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심리경영 이론과 사고법 100

'패션의 정치학'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3. 2. 16. 09:35

중동의 스카프는 언제 글로벌 패션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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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과 평화 ⑩

[평화바닥 염창근]

중동 스카프 패션

날이 쌀쌀하다.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는 날씨 탓인지 목도리와 스카프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 중에는 중동의 아랍식 스카프를 어깨에 두른 사람들도 종종 본다. 한달여 전에 홍대 인근을 걷다가 이 스카프를 파는 노점을 봤을 때만 해도 이런 걸 판다는 것에 놀라고 말았는데 요즘 이 스카프를 두른 사람들을 너무 쉽게 목격하는 일은 잠시 생각을 머물게 한다.

요즘 인기가 있는 스카프는 팔레스타인, 이라크 등 중동 이슬람권 남성들이 주로 어깨나 머리에 두르는 흑백의 체크무늬 스카프(쉬마그라 불리는 스카프)인 것 같다. 이런 것들을 어디서 구해왔는지 궁금하면서도 나는 중동식 스카프를 두르는 것이 언제 패션이 되었는지 더 궁금해졌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오히려 한국에서도 꽤 오래 전에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넷을 잠시 검색해보니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스카프를 두르고 다니던 사람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반전활동을 하던 활동가들이었다. 중동과의 교감을 느끼게 하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의식적으로 스카프를 하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일부 사람들이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등지를 다녀오며 가져온 스카프를 나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유명 여성정치인들과 스타들이 중동을 방문하며 히잡을 두른 모습이 언론에 타기도 했고 한국인들도 중동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자주 언론을 통해 마주하게 되면서 점점 이들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왔을 지도 모른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등장하는 아랍인 전사들의 옷차림에서도, 자이툰 부대의 경험에서도 ‘터번’이 등장했고,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민호가 히잡 패선을 선보이는가 하면 지난 여름에 있었던 아프간 피랍사태 때 히잡을 한 피랍자의 모습이 연일 방송과 신문과 인터넷에 등장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2006년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15회 아시안게임 경기에서 히잡을 한 채 농구며 배구며 탁구며 각종 경기를 치르는 이슬람 여성들의 모습에 웃음을 금치 못했을 지도 모른다.

려원, 이효리 등 유명 연예인들이 종종 스카프를 한 모습으로 방송과 사진 속에 자신을 내보인다. 중동의 의상이 이국적이면서 글로벌한 패션 감각을 전하고 있어서일까? 어느새 이전과 색다른 글로벌 패션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면 과도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분명 한국에서도 스카프 수준의 히잡에 어색함은 없어지고 이미지와 느낌으로 전달되고 있다.

중동식 스카프를 중동 이슬람과의 교감의 의도이든 패션의 하나로 삼든 어떻게 받아들여져도 별로 문제될 것은 아니다. 오히려 패션처럼 생각하며 두른 스카프를 통해 우연히라도 중동인들의 옷차림을 본다면 그런 옷차림에 대한 궁금증을 줄 지도 모르고 나아가 중동과 이슬람인의 삶에 대해 다가서는 기회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이슬람 사회에서의 의상

그러나 이슬람 전통의상 그저 패션으로만 받아들여지기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내게 남는다. 문화적 코드가 맞아서 의상을 따르는 것과는 다른 차원으로 그 의상은 많은 복잡한 정치적 문제들을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여성들의 의상을 ‘히잡’이라고 부르는 데, 히잡은 보통 두르기 보다는 ‘가리는 것’으로 거기에는 ‘사회적 격리’를 뜻하는 의미가 내재해 있다. 이슬람 사회에서는 특히 여성의 사회적 격리를 의미하는데, 그 수준에 따라 부르카, 네캅, 아바야, 차도르, 쉘라, 히잡 등으로 여성의 몸을 사회로부터 격리하여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슬람 사회도 다양해서 터키처럼 소위 세속주의를 법으로 정해 공공장소에서의 히잡을 금기시하기도 하지만 아프간처럼 몸을 완전하게 가리는 부르카만을 기준으로 삼는 곳도 있다. 그리고 이런 격리와 격리로 인한 인권침해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며 여전히 논란 속에 있다.

지난 2월 파키스탄에서는 펀자부주 여성장관인 우스만 사회복지장관이 한 이슬람 신자에게 히잡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해당했고, 6월에는 이스라엘 공습 취재로 유명한 한 팔레스타인 여성 방송인이 히잡을 하지 않았다고 살해위협을 받기도 했다. 이에 팔레스타인 여성 방송인들은 히잡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반면 터기에서는 7월과 8월에 총선과 대선에서 이슬람 집권여당이 당선되었는데 세속주의 전통을 따르는 군부가 ‘히잡 쓴 영부인’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선언을 하면서 정치적 대치가 극에 달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사건들에는 또한 늘 이슬람 정파들의 배후설이 자리해 있다.

이란은 매년 여성 히잡 복장에 대한 단속이 대대적으로 벌어진다. 수백명이 체포되고 수천명이 경고조치를 받는다. 이란에서는 느슨하게 스카프 히잡을 한 여성과 검은 차도르를 온몸에 감은 여성 경찰 사이에 실랑이를 종종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거리에서 남성 경찰이 여성들을 줄을 세워 히잡을 제대로 했는지 검사한다고 한다. 단속 대상은 머리카락이 드러나게 쓴 히잡, 색깔이나 무늬가 있는 히잡, 꼭 끼는 옷 등이다. 지난 4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실시한 이슬람 복장 단속으로 278명의 여성이 체포되어 구류됐고, 이중 231명이 다시는 부적절한 의상을 입고 공공장소에 나타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썼고, 구류를 면한 3,548명의 여성들은 경고와 함께 이슬람 지도처분을 받았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정부들이 자국 내 여성들의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들을 추진하자 무슬림 여성들은 이슬람 교리에 따르겠다며 정부에 불복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얼마 전 중동을 여행하며 이슬람의 페미니스트들과 여성들을 만났던 현경교수는 ‘한겨레’에 히잡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다. 이슬람권 여성들은 히잡을 가부장제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종교적 교리를 따르는 종교의 자유로 받아들이기도 하는 등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이야기하곤 했다.

중동 이슬람식 스카프를 어디로 연결할 것인가

한국에서의 중동식 스카프 착용은 종교적 자유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이며 패션으로 삼든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든 별 문제가 안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우리에게 패션이 되는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중동사람들의 모습이 언론에 자주 비쳐지고 중동의 나라들을 방문하며 이들의 의상을 가져오고 한명 두명 따라하고 하면서 지금 그 수가 늘어났지만, 어쨌든 우리가 이에 연결을 했기 때문에 패션이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중동을 의상 패션의 하나로만 연결했지 중동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는 잘 연결하지 않는 듯하다. 우리가 마주하는 대개의 것들은 1차적 사실의 대상이 아니다. 이미 해석된 것이거나 이미지화된 것이고, 거기에는 해석하고 이미지한 자의 투사된 시각이 내포해 있다. 심지어 해석되고 이미지화된 것을 다시 해석해 취한다. 특히 언론에 의해 주어진 이미지에 투사당하며 어떤 한 가지 코드로만 쉽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예전에 전쟁과 점령으로 터전과 삶이 파괴되는 고통을 누구의 시선으로 연결하고 어디로 이어지고 있는가를 절절하게 물었던 오카 마리의 지적대로, 그 ‘대상’과의 연결이 어떠한지를 되물을 필요가 있다. 중동의 여성들은 히잡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아주 많이 있으며 그런 의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사는 어떤 사회가 강대국들의 군사력 앞에 파괴되는 상황도 아주 많이 있다. 스카프를 패션으로만 취하고 다른 문제들에는 문을 닫는 것은 어쩌면 ‘글로벌’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2007년 10월은 미국이 알카에다와 탈리반 척결을 명분으로 침공한지 6년째가 되는 때이다. 한국정부도 여전히 아프간에 군대를 파병해 미군을 돕고 있다. 그러나 아프간 인민들은 극심한 가난과 전쟁의 고통으로 비참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6년째를 맞이하는 이 10월에 아프간 침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우리들은 그들의 스카프를 패션으로 즐기지만 아프간 침공에 대해서는 눈과 귀를 닫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이라크에 파병된 한국군 자이툰 부대 파병을 연장하기로 얼마 전 정부가 결정했다. 아프간에는 지방재건팀 참여라는 허울로 파병 연장을 꾀하고 있고, 레바논에는 언제까지 거기에 자리해 이스라엘의 대리인으로 있을지 모른다. 침공을 되묻기 보다 패션을 즐기는 이 순간에 이 사회의 연결이, 나의 연결이 너무 작아서 마음이 답답하다.

2007. 10. 21.

염창근 / 평화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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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티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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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 입는 옷이요? 청바지에 티셔츠죠.” 패셔니스타(패션 감각이 뛰어난 스타)들의 한결같은 답변. 평범함을 가장한 스타들의 무심한 대답처럼어디에 코디해도 ‘성격 좋은’ 캐주얼 아이템 티셔츠. 무던하지만 특별한티셔츠, 티셔츠의 자유로운 변신의 역사와 현재.- 티셔츠는 캐주얼웨어의 스테디셀러캐주얼웨어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티셔츠. 티셔츠는 사실 속옷이다. 노동자들의 작업복이었고 군인들의 군용 의복이었다. 몸에 꼭 맞는 소매 없는속옷의 형태로 19세기말 레슬링 선수와 체조선수를 위한 실용적인 운동복으로도 사용돼 ‘트레이닝셔츠’라는 명칭도 얻었다. 1920년대 이미 미국에서는 티셔츠의 원형 형태의 속옷을 정장용 셔츠 속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고 한다.티셔츠가 완전히 미국의 전유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발생은 유럽이었다. 1890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군함을 검열했을 때 함장은 속옷을 노동복으로 착용했던 선원들의 겨드랑이 털을 보고 여왕이 불쾌감을 느끼지나 않을까 싶어 선원들에게 짧은 소매를 속옷에 꿰매도록 지시했다 이것이 티셔츠의 첫 유래라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2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미군들이 전쟁 후 짧은 소매의 면 셔츠를 연합군들의 기념품으로 고향에 가져 간것이 시초라는 주장도 있다. 어찌됐든 트렌치코트와 함께 티셔츠 또한 전쟁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1935년 티셔츠는 속옷에서 탈출해 ‘스포츠 셔츠’, ‘캐주얼 셔츠’가 됐는데 티셔츠가 겉옷으로 패션의 대열에 오른 것은 영화의 덕이었다. 60년대 섹스심벌 말론 브란도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51)>에서 보여준티셔츠 차림은 일반적인 노동자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꼭 끼는 티셔츠는말론 브란도의 근육질 몸매를 돋보이게 했고 곧 야성미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말론 브란도의 섹시한 흰색 셔츠는 불티나게 팔려 나갔고 티셔츠는1960년대 블루진과 짝을 이루며 젊음의 상징적인 의상이 됐다.- 프린트 티셔츠는 민주주의 피켓티셔츠는 형태의 변형보다도 프린트의 변형으로 역사를 만들어왔지만 발생한 후 20년간 백지의 얼굴을 고수했다. 티셔츠에 프린트가 나타난 것을 원시인들이 종족을 표시하는 문신이나 원시회화에 빗대어 문명의 시작이라고평하기도 한다. 바로 대중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1970년 히피문화의 영향에 따라 티셔츠는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의 방법으로 프린트를 시도한 것이다. 히피들에게 ‘Make love’, ‘Not war’같은 문구는 그들의 의사를직접적으로 알리는 피켓이었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티셔츠가민주주의의 발판을 세우는 상징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이후 젊은이들은 티셔츠로 집단의식을 표현한다. 우상인 팝가수나 그룹들의 팬티셔츠가유행했는데 가수들의 얼굴이나 그룹명이 프린트된 티셔츠는 소속감과 애정의 표시였다. 티셔츠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단체나 모임에 필수품으로 ‘기념품’의 자리에도 오른다. 티셔츠는 1980년대의 ‘핵무기 반대’, 1990년대의 ‘Stop AIDS’ 등 정치적인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고 로고명을 커다랗게 인쇄해 광고함으로 대량생산의 대표적인 희생물로 바쳐지기도 했다. 티셔츠의 이러한 특성은 모방의 천재적인 소질을 부추겼다. 패션에서 ‘짝퉁’의 시작을 티셔츠가 연 것이다.

- 정치와 사회를 대변하는 티셔츠 프로젝트티셔츠는 패션 아이템 중에서 가장 ‘복제’가 쉽다. 그래서 홍보물의 수단으로 자주 애용되는데 정치인들의 프로모션 활동을 직접적으로 돕기도한다. 미국은 아예 정치적 소재의 아이템만을 파는 전문 인터넷 사이트가있을 정도. 최근에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티셔츠가 활용돼 주목을 끌었다. 이 프로젝트는 루이비통의 수석디자이너이자 스타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에 의해 디자인됐기 때문에 더욱관심을 집중 시켰다. “I ♥ Hillary”라는 택이 붙어 있는 이 티셔츠는7가지 색으로 힐러리 클린턴의 얼굴을 프린트 했는데 마치 앤디워홀의 마릴린 먼로 초상화를 떠올리게 한다. 팝스타를 아이콘으로 만들었던 작품에서 정치인을 스타화 하는 이 기법은 보는 이에게 친근감을 주는 효과적인방법이다.정치인들의 홍보수단뿐 아니라 티셔츠는 시시때때로 소비자의 시각을 자극한다. 캐주얼브랜드 ‘에이엠에이치(AMH)’는 맥주 메이커 하이네켄과 공동으로 진행한 티셔츠 프로젝트로 톡톡한 재미를 봤다고 한다. ‘에드원’은 화가 바스키아 티셔츠를 아티스트 상품으로 전면에 내세워 주목을 끌었다. 패션지 보그걸은 창간 2주년을 기념해 기념 티셔츠를 제작, 결식 청소년 돕기 기금을 마련했다. 코스메틱 브랜드 ‘아베다’는 지구의 날을 축하하기 위해 티셔츠 캠페인을 벌였으며 스타들이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를경매 사이트에 올려 자선기금을 모으기도 했다.

- 큐트, 섹시, 로맨틱 티셔츠올 여름 티셔츠의 유행 경향은 귀엽고 섹시하며 로맨틱하다. 그 동안 캐주얼하고 스포티한 면모를 고수했던 티셔츠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을 정도. 따라서 편하게 입는 펑퍼짐한 박스티셔츠는 NG! 지난해 유행했던 감성캐주얼의 숫자 프린트나 현란한 페인팅 무늬도 줄어들었다. 1960년대 광고나 인물 프린트가 레트로 무드를 돋보이게 한다. 또 자유로운 젊음과 휴양지의 풍족함을 표현하는 캘리포니아 스타일을 티셔츠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나이키, 푸마, 아디다스 등 가슴 한가운데 로고타입이 프린트 되거나낙서 같은 영어문장이 쓰인 프린트 디자인은 여전히 우세. 파란색, 빨간색, 보라색, 노란색 등 원색적인 티셔츠가 늘어나긴 했지만 색이나 프린트로승부하지 않고 티셔츠 자체의 실루엣과 변형 디자인이 많다. 프린트나 형광색의 화려한 디자인도 선호되지만 거리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독특한 재단과 장식이 더해져 디자인적 요소가 강하다. 원피스로 디자인된 티셔츠처럼본래의 모습을 망각할 정도로 변형된 형태미로 거리를 누비고 있다.

앞가슴에 단추가 달려 원하는 대로 가슴을 노출할 수 있는 디자인이나 가슴이 깊게 파인 V네크라인이 남녀 모두에게서 나타날 정도로 이제 남성들에게 티셔츠는 개성표현의 수단이 됐다. 봄에 꽃무늬 셔츠 안에 입거나 재킷에 바쳐 입는 보조 아이템이던 티셔츠가 여름이 되면서 단벌 아이템으로각광받고 있다. 신체를 드러내는, 특히 가슴과 어깨 부분이 타이트한 디자인의 티셔츠가 섹시한 남성미를 드러내는 인기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여성들은 어깨와 가슴, 허리선 모두 타이트하고 짧고 작은 디자인이 대세다. 유행에 민감한 세대들은 작은 사이즈를 찾아서 키즈나 주니어 매장을찾을 정도다. 여성스러운 라인을 살리기 위해 가슴을 강조하거나 어깨선이좁아보이게 재단됐다. 어깨 셔링이 잡히거나 가슴 부분에 작은 주머니가달린 귀여운 디자인, 속옷 레이스가 가슴이나 어깨부분에 박음질 되거나허리선 부분에 단 처리된 란제리 스타일도 인기다. 속에 입은 옷이 드러나는 레이어드 스타일도 즐겼다.- 내게 맞는 티셔츠, 개성을 표현하라.

