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문화계 결산]김명민(드라마) 황석영(문학) 원더걸스(가요)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19:54

[2008 문화계 결산]김명민(드라마) 황석영(문학) 원더걸스(가요)

올 문화계 베스트 인물

2008년 문화계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탤런트 안재환에 이은 최진실의 자살은 전국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고 나훈아를 둘러싼 괴소문과 최민수의 노인 폭행 사건, 그리고 방송인 강병규의 도박 등 불미스러운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하지만 영화계는 지난해 스크린쿼터 폐지와 한국 영화 투자 저조 속에서도 신인 감독들의 선전이 돋보였고, 연극계는 불황 속에서도 <연극열전 2>의 성공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스타 연예인의 도전이 잇따른 뮤지컬계는 영화 원작의 무비컬이 봇물을 이뤘다.

가요계는 빅뱅, 동방신기, 원더걸스 등 아이돌그룹이 시장을 평정한 가운데 서태지가 4년 만에 컴백한 것을 비롯해 신승훈, 비, 김건모, 동방신기, 휘성, 백지영 등이 새 음반을 들고 인기몰이에 나섰다. 미술계는 위작 시비로 몸살을 앓았으며 출판계는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 등 한국문학, 소설이 부활했다.

그렇다면 올해 장르별 대박 인물은 누구일까. 또 몰락한 인물은 누구일까. 문화평론가 김헌식씨와 배국남씨, 영화평론가 이동진씨와 김영진 명지대 영화과 교수, 연극평론가 이상우씨와 김방옥 동국대 교수, 뮤지컬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음악평론가 이대화씨와 음악전문기자 강수진씨(스포츠칸), 문학평론가 정여울씨와 정문순씨 등 각계 전문가의 도움으로 2008 베스트 인물과 워스트 인물을 선정했다. 장르에 따라 워스트 인물이 없는 경우도 있다.

TV-드라마

<베스트> 김명민, 한지혜, 문근영, 장미희(왼쪽부터).
올해 드라마 부문에서 가장 빛난 인물은 역시 김명민이다.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연으로 나서 드라마 자체를 성공으로 이끈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서 뛰어난 캐릭터 창출과 연기력으로 최고의 배우임을 입증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독설 트렌드를 만들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지혜는 2008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미우나 고우나>뿐 아니라 현재 출연하고 있는 <에덴의 동쪽>으로 최고 시청률 스타로 자리를 굳혔다. 또 5년 만에 드라마(<바람의 화원>)에 복귀한 문근영은 빼어난 중성적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데다 기부천사로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베스트 인물로 선정됐다. <엄마가 뿔났다>에서 전형적이면서도 독특한 캐릭터를 잘 소화한 장미희도 2008년 빛난 인물이다.

<워스트> 권상우, 김선아, 김정은(왼쪽부터).
반면 권상우와 김선아, 김정은은 올해 가장 부진한 성과를 낸 배우로 꼽혔다. 권상우는 회당 5000만 원의 출연료를 받은 드라마 <못된 사랑>의 시청률이 5%에 머물러 몸값만 비싸고 흥행성이 없는데다 연기력까지 없는 배우로 비판받았다. 김선아도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3년 만에 <밤이면 밤마다>로 브라운관에 복귀했으나, 삼순이의 모습을 벗지 못한 채 비슷한 캐릭터 연기로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 드라마는 흥행에서도 참패했다. 또 <종합병원2>에서 연기력 논란이 일고 있는 김정은도 2008년 아쉬움이 많은 배우다.

TV-예능 TV 예능 분야에서는 최근 몇 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재석과 강호동이 올해도 나란히 대박 인물로 선정됐다. 2000년대 들어 MC로 최고의 인기를 누린 유재석은 매너리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여전히 프로그램을 특유의 스타일로 빛나게 함으로써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게 했다. <놀러와> <무한도전> <해피투게더> <패밀리가 떴다> 등 유재석은 최고 시청률 프로그램의 리베로다.

<베스트> 유재석, 강호동, 신봉선, 서인영(왼쪽부터).
강호동 역시 <1박2일> <황금어장> 등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완숙한 진행 솜씨로 고공 시청률을 확보하고 있다. 김구라는 막말 콘셉트로 눈길을 끌며 2인자 고정패널로 활동하다 올해 1인자 고정MC로 진입해 가장 성공한 연예인의 반열에 올랐다. 예능 분야 여성 출연자 중에서 올해 가장 돋보인 인물은 신봉선과 서인영이다. 개그우먼 신봉선은 <개그콘서트>에서 눈길을 끌다 올해 본격적으로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진출해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가수 서인영은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해 신드롬을 일으켰고 트렌드 세터로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각광을 받았다.

