그것은 기속행위를 빙자한 재량권 남용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부당결부금지원칙에도 어긋난다.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은 플랫폼이라고 하는 새로운 디지털 환경을 간과하고 있다. 임대업 건물주가 건물 안의 임대자의 불법 영업을 묵인했다고 해서 임대업 자체를 못하도록 하는 것은 지나친 처벌이다. 1997년 7월 독일은 멀티미디어법 제5조 3항에서 서비스 제공업자는 오직 이용의 접속을 중계한 타인의 내용물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이 조항은 이용자의 주문에 따라 타인의 내용물을 자동적으로 단기적으로 보유한 것은 접속의 중계로 여긴다. 게이트웨이, 공중전달자의 기능을 한 경우에는 면책시킨 것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번 개정안이 문화산업이나 기업들의 입장만을 비현실적으로 두둔하는 법안이라는 사실이다. 즉 지나치게 한쪽만을 유리하게 개정하므로 평등의 원칙에 벗어난다. 언론, 출판, 표현의 자유 등을 지나치게 제한할 가능성이 크므로 최소 피해의 원칙에 어긋나기도 한다. 불법다운로드 사이트를 없애면 사람들은 영화관으로 향할 것이라는 전제도 맞지 않는다. 불법다운로드를 없애도 이용자의 행동은 유료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제작과 유통 등 영화산업 전반에 걸친 저변 확대에 힘을 쓰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어려운 정무직 공무원 문화부 장관의 권한으로 계정 삭제나 사이트의 폐쇄가 이루어지는 것은 자칫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인 권력과 거리를 둔 제3의 기관이 판단하는 것이 맞다.
개정 저작권법으로 각 공유사이트만이 아니라 포털이 규제의 도마에 오르게 되었다. 우리의 현실에서 포털이 단지 다음과 네이버라는 업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 이는 더욱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법 원칙은 항상 상업 포털이나 사이트의 수익의 논리 옹호로 이용될 수 있다. 다음과 네이버와 같은 상업적 포털을 저작권과 관련하여 일방적으로 편애하는 듯한 구도는 바람직하지도 않다. 1998년 10월 제정된 미국의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은 자료의 이용자의 지시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시스템이나 네트워크상에 저장된 정보에 대해 면책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자료에 대한 통제의 권리 및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침해 행위 때문에 재정적인 이익을 받지 않을 때이다.
재정적인 이득을 누리지 않는 한 포털의 정보와 콘텐츠의 공유와 축적은 용인되어야 한다. 반대로 상업적 포털이 민주주의 성지가, 댓글저널리즘의 기수 혹은 참여민주주의의 상징이 되고 표현의 자유 보장 공간으로 과장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댓글이나 누리꾼의 참여가 이용되는 한 법 원칙은 그 정신을 잃게 된다. 따라서 상업 포털에 대응하는 공공포털을 만드는 것이 긴요하다. 시민단체는 물론 공공 기관과 공공 언론, 도서관, 민주시민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와 정보들을 공유하는 공공포털에 시민들의 자발적 소통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공론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발생하게 되는 수익은 오로지 이용자, 시민들에게 재배분하는 형평과 분배의 공공성의 공간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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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분좋은 문화중독! 컬처뉴스 메일링 받아보기김헌식 _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