올 여름 티셔츠는 어깨선과 겨드랑이 넓이가 꼭 맞는 것을 고른다. 가슴이크고 어깨가 넓은 체형이라면 어깨선이 안쪽으로 이동해 어깨가 좁아 보이며 어깨에 모자를 씌운 듯한 캡 소매로 단점을 감춘다. 가슴 앞부분에 단추 여밈이 있다면 너무 팽팽하지 않은지 확인한다. 단추 여밈 부분이 늘어나서 실제보다 뚱뚱해 보일 수 있다. 적당히 섹스어필을 하고 싶다면 가슴골 바로 위에서 둥글게 파인 배 모양의 보트네크라인이나 스퀘어 네크라인이 적당하다. 가슴 바로 아래부터 허리라인이 시작되는 엠파이어라인 티셔츠는 키를 크게 보이고 가슴을 강조한다. 어깨가 넓은 사람의 경우 주름이많이 잡힌 퍼프소매는 어깨를 과장되게 할 수 있으므로 피한다. 또 답답해보이지 않도록 목선은 넓게 파인 것을 택한다.

티셔츠에는 역시 청바지가 제격이다. 대신 다리가 길어 보이는 섹시한 청바지로 한껏 여성미를 뽐내자. 티셔츠차림은 캐주얼한 분위기가 강하지만허리와 가슴을 강조하는 디자인의 티셔츠는 로맨틱한 실크, 시폰 스커트와도 잘 매치된다. 또 여기에 여성스러움을 강조할 수 있는 액세서리를 더하는 것도 센스 있는 코디법. 반짝이는 인조 보석류나 치렁치렁한 빈티지 장신구도 모두 어울린다.

내 손으로 나만의 티셔츠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허리, 소매, 목선을 잘라그 부분을 서로 문질러 주면 낡은 느낌으로 빈티지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청바지에 바람구멍을 내듯 칼로 과감하게 슬릿을 넣어 다른 색상 티셔츠와 겹쳐 입는 것도 멋스럽다. 유행이 지난 티셔츠는 여름의 필수 아이템,슬리브리스 상의로 리폼하자. ‘배꼽티’도 직접 만들 수 있다. 소매와 목선의 조임 부분을 잘라내고 배꼽이 살짝 드러날 정도로 올려 옆에서 묶는다. 더욱 튀고 싶다면 섬유용 페인트나 펜을 이용해 자신만의 피켓을 적고, 창작한 캐릭터를 그려 넣어도 좋다. 다른 옷에서 잘라낸 색색의 천을 꿰매 붙이거나 레이스, 비즈, 단추를 부착하는 것도 단 하나밖에 없는 티셔츠를 위한 작업이다.

티셔츠는 어느 패션 아이템보다 값싸게 멋을 부릴 수 있는 아이템이다. 또다양하게 상품화된 티셔츠는 골라 입는 재미를 준다. 모든 사상과 유행을수용하고 복제하는 티셔츠. 브랜드로고로 가슴언저리를 장식하며 개성이라고 말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자유와 평화를 외치던 청년정신이 빠져 있는것은 복제에 능한 티셔츠의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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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영화 ‘철의 여인’을 통해 본 여성 정치인의 패션 공식



컬러와 소품의 치밀한 조화가 아우라를 만든다

[동아일보]

“엄마, 가지 마!”

운전석에 앉은 젊은 엄마는 애타게 창문을 두드리는 어린 쌍둥이 남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핸들을 잡고 곧장 속력을 냈다. 어느덧 런던 국회의사당 앞. 이제 막 하원의원이 된 34세 마거릿 대처의 눈에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했다.

대처의 눈빛을 주시하던 카메라는 그의 하이힐로 시선을 돌렸다. 6cm쯤 되는 그의 힐은 검은색 신사구두들과 대조를 이룬다. 카메라는 또 천장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검은 양복 물결 속에 외딴섬처럼 그의 파란색 모자가 화면에 잡힌다. 대처가 남성들만의 세계에서 역사적인 도전을 시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대처는 식료품집 딸로 태어나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철의 여인’은 그의 투지와 번뇌, 노년의 상실감을 담고 있다. 여성 감독의 섬세한 눈은 그의 옷 귀고리 브로치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다. 옷에는 정치인으로서의 대처의 신념과 생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고집스러운 파란색 사랑

‘철의 여인’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 메릴 스트립은 영화에서 늘 파란색 옷을 입는다. 교육장관으로서 의회 연설을 할 때에도, 보수당 당수 선거에 나설 때에도 파란색 슈트를 입었다. 노년이 된 그의 옷장은 온통 파란 물결이다.

영국에서 파란색은 보수당을, 빨간색은 노동당을 상징한다. 영화 속 대처의 고집스러운 파란색 사랑은 뼛속부터 보수주의자인 그의 신념을 드러낸다. 영화에서 그는 표를 얻기 위해 신념을 버리라는 동료들을 질타하고 ‘약해빠진 신사들’과 ‘포퓰리스트’를 증오한다. 실제 대처도 중요한 순간마다 파란색 옷을 즐겼다. 1979년 최초의 여성 총리로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공관 앞에 섰을 때 입었던 파란색 피터팬 칼라 재킷과 주름치마는 유명하다. 영화도 이 전설적인 ‘파워슈트’를 그대로 재현했다.

영화는 대처의 정치적인 성장과 더불어 옷의 파란색 톤이 미묘하게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필리다 로이드 감독은 영국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마거릿의 옷은 하늘색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짙은 파란색 슈트로 바뀌고 마침내 보수당 당수가 됐을 때에는 로열블루(영국 왕실의 관복색)가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영화 속 대처의 옷이 붉은빛을 띠기 시작한다. 1990년, 당에서 신임을 잃고 총리에서 물러나는 순간. 영화에서도 실제로도 그의 선택은 새빨간 장밋빛 슈트였다. 로이드 감독은 “갑자기 붉은계열 옷이 나오면서 관객들은 상황이 잘못되고 있음을 감지할 것”이라며 “다우닝가를 떠날 때의 강렬한 빨간색은 대처를 오페라 속 비극의 여주인공으로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처를 지척에서 본 에드위나 커리 전 의원은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마지막 붉은 슈트는 저항의 뜻”이라며 “‘나는 영광의 불꽃 속으로 걸어 나간다. (나를 배신한) 당신들은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일침을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콘 진주목걸이와 사각 백

“제발 그 모자와 진주목걸이 좀 벗어버려요.” 보수당 당수 선거에 나가 약해빠진 의회를 뒤흔들겠다는 대처에게 그의 이미지 컨설턴트가 말했다. 특권층 부인처럼 보인다는 얘기였다. “모자는 포기해도 진주목걸이는 안돼요. 쌍둥이를 낳았을 때 남편이 준 거거든요.”

실제 대처는 남편이 선물한 진주목걸이를 늘 착용했다. 파워슈트 안에 입은 리본 블라우스도 그만의 아이콘. 그는 리본에 대해 “부드러워 보이면서 예쁘다”고 말했다. 진주목걸이와 리본은 그의 여성성을 상징하는 셈이다.

‘비밀병기’로 불렸던 검은색 사각 아스프레이 핸드백도 유명하다. 대처는 권위의 상징으로 핸드백을 책상 위에 휙 올려놓고 좌중을 긴장시킨 뒤 결정적인 문서를 꺼내곤 했다. 이 가방은 지난해 런던 자선경매에서 2만5000파운드(약 4460만 원)에 낙찰됐다.

진주목걸이와 파워슈트, ‘비밀병기’ 핸드백. 부푼 머리 스타일은 그의 전형적인 스타일로 자리 잡아 풍자 만화가들의 단골 메뉴가 됐다. 핸드백은 각료를 때리는 모습으로 풍자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로서 그가 선보인 ‘파워슈트’는 다른 여성 정치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마침 1980년대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급물살을 타며 남성복에서 영감을 얻은 여성용 슈트의 인기가 치솟던 시기였다.

대처처럼 저마다 아이콘을 내세우는 여성 정치인도 많다. 미국의 전·현직 여성 국무장관들만 봐도 그렇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외교적 의미가 담긴 브로치, 콘돌리자 라이스 전 장관은 섹시한 힐로 유명하다.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치마보다 바지정장을 즐겨 입는다. 선거를 치를 때에는 클린턴 장관도 파란색을 주로 택했다. 미국에서는 파란색이 민주당의 상징이기 때문이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한채영·고두심vs나경원·힐러리, 영화와 현실 女정치인 패션비교



<조이뉴스24>

톱스타 장동건 한채영 주연에 훈남 대통령의 이야기를 담아 개봉 전부터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오는 22일 개봉한다.

특히 최초의 여성 대통령과 대변인 역을 각각 맡은 고두심과 한채영이 영화를 통해 보여줄 여성 정치인의 패션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뮈샤 주얼리 김정주 주얼리 디자이너는 "평범한 듯 보이지만 성공한 커리어우먼의 지적이고 세련된 인상을 주는 것이 바로 '여성 정치인'들의 패션 스타일"이라며 "그들의 스타일은 대부분 모던하고 심플하며, 크고 치렁 치렁한 주얼리보다는 단순한 디자인으로 지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며, 우아하고 섬세한 매력을 더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셀 오바마의 패션이 전 세계 여성 정치인들의 교과서처럼 여겨지고 있는 가운데 영화 속 주인공들의 스타일과 실제 정치인인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패션을 비교해 봤다.

# 모던하고 수수한 한채영 VS 우아하고 세련된 나경원 의원


평소 도시적이고 섹시한 매력의 한채영은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얼짱 여성 정치인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한채영은 영화 속에서 단아하고 수수한 여성 정치인의 모습을 그린다.

검정, 회색, 아이보리와 같은 무채색 계열에 기본 스타일의 정장이나 H라인 스커트를 주로 입는다. 여기에 심플한 주얼리로 포인트를 더한다.

영화 속 한채영 주얼리를 담당한 김정주 디자이너는 "화려한 외모의 한채영의 스타일을 다소 '보수적인 느낌'으로 완성하기 위해 심플한 부착형 주얼리로 반짝임만을 더했다. 또한 그 외에 과해 보일 수 있는 액세서리는 최대한 자제해 검소하고 청렴한 이미지를 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반면 실제 얼짱 여성 정치인으로 꼽히는 나경원 의원은 심플하고 모던한 패션이지만 여기에 세련미를 더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정치인인 만큼 블랙 등 무채색 계열의 의상을 선택하는 것은 같지만 가끔 은근한 컬러 의상으로 포인트를 주거나 재킷에 스카프나 리본 장식을 매치해 자신만의 개성 있는 스타일을 완성하는 편이다.

기본은 고수하되 남과 다른 1%의 포인트로 자신만의 세련된 감각을 표출하는 나경원 의원은 셔츠 하나도 실크 소재로 광택이 있는 우아한 것을 선택하거나 재킷의 V라인을 강조해 도시적인 매력을 뽐내기도 한다.

# 부드러운 카리스마 고두심 VS 화사하고 친근함 힐러리 클린턴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분한 고두심은 고혹적인 매력을 강조하는 럭셔리 룩을 선보인다. 럭셔리하다고 해서 화려하거나 트렌디한 스타일이 아니라 모던한 기본 스타일의 기품 있는 정장 룩에 볼륨감이 돋보이는 진주 소재의 브로치나 반지로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김정주 디자이너는 "여성 대통령으로서의 카리스마를 표출하기 위해 가장 여성적인 아이템인 주얼리 스타일에 중점을 두었다"며 "고혹적인 진주 소재를 주로 사용했으며 크기가 크고 모던한 브로치나 반지를 단 한개만을 착용, 강렬한 원 포인트 스타일을 완성함으로써 강인하고 근엄한 이미지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그녀는 정열적인 외교 활동을 하는 만큼 화사한 컬러감이 있어 친근하고 당당한 느낌의 주는 의상을 주로 입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영화는 물론 국내 여성 정치인의 스타일과 가장 비교되는데 보수적인 정치인들의 옷이 대부분 무채색 계열인데 반해 힐러리 클린턴은 외교 업무 특성상 원색의 옷도 무난히 스타일링 해낸다.

힐러리는 상하의 모두 푸른빛으로 된 치마 정장을 입는다든가 빨간색이 선명한 재킷도 입을 만큼 매우 화사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또한 두꺼운 목걸이를 주로 매칭해 전체적으로 너무 튀어 보일 수 있는 컬러 스타일링에 안정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홍미경기자 mkhong@joynews24.com

피현정의 스타일 톡톡] 나라 이미지마저 바꾼 특별한 그녀들의 패션



퍼스트레이디 스타일을 말하다

정치와 패션은 전혀 상반된 세계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성적이고 냉철한 정치세계와 감성적이고 창의적인 패션 바운더리는 퍼스트레이디라는 세기적 아이콘을 통해 세련된 문화로 재탄생된다.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줬던 뮤즈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를 비롯,세계 최고의 이미지 메이커로 떠오른 프랑스의 카를라 브루니까지 그들은 자신만의 스타일 해법을 어떻게 풀었을까.

◆시대불변,영원한 패션 아이콘

재클린(재키) 케네디 오나시스는 클래식한 아메리칸 스타일로 현재까지 패션쇼에서 화려하게 부활되고 있다.

발렌티노로부터 '자연스러움과 세련됨의 혼재,야성적 아름다움'이라는 극찬을 받았던 재키는 랄프 로렌,톰 포드 등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준 패션 아이콘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 버락 오바마가 그의 아내 미셸의 패션과 헤어스타일,주얼리 등으로 인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재키와 닮은 꼴이라는 것이 그 이유.약간 긴 단발에 웨이브를 살짝 주어 볼륨을 강조한 미셸의 머리 모양과 재키의 상징인 진주 목걸이가 대표적이다.

'에비타'로 유명한 에바 패론 역시 클래식한 의상과 모자,주얼리 등 화려한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으로 주목받았다.

악녀와 천사 사이를 오가며 대중들에게 사랑받았던 그녀의 스타일은 영화 '에비타'에서 에바 역을 맡은 마돈나의 패션으로 매력적으로 부활했다.

◆퍼스트레이디의 모범답안,브루니

재키 케네디 이래 영국인을 열광시킨 최초의 퍼스트레이디로 꼽히는 브루니.짧은 시간에 '요부'에서 '우아한 퍼스트레이디'로 변신이 가능했던 것은 장소와 상황에 맞는 심플하고 세련된 옷차림 때문.

100만파운드(약 20억원)의 광고효과를 냈다는 크리스찬디올의 회색 코트와 팬츠,우아한 퍼플 드레스는 퍼스트레이디로서 베스트 초이스였다.

옷의 라인이 심플한 대신 고급스러운 소재와 한가지 컬러로 포인트를 주어 날씬함을 강조했다.

액세서리는 최소화하고 베레와 토트백,플랫 슈즈로 정갈한 디테일을 표현한 것도 특징.드레스를 입을 땐 화려한 다이아몬드 목걸이 하나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나치게 화려하지도,보수적이지도 않은 유연한 옷차림과 사랑스러운 미소,우아한 자태와 세련된 매너가 그를 최고의 퍼스트레이디로 만든 요인.브루니의 평소 옷차림 역시 '무조건 튀는 패셔니스타 스타일'을 벗어난다.

블랙 티셔츠에 청바지,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과 맨 얼굴에 가까운 화장이 그렇다.

영부인에서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역시 눈에 띄는 패션과 메이크업으로 유명하다.

아르헨티나에서 '다시 태어난 에비타'라고 부를 정도.그만큼 탁월한 카리스마와 화려한 패션 스타일이 에바 페론에 견줄 만하기 때문이다.

◆보수파 vs 진보파,개성 넘치는 매력 대결

에바 페론,브루니,페르난데스가 진보적 패션을 선보인 데 비해 '정치인은 정치인답게 옷을 입어야 한다'는 보수적인 퍼스트레이디도 많다.

대표 주자가 힐러리 클린턴.한 벌 수트로 맞춰입기 좋아하는 힐러리는 베이지,브라운,블랙 등을 선호하고 화려한 액세서리는 피하는 편.최근엔 나이를 감안해서인지 화사해 보이는 원색 계열 수트를 자주 착용한다.

로라 부시 역시 프린트 없는 단색 컬러 정장에 스카프나 깔끔한 주얼리만 매치한다.

스커트보단 활동적인 팬츠를 입고 짧은 커트를 즐겨하는 편이다.

한국의 퍼스트레이디들은 대부분 보수적인 스타일을 고수한다.

명품을 치장한 퍼스트레이디는 사치스럽고,패셔너블한 퍼스트레이디는 품격이 떨어진다고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국 퍼스트레이디들은 스타일 선택이 좀처럼 쉽지 않다.