<워스트> 강병규, 탁재훈, 강수정(왼쪽부터).
반면 <비타민>을 진행했던 야구선수 출신 강병규는 올해 가장 비난을 받은 인물로 꼽힌다. 베이징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 국고 낭비 논란에 이어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통한 20억 원대 도박 사건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연예대상에서 각각 MBC와 KBS 대상을 수상한 박명수와 탁재훈, 강수정도 올해 침몰한 예능 MC로 꼽혔다. 박명수와 탁재훈은 매너리즘에 빠져 신선함을 불어넣지 못해 진행하는 프로그램 모두 저조한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강수정은 인기 아나운서로 활동하다 프리랜서 선언 후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 하고 있으나 경쟁력 있는 MC로서 무기나 상품성을 갖추지 못해 진행하던 프로그램이 없어지거나 MC에서 물러나는 사태를 불러왔다.

영화 

<베스트> 하정우(왼쪽), 김윤석.
영화계에서 2008년은 배우 하정우와 김윤석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정우는 올해 <추격자> <비스티보이즈> <멋진 하루> 3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세 작품에서 모두 하정우는 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전혀 다른 연기 스타일을 보여줬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로 분한 <추격자>에서 하정우는 어린아이의 얼굴을 한 악마를 훌륭하게 표현했고, <멋진 하루>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대책 없는 인물임에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뺀질남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했다. <비스티보이즈>에서는 “너하고만은 프레시한 상태에서 시작하고 싶다”며 거짓말을 일삼는 호스트로 분해 영화를 빛냈다.

김윤석은 <타짜>에서 사악한 최고수 타짜 ‘아귀’로 분해 진면목을 보여주더니, 올해 <추격자>에서 만개했다. <추격자>에서 김윤석은 희대의 살인마 앞에서 한 치의 물러섬을 보이지 않는 전직 형사 출신 ‘엄중호’로 나와 시종 하정우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펼친다.

<워스트> 전지현.
이에 반해 전지현과 황정민(<슈퍼맨이었던 사나이>), 권상우와 송승헌(<숙명>), 김선아(<걸스카우트>) 등은 스타의 이름값을 못했다는 점에서 올해 성과가 낮은 배우로 선정됐다.

올해 한국 영화는 신인 감독들의 활약상이 돋보인 해이기도 하다. <추격자>(150만 관객)의 나홍진 감독, <과속스캔들>(12월 18일 현재 200만 돌파)의 강형철 감독, <영화는 영화다>(160만)의 장훈 감독, <고사>(160만) 윤홍순 감독, 그리고 <미스 홍당무>(56만) 이경미 감독은 모두 신인이다.

뮤지컬 

<베스트> 정성화(왼쪽), 윤공주.
2008년 뮤지컬 무대에서 가장 부상한 인물은 개그맨 출신 배우 정성화다. <맨 오브 라만차>에서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를 자유롭게 오가며 중저음의 부드럽지만 파워 넘치는 가창력으로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에 관객은 한껏 매료됐다. <라디오스타>에서는 인간미 넘치는 매니저 역을 인상 깊게 연기했고, 하희라와 함께 등장한 <굿바이걸>에서는 헐렁하면서도 애잔한 느낌을 주는 소시민으로 분해 좋은 연기를 펼쳤다. 그는 요즘 <형제는 용감했다>에 출연 중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콰지모도 역을 맡아 열연한 윤형렬, <노트르담 드 파리>(프롤로 주교 역) <라디오스타>(매니저) 등 여러 작품에서 안정된 연기를 보여준 서범석도 올해 활동이 좋았던 배우들이다.

<워스트> 노주현.
여배우 중에선 윤공주가 베스트 인물로 꼽혔다. <나쁜 녀석들>에서는 귀여운 사기녀로, <맨 오브 라만차>에서는 알론자에서 둘씨네아까지, 그리고 연말엔 <미녀는 괴로워>에 바다와 함께 주인공 역에 더블 캐스팅되면서 명실상부 최고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

반면 <지붕 위의 바이올린>을 통해 뮤지컬 무대에 도전한 탤런트 노주현은 올해 가장 캐스팅이 잘못된 배우로 꼽혔다.

연극 <연극열전 2>의 프로그래머로 좋은 성과를 보여준 조재현이 베스트 인물로 꼽혔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조화한 참신한 기획이 돋보였다. 스타 시스템을 도입하여 상업주의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나 올 한 해 주목할 만한 흥행 성적을 올려 연극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리타 길들이기> <잘 자요 엄마> 등과 같이 관객이 친근감을 가질 수 있으면서도 작품성이 있는 연극을 통해 연극과 일반인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베스트> 조재현, 이지하, 김소희(왼쪽부터).
여배우로는 올 한 해 <침향> <억울한 여자> <민들레 바람 되어> 등 주목할 만한 작품에 출연해 좋은 연기를 보여준 이지하가 빛났다. 특히 <침향>에서 연변 처녀 역을 맡아 묵직한 분위기의 연극에 웃음의 활력소를 불어넣었고, <억울한 여자>에서는 ‘유코’라는 독특한 여성 캐릭터를 능청맞고 의뭉스럽게 표현해 관객으로 하여금 연기예술의 매력을 맛보게 했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원전유서> 등에서 에너지와 흡인력 있는 연기를 보여준 김소희도 올해 특히 부각된 인물이다. 또 연출가 구태환은 <벚꽃동산> <고곤의 선물> 등에서 완성도 높고 안정적인 연출을 보여줘 주목받았다.

