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시사와 문화]‘승자의 저주’에 갇힌 한국 드라마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19:53

[시사와 문화]‘승자의 저주’에 갇힌 한국 드라마

고액 출연료 논란

고액 출연료로 논란을 빚은 드라마 <쩐의전쟁>의 박신양.
박신양의 사례에서 보듯 드라마 출연료를 두고 스타와 드라마 제작사 사이의 공방이 치열하다. 한쪽에서는 내리려 하고, 한쪽에서는 내리기를 거부한다. 마케팅 차원에서 자진해서 줄이는 경우도 있지만 제작비를 줄이려는 것과 같이 상품성의 상징인 개런티를 지키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런 논란의 명분은 드라마 파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파이가 줄어들었다기보다 그간 파이가 큰 것처럼 거품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이다.

스타는 자기의 상품성에 따라 개런티를 받는다. 스타만큼 희소성의 원칙이 작용하는 존재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는 확실한 스타 파워로 문화콘텐츠 상품성의 역할을 할 때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승자의 저주’ 현상을 낳는다. 스타 파워의 여부라는 프레임에서 보면, 한국 드라마는 승자의 저주에 갇혔다. 좋은 상품인 줄 알고 스타 캐스팅 경쟁에 나섰지만, 돈만 많이 지불했지 정작 내실은 형편없었던 것이다.

스타에게 불변의 가치가 있는지 의문일 때는 제작자는 몸값을 재검토할 것이다. 더구나 드라마 시장은 완전 경쟁시장이 아니다. 우스갯소리로 연예인들은 자신들의 회사는 3개(KBS, MBC, SBS)밖에 없다고 말해왔다. 그래서 눈 밖에 나도록 행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작자 간 캐스팅 경쟁이 심하면 스타에게 유리하다. 드라마 제작사는 물론 방송사가 연대해 독점적 구조를 공고화하면 불리하다. 한국 영화계가 불황인 판국에 많은 스타가 드라마로 몰려드는 상황은 치열한 출연 경쟁을 의미하고, 웬만한 대형 스타가 아니고서는 제작사에 유리한 협상이 된다. 즉 스타의 개런티는 내려갈 가능성이 다분한 프레임인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근본적인 전제가 옳지 못할 수 있다. 과연 한국 드라마의 위기가 모두 스타 개런티에서 비롯한 것인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간 한류에 영합해 ‘눈치형 드라마’를 마구 만들었다. 채산성을 생각하지 않고 작품성에 관계 없이 대작 위주, 해외 로케 등으로 제작비 단가를 끌어올렸다. 드라마를 만들 인적 네트워크 기반을 다지지 않았다. 작가조차 키우지 않았다. 이런 구조에서 스타 개런티만 잡는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또 스타 개런티를 내린다면 다른 출연자나 스태프의 처우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스타들도 삭감하는 판에 다른 이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스타 개런티의 하강은 다른 제작 구성원도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 드라마 시스템의 독점적 구조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칫 잘못하면 불황과 위기라는 명분은 누구에게 유리하게 돌아갈지 상식적인 물음을 다시 하게 만든다. 승자의 저주는 제작사가 초래한 면도 크다. 그것을 혹여 약자들에게 전가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과제의 초점은 만족할 만한 공공적 기준의 확립이다. 김헌식<방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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