물론 국민 정서상 한국의 퍼스트레이디가 브루니처럼 화려한 드레스나 보석,명품으로 도배된 옷을 입긴 어렵다.

하지만 가격이나 스타일에 대해 보수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퍼스트레이디다운 자태와 그에 맞는 개성 있는 옷차림에 더 점수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퍼스트레이디 스타일은 단순히 패션을 넘어 대내외적으로 국가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재클린 덕분에 패션에서 유럽에 밀리던 미국이 패션 부흥기를 맞았던 것처럼.

피현정 브레인파이 대표·스타일 컬럼니스트 www.cyworld.com/venus0616

'유권자 눈을 감동시켜라' 패션 장외전쟁



미국대선 후보자들 '표심 잡기'… 특화된 스타일로 메시지 전달

국내외를 막론하고 요즘 선거는 이미지전쟁을 방불케 한다. 내가 찍을 후보가 어떤 이미지를 가졌느냐에 따라 후보의 자질을 판단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오죽하면 선거판에 뛰어드는 정치인 치고, 내노라 하는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해 이미지전략을 세우지 않는 이가 없을 정도일까.

미국 대선전에서도 이미지전쟁이 치열하다. 더구나 이번 대선에는 민주당 여성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까지 포함돼 있어 주자들의 옷차림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다는 분석이다. 유권자들은 옷색깔이나 넥타이 매는 법까지, 주자의 스타일 하나하나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후보들은 패션이 표심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패션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이다.

영국 가디언 지는 최근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의 스타일 비평 기사를 통해 선거 미국 선거판의 이미지전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리고 그들이 입는 옷과 표정, 제스처 등 이미지로부터 정치적 성향은 물론 후보자의 총체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고까지 강조했다.

미 대선 주자들의 패션에는 어떤 전략이 담겨 있을까.

여성 정치인의 스타일에 과도한 관심을 기울이는 국내 정치계와 크게 다르지 않게 해외언론도 여성후보자인 힐러리에게 먼저 비판의 잣대를 들이댔다.

가디언은 ‘힐러리는 왜 그렇게 옷을 못 입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선 캠페인에서 힐러리의 스타일 정책을 비난했다.

최초의 미국 여성 대통령을 노리는 힐러리 클린턴은 여성적으로 보이기를 꺼려하기 때문에 일부러 중성적이고, 볼품없는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 가디언의 지적이다.

클린턴은 유세전에서 재킷이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바지정장을 주로 입고 있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여성스럽고 세련된 스타일을 과시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지난해 미국 패션잡지 ‘보그’의 표지 모델로 나가기로 했다가 막판에 마음을 돌렸다. 패션지 모델로 나서면 지나치게 여성적으로 보여 선거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측근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자 이 잡지의 편집장이며, 세계 패션계를 좌지우지하는 ‘패션계의 대통령’(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하다) 안나 윈투어로부터 “남성적인 정장을 입어야 힘이 있어 보이던 것은 20년 전 얘기”라며 통렬한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리고 이 같은 여성스러움과 미적 감각을 일부러 감춘 클린턴의 이미지전략은 오히려 그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민심은 멋진 스타일의 대통령을 원하기 때문이다.

한편, 가디언 지는 힐러리에 이어 오바마와 맥케인의 스타일을 비교한 기사도 내보냈다.

줄무늬 양복을 즐겨 입는 오바마 패션은 전체적으로 젊고, 현대적인 스타일을 가진 정치인으로 평가 받는다.

반면, 맥케인은 공화당 후보치고는 자유분방한 패션을 추구하는 편이지만 오바마에 비하면 보수적이라는 평이다. 예순 넘은 그의 나이도 이 같은 스타일에 한몫을 한다. 네모난 감색 정장에 폭이 넓은 넥타이를 즐겨 입는 맥케인은 형식과 권위를 중시하는 기성세대의 면모를 그대로 드러낸다.

또, 오바마가 남성적인 이미지에 집착하는 대신 부드럽고 편안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반면, 맥케인은 활력 넘치고 남성적인 이미지를 풍긴다는 평가도 있다.

오바마는 친근하고 감성적인 접근을 시도할 때 요즘 남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슬림라인(slimline)’ 양복을 입고 멋진 스타일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자연스럽게 재킷을 벗어 버리는 그의 모습에서 친근감이 더해진다.

클린턴이 '보그' 지 표지모델 제안을 거절했을 때 오바마는 부드럽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맨스 보그 잡지 표지모델로 등장해 좋은 반응을 얻어내기도 했다.

맥케인 후보의 남성적이고, 귀족적이며, 기성세대적인 이미지는 아무래도 친근감 면에서 오바마에 뒤쳐진다는고 가디언 지는 논평했다.

가디언은 세 후보 가운데 오바마의 스타일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맵시 있는 그의 패션과 격식 없이 친근한 이미지가 대중들의 호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옷잘입는 오바마를 두고 알맹이 보다 껍데기가 좋은 것 아니냐는 비난 섞인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패션의 정치가 선거에 얼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후보들의 패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표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유권자들은 젊고 현대적이며 친근한 스타일의 후보자에게 보다 높은 점수를 매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 미 대선후보 패션전략에 대한 평가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전체적으로 이번 대선에서 보여준 그의 패션은 혹평의 대상이 되고 있다. 클린턴은 여성적인 옷차림 대신 재킷의 길이가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바지정장에 노란색 등 지나치게 화려한 색상의 재킷과 액세서리로 밝고 프로페셔널한 인상을 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노란색 정장을 자주 입고 나오는 그에게 "노란색 옷은 힐러리에게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일부러 여성적인 옷차림을 거부하는 듯한 인상을 줌으로써 "힐러리가 남자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 같다"는 빈축을 사기도 한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옷을 잘 입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바마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젊고 친근하면서도 맵시나게 입는다. 남자다움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딱 붙는 줄무늬 양복은 트렌디하다.

하지만 AP통신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오바마의 패션은 훌륭하지만 대선 후보가 콘텐츠보다 멋내는 데만 신경쓴다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존 맥케인(John McCain)

스웨터 등의 편안한 옷차림도 즐기지만, 유세장에서는 역시 공화당 후보답게 격식있는 정장을 입어 친근감이 덜하다.

패션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패티 파오는 "매케인은 경선 득표율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대통령다운' 옷차림을 선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70이 넘는 나이에도 건장하고 남성스러운 이미지를 과시한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

페일린의 패션이 촌스럽다고? “세심하게 계산된 연출”



[동아일보]

'페일린은 촌스러운 게 아니라 프로 수준의 이미지 연출가'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돌풍을 몰고 온 세라 페일린의 이미지가 '촌스럽고 평범한 엄마들을 대변한다'고들 하지만, 패션 전문가의 눈엔 세심하게 계산된 전략의 결과로 보이는 모양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패션 평론가 부스 무어는 최근 페일린의 패션을 분석하면서 그가 프로 수준의 이미지 게임 연출가라고 주장했다.

미인대회 출신인 페일린은 부통령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기 시작할 즈음인 2월 패션잡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머리를 틀어 올리고 학부형 안경을 써 촌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한다"고 말하면서 생활밀착형 주지사의 이미지를 강조한 적이 있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 후보 지명 경쟁에 나섰을 때 패션잡지 보그와의 인터뷰를 거절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페일린은 부통령 후보에 지명된 후에는 촌스러운 이미지 대신 섹슈얼리티를 드러내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5일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하던 날, 페일린은 가슴 굴곡이 드러나 보일만큼 앞이 깊이 파인 검은 새틴 재킷을 입고 나타났다.

이를 두고 무어 씨는 "이 '정치적 결혼'에서 페일린은 자신이 트로피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공한 중장년 남성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지칭하는 '트로피 와이프'에 빗대 페일린이 장식품 같은 자신의 위치를 되레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는 뜻이다.

또한 페일린의 헤어스타일은 아무렇게나 내버려 둔 듯한 효과와 꼼꼼하게 매만진 듯한 효과를 동시에 빚어낸다.

틀어 올린 뒷머리는 '내겐 머리 모양새를 걱정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말하는 듯 하다. 머리를 대충 틀어 올리고 주지사, 순록 사냥꾼, 아이들을 돌보고 하키 연습에 데려가는 엄마 등의 역할에 더 열중하는 이미지를 전해준다.

그러면서도 머리 앞쪽은 뿌리부터 공들여 손질한 듯 둥그렇게 부푼 스타일을 고수한다. 공화당 지지층과 텍사스의 거액 후원자들이 좋아하는 전통적 스타일이다.

게다가 페일린의 머리는 미국 정치무대에서 주목받은 역대 어느 여성 정치인보다 길다. 무어 씨는 "페일린이 그 윤기 나는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그녀의 남자 곁에 머물 것같은 분위기"를 연출해낸다고 촌평했다.

이밖에 늘 딱 붙는 타이트스커트를 입고 맨 다리로 앞이 트인 구두를 신는 것도 "그녀의 몸에서 가장 볼만한 각선미의 매력을 과시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됐다.

무어 씨는 "그간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기 때문에 페일린의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지만 조만간 현안에 대한 그녀의 입장이 그녀가 낀 안경테에 대한 관심을 상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횡설수설/정성희]빨간색의 정치심리학

[동아일보]

빨강은 강렬하다. 사람들은 빨간색을 보면 흥분하고 맥박이 빨라진다. 한 연구진이 7세 아이들을 빨간색으로 칠한 방과 파란색 방에 각각 들여보내 맥박을 쟀더니 빨간색 방에 있었던 아이들의 맥박 수가 분당 20회가량 많았다. 스페인 투우사가 빨간 망토를 흔드는 것은 소가 아니라 관중을 흥분시키기 위한 행동이다. 으뜸과 신성함, 애국심을 상징하는 빨간색은 세계 각국의 국기에서 선호되는 색이다.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대제는 자신의 궁전과 왕좌가 마련된 성당을 빨간색으로 칠했다. 황제의 권력이 교황보다 높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빨간색은 어떤 색깔보다도 두드러져 보인다. 조선시대 임금들이 입는 곤룡포(袞龍袍)와 익선관(翼善冠)도 빨간색이었다. 빨간색은 권력과 힘을 의미한다. 동양권에서는 빨간색을 부귀(富貴)를 불러오는 색깔로 믿는 경향이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즐겨 매는 빨간색 넥타이에도 이런 믿음이 담겨 있을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28일 약속이나 한 듯 검은색 바지에 빨간색 재킷을 입은 모습으로 등장했다. 나 후보는 지금까지 한나라당 상징색인 파란색을 즐겨 입었다. 서울시장 출마와 함께 스타일을 바꾼 듯하다. 워싱턴포스트에서 패션 에디터를 맡았던 로빈 기브핸은 “여성 정치인의 옷차림은 정치적 성명 발표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두 후보의 빨간색 재킷은 권력 의지와 함께 “열심히 뛰겠다”는 다짐과 열망을 표현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패션 전문가들은 다소 딱딱한 나 후보의 재킷보다는 당당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의 박 후보의 재킷에 더 높은 점수를 매겼다.

▷빨간색에 긍정적 이미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피가 빨갛기 때문에 빨간색은 죽음과 불안, 금기를 연상시킨다. 이념적으로는 공산주의를 상징해 ‘빨갱이’는 타도의 대상이었다. 빨간색 의상은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 TV 여성 앵커들은 국경일이나 스포츠 이벤트에서의 우승 등 특별히 축하할 날이 아니면 빨간색 재킷을 입지 않는다. 빨간색이 시청자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두 후보는 패션과 이미지 경쟁도 좋지만 정책과 콘텐츠로 승부해야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FASHION] 퍼스트레이디 패션은 메시지다

[주간동아]

최근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와 프랑스의 카를라 브루니가 미국의 유명 연예잡지 ‘배니티 페어’가 선정한 ‘옷 잘 입는 남녀 리스트’에 나란히 올라 화제가 됐다. 모델도 연예인도 아니면서 매일같이 신문과 잡지에 오르내리는 여성들. 퍼스트레이디의 패션은 사회, 정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대통령 선거전에서 후보자 아내의 역할은 러닝메이트와 같다. 따라서 퍼스트레이디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무개의 부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민의 존경과 지지를 받는 데서 그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는 점에서, 또 여론과 국가 정책의 방향을 대통령과는 또 다른 관점에서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퍼스트레이디의 역할과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미셸 패션은 진보주의의 또 다른 발현

미셸 오바마는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남편 버락 오바마 후보를 당선시킨 일등공신이다. 그의 행보와 매무새, 발언 하나하나는 유권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샀다. 또 하루가 멀다 하고 세간의 화제로 오르내린 미셸의 패션 스타일은 미국 역사상, 아니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퍼스트레이디의 입지를 격상시켰다. 이미 그는 세계 어느 모델보다 주목받는 패션계의 ‘핫피플’이 됐다.

미셸의 패션 스타일은 역대 퍼스트레이디 중 가장 패셔너블한 인물로 꼽히는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와 비교된다. 그러나 미셸의 스타일에는 재클린의 패션보다 큰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다. 보수로 규정되는 부시 정권과 차별화한 오바마 정권의 진보적 성향을 패션을 통해서도 보여줘야 했던 것이다. 서민 정치를 내세우는 만큼 보수적인 고급스러움, 단정함으로 상징되는 기존 퍼스트레이디들의 스타일을 뛰어넘어야 했다.

대통령 취임식 때 과거 어느 퍼스트레이디도 입은 적이 없는,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 차림을 해 입방아에 올랐던 미셸은 품위가 떨어진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는 그 후에도 7부바지에 아가일 체크 패턴의 카디건을 입고 때 묻은 운동화 차림으로 자선행사에 참석하는가 하면 아예 한쪽 어깨를 훤히 드러낸 티셔츠를 입고 대중 앞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공식 석상이나 성조기 앞에서는 역대 어느 퍼스트레이디보다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예의를 지켰다. 미셸의 패션 스타일링은 철저히 ‘계산된 파격’인 셈이다.

브랜드나 디자인의 성격에서도 이러한 정치적 고려가 드러난다. 대통령 취임식 무도회 드레스는 대만 출신의 26세 신예 디자이너 제이슨 우의 작품이며, 취임식장에서 입은 연두색 계열의 노란색 투피스와 코트는 쿠바계 디자이너 이사벨 톨레도의 야심작이다. 인종차별의 벽을 뛰어넘고자 하는 오바마 정부의 의지를 반영, 젊고 감각적인 유색 인종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시도한 것이다.

미셸이 당대의 패션 아이콘으로 떠오르면서 그가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마리아 핀토, 타쿤, 지미추, 마이클 코어스 등의 브랜드 아이템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여성들로부터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았다. 디자이너 엘리 타하리는 미셸의 이름을 붙인 기성복 드레스를 선보였고 탈보츠, 엘렌 트레이시, 리즈 클레어본 등도 미셸을 ‘핀업걸’로 삼고 그의 이름을 내건 컬렉션을 진행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셸이 평소 즐겨 입는 J.크루, 화이트하우스 등의 중저가 의류 브랜드들까지 그를 모티프로 한 의류를 선보이자 퍼스트레이디 패션은 중년 여성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셸이 ‘보그’ ‘모아’ 같은 잡지의 표지모델로 발탁된 것도 이러한 대중의 반향을 감안한 결과다. 미셸 오바마와는 다른 의미에서,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 카를라 브루니도 세계적인 스타일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16일 백악관에서 만난 김윤옥 여사(오른쪽)와 미셸 오바마. 한국의 퍼스트레이디가 의상을 고를 때는 ‘국민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결혼 전부터 유명 패션모델로 활약하며 각종 패션지의 화보를 장식한 그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여성스럽고 세련된 스타일을 과시한다. 그의 스타일 역시 다른 퍼스트레이디들과는 뚜렷하게 차별화된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브루니를 ‘간택’한 배경에도 정치적 고려가 있지 않았을까.

평소 여론의 반응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대처해온 노련한 정치인이, 혜성처럼 등장한 모델 겸 가수로서 공공연히 좌파 지지자임을 드러내온 브루니를 퍼스트레이디로 맞은 것은 일부 국민의 반대에 부딪힐지라도,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플러스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귀족 가문 출신으로 사교계의 중심 인물이기도 한 브루니의 배경과 뛰어난 외모가 빚어내는 국제적 ‘주목성’은 현 정권의 인기몰이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브루니는 해외 순방길에 유명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의 최신 의상을 선보이면서 웬만한 스타 마케팅을 능가하는 광고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것이 국가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미치는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브루니 스타일, 국가 브랜드 이미지 Up!