가요 

<베스트> 원더걸스(위), 빅뱅(가운데), 김동률(아래 왼쪽), 이효리.
2008년에 가장 큰 인기를 얻은 가수는 원더걸스와 빅뱅이다. 지난해 ‘텔 미’로 돌풍을 일으킨 원더걸스는 올해 ‘소 핫’ ‘노바디’를 연속 히트시켰다. 특히 ‘소 핫’은 온라인 음악사이트인 KTF 도시락 집계 결과, 2008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을 받은 곡으로 기록됐으며 ‘노바디’는 한국갤럽이 전국의 만13~59세 남녀 4330명을 대상으로 개별 면접조사한 결과 올해 최고 인기가요로 선정됐다. 이뿐 아니라 원더걸스는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이기도 하다.

빅뱅은 ‘거짓말’ ‘마지막 인사’에 이어 ‘하루하루’가 큰 인기몰이를 하면서 3연속 히트에 성공했다. 2008년 음원 판매 조사에서 세 번째 미니앨범 수록곡 모두 100위 안에 진입하는 진기록도 가지고 있다. 빅뱅이 발표한 3장의 미니 앨범은 총 4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김동률도 빛났다. 4년 만에 긴 공백을 뚫고 발표한 앨범은 예상 밖으로 선전하며 판매고에서 소녀시대, 원더걸스도 눌렀고, 연말 결산 10만 장으로 올해 7위를 기록했다. 아이돌 시대, 예능 종속 시대에서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은 채 일궈낸 값진 ‘음악의 힘’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효리는 비판 여론과 침체 일로였던 위상이 단숨에 슈퍼스타로 급반전했다는 점에서 반짝였다. ‘겟차(Get ya)’ 표절 시비 이후 끝없이 추락하던 이미지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고, 꾸준히 제기되던 음악성 부재 논란도 ‘유고걸(U-go-girl)’의 첫 라이브 무대를 통해 상당 부분 불식했다.

<워스트> 윤종신(왼쪽), JOO.
요즘 예능 프로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윤종신이 가요 분야에선 올 한 해 몰락한 가수로 꼽혔다. 한때 음악성으로 승부하던 그가 예능인으로 완전히 전향해 ‘예능 늦둥이’란 모욕적인 별명도 감내하며 TV에서 망가지고 있다는 것. 음악계의 불황 속에서 TV 출연과 적당한 웃음 유발이 불가피한 면은 있지만 그는 도를 넘어 기존의 자기 캐릭터를 부수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올해 가장 운이 없는 여자 가수는 열일곱이라는 앳된 나이로 성숙한 발라드를 불러 관심을 모았으나, 나이에 맞지 않은 ‘비행’ 사진이 공개되어 망신을 당한 주(JOO)가 선정됐다. 이로 인해 인기는 급격히 하락했고 제대로 활동도 못 해보고 사건 직후 관심 속에서 사라졌다. 당시의 이미지가 잊히길 기다리고 있는지 앨범도 1월에 미니 앨범 딱 한 장이 나오고 멈췄다.

문학 

<워스트> 조경란(왼쪽), <베스트> 황석영.
황석영이 베스트 작가로 선정됐다. 그는 2008년 <개밥바라기별>의 성공으로 명실상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무엇보다도 황석영은 이 소설로 인해 10대와 20대 열혈 팬층을 거느리게 되었다. 이전까지 황석영은 기성문단의 대표주자로 각인되어 있었다. 그의 소설은 끊임없이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왔지만 그의 날렵한 행보가 젊은 세대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65세의 나이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연재한 그의 성장소설 <개밥바라기별>은 남녀노소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매일 업데이트되는 소설 읽기의 재미는 독서와 친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도 적극 어필할 수 있는 요소였다. <개밥바라기별>은 ‘매체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하는가’가 소설가의 자기변신에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한 성공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올해 가장 몰락한 작가로는 아이러니하게도 <풍선을 샀어>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조경란이 뽑혔다. 신예작가 주이란의 동명소설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였고 이 문제는 저작권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됐다. 주이란은 조경란이 자신의 단편소설 <혀>를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심사 과정에서 읽고 장편소설 <혀>를 집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조경란은 표절하지 않았다는 말만 할 뿐 저작권분쟁조정위원회에조차 참석하지 않았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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