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문화계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탤런트 안재환에 이은 최진실의 자살은 전국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고 나훈아를 둘러싼 괴소문과 최민수의 노인 폭행 사건, 그리고 방송인 강병규의 도박 등 불미스러운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하지만 영화계는 지난해 스크린쿼터 폐지와 한국 영화 투자 저조 속에서도 신인 감독들의 선전이 돋보였고, 연극계는 불황 속에서도 <연극열전 2>의 성공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스타 연예인의 도전이 잇따른 뮤지컬계는 영화 원작의 무비컬이 봇물을 이뤘다.
가요계는 빅뱅, 동방신기, 원더걸스 등 아이돌그룹이 시장을 평정한 가운데 서태지가 4년 만에 컴백한 것을 비롯해 신승훈, 비, 김건모, 동방신기, 휘성, 백지영 등이 새 음반을 들고 인기몰이에 나섰다. 미술계는 위작 시비로 몸살을 앓았으며 출판계는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 등 한국문학, 소설이 부활했다.
그렇다면 올해 장르별 대박 인물은 누구일까. 또 몰락한 인물은 누구일까. 문화평론가 김헌식씨와 배국남씨, 영화평론가 이동진씨와 김영진 명지대 영화과 교수, 연극평론가 이상우씨와 김방옥 동국대 교수, 뮤지컬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음악평론가 이대화씨와 음악전문기자 강수진씨(스포츠칸), 문학평론가 정여울씨와 정문순씨 등 각계 전문가의 도움으로 2008 베스트 인물과 워스트 인물을 선정했다. 장르에 따라 워스트 인물이 없는 경우도 있다.
TV-드라마
<베스트> 김명민, 한지혜, 문근영, 장미희(왼쪽부터). |
한지혜는 2008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미우나 고우나>뿐 아니라 현재 출연하고 있는 <에덴의 동쪽>으로 최고 시청률 스타로 자리를 굳혔다. 또 5년 만에 드라마(<바람의 화원>)에 복귀한 문근영은 빼어난 중성적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데다 기부천사로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베스트 인물로 선정됐다. <엄마가 뿔났다>에서 전형적이면서도 독특한 캐릭터를 잘 소화한 장미희도 2008년 빛난 인물이다.
<워스트> 권상우, 김선아, 김정은(왼쪽부터). |
TV-예능 TV 예능 분야에서는 최근 몇 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재석과 강호동이 올해도 나란히 대박 인물로 선정됐다. 2000년대 들어 MC로 최고의 인기를 누린 유재석은 매너리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여전히 프로그램을 특유의 스타일로 빛나게 함으로써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게 했다. <놀러와> <무한도전> <해피투게더> <패밀리가 떴다> 등 유재석은 최고 시청률 프로그램의 리베로다.
<베스트> 유재석, 강호동, 신봉선, 서인영(왼쪽부터). |
<워스트> 강병규, 탁재훈, 강수정(왼쪽부터). |
영화
<베스트> 하정우(왼쪽), 김윤석. |
김윤석은 <타짜>에서 사악한 최고수 타짜 ‘아귀’로 분해 진면목을 보여주더니, 올해 <추격자>에서 만개했다. <추격자>에서 김윤석은 희대의 살인마 앞에서 한 치의 물러섬을 보이지 않는 전직 형사 출신 ‘엄중호’로 나와 시종 하정우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펼친다.
<워스트> 전지현. |
올해 한국 영화는 신인 감독들의 활약상이 돋보인 해이기도 하다. <추격자>(150만 관객)의 나홍진 감독, <과속스캔들>(12월 18일 현재 200만 돌파)의 강형철 감독, <영화는 영화다>(160만)의 장훈 감독, <고사>(160만) 윤홍순 감독, 그리고 <미스 홍당무>(56만) 이경미 감독은 모두 신인이다.
뮤지컬
<베스트> 정성화(왼쪽), 윤공주. |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콰지모도 역을 맡아 열연한 윤형렬, <노트르담 드 파리>(프롤로 주교 역) <라디오스타>(매니저) 등 여러 작품에서 안정된 연기를 보여준 서범석도 올해 활동이 좋았던 배우들이다.
<워스트> 노주현. |
반면 <지붕 위의 바이올린>을 통해 뮤지컬 무대에 도전한 탤런트 노주현은 올해 가장 캐스팅이 잘못된 배우로 꼽혔다.
연극 <연극열전 2>의 프로그래머로 좋은 성과를 보여준 조재현이 베스트 인물로 꼽혔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조화한 참신한 기획이 돋보였다. 스타 시스템을 도입하여 상업주의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나 올 한 해 주목할 만한 흥행 성적을 올려 연극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리타 길들이기> <잘 자요 엄마> 등과 같이 관객이 친근감을 가질 수 있으면서도 작품성이 있는 연극을 통해 연극과 일반인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베스트> 조재현, 이지하, 김소희(왼쪽부터). |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원전유서> 등에서 에너지와 흡인력 있는 연기를 보여준 김소희도 올해 특히 부각된 인물이다. 또 연출가 구태환은 <벚꽃동산> <고곤의 선물> 등에서 완성도 높고 안정적인 연출을 보여줘 주목받았다.
가요
<베스트> 원더걸스(위), 빅뱅(가운데), 김동률(아래 왼쪽), 이효리. |
빅뱅은 ‘거짓말’ ‘마지막 인사’에 이어 ‘하루하루’가 큰 인기몰이를 하면서 3연속 히트에 성공했다. 2008년 음원 판매 조사에서 세 번째 미니앨범 수록곡 모두 100위 안에 진입하는 진기록도 가지고 있다. 빅뱅이 발표한 3장의 미니 앨범은 총 4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김동률도 빛났다. 4년 만에 긴 공백을 뚫고 발표한 앨범은 예상 밖으로 선전하며 판매고에서 소녀시대, 원더걸스도 눌렀고, 연말 결산 10만 장으로 올해 7위를 기록했다. 아이돌 시대, 예능 종속 시대에서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은 채 일궈낸 값진 ‘음악의 힘’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효리는 비판 여론과 침체 일로였던 위상이 단숨에 슈퍼스타로 급반전했다는 점에서 반짝였다. ‘겟차(Get ya)’ 표절 시비 이후 끝없이 추락하던 이미지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고, 꾸준히 제기되던 음악성 부재 논란도 ‘유고걸(U-go-girl)’의 첫 라이브 무대를 통해 상당 부분 불식했다.
<워스트> 윤종신(왼쪽), JOO. |
한편 올해 가장 운이 없는 여자 가수는 열일곱이라는 앳된 나이로 성숙한 발라드를 불러 관심을 모았으나, 나이에 맞지 않은 ‘비행’ 사진이 공개되어 망신을 당한 주(JOO)가 선정됐다. 이로 인해 인기는 급격히 하락했고 제대로 활동도 못 해보고 사건 직후 관심 속에서 사라졌다. 당시의 이미지가 잊히길 기다리고 있는지 앨범도 1월에 미니 앨범 딱 한 장이 나오고 멈췄다.
문학
<워스트> 조경란(왼쪽), <베스트> 황석영. |
올해 가장 몰락한 작가로는 아이러니하게도 <풍선을 샀어>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조경란이 뽑혔다. 신예작가 주이란의 동명소설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였고 이 문제는 저작권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됐다. 주이란은 조경란이 자신의 단편소설 <혀>를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심사 과정에서 읽고 장편소설 <혀>를 집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조경란은 표절하지 않았다는 말만 할 뿐 저작권분쟁조정위원회에조차 참석하지 않았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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