한국에서도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는 것 같다. 김윤옥 여사는 해외 방문길에 다양한 디자인의 한복을 챙겨갈 만큼 한복 마니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즐겨 입는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씨의 의상은 세계 어느 나라의 전통의상이나 드레스와 견줘도 돋보일 만큼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덕분에 한국의 이미지가 한층 격상됐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굳이 한복이 아니더라도 김 여사의 남다른 패션 감각은 선거운동 때부터 화제가 됐다. 단정하면서도 품위 있는 스타일을 고수한 만큼 그의 패션 스타일도 고루함에서 벗어난 고급스러움으로 얘깃거리가 되곤 한다. 하지만 우리의 국민정서를 생각할 때 퍼스트레이디의 의상이 지나치게 고급스러운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 일색인 브루니에 비하면 김 여사의 의상은 소박하다 싶을 정도지만, ‘영부인’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정서가 다른 만큼 그의 스타일은 때때로 공격의 대상이 된다.

퍼스트레이디의 스타일에는 자신의 개성과 남편의 정치 성향이 모두 반영되는 만큼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인 데다 책임까지 뒤따른다. 미셸 오바마와 카를라 브루니가 세계에서 가장 옷 잘 입는 여성으로 꼽힌 반면 청렴의 상징으로 통하는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의 부인 저우메이칭(周美靑)은 남편의 총통 당선일 아침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청재킷에 청바지 차림으로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이처럼 퍼스트레이디의 패션에는 그 나라가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 상징성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들의 패션은 이제 세계 여성들을 움직이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지은 패션·뷰티 칼럼니스트 likepoolggot@empal.com

 

 

심고 새기고 빼고…여의도는 '얼굴 공사 중'

인사이드 Story - '눈썹 대표' 홍준표로 본 정치인 성형

피부관리는 필수…눈썹·보톡스 시술은 애교

삭발 투쟁 결의에 "이게 얼마짜린데" 거부도


최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눈썹이 갑자기 진해지면서 국회의원들의 외모 관리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의도 정계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성형수술,모발이식,치아교정 등 '공사'가 한창이다. 표심을 잡기 위한 노력은 각양각색이며 때론 신체적 아픔까지 불사하기도 한다. 정치인에게도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다.

홍 대표는 평소 친분이 있던 의사를 직접 집으로 불러 눈썹 '문신' 시술을 받았다. 평소 눈썹 숱이 부족해 약해 보인다는 지적을 종종 받았던 홍 대표는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 시술을 강행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당 대표 취임 이후 언론 노출이 잦아지면서 본인이 강한 인상을 주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한 미용 전문가는 "미세한 색소를 눈썹이나 입술 등의 가장 바깥층에 주입해 반영구적 화장효과를 내는 시술로 홍 대표의 상태로 볼 때 짙은 눈썹은 최대 2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영구 문신 시술은 주로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최근엔 신뢰감을 주는 인상을 만들기 위해 이 시술을 받는 중년 남성 의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눈썹만큼 신경쓰이는 것은 휑한 머리숱이다. 탈모가 많이 진행된 정치인들에겐 모발이식이 인기다. 이 분야의 '명의'로 꼽히는 모 대학병원 교수에게 모발이식 수술을 받은 남성 정치인들이 줄잡아 10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발이식을 택한 한 의원은 "가격이 수천만원을 호가하고 수술 이후 며칠간 누워서 자지 못할 만큼 아픔이 따르지만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2009년 민주당이 '행정도시 원안추구'를 주장하며 집단투쟁할 당시 "삭발하자"는 당내 여론에 대해 일부 의원들은 "이게 얼마짜리 머리카락인데 빡빡 미냐"며 거세게 항의했다는 후문이다.

이러다 보니 보톡스와 필러 등의 시술은 '애교'로 통한다. '화면발'을 위한 성형수술도 종종 단행한다. 주기적인 피부관리는 의원들의 기본 일정이 됐다.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은 틀어지는 치아를 바로잡기 위해 교정하고 있다. 구상찬,서상기 한나라당 의원 등은 얼마 전부터 튀어나온 배를 줄이기 위해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특유의 패션으로 개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두아 한나라당 원내대변인은 꽃분홍색 상의,노란색 핸드백 등 강렬한 '원색' 패션을 즐긴다.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과 정영희,김정 미래희망연대 의원 등은 스카프족(族)이다. 이들은 "말을 많이 하면 목이 자주 붓는데 스카프를 두르면 보온효과가 있어 유용하다"고 입을 모았다.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23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장에 다소 밋밋한 검정색 정장을 입고 나타났으나 재킷 위에 스와로브스키 브랜드의 브로치를 달아 포인트를 줬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철의 여인’ 메릴 스트립은 ‘블루카펫’ 서울시장후보 황정민도 ‘파란색’…왜?

지난 4일 영국의 국립극장격인 런던의 BFI(영국영화협회) 사우스뱅크에선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일생을 그린 전기영화 ‘철의 여인’의 유럽 첫 시사회가 열렸다. 이 때 주연배우인 메릴 스트립을 맞은 것은 극장 앞에 길게 깔린 ‘블루 카펫’이었다. 메릴 스트립 역시 푸른색 드레스를 맞춰입고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왜 레드 카펫이 아니라 파란색이었을까?

오는 19일 개봉하는 한국영화 ‘댄싱퀸’은 일약 전국민적인 스타로 떠올라 생전 처음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으며 서울시장 후보가 된 남자와, 신분을 숨기고 댄싱 가수에 도전한 그의 아내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영화다. 황정민과 엄정화가 영화 속에서도 자신들의 이름 그대로 달고 나와 이 특별한 사연의 부부를 연기했다. 그런데 극중 황정민을 영입해 경선 후보로 내세우는 정당의 상징색이 온통 파랑이다. 왜일까?

파랑은 영국 보수당의 전통적인 상징색이었으며 블루 드레스는 마거릿 대처 총리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재임 시절은 물론이고 지난해 10월 86세 생일 때 아들 부부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모습이 언론의 카메라에 잡혔을 때도 역시 파란색 정장 차림이었고 2008년 7월 유명 패션잡지 보그의 표지모델로 나섰을 때도 마거릿 대처의 드레스는 진한 푸른색이었다. 역시 파랑이 상징색인 미국 민주당 지지자 메릴 스트립이 영화를 위해 영국 보수당의 파란 옷으로 갈아입은 것이다. 


‘댄싱 퀸’에서 황정민이 소속된 정당은 색깔만 보면 한나라당같지만 이름은 ‘민진당’이고 기호는 2번이다. 당명과 기호는 민주당(민주통합당)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여ㆍ야 기존 정당의 절묘한 ‘합성’인 셈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이석훈 감독은 “특정 정당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고 기성 정치권의 다양한 상징들을 섞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기성 정치권과는 전혀 상관없는 새로운 색깔이나 당명을 찾기는 어려웠다”며 “비주얼 감독과 논의해 신뢰감을 줄 수 있는 파란색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이미 촬영완료했다. 하지만 ‘파란색 정당’의 젊고 잘생긴 변호사 출신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는 점에선 오세훈 전 시장의 첫 출마 당시를 떠올리게 하고, 정치권 외부에서 영입한 인권운동가 출신의 후보로 상대 진영과의 절대적인 열세를 만회하고 선거 구도에 파란을 일으킨다는 설정에선 박원순 현 시장을 연상케한다. 이석훈 감독은 “다른 정치인을 염두에 두진 않았고 다만 선거운동기간 부인 때문에 비난을 당하고 위기를 맞는다는 설정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

 

박근혜의 웃음과 옷차림에 빠지셨나요?

[오마이뉴스 김갑수 기자]
청와대 시절 박정희-육영수 부부와 자녀들

청와대 경호실 작전차장보를 하던 1978년 박 전 대통령의 신년 가족 식사 자리에 함께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날밤 1개를 집어, "이것 참 맛있겠구나."라며 큰 영애(근혜)에게 주었다. 그런데 근혜 양이 받지 않았다. 순간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자 옆에 앉았던 근영 양이, "아버지 저 주세요." 하고 받아서는 입에 넣어 깨물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박 대통령이 참으로 외롭겠다는 생각을 했다.(<노태우 회고록> 중에서)

회고록을 쓴 노태우는 박정희 대통령이 만년에 외로웠다는 말을 하고자 이 일화를 소개한 것 같다. 하지만 33년 전에 있었던 이 일화는 오늘의 현실과 연결해 볼 때 참으로 미묘한 상념들을 불러일으킨다.

먼저 식탁의 주인 박정희는 이 식사가 있은 후로 정확히 1년 10개월 26일 후에 생을 마감한다. 또한 이 식사 장면을 지켜본 노태우는 10여년 후 청와대 식탁의 주인 자리에 앉는다. 여기에서 가장 착해 보이는 인물은 작은딸 '근영 양'이다. 그런데 그의 남편(신동욱)은 처형(박근혜)을 무고했다가 구속 위기에 처했고, 다시 처남(박지만)을 무고했다는 혐의로 지금 구속된 상태로 있다.   

어찌 보면 이 일화는 가정에서 흔히 벌어지는 아버지와 딸 사이의 갈등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런데 1978년이면 '근혜 양'의 나이 26세, 더구나 손님도 동석한 신년 식탁이었다. 우리로서는 그 날  '근혜 양'이 왜 아버지가 주는 날밤을 거부했는지 알 도리가 없다. 다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회고하는 많은 글들은, 그가 말년에 '큰 영애와 최태민 목사 건' 으로 고뇌가 많았다는 점을 이구동성으로 전하고 있다. 심지어는 이것 때문에 차지철과 김재규의 갈등이 비등하여 10·26 참사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말하는 회고도 있다.

두 딸과 어깨동무를 한 박정희. 왼쪽은 박근혜, 오른쪽은 박근영

오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33년 전 이 식탁의 인물 '근혜 양'이 지금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위치에 올라서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민은 그가 어떤 인물인지를 정확히 알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과 정치평론가들이 제몫을 다해야 한다, 그들이 '전문가'라면 대중이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을 먼저 투시하는 안목과 대중이 아직 말하지 못하는 것을 앞서 피력할 수 있는 식견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언론들은 이런 책무를 기피한 지 오래 되었다. 이에 따라 진보언론의 책임이 한층 무거워졌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일부 진보언론이 보여주는 안목과 식견은 다소 피상적이거나 근시안적이다.

정치평론에 '성적(性的)담론'을 가미하는 성한용 선임기자

먼저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성한용의 칼럼을 발췌해 본다.

"한나라당의 경선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는 귀티가 난다. 화사한 웃음 뒤에 슬픔이 엿보인다. 언제나 차분함을 잃지 않는다."(2007년 7월 24일 칼럼)

"(그는) 미모의 중년 여성이다. 그는 악수를 할 때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웃음을 짓는다.… 흰옷을 입은 박근혜 의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추모객 1천여 명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그의 미소는 눈부실 정도로 화사했다. '밝은 현재'와 '어두운 과거'가 극적인 대비를 이루었다."(2006년 8월 18일 칼럼)

물론 위에 인용된 대목은 필자의 주장을 펴는 데 유리한 부분만을 발취했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성한용은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견해를 한 번도 드러낸 적이 없다. 하지만 정치인을 언급하면서 '귀티가 난다'느니, '미모의 중년 여성'이라느니, '미소가 눈부실 정도로 화사하다' 등의 표현을 구사한다면, 이것은 지나치게 개인적인 인상을 말한 것일 뿐이며, 정치평론에 무용한 성적(性的) 담론을 곁들였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성한용이 최근에 쓴 칼럼을 하나 더 읽어보기로 한다.

"박근혜 전 대표는 매력적인 정치인이다. 유럽 순방에서 그가 선보인 의상들은 패션쇼 출품작을 방불케 했다. 이미지 정치라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그저 그런 검은 양복에 넥타이 하나로 겨우 멋을 내는 기존 정치인들보다 훨씬 낫다. 게다가 '신뢰' '원칙' '애국심'이라는 세 개의 기둥이 그를 받치고 있다. 그의 지지율이 30%대, 1위에서 무너지지 않는 것은 이런 매력 덕분일 것이다."(2011년 5월 16일 칼럼)

성한용은 박근혜 의원이 매력적인 정치인이라는 점을 말하기 위해 유럽 순방에서 보인 '패션쇼 출품작 같은 의상'을 언급했다. 우선 패션과 의상 같은 것을 정치인의 자질과 직결시킬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그리고 외모나 패션미에 대한 판단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가치판단이다. 또한 여기에 왜  '신뢰' '원칙' '애국심' 등의 개념이 동렬로 나열되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혹시 그는 '정치인 박근혜'에 앞서 '여자 박근혜'를 먼저 보는 것은 아닌지. 이와 유사한 예로 '정치가 오세훈'을 판단할 때 먼저 '남자'를 의식하는 여성들이 있다. 만약 정치 기자가 이런 성향을 지녔다면 한시 바삐 교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욱 첨예한 감성 평론가들, 고성국과 김어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 남소연

<프레시안>의 기획위원이자 저명한 정치평론가인 고성국의 비평에도 성한용의 것과 유사한 점이 있다. 

"대중이 박근혜에게 느끼는 매력은 1차적으로 그의 외모와 행동거지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5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박근혜는 단아하고 맵시 있다. 서글서글한 미소와 품위 있으면서도 겸손한 태도는 대중에게 사랑받는 스타의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그는 스타킹이 '빵꾸나서' 창피했던 경험 같은 에피소드를 약간의 여성적 수줍음에 얹어 얘기하곤 하는데, 이런 '소탈한' 화법은 적대적 감정을 갖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녹여버릴 만큼 호소력이 강하다."(2010년 10월 28일 <프레시안> '박근혜론')

고성국은 '박근혜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확률은 90% 이상'이라는 신념을 스스럼없이 피력하는 정치평론가이다. 그처럼 박근혜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정치평론가는 보수, 진보를 통틀어 찾아보기가 어렵다.  

"박근혜의 일기를 보면 이런 게 나와요. 1961년 5월 16일 새벽, 우리 역사에 어둠이 닥친 날이죠. 그런데 박근혜 입장에서 그날은 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나라를 구하러 간 날입니다. 감성 자체가 그렇게 만들어진 거죠. 박근혜의 '판문점 발언' 같은 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건 그런 멘털리티의 반영인 거죠. 그런데 이런 모습이, 우리나라의 정치풍토에선 강점으로 작용합니다. 이명박 이하 사사롭게 정치한 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런 그들과 그렇지 않은 박근혜를 구별할 수 있는 거죠. 박근혜 지지를 사람들이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근거가 여기에 있어요."(2011년 7월 24일 <프레시안> 정치대담 중에서)

정치인을 평가하는 것은 정치평론가들의 재량에 속한다. 그러나 교묘히 5·16 쿠데타까지 재료로 삼으면서 박근혜를 긍정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과연 역량 있는 정치평론가의 몫인지는 재고해 보아야 한다.

또한 고성국은 박근혜의 '판문점 발언'(박근혜가 아버지의 죽음 소식을 접하고 했다는 말 '휴전선은 괜찮은가요?')을 근거로 그의 애국심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발언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고성국 같은 전문가는 그것을 '애국심의 발로'로 해석하는지 몰라도 나처럼 범상한 시민기자의 눈으로는 전혀 달리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죽은 1979년 당시 박근혜 의원은 아무런 정치적 직함도 없었다.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것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확인하는 식의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외람된 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박근혜는 식탁에서 아버지가 주는 날밤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투정을 부리는 수준의 자식이었을 따름이다. 만약 그가 사려 깊은 자식이었다면 휴전선이 걱정되었을 때 확인해 볼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 터이다.

다음으로 고성국은 박근혜가 '퍼스트레이디'로서 정치수업을 한 것이 큰 강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박근혜는 엄밀히 말해서 '퍼스트레이디'가 아니라 급서한 어머니의 역할을 계승한 자식이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설령 박근혜가 '퍼스트레이디'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강점이 될 수는 없다고 보는 시각도 온존한다.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1974년 이후는 유신시대였다. 이 시대의 정치는 결코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유신통치는 민주주의의 천적인 '파쇼정치'였다. 이런 환경의 정치 체험을 일방적으로 '정치 수업'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성한용과 고성국 두 사람에다 추가하고 싶은 인물이 <딴지일보>의 김어준이다.

"박근혜한테는 묘한 미망인의 아우라가 있어요.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미망인 재클린의 아우라죠. … 그런데 적어도 공개적으론 미국 언론이 재클린에 대해 비난하지 않습니다. 굉장한 비련의 주인공이고, 그녀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는 거죠. 비극적 요소에다가 부와 명예를 가졌고, 여성에겐 로망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그녀를 욕하는 건 일종의 금기인거죠. … 박근혜도 양친 모두를 비명에 보낸 가련한 딸이죠."(<프레시안> 대담 중에서 김어준 발언)

일단 재클린은 케네디 대통령의 딸이 아닌 부인이었다. 김어준은 의도적으로 미망인과 딸을 구별하지 않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케네디의의 바람기는 천하가 다 아는 일이지만, 이에 맞서 영화배우, 자동차회사 사장 등과 맞바람을 피운 재클린도 만만치 않은 여자였다. 남편 사후에는 갑부만을 골라 전전한 미망인 재클린에 대하여 미국 내 건전한 여론층은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부정적이다.

그런데 김어준은 박근혜를 칭찬하면서 재클린을 '롤모델'처럼 제시했으니 이것은 희극적인 동시에 박근혜 의원한테조차 되레 모욕일 수도 있겠다. 사족 같지만 한 가지 더, 여기서 왜 '아우라'라는 국적 불명의 언어가 사용되어야 하는지도 잘 알 수가 없다.

"(박근혜는) 권력의 정점에 서 있고, 생활에 있어서도 자유롭습니다. 돈 벌 필요가 없잖아요? 생활을 아는 여성들의 로망이 될 법도 한 거죠. 이런 정서적 지지와 로망을 정책이나 윤리로 무너뜨릴 순 없을 거라고 봅니다."(위의 대담 중 김어준 발언 발췌)

김어준은 박근혜가 '권력의 정점에 서 있고 돈 벌 필요도 없다'는 점에서 '생활을 아는 한국 여성'의 '로망'이 될 법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한국 여성을 크게 오해하거나 비하하는 발언이다. 그는 무슨 근거로 '생활을 아는 한국 여성'이 이렇게 권력지향적이고 물질적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발언들은 개인의 왜곡된 가치관의 반영이자 당사자의 주변 체험 한계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정치평론가가 포기해서는 안 되는 미덕들

이처럼 박근혜 의원이 소싯적 아버지가 주는 날밤을 거부한 행동이나 아버지의 죽음 직후 휴전선에 예민한 관심을 표시한 발언을 한 행위 등에는 얼마든지 다른 관점이 있을 수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박근혜에게서 '귀티'를 본다거나, '재클린의 아우라'를 느낀다거나, '비범한 멘털리티'를 재단하는 것 등은 정상적인 국민이 아니라 성한용과 고성국과 김어준에 한한 일일 수도 있다.

물론 이 글에 언급된 세 전문가는 보수진영을 지지하는 인사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때로는 누구보다도 신랄하게 한나라당의 실책을 지적해 온 인사들이다. 평소 그들은 대체로  '건전한 진보'의 성향을 보여 왔다. 다만 보수언론의 정치평론은 진보·개혁 국민에게 별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진보 또는 진보연하는 인사들의 발언이 미치는 영향력은 의외로 크다는 점에 유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의 발언은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의원의 정체성을 왜곡해서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 세 분의 실명비판을 가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정치인을 평가할 때 외모나 이미지 따위를 감성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일단 그것은 정치평론의 본령이 아니다, 또한 정치인이 대중에게 드러내는 이미지란 허상인 수가 더 많다. 그렇기에,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정치인을 평가할 때에는 도덕성과 능력과 정책, 그리고 시대정신이나 역사의식 등을 마땅히 논의해야 한다. 

앞으로 서울시장 보선과 총선 그리고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의 계절이 다가온다. 이에 따라 통속적인 정치평론들이 난무할 것이다. 대중과의 소통을 중시한 나머지 정치평론의 요체를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정치평론가라면 모름지기 인간을 투시할 수 있어야 하고 역사를 관통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이를 정교하게 문체화하는 언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커버스토리]“튀는 옷은 곤란해요” 한국형 영부인 패션



[동아일보]

   대통령의 아내이자 대통령의 첫 번째 참모인 ‘영부인’은 참 아슬아슬한 자리다. 퍼스트레이디라는 무거운 이름과 개인적인 삶이 겹치는 이 자리는 이성적, 감성적으로도 지대한 힘과 의무를 갖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영부인의 ‘패션’도 자유로울 수 없다. 영부인의 패션은 자신의 개성뿐 아니라 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거울과 같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의 패션은 ‘정치적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한국의 영부인은 모두 10명이다. 이들의 스타일에서 어떤 사회적 메시지를 읽을 수 있을까. 마침 역대 영부인이 입던 의상이 ‘한국패션 100주년 특별전’(롯데백화점 에비뉴엘 9층 아트갤러리)에서 8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통적 내조 이미지만 강조…‘패션 소신’ 찾아보기 힘들어

신혜순 한국현대의상박물관 원장은 1999년부터 역대 영부인의 옷을 모으기 시작했다. 미국 유학 시절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역대 영부인 의상 전시를 보고 “한국에 돌아가면 같은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신 원장은 한국 디자이너 1세대인 최경자 씨의 딸이자 본인도 패션계에 몸담아 상류층 네트워크가 두꺼운 편이다. 하지만 영부인들의 옷을 기증받기란 쉽지 않다. 본인이나 가족에게 편지를 보내 취지를 설명하고, 답신을 받은 후 실제 옷을 기증받는 데는 1∼3년이 걸린다.

기억에 남는 영부인은 가장 빨리 옷을 보내 준 이희호 여사다. 편지를 보낸 지 일주일 만에 답신이 왔고, 한 달 후엔 고운 핑크색 한지함에 든 옷이 전달됐다. 신 원장은 “사회 활동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의상 수집의 취지를 누구보다 빨리 이해했다”며 “기증한 의상을 입은 사진까지 보낸 것을 보자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로부터는 “재임 기간이 끝나면 주겠다”는 답신을 받았다. 기증받은 옷은 모두 6벌이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역대 영부인의 의상은 단정한 스타일의 전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웬만하면 ‘입을 타지 말자’는 주의를 반영하는 것일까. 모 여성 국회의원이 디자이너에게 “최대한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는데 이 말이 영부인 스타일을 압축해 표현하는 듯하다. 패션을 사치, 로비, 구설수 등 부정적 이미지와 연결시키거나 전통적 내조형 여성의 이미지만 강조하는 것은 아닌지. 패션이 사치가 아닌 시대에 영부인이 패션을 통해 일정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정도의 소신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 전형적 ‘내조’ 스타일 김윤옥 여사

현직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62)는 전형적인 내조형으로 평가된다. 수수하고 보수적 색상, 단정한 디자인…. 김 여사의 스타일에 대해 패션 업계는 “너무 수수해서 특징이 안 보이는 점이 특징”이라고도 평가한다. 눈에 띄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 과감한 컬러, 권양숙 여사

노무현 대통령(2003∼2008년 재임) 부인 권양숙 여사(62)는 2007년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갈 때 입었던 의상을 기증했다. 짙은 진달래색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 옷은 디자이너 김정숙 씨가 만들었는데 ‘북한에서 입을 옷’이라는 주문을 받고 북한에 흐드러지게 피는 진달래꽃을 본떴다. 권 여사는 해외 방문 시 해당 국가의 색상을 연구해 의상에 반영했는데, 이 정장 역시 그러한 경향을 드러낸다.

권 여사는 역대 영부인 중 가장 과감한 컬러의 의상을 시도했다. 평소 소박한 스타일을 추구하지만 빨강, 보라, 핑크색 투피스 등 기존 영부인들이 입지 않았던 경쾌하고 대담한 색상을 소화해 냈다.


○이희호 여사의 밝은 파스텔톤 의상

김대중 대통령(1998∼2003년 재임) 부인 이희호 여사(87)는 하이네크의 클래식한 정장을 기증했다. 1998년 청와대 마당에서 열린 공식행사 때 입었던 옷이다. 기증된 옷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여사는 밝은 컬러를 좋아해 파스텔톤 의상을 주로 입었다. 머리 모양도 시대적인 유행을 반영한 밝은 갈색톤으로 정리했다. 고령이었던 점을 보완하기에 적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여사는 높은 학력에다 사회 활동도 활발해 다양한 공식행사에 참석할 일이 많아서 실용적인 스타일의 정장을 즐겨 착용했다.

이 정장의 또 다른 특징은 디자이너가 제작한 맞춤복이 아니라 기성복이라는 점이다. 김용희 한국현대의상박물관 실장은 “일반인들도 백화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기성복 제품이라는 점에서 이 여사의 소박함이 느껴진다”고 평했다.

○ ‘그림자형 내조’ 김옥숙, 손명순 여사

노태우 대통령(1988∼1993년 재임) 부인 김옥숙 여사와 김영삼 대통령(1993∼1998년 재임) 부인 손명순 여사는 대중적이지 않은 영부인들이다. 가급적이면 매스컴에 노출되지 않도록 ‘그림자형 내조’를 내세워 꼭 필요한 행사가 아니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여사는 ‘위대한 보통 사람의 시대’라는 슬로건 아래 권위주의 청산을 약속하며 출범한 정권 속에서 처신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손명순 여사 역시 전통적이면서 소극적 모습으로 대통령을 내조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아하고 세련된 양장을 즐겨 입었다. 손 여사의 경우 정장 재킷에 발목까지 오는 긴 플레어 스커트 스타일을 즐겼다. 박물관 측은 김 여사와 손 여사에게 의상을 요청했지만 아직 받지는 못했다.

○ 이순자 여사는 ‘화려함’

전두환 대통령(1980∼1988년 재임) 부인 이순자 여사(70)의 스타일은 1980년대 컬러TV 시대의 도래와 함께 화려하고 스타일리시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여사는 1986년 벨기에 농아학교 방문 시 입었던 정장을 기증했는데, 여기에는 당시 유행하던 체크무늬와 유니섹스룩(여성성과 남성성이 공존) 요소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남성복처럼 어깨를 강조한 유니섹스룩의 유행은 1987년 3월호 ‘월간 멋’ 겉표지에서도 볼 수 있다. 남성복 같은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중절모를 쓴 여성 모델이 등장한다.

이 여사는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으로, 패션에 관심이 많고 과감한 스타일도 시도했다. 패션업계는 이 여사를 “당시 유행 경향을 정확히 알고 이를 의상에 반영한 멋쟁이”라고 평가했다.

○ 잘 알려지지 않은 홍기 여사

최규하 대통령(1979∼1980년 재임)의 부인 홍기 여사(1916∼2004)는 역대 영부인 중 가장 짧은 남편의 재임기간에다 성격도 조용하고 스타일도 평범해 사람들의 기억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 평범한 외모, 단정하게 빗어 올린 머리, 수수한 디자인의 한복…. 프란체스카 여사, 공덕귀 여사와 더불어 서민적이고 평범한 이미지의 영부인으로 평가받는다. 박물관 역시 홍 여사의 기증복은 확보하지 못했다.

○ ‘우아함’의 전형, 육영수 여사

박정희 대통령(1963∼1979년 재임) 부인 육영수 여사(1925∼1974)로 부터 기증받은 물방울 무늬 플레어 스커트는 당시 육 여사의 젊은 나이(37)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상큼한 스타일이다. 허리를 잘록 묶고 치맛단을 넓게 펼친 플레어스커트는 1950, 60년대 크게 유행했다. 큼직한 물방울 무늬가 시원해 보인다.

육 여사는 대통령을 조용히 내조했던 프란체스카 여사나 공덕귀 여사와 달리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정치인 배우자상을 부각시켰다. 스타일에 있어서도 한복을 고수한 전 영부인들과 달리 단아한 스타일의 양장도 즐겨 입었다.

1960년대는 생활이 안정되면서 패션에 눈 뜨는 사람이 늘어나던 시기다. 소매 없는 ‘슬리브리스’ 드레스나 길이가 짧은 핫팬츠, 미니스커트도 등장했다. 이런 상황도 육 여사의 의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육 여사는 우아하고 차분한 몸가짐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데, 신혜순 원장도 그에 대한 기억이 있다. 신 원장이 어머니 최경자 씨와 함께 육 여사의 옷을 지으러 청와대에 갔을 때다. 신체 치수를 재는 동안 어린 지만 씨가 장난감을 가지고 발치에서 왔다 갔다 하자 육 여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가서 놀아라, 여기 손님들 와 계시잖아’라고 여러 번 타일렀다. 신 원장은 “어린아이가 말을 안 들어 웬만하면 짜증 낼 법도 한 상황이었는데 육 여사 목소리는 한 번도 커지지 않더라”고 회상했다.

○ 내조에 묻힌 ‘신여성’ 공덕귀 여사

윤보선 대통령(1960∼1962년 재임)의 부인 공덕귀 여사(1911∼1997)의 가족은 베이지색 바탕에 갈색 줄무늬가 있는 리넨 여름 정장을 기증했다. 리넨은 다루기 아주 까다로운 소재다. 구김이 잘 가기 때문이다. 리넨 정장에서 공 여사가 상당한 멋쟁이였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공 여사는 늘씬하고 깨끗한 인상이어서 양장이 잘 어울린 것으로 전해진다. 공 여사는 또 부산 일신여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신학을 공부한 신여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1년 7개월 청와대에서 지내는 동안 외부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옷도 소박한 한복을 주로 입고 머리 모양도 전형적인 낭자머리를 고수했다. 낭자머리는 가운데 가르마를 타고 뒤에 쪽을 찐, 전형적인 조선 여인네 머리다. 여성운동을 했고 기독교 여성지도자 역할을 할 정도로 활달했던 그가 영부인 시절만큼은 너무 조용하게 지낸 것이 아닌지.

○ 기운 옷 또 기워 입은 프란체스카 여사

이승만 대통령(1948∼1960년 재임)의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1900∼1992)의 며느리는 모직 회색 정장을 기증했다. 교복만큼이나 절제되고 단정한 스타일이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한복을 즐겨 입었지만, 양장도 자주 입었다.

옷을 유심히 살피다 보면 목덜미 부분에 여러 번 꿰맨 흔적이 있다. 쉽게 닳지 말라고 천을 몇 번 덧대 입은 것이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이 옷을 36년간 입었다. 며느리 조혜자 씨는 시어머니를 ‘근검절약이 몸에 밴 사람’으로 기억한다.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1950년대라도 권력 핵심층은 부족한 것 없이 지낼 수 있었겠지만 프란체스카 여사는 검소한 생활을 고집했다. 스타킹을 신다가 구멍이 나면 버리지 않고 뭉쳐 구두 속에 넣어놓았다. 구두 모양이 상하지 않도록 보관하기 위해서다.

옷 안감에 무궁화 무늬를 새겨 넣은 점도 특이하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옷 안감에 무궁화 무늬를 새겨 넣게 했다는데 이 옷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글=김현지 기자 nuk@donga.com
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

 

 

[천자 칼럼] 패션 정치

2008년 10월,대통령 선거를 10여일 앞두고 미국에선 공화당 사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가 한 달 새 의상과 머리 손질비로 15만달러(2억 원)를 썼다는 기사가 터졌다.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의 2주 봉급 2만2800달러(3200만원)는 매케인 캠프 스태프 급여 중 최고라고도 했다.

페일린 쪽에선 옷은 공화당에서 선거운동을 위해 구입한 무대나 조명과 같은 것이고,선거 후엔 자선단체에 기증할 거라고 항변했지만 네 아이를 둔 억척맞은 하키맘 이미지는 여지 없이 구겨졌다. '얼짱에 세련됐다'던 평은 하루아침에'사치스러운'으로 돌변했다.

외모가 뉴스,뉴스가 이미지를 결정하고,스타일이 권력을 움직인다는 시대다. 여성은 더하다. 남성도 그렇지만 여성 정치인의 경우 무슨 정책을 내놓고 무슨 말을 했나보다'어떻게 생겼다''뭘 입었다'가 먼저 입에 오르내린다. 힐러리 클린턴 역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블라우스 단추를 몇 개 풀었는지까지 보도됐다는 마당이다. 그러니 여성 정치인들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서울시장에 도전한 나경원 · 박영선 두 여성 후보가 28일 똑같이 붉은색 재킷에 검정색 이너웨어와 바지를 입고 등장한 것도 선거 캠프의 치밀한 계산 아래 이뤄졌을 게 틀림없다.

일하는 여성 사이에 빨간 재킷이 선호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고(故) 김자경 오페라단 단장(1917~1999)만 해도 일찍이 '빨간 옷의 성악가'로 유명했다.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보이는 데다 눈에 잘 띄어 존재감을 높이기 좋다는 이유였다.

두 여성 후보가 빨간 재킷을 고른 까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같은 빨간 재킷이라도 스타일이 달랐으니 어느 쪽이 원하는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다. 빨간 재킷 외에도 두 사람의 패션 경쟁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나 후보는 평소 고수하던 세련된 정장을 벗고 캐주얼한 차림으로 친근하고 서민적인 이미지,박 후보는 밝은색 셔츠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심으려 애쓴다.

대중과 언론은 늘 이중적이다. 말로는 정책 공약과 인간됨이 중요하다면서 실제론 외모와 분위기를 판단 기준으로 삼기 일쑤다. 하지만 이미지 중심의 투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 십상이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 너머 본심과 진짜 성향,능력을 따지는 자세와 혜안이 필요한 때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천자 칼럼] 여왕의 파란옷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1999년 4월19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한국을 찾았다. 여왕은 대통령과 만난 자리엔 하늘색 투피스 정장, 이틀 뒤 안동 하회마을엔 파란색 무늬 원피스와 흰 재킷, 파란 모자 차림으로 나타났다. 알고 보니 그때만 그런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여왕의 아이콘이 ‘파랑’이란 것이다. ‘보그’ 영국판이 여왕의 지난해 공식 의상을 분석했더니 파란색이 29%로 가장 많고 꽃무늬 13%, 녹색과 크림색이 각 11%, 베이지색 1% 순이었다는 것. 왕실의 관복색(파랑)을 패션코드로 지켜왔다는 얘기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도 정계 입문 뒤 줄곧 파란색 옷을 입었다. 1979년 보수당 당수로 총리공관에 들어설 때 복장인 청색 재킷과 주름치마는 ‘파워 슈트’의 대명사가 됐다. 대처의 파란색 사랑은 유별났다. 오죽하면 지난 1월 런던에서 열린 영화 ‘철의 여인’ 시사회장에 ‘블루 카펫’을 깔았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파랑은 보수당의 상징색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의상에도 파란색이 많다. 미국에선 청색이 민주당의 이념을 대변하는 까닭이다.

파란색의 역사는 길지 않다. 고대 그리스는 물론 10세기까지 유럽엔 청색이 없었다. 어둡고 불길하다고 여겨진 탓이다. 푸른색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12세기 들어 교회 스테인드글라스에 등장하면서부터. 이후 성모마리아의 옷 색상이 된 데 이어 13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국왕 의상에 쓰이면서 색다른 의미를 지니기 시작했다.

16~17세기엔 부(富)의 상징이 되고, 19세기 말 청기사파에 이르러선 순수함과 남성성·엄격함·지성의 표상이 됐다. 지금은 지구촌 사람 40%가 파란색을 가장 좋아한다는 마당이다. 꿈·명예·희망을 전달한다는 이유다.

괴테는 ‘색채론’에서 색이 생리적·물리적·화학적 특성 외에 감성과 도덕성·상징성을 지닌다고 주장, 인상주의와 추상미술의 근거를 마련했다. 색, 특히 옷의 색상은 메시지다. 스타일도 그렇지만 색을 통해 성격은 물론 취향과 기분, 각오까지 전할 수 있다.

엘리자베스 2세와 대처 전 총리를 비롯, 옷을 통해 왕실 혹은 정당의 가치와 신념을 드러내온 이들과 달리 우리의 여성 정치인들은 여야(與野) 없이 빨간색 재킷을 선호한다.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보인다는 것도 있지만 주로 눈에 잘 띈다는 이유라고 한다.

무슨 색이면 어떠랴. 중요한 건 옷 색깔이 아니라 시류와 개인적 이익에 흔들리지 않고 국민의 행복과 안녕을 지켜내려는 소신을 보여주느냐 여부다. 대처는 매일매일이 전쟁이었다고 고백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상징적 존재가 아니라 미래의 한국을 책임질 사람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전통 두건·카우보이 모자… 약소국 외교무기는 패션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지난 35년 동안 ‘공식 패션’이었던 군복을 벗고 전통셔츠 차림을 선보일 예정이다. 군복에서 민간복으로의 대변신이 쿠바 정책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쿠바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앞으로 공직자들이 공식석상에서 전통의상인 흰색 ‘구아이아베라’를 입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쿠바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무더운 기후에 적합한 구아이아베라를 입겠다는 것이다. AP통신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최근 들어 개방주의 및 자본주의 노선을 일부 채택하고 있는 쿠바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카스트로 전 의장도 공식석상에서 연설 등을 할 경우 기존의 올리브색 군복 대신 구아이아베라 차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이미 몇 차례 구아이아베라 차림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국가 지도자들에게 패션은 단순한 옷차림을 넘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자주 이용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15일부터 30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열렸던 유엔 총회 경우, 의상을 통해 자국의 정책과 열망을 전달하려는 정치인들의 경연장이었다고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5일 보도했다. 그동안 양복을 즐겨 입던 니안 윈 미얀마 외무장관은 이번 총회 연설에서 분홍색 전통 두건 ‘구앙 파웅’을 쓰고 등장했다.

이는 11월 총선을 앞두고 군부 지도자들이 민간 정치인으로 대거 변신 중인 미얀마의 상황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2009년 절전을 위해 공식 의상을 시원한 전통의상으로 바꾼 방글라데시의 셰이크 하시나 총리 역시 우아한 전통 옷을 입고 총회 연설을 했다. 분리독립을 꾀하고 있는 남부수단의 지도자 살바 키르는 양복에 검은색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등장해 미국 등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서아프리카 감비아의 마마도우 탕가라 외무장관은 황금색 전통의상을 입어 앞으로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열망을 드러냈다. 사이드 바드르 빈 하마드 알 부사이디 오만 국무장관은 전통의상에서 빠지지 않는 단검 ‘칸자르’를 착용하지 않는 식으로 중동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FP는 분석했다.

이밖에 공식석상에서 전통의상을 즐기는 국가지도자로는 엘렌 존슨 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 등이 대표적이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에서도 예년처럼 노타이 재킷차림으로 연설해 서민적 이미지를 강조했다.

박준우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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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여성성


/ 김종명 논설위원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와 프랑스의 사회당 대통령 후보인 세골렌 루아얄은 공통점이 있다. 남성성이 활개치는 정치판에서 여성성을 '무기'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6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펠로시의 뛰어난 패션감각은 '펠로시 따라 입기'를 유행시키고 있다. 루아얄은 비키니 차림과 아이들과 놀아주는 엄마로서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인기가 올라갔다. 루아얄의 밝고 화사한 패션은 '남성 정치인을 구워삶는 여우의 모습'으로 회자된다. 루아얄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지지를 얻었다.

세계적 패션 브랜드인 베르사체의 수석 디자이너 도나텔라 베르사체가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치마를 입고 당당하게 여성성을 강조하라"고 조언했다. 공식석상엔 주로 바지 정장을 입는 힐러리가 일부러 남성스러운 것처럼 연출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일부 여성 정치인은 나약함을 보이지 않기 위해 투사적 이미지로 무장한다. 남장 여성 정치인도 없지 않았다. 상당수 여성 정치인들은 '들러리' 수준에 머무는 데 만족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파워우먼 시대다. 이미지 정치판에서 여성 특유의 대담한 패션,온화한 미소,우아한 기품은 남성이 넘볼 수 없는 강점이다. 그러나 이 같은 외면의 여성성으로는 '성공한 지도자'가 되기엔 한계가 있다. 여성성의 진정한 위력은 그 내면에 담긴 협력과 화합의 정신,도덕성과 정직성,섬세하고 순수한 인성에서 나온다.

차기 대선 주자로 나선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최근 머리 스타일을 바꾸는 등 이미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정국의 고비마다 '전투복'으로 비유되는 바지 정장 차림의 박 전 대표는 '베르사체의 조언'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 그녀의 여성성이 얼마나 위력을 보일지 관심거리다.

myung7@busanilbo.com

 

패션과 정치는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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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강금실의 패션 변신::)

정치인에게도 패션은 ‘자기발언’이다. 브로치를 통해 의중을

암시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미국 클린턴 정부의 국무장관 올브라

이트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제 정치인의 패션은 주요한 대화매체

로 등장했다.

지난 주말을 전후해 두 여성 지도자의 지난 주말 패션이 화제가

되는 이유도 패션을 통해 이들의 심리변화를 읽을 수 있기 때문

이다. 항시 정장에 올린 머리 스타일을 고수해온 한나라당 박근

혜 의원이 7일 청재킷에 바지를 입고 나타났고, 강금실 법무장관

은 바지와 재킷정장에 검은 망토를 휘어 감고 6일 국무회의에 등

장했다.

박의원의 새 패션을 놓고, 최근 파격적 행보로 주가가 뜨고 있는

민주당 추미애 의원과 강 장관에 비해 ‘육영수 여사’이미지에

안주한다는 지적을 받아오자 향후 변화된 모습을 예고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곧바로 나왔다. 정장 차림 일색인 국무회의에서

‘망토 패션’으로 시야를 휘어잡은 강 장관의 옷차림은 특유의

여성성 드러내기 패션이란 점에서 뿐 아니라, 행보 자체가 화제

가 되고 있는, 그래서 망토가 암시하듯이 안개에 싸인, 그의 향

후 전망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스타일/패션]‘넥타이 메시지’



[동아일보]

○ 이종석 통일 “한반도에 평화를 심자” → 비둘기

○ 반기문 외교 “日의 주장 터무니없다” → 독도

○ 황영기 행장 “자기혁신 멈추지 말자” → 솔개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브로치로 외교 메시지를 전달해 ‘브로치 외교’라는 말을 낳았다. 그는 2001년 남북 정상회담 뒤 한국을 방한해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햇살’ 모양의 브로치를 달았다.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이 그를 독사라고 비난하자 CNN에 출연해 ‘뱀’ 브로치로 불쾌감을 표현했다. 패션 아이템은 메시지와 개인 이미지(PI·Personal Identity)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데 효과적인 아이템이다.》

국내 기업인이나 정치인 중에서도 패션을 통해 전략이나 목표, 현안 등을 간접적으로 전하는 이들이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활용되는 아이템이 넥타이다. 넥타이는 공식 석상에서 눈에 잘 띄는 아이템이어서 메시지 표현에 안성맞춤이다.

정치인과 기업인의 넥타이를 디자인해 온 ‘누브티스’의 이경순 대표는 “이런 넥타이를 매는 리더들은 메시지와 조직의 상징을 조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 구성원과의 일체감을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메시지 넥타이는 구성원들에게 리더가 말로만 목표를 외치는 게 아니라 직접 움직이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이종석 장관 ‘평화 넥타이’, 반기문 장관 ‘독도 넥타이’

관계에서 넥타이로 메시지를 알리는 이로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꼽힌다. 이 장관은 지난달 남북 장관급회담을 위해 방북했을 때 출발행사 환영만찬 전체회의 등 각 행사에 맞는 의미를 담은 넥타이를 7개 가져 갔다.

이 장관은 출발행사에서는 한국 대표임을 뜻하는 태극 문양 넥타이를, 환영만찬에서는 북한 농업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기 위해 노란색 컬러에 수박이 그려진 ‘고창 수박 넥타이’를 맸다. 전체회의 땐 한반도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자는 의미를 담아 남색 바탕에 비둘기와 새싹 문양이 디자인된 ‘평화 넥타이’를 착용했다. 환송만찬 땐 북한에서 길조로 여겨지는 꿩과 이별의 아쉬움을 나타내는 술잔이 그려진 ‘꿩 넥타이’를 맸다.

반 장관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왜곡 주장이 거세진 지난해부터 ‘독도 넥타이’를 자주 맨다. 이 넥타이는 하늘색 컬러에 독도 문양이 새겨져 있다. 반 장관은 지난달 30일 KBS 1TV ‘일요진단, 한일관계 어디로 가나’에도 독도 넥타이를 매고 출연했다. 외교부 장욱진 장관비서관은 “외교통상부의 수장으로 독도에 대한 관심과 책임을 표현하기 위해 독도 넥타이를 매고 있다”고 말했다.

○ 황영기 우리은행장의 솔개 무늬

기업인 중에서는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넥타이 메신저로 손꼽힌다. 그는 삼성증권 사장으로 취임한 2001년 이후 넥타이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당시 침체된 증권시장의 활황을 바란다는 뜻으로 화살표가 위로 향한 디자인의 넥타이를 자주 맸다.

2004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뒤에는 은행 로고가 그려진 넥타이와 상징색인 파랑 넥타이를 임원회의와 직원간담회에서 자주 매는 것으로 일체감을 표현했다.

황 행장은 최근 지점장 등이 참가하는 회의에서 스트라이프 패턴에 솔개가 그려진 넥타이를 자주 맨다. 오랜 세월 동안 무뎌진 부리를 바위에 쪼아 없앤 뒤에야 새 부리를 얻는 솔개를 본받아 자기 혁신을 멈추지 말자는 메시지다.

윤석만 포스코 사장도 남색 바탕에 달리는 기차나 옥수수 잎새가 그려진 넥타이를 종종 맨다. 달리는 기차는 포스코의 밝은 미래를 상징하며, 옥수수 잎새는 포스코가 강조해 온 친환경 경영을 표현한 것이다. 윤 사장은 해외 바이어들을 만날 때 이 넥타이를 자주 매며 선물로도 준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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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힐러리의 민낯/최광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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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몇년 전 아침 생방송을 위해 이른 새벽 방송국에 도착한 한 여성 국회의원을 보고 방송 스태프들이 깜짝 놀랐다고 한다. 머리 손질은 물론 화장까지 완벽하게 하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시간이면 다른 출연자들의 경우 부스스한 머리에 세수만 하고 나와 방송국에서 화장하고 머리를 드라이한다고 한다. 평소 강단 있고 깐깐한 성격으로 알려진 한 중진 여성의원은 의원회관 집무실에 헤어 세트기를 두고 직접 머리를 매만진다고 한다.

여성 정치인에게 외모는 경쟁력이다. 전문성·정치력 외에 호감 가는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 나아가 패션 등을 통해 대중에게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메르켈 독일 총리만 하더라도 총리로 당선되었을 당시에는 ‘동독 출신의 시골뜨기’로 불렸지만 이젠 깔끔한 화장과 헤어스타일, 패션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여성이라는 숙명 때문에 여성 정치인들은 ‘패션의 정치학’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미국 영부인들의 패션이 늘 화제가 되는 것도 패션에 담긴 정치적 함의를 읽고자 하는 대중들이 있어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부인 미셸은 지난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의 방미 때 입은 붉은 색 이브닝 드레스가 영국 출신 알렉산더 매퀸의 작품으로 알려지면서 “영부인이 과연 미국의 고용 문제를 생각이나 하나.”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후 미셸은 미국 디자이너의 옷을 선택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영부인 시절 단발·커트 등 다양한 헤어 스타일을 선보였다. 변호사 출신답지 않게 “백악관에서 가장 중시한 것은 헤어스타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할 정도로 이미지에 신경을 썼다. 그런 그가 최근 인도 공식 행사에서 화장을 하지 않고 입술만 살짝 바른 채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나타났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미지보다 업무에 집중하는 국무장관의 모습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패션을 버리고 일을 택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힐러리의 이런 이미지 변신을 2016년 대선을 겨냥한 포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지난 총선 때 작가 공지영씨가 투표장에 서 있는 자신의 생얼을 공개하자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투표를 독려한다고 올린 공씨의 생얼을 보고 토할 뻔했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연예인의 민낯은 순수 미인인지 여부를 보여주지만 정치적 행동을 하는 이들의 민낯은 정치적 해석을 낳을 뿐인 이 현실을 어찌 봐야 하나.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박근혜 패션·화장에 숨겨진 완벽주의

◆ 박근혜 탐구 ⑨ 스타일 ◆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는 "옷맵시는 그 사람의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패션은 자신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특히 '이미지 마케팅'이 중요한 정치인들에게는 더하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도 그의 스타일에서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박 후보는 보수적이면서도 차분하고 품격 있는 이미지다. 그는 완벽하게 결정되지 않은 사항은 절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을 만큼 '완벽주의자'이기도 하다.

박 후보의 평소 이런 성격은 머리 스타일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의 머리 스타일은 최근 몇 년 새 변한 적이 없다. 일관된 올림머리 스타일을 고수한다. 그는 이런 머리 스타일에 대해 "공짜가 없다"며 "깔끔하게 하려면 굉장히 부지런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그는 중요한 날을 제외하고는 평소에 직접 머리를 만지고 실핀을 10개 이상 꽂아 잔머리가 흘러나오지 않도록 한다. 완벽한 성향이 머리 스타일과 손질 과정에서도 잘 나타난다.

박 후보가 피부관리를 위해 레몬수 등으로 기초화장품을 직접 제조하는 것도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가 60대 여성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탄력 있고 투명한 피부톤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박 후보의 스타일은 그의 정치 철학인 '신뢰'를 상징하기도 한다. 화려하지 않은, 수수하면서도 단정한 스타일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신뢰감을 갖게 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그의 화장법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화장을 짙게 하거나 색조를 화려하게 넣는 건 아니지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늘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궂은 날씨에 강행군을 이어가면서도 절대 번지지 않는 특유의 또렷한 아이라인은 '박근혜식 화장법'의 포인트다.

출장메이크업 전문업체 쌩크드보떼의 한씨는 "박 후보의 화장법을 보면 피부톤은 베이지색 계열로 색조를 최대한 자제하는 반면 아이라인과 속눈썹에 신경을 써서 눈매를 또렷하게 강조한다. 또 립스틱도 튀지 않는 색깔을 쓰지만 입술라인을 강조해 균형을 맞춘다"며 "이것은 전형적인 '신뢰' 이미지를 주는 화장법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가 평소 강조하는 대상에 따른 '맞춤형'식 접근도 의상에서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새누리당의 '레드'에 연연하지 않고 그와 대비되는 '블루'를 택하는 것이다. 지난 4ㆍ11 총선 당일이나 대선 경선일과 같이 주요 행사가 있는 날에도 과감하게 푸른색 의상을 택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지난해 중앙선관위 측 실험 결과 20대는 파란색 셔츠를, 40~60대는 흰색 셔츠를 입은 후보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는 경선 당시 20대 정책토크, 최근 한양대 취업박람회에서 모두 '블루 계열' 의상을 선보였다. 특히 '젊음'의 상징인 '진(jean) 패션'을 소화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아직은 '변화'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아무리 캐주얼을 입더라도 기본적으로 칼라가 있는 재킷이나 남방 느낌의 옷 위주로 입는 바람에 단조롭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또 볼륨감 있는 올림머리 스타일로 인해 자칫하면 머리가 커보일 수 있어 이를 커버하는 감각도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씨는 그래서 "재킷 스타일로 어깨라인을 잡아줌으로써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후보는 심플한 목걸이와 브로치 등으로 의상에 포인트를 준다. 박 후보는 지난 4일 오찬간담회에서 "이 브로치가 없다면 지금 내 의상이 얼마나 우중충하겠느냐"며 "액세서리 하나로 전체 분위기가 살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하면 역할을 못한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듯이 뭐든 맞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유리 기자]

 

[패션칼럼] 정치인과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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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은 3ㆍ12사태라고 불릴 만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충격적인 하루였습니다. 종일 방송된 탄핵 가결안 소식에 TV앞을 떠날 수가 없었죠. 화면에 비친 국회의사당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습니다. 정장 차림 의원들의색다른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요, 재킷을 벗어 던지고 ‘한판 붙자’의 결행으로 큰 싸움판이 벌어졌습니다. 수트는 상하의를 따로 떼어놓을수 없는 한 벌 개념이기 때문에 웃옷을 벗어 던진 것은 지극히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지요.

연초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은 노란색 점퍼를 입고 남대문시장을 방문했습니다. 노란 점퍼의 반응이 의외의 효과를 불러일으킨 때문인지 정 의원은 그 이후 자주 똑같은 점퍼를 애용하더군요. 올 봄 노란색이 유행색인걸 미리 파악한 정 의장의 패셔너블한 감성이 맞아 떨어진 것일까요? 열린우리당은 ‘노란색=민생정치’, 노란 점퍼 차림은 노동자의 개혁의지를 뜻한다고 뒤늦게 갖다 붙이면서 봄 점퍼에 노란 조끼, 노란 카디건까지 주문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한편에서는 3만5,000원짜리 남대문표 점퍼가 ‘개나리봉사단’의 싸구려 쇼라고 비난했고 또 민주당과는 자기당의 고유색이라며 ‘색깔 싸움’을 벌이기도 했지요.

지난해 유시민의원의 캐주얼 차림 의원 선서식에서 예의 없다고 박차고 나간 야당의원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경우에 맞는 차림을 무시한 유 의원의행동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다양성을 존중하고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유연함이 부족한 정치인들의 행동은 신사답지 못했습니다.여자에게 있어서 옷이란 자기욕구를 충족하는 포장지와 같습니다. 그러나남자의 옷차림은 입는 사람의 내면의 거울이란 말이 있습니다. 남자들에게옷은 자신의 세계에게 자신을 내세우거나 방어하는 방패와 같은 것입니다. 옷차림마저도 정치색이 덧입혀 지고 있는 요즘, 정치인들의 내면의 거울에는 어떤 차림새가 비쳐지고 있을까요?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

 

[O2/이 한줄]패션은 비정치적이다

[동아일보]

《 ‘패션은 비정치적이다’

-오스카 드 라 렌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미소로 내 갈 길을 막는 이들은 내가 도(道)를 아는지 궁금해한다(왜!).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은밀한 손길로 내 어깨를 잡아 세우는 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한다.

“옷을 뒤집어 입은 거 같아요.” 또는 “옷에 구멍이 많이 났어요! 알고 계세요?”

세계 패션 5대 도시를 지향한다는 21세기 서울에서 뒤집힌 시접과 의도적으로 드러난 구조를 구분하지 못하고, 소재의 인공적 공백을 좀의 서식지로 착각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나는 그들의 시선 한편에서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의 소설)식의 경고를 받는다. 너는 왜 달라 보이고 싶어 하지?

옷을 입고 자기 방을 나서는 건 하나의 제의(祭儀)다. 거울을 보고 주문을 외며 하루의 우주를 완성한다. ‘나의 매력으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기를.’ 비기(秘機)는 사람마다 달라서 어떤 이는 몸매를 드러낸 코르셋드레스를, 다른 이는 검은 정장을 선택한다. 에르메스 버킨백 혹은 몽블랑 만년필이 영매(靈媒)가 되기도 한다. 대통령의 이름을 새긴 ‘청와대 시계’를 손목 위에 올리는 순간 ‘넘버 투’로 빙의하는 이도 있다. 레이스업 슈즈의 끈을 당겨 묶는 남자의 표정, 하이힐에 숨겨진 빨간색 바닥을 거울로 응시하는 여자의 시선보다 더 영웅적인 것은 없다. 영화 ‘맨 인 블랙’에서 외계인이 벽이나 싱크대 틈새에서 부풀어 올라 존재를 드러내듯 패션은 상대에게 말을 걸고, 마력을 발휘하여, 끝내는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도록 하려는 욕망이다. 타인이 나를 사랑하고 지지하게 하는 것, 세상을 내 마음대로 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란 점에서 패션은 정치 그 자체다

내가 “당신의 옷은, 정치적이지 않아요”라는 말을 꺼냈을 때, 사실 마음속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당신이 만든 옷들이 섹시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열정적으로 옷을 만드는 젊은 디자이너 앞에서였다. 아름다운 건축물 같은 옷을 세상에 내놓고 싶어 한 그는 높은 제작비 때문에 부자 고객이 많은 동네에 가게를 냈다. 점잖은 고객들은 두툼한 뱃살과 퇴화한 팔 근육을 가릴 수 있는 옷을 주문했다. 그의 컬렉션은 훌륭했지만, 고객들이 꿈꾼 옷은 아니었다. 그는 정체에 빠졌다. 고객들이 원한 건 두려움을 드러낸 옷이 아니라 젊고 예쁜 것들에게 “니네 다 죽었어”라고 말할 수 있는 돈의 파워드레싱이었을 거다.

‘패션은 비정치적’이라고 말한 이는 극성맞게 ‘정치’를 하러 다닌 미국의 디자이너 오스카 드 라 렌타였다. 영화 ‘섹스 앤드 더 시티’와 고소영의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알려진 그는 재클린 케네디, 낸시 레이건, 힐러리 클린턴, 부시가(家)의 여성들에 이어 미셸 오바마까지 미국 현대사의 거의 모든 퍼스트레이디와 수많은 여성 정치인에게 자신의 옷을 입혔다. ‘옷 잘 입는 퍼스트레이디를 갖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다’며 뉴욕타임스에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는 미국 디자이너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대통령부인 전 상서를 싣기도 했다. 그는 유력한 여성이 대중을 감동시키는 옷을 원한다는 것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그가 보기에 공화당이냐 민주당이냐는 브로치 하나 정도의 장식적 차이일 뿐, 패션이란 당대의 대중을 사로잡기 위해 당파를 초월해 쓰이는 정치적 주술이다.

진로를 고민하던 젊은 디자이너에게 ‘정치적’이길 요구한 건 잘한 일이었을까. 그의 부티크는 유력한 정재계의 여성들을 고객으로 맞아들이기 시작했다. 그의 옷에선, 입체적인 재단은 무너지고, 소재는 진부해졌다…면 극적이었을 텐데, 그렇진 않다. 고객이 바라는 정치적 욕망들과 상류사회의 고객을 네트워킹하는 정치공학 사이에서 그는 열심히 뛰고 있다. 그러므로 해피엔딩. 비극은 남들과 다르고 싶은 욕망으로 탈정치화한 쇼퍼홀릭의 사연이다. 유령처럼 쇼핑몰을 떠돌 뿐, 나는 더 이상의 주문을 알지 못한다. 거울아, 거울아.

消波忽溺 쇼퍼홀릭을 비난하면 가끔 물기도 한다.

holden@donga.com

 

 

대선주자여, ‘패션 전략’을 세우라



[한겨레] 기자와 스타일리스트의 ‘대선주자 패션전략 발전을 위한 보고서’… ‘의상을 잘 아는’ 박근혜 전 대표와 ‘두 벌 신사’ 권영길 대표가 베스트드레서

▣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악마는 프라다를 입고,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아르마니를 입고,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부 장관은 페라가모 신발 마니아이다. 여기서 잠깐! 명품 브랜드 나열에 거부감을 느꼈을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퀴즈 하나. 프랑스의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 대통령 후보는 무엇을 입을까? 샤넬? 버버리? 루이뷔통? 땡! 정답은 ‘비키니’이다. 시사넌센스도 아니고, 당황하고 있을 독자들께 드리는 보너스 퀴즈 하나 더. 낸시 펠로시, 세골렌 루아얄, 그리고 명품과는 거리가 먼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패션 센스’이다.

할인매장에서 50% 세일해서 산 옷인데…

‘패션도 전략’이라는 광고 카피는 이미지 시대에 진부한 진리가 된 지 오래다. 특히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 정치인들에게 패션은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행위이다. 정치인들의 패션이 세간에 화제가 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 점에서 위에 나열한 정치인들은 패션 전략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사한 파스텔톤 정장을 입은 루아얄은 부드러운 이미지를 통해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파격적이지만 비키니를 입은 사진은 유력 잡지의 표지를 장식하면서 대중 친화력을 높였다는 평을 듣고 있다. 낸시 펠로시도 패션 감각으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빨간색 정장과 숄을 소화해내는 펠로시는 화려하면서도 당당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패션 전략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센스는 어느 정도일까? 〈한겨레21>은 강주연 패션칼럼니스트, 심정희 〈W korea〉 패션에디터, 채한석 스타일리스트, 서은영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대선 주자들의 패션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전문가들은 여성 베스트드레서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남성 베스트드레서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뽑았다.

권 대표는 단 두 벌의 양복으로 베스트드레서가 되는 영예(?)를 얻었다. 권영길 의원실의 이호성 보좌관은 “권 대표는 할인매장에서 50% 세일할 때 산 진한 감색과 옅은 감색 양복 두 벌밖에 없고, 두 벌을 번갈아가면서 입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벌 신사’ 권 대표가 베스트드레서가 될 수 있는 비결이 뭘까? 셔츠와 넥타이를 다양하게 코디했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하늘색 셔츠에 자주색이나 분홍색, 연두색 등 밝고 화려한 색의 넥타이를 즐겨 맨다. 권영길 의원실 배지영 보좌관은 “민주노동당의 강성 이미지를 고려해 세련되고 친화력 있는 권 대표의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패션에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스타일리스트 채한석씨는 “권 대표의 경우 감색의 원톤 컬러 슈트를 입는데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고 적당히 강한 색의 넥타이를 매 포인트를 줘 화려하면서도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분석했다. ‘세련되고 친화력 있는 이미지’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이렇게 단 두 벌의 정장으로 화려한 코디를 구사하는 권 대표의 내공은 두 번의 대선을 거치면서 쌓였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우 전문가들로부터 ‘세련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전 시장의 장점으로는 좋은 피트감(옷이 몸에 꼭 맞는 정도)과 다양한 패션 연출력이 꼽힌다. 스타일리스트 서은영씨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자기 몸에 딱 맞는 의상을 입는다”며 “짙은 슈트에 붉은색이나 노란색 계열의 화려한 타이를 매서 여러 느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채한석씨는 “이 전 시장이 다소 날카로워 보일 수 있는 인상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출하는 패션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시장은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셋째딸 수연씨가 코디에 조언을 해주고 쇼핑을 통해 아버지 옷을 직접 사기도 한다. 지난해 이 전 시장이 독일을 방문했을 때 두른 연두색 체크 목도리도 수연씨가 선물한 것이다. 이 전 시장은 단골 양복점에서 옷을 맞춰 입거나 제일모직 등 기성품을 구매한다.

박 대표님, 플레어스커트는 그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분위기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의상을 적절히 선택할 뿐 아니라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의상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정치인으로 꼽혔다. 심정희 패션에디터는 “허리에 벨트가 달린 빨간 사파리 재킷, 검정색 같은 모노톤 정장에 레드나 블루 컬러 셔츠를 매치해서 단정하고 카리스마 있는 느낌을 준다”고 평했다. 그러나 심 에디터는 “어머니 육영수씨의 이미지가 중첩돼 박 전 대표의 나이와 무관하게 ‘올드’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며 “대담한 디자인의 귀고리나 과감한 컬러를 쓸 것”을 조언했다. 서은영 스타일리스트도 “플레어스커트를 가끔 입는데, 신뢰감이 감소되는 느낌이 있다”고 분석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베스트드레서라 할 순 없지만 무난한 패션을 연출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주연 칼럼니스트는 “남자들은 대부분 싱글버튼 재킷을 입지만 손 전 지사는 더블 재킷도 입는다”며 “마음만 먹으면 더욱 멋있어질 것”이라며 발전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한명숙 총리의 경우 “외모에서 풍겨나오는 우아한 이미지가 있지만 투피스 정장의 옷차림에서 깐깐하고 무서운 교감 선생님의 이미지가 느껴진다”고 심정희 에디터는 밝혔다. 심 에디터는 “깃이 부드럽게 디자인된 블라우스를 고르고, 브로치나 스카프 등 액세서리를 착용하면 이미지 메이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넥타이를 잘 고르지만 블랙 슈트와 화이트 셔츠를 주로 입어서 단조로운 느낌이 있다”는 평을,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패셔너블한 편이지만 넥타이가 느슨하게 매였거나 흐트러진 부분이 눈에 띈다”는 지적을 받았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과 노회찬 의원은 정치인의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킬 만한 패션 컨셉도 모호하고 다른 대선 주자에 비해 패션 센스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심정희 에디터는 “심상정 의원이 젊고 여성스러운 매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채한석 스타일리스트도 “젊은데 나이 들어 보이는 다크 블루 컬러를 선호하는 것 같다. 트렌치코트를 입거나 진주귀고리 같은 액세서리만 해도 훨씬 이미지가 부드러워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노회찬 의원은 옷을 못 입는 게 아니라 개성이 없고 무난한 게 흠”이라며 “피부톤이 어두운데 옷도 어두운 색이 많다”고 지적했다. 대중들에게 각인시킬 만한 자신만의 이미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전문가들의 지적에 대해 민주노동당 내부에서도 패션에 좀더 신경써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회찬 의원실에서 보좌관으로 일했던 신민영씨는 “정치인이 패션을 통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치인은 연기자이다. 연기를 잘해서 연기력을 인정받는 부분도 있지만, 미디어를 통해 대중과 만나기 때문에 외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너도나도 빨간 넥타이, 주의할 점은

그래도 심상정, 노회찬 의원 모두 최근 패션에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면서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칭찬도 나온다. 심상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얼마 전 TV 토론회에서 시장에서 산 파란색 리본 블라우스가 정장과 잘 어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정치인이 빨간 넥타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서은영 스타일리스트는 “요즘 정치인들이 빨간 넥타이를 매면 야심차 보인다고 생각하는지 너도나도 빨간 넥타이를 매는데, 붉은색도 여러 가지가 있다. 셔츠 컬러도 생각하지 않고 붉은 계열의 넥타이를 맬 경우 시골에서 막 상경한 아저씨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강주연 스타일리스트는 “레드 컬러는 정치인의 강인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는 효과적”이라고 붉은색의 인기 이유를 설명했다.

채한석씨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나 TV 토론회 등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는 자리에서는 특히 신경 써서 입어야 한다. 그리고 대선 출마 선언 이후에는 계속 카메라가 따라다니게 되므로 적극적인 패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7년 ‘여의도 컬렉션’이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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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미례의 발차기] 남과 북, 2세들의 ‘패션 정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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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현안들을 에둘러 피해가는 그의 교과서적 발언과 딱히 틀린 데는 없지만 핵심도 없는 그의 모범답안들이 모순을 드러낼 때 국민은 "저 헤어스타일 밑엔 어떤 생각이 들어 있나"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다.

드디어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15일 김일성 주석 100회생일(태양절)기념식에서 첫 공개연설을 하면서 조선중앙TV의 생중계로 그의 육성도 함께 '공개'된 것이다. 목소리는 굵고 낮았지만 자신의 정치적 무게를 의식한 '낭독의 중량감'을 걷어내면 앳된 보통 젊은이의 음색이 감지되었다.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또박또박 읽어간 연설은 '김일성이 1945년 10월14일 평양공설운동장에서 한 첫 연설을 떠올리게 한다'는 논평이 쏟아졌다. 역시 또 '김일성'이다.

매끈한 얼굴, 옆을 쳐올린 상고머리의 이 비만형 젊은이는 스타일에 비해 너무 무거운 "일심단결과 불패의 군력의 군력에 새 세기 산업혁명을 더한 사회주의 강성국가의 건설" 등 권력후계자답게 교과서적 내용을 연설했다. 이어서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를 앞세워 엄청난 무력을 과시하는 열병식에 흰색 제복, 해방 당시의 구형 모자 등 김일성 주석 시대 군부대 분위기가 행사를 통해 재연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단상에서 손을 흔드는 청년 후계자의 잘 제조된 이미지는 할아버지 김일성과 닮은꼴의 모습, 패션, 배경까지 '김정은의 극장 정치'(경향)란 절묘한 신문제목에 딱 맞았다. 그러나 '반공을 국시로' 교육받으며 자란 한국인들에겐 김일성 이름과 그의 이미지는 오히려 생경하고 불안하다.

김일성 '리메이크' 김정은의 정체는

'할아버지를 리메이크한 저 머리 속엔 어떤 생각이 들어 있을까'가 우리 관심사다. 북한 에선 막강위력일 저 이미지의 힘은 남쪽과 세계의 냉담자들에겐 마이너스 요인이다.

세대차, 남북차가 있고 제왕적 통치자와 여당 간부와의 단순비교도 곤란한 면이 있으나,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패션과 헤어스타일도 대중의 관심사이다. 그가 초선의원으로 정치판에 등장했을 때 '아버지의 땅에서 어머니의 머리를 하고 나온' 정치 기득권자로 평가받았을 만큼 그의 헤어스타일은 고 육영수 여사와 같았다. 본인은 그 후 몇번 앞머리 모양 등을 변화시켰다고 주장하지만, 대다수 눈에는 14년 간 올린 머리 기조를 굳세게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가적 합의와 당 후계구도의 각본에 따라 조성된 김정은의 입혀진 이미지와 달리 박근혜 패션은 본인의 '선택과 집중'의 결과다. 초선 국회의원 때 인터뷰에서 "나는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에서 자랐으니 정치훈련을 받은 거나 같다. 신인이 아니다"라는 다소 무리한 논리를 피력한 그는 그 이후의 발언이나 행보로도 '정의란 무엇인가'나 '박정희 평가'와 관련해서 많은 지식인들로부터 정치철학과 역사관을 의심받아왔다.

운 좋게도 외모지상주의 한국에서 그는 단정한 용모와 차분한 음성, 패션이나 주얼리를 활용하고 즐기는 감각도 가졌다. 특히 어머니 이미지는 선거 때마다 무기였다. '우리나라 여성정치인의 헤어스타일 연구-박근혜를 중심으로'같은 수많은 논문까지 나와 있을 정도다.

논거는 역시 '육영수 이미지'다. 2007년 머리를 좀 잘랐을 때 측근의원이 '아무래도 대권주자로서 영부인 이미지는 마이너스'라며 앞으로 더욱 강하고 대중적 이미지를 선보일 거라고 홍보했지만, 근년엔 다시 원래 이미지로 돌아왔다. 하도 봐서 익숙하지만, 그래도 어머니 이미지는 조부 이미지나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박근혜 패션'도 이미지 복제 벗어나야

4·11총선으로 부활한 선거의 여왕은 유력대권후보로 '메이크업'의 정점에 섰기에 더 위험하다. 선거전의 활약과 정강정책, 당명까지 바꾼 과감함은 시효가 끝났다. 선거용으로 내세웠던 정책이 한나라당 것으로 슬슬 회귀할 때, 언론파업 등 현안들을 에둘러 피해가는 그의 교과서적 발언과 딱히 틀린 데는 없지만 핵심도 없는 그의 모범답안들이 모순을 드러낼 때 국민은 "저 헤어스타일 밑엔 어떤 생각이 들어 있나"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다.

내가 가장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남북 권력자의 2세들이 정의와 무관한 패션과 이미지세습의 '성공사례'로 역사에 기록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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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패션은 메시지다…대선주자 5인의 스타일 분석



[동아일보]

《지난해 한나라당에는 독특한 인사법이 유행했다.

당직자들은 박근혜 당시 대표의 근황이 궁금하면 “대표가 ‘전투복’을 입었느냐”고 묻곤 했다. 전투복이란 박 전 대표의 바지 정장 차림을 뜻했다.

평소 스커트를 선호하는 박 전 대표.

그러나 정국의 고비에선 언제나 바지를 입었다. 중요한 기자회견이나 장외투쟁을 할 때, 민생 현장을 방문할 때는 어김없이 바지였다.

정치권에선 박 전 대표가 옷차림을 통해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그의 패션은 부인 김윤옥 씨가 챙긴다고 알려져 있다. 부인의 내조 덕택에 이 전 시장은 정치인 베스트 드레서로도 뽑혔다. 하지만 이 전 시장 자신도 패션을 소화하는 능력이 수준급이라는 게 패션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치인들이 즐겨 매는 넥타이 색깔은 대개 붉은색이나 푸른색.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대표부터 일선 당원까지 유독 노란색을 많이 맨다. 패션의 색깔을 통한 정치 메시지다.

정치인에게 옷차림은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 행위다. “자신을 위해 먹되 남을 위해 입으라”(벤저민 프랭클린)는 충고대로 패션은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은 정치인이라면 자기만의 패션을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보여 줘야 한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들의 패션은 어떨까. 동아일보는 동덕여대 의상디자인학과 정재우 교수 연구팀과 함께 대선 주자 5명의 패션 스타일을 평가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분석 대상이다. 패션디자이너 장광효 씨, 홍익대 패션디자인학과 간호섭 교수, 용인 송담대 스타일리스트학과 홍승환 교수가 도움말을 줬다.

분석 결과 ‘정치인의 옷차림은 고리타분하거나 개성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관은 이들 대선주자 5명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각자 고유한 스타일을 지녔고 상황에 맞춰 적절한 의상을 택하는 감각도 뛰어났다.

여성이라는 차별성을 감안해도 박 전 대표는 돋보였다. “너무 완벽한 게 단점”(정 교수)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과 패션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는 데도 남달랐다.

이 전 시장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다웠다. 짙은 정장에도 셔츠와 넥타이에 변화를 줘 무난함과 개성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손 전 지사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살린 영국 신사 스타일이다.

또 정 전 의장은 사진이나 화면이 잘 받는 깔끔한 모범생, 김 의장은 어디에도 고정되지 않는 편안함이 인상적이었다. 노타이도 매우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약점도 있다. 5명 모두 슈트를 크게 입는 경향이 강하고 고정된 스타일을 강조해 딱딱한 느낌을 줬다. 나름대로 변화를 추구했으나 오히려 어색한 경우도 있었다. 넥타이를 맸는데도 단추가 보이거나 정장엔 무조건 검은색 구두만 신는 한국 중장년층의 특징을 드러냈다.

■이명박… 딱딱해 보이지만 세련된 CEO

스트라이프를 너무나 사랑한다. 분석한 사진 96건 가운데 타이 정장 차림은 88건. 이 중 슈트, 셔츠, 타이 모두 줄무늬가 없는 건 4건에 불과했다. 95.5%는 줄무늬가 들어갔다.

스트라이프 슈트나 셔츠는 역동적이고 일처리가 분명하다는 인상을 준다. 세련되면서도 남성미를 표출한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사업가들이 즐겨 입어 ‘기업인 패션’으로도 불린다.

이 전 시장의 슈트는 진남색이나 짙은 회색이 대부분. 공식행사에선 짙은 회색을 많이 입었다. 둘 다 스트라이프의 역동성을 한 단계 누그러뜨리는 색상이어서 차분함을 얻을 수 있다. 셔츠는 공식행사에선 흰색을, 다소 편안한 자리에선 푸른색을 주로 입어 패션 감각을 은근히 과시했다.

타이는 ‘이명박식 패션’의 핵심이다. 화려한 타이를 선호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정치인의 타이 색깔로 보편화된 붉은색은 물론 노랑이나 오렌지 계열도 자주 맨다. 타이를 맬 땐 100% 딤플(dimple·타이 매듭 아래 접히는 주름)을 만드는데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콤비나 잠바 차림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붉은색이나 푸른색의 원색 잠바가 잘 어울렸다. 지난해 2월 유럽 방문 때 입은 밤색 터틀넥 스웨터와 회색 모직 재킷의 조합은 특히 훌륭했다. 활동적이면서도 적당히 엄격해 보였다. 때때로 체크무늬 목도리나 알이 큰 보잉 선글라스로 포인트를 주는 감각도 있다.

다만 지나치게 CEO 스타일에 충실하면 차갑고 날카로워 보일 수 있다. 장광효 디자이너는 “카리스마가 있으면서도 신뢰감이 느껴지는 게 이 전 시장의 매력”이라며 “굵고 남성적인 인상인 만큼 가끔은 온화한 느낌을 주는 베이지색 등 멀티컬러 슈트를 매치해 보는 것도 좋겠다”고 추천했다.

스트라이프가 잘 어울리지만 슈트와 셔츠, 타이 셋 다 줄무늬인 조합은 피하는 게 좋다. 많지는 않았지만(2번) 너무 가벼워 보일 수 있다. 추도식에서 검은색 타이와 흰색 셔츠는 갖췄지만 스트라이프 슈트를 입은 적도 있는데 평소의 패션 센스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이었다는 평가. 기존의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따뜻한 분위기의 변화를 시도해봄 직하다.

■박근혜… 고집스러운 듯하지만 센스있는 리더

최근 헤어스타일을 바꿔 화제에 올랐다.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를 연상시키는 ‘올림머리’를 오랫동안 고수했기에 더욱 그랬다. 그만큼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이 명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튀지 않지만 유행이 살아 있고 우아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패션. 박 전 대표의 옷차림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편안한 미소처럼 단정하고 소박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패션에서 대통령 영부인 같은 우아한 분위기만 느꼈다면 큰 오해다. 헤어스타일을 바꿔 ‘워밍업은 끝났다’는 의미를 정치권에 전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박 전 대표는 옷을 잘 입는 정도가 아니라 패션을 통해 자신의 의지와 철학을 보여줄 줄 아는 수준 높은 베스트 드레서다.

지난해 지방선거 유세에서 피습당한 뒤 퇴원할 때 보여준 모습은 ‘박근혜식 패션’의 절정이다. 은은한 검은색 재킷과 바지, 주홍색 셔츠. 9일 만에 퇴원하면서 피습 때와 똑같은 옷을 입었다. 그리고 곧바로 유세장으로 향했다. ‘피습은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의지와 ‘그날을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동시에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뒤 가진 대표 퇴임식도 마찬가지. 평소보다 화사한 꽃무늬 플레어 스커트에 흰색 재킷과 흰색 구두 차림으로 나섰다. 박 전 대표의 바지가 ‘전투복’으로 불리지만 결연한 의미보다는 합리성에 무게를 뒀다는 게 중평. 활동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주로 바지를 입는다.

재킷은 트위드 소재의 허리선이 높은 하이 웨이스트 재킷을 선호하지만 깃이 없는 사파리 스타일이나 데님 소재도 잘 소화한다. 안에는 고결하면서도 활동적으로 보이는 터틀넥 스웨터를 입는다.

패션 센스는 만점을 줘도 무방하지만 다양한 컬러와 스타일을 시도하는 데도 ‘한결 같다’는 평을 듣는 이유에 대해선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재클린 케네디와 같은 대통령 영부인 스타일 일변도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여성상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분위기로 변화하긴 했지만 액세서리로는 목에 붙는 목걸이만 고집하는 등 너무 완벽한 앙상블로 답답해 보일 수 있다.

간 교수는 “이제는 여성이 누구의 누구가 아니라 스스로가 주인공인 파워우먼 시대”라며 “박 전 대표는 좀 더 과감하게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해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손학규… 거리감 있지만 활기찬 영국신사

‘파란 셔츠의 사나이.’

블루 계열 셔츠에 대한 손 전 지사의 사랑은 각별하다. 타이를 맨 정장 사진 40건 가운데 화이트 셔츠는 단 4건(10%)이고 나머지는 모두 파란 셔츠다. 화이트 셔츠를 주로 추도식이나 참배 때 입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파란 셔츠만 입은 셈이다.

타이는 핑크색을 좋아한다. 진한 핑크색이 17번, 연한 핑크색이 4번으로 합하면 50%를 넘는다. 셔츠와 타이만으로도 다른 후보와 구별된다.

재킷은 대체로 줄무늬 없는 짙은 청색이나 남색 계열을 즐긴다. 타이를 하고 잠바를 입을 때도 파란 잠바를 즐긴다. 전체적으로 블루 계열에 타이는 핑크나 붉은색을 매는 게 ‘손학규식 패션’의 핵심이다.

이런 스타일은 영국 사립학교 이미지를 풍긴다. 엘리트의 단정함과 함께 낭만적인 분위기를 전해준다. 순수하면서도 젊고 활기찬 인상이다. 여타 정치인과 차별화된 패션 감각은 그의 큰 자산이다.

콤비나 캐주얼 차림에선 그런 풍모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12월 동국대 특강에서 입은 핑크색 셔츠와 밝은 회색 재킷은 유학파 대학 교수를 연상하게 한다. 지난해 4월 축구선수 박지성을 만날 때 입은 짙은 블루 셔츠와 그 안에 두른 옅은 노랑 머플러 역시 로맨틱한 영국신사를 떠올리게 한다.

반면 민심대장정 당시 보여준 옷차림은 손 전 지사의 평소 패션센스에 비하면 다소 떨어진다는 평. 면도도 하지 않고 노타이에 가벼운 톤의 셔츠로 편안한 인상을 강조했지만 현장에 녹아들기보다는 하루 봉사 나온 분위기가 강했다.

민심대장정 중임을 감안해도 제주 4·3공원에서 분향할 때 옷차림은 마이너스. 옷이야 갈아입지 못하더라도 검은색 타이 정도는 예의상 갖춰야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체적으로 손 전 지사의 패션 감각은 훌륭한 편. 그러나 모든 장소에 파란 셔츠가 어울리는 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공식석상에선 화이트 셔츠를 입는 게 좌중에 묻히더라도 자연스럽다. 또 셔츠와 같은 계열의 타이는 지루한 느낌을 줘 어울리지 않는다.

■정동영… 자연스럽지 않지만 깔끔한 모범생

속되게 표현하자면 카메라 또는 사진발에 강하다. 앵커 출신답게 어떤 색이 TV 화면이나 신문 지면에 잘 나오는지 정확하게 안다. 스트라이프 슈트는 어지러워 보이기 때문에 방송 출연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웬만하면 피하는 의상.

정 전 의장이 스트라이프 정장을 입은 것도 96건 가운데 단 2번뿐이다. 그나마 줄무늬가 크게 드러나지 않은 옷이다. 대부분 짙은 단색 슈트를 입는다.

셔츠는 대체로 화이트 셔츠나 연한 푸른색을 입는다. 보일 듯 말 듯한 줄무늬셔츠도 가끔 입지만 확연한 스트라이프 셔츠는 지난해 10월 독일에서 귀국할 때만 입었다. 짙은 단색 재킷과 화이트 셔츠의 조합은 정갈하게 보이는 장점이 있다.

타이는 잔잔한 문양이 대부분. 붉은색과 푸른색, 노란색 계열이 많다. 늘 정확한 타이 매듭을 보여주는 것도 특징. 노타이도 어울리지만 타이를 맸을 땐 흐트러지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정장의 피트감도 훌륭했다. 40대 이상의 남성은 여유 있는 실루엣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정 전 의장은 어깨선이 잘 맞아떨어지고 날씬해 보였다. 여대생 설문에서도 ‘청바지가 가장 잘 어울리는 후보’ 1위였다. 젊고 건강한 이미지란 뜻이다.

정 교수는 정 전 의장의 패션에 대해 ‘완벽한 모범생 스타일’이라고 규정했다. 국회에서건 지방유세 중이건 반듯하면서도 깨끗한 분위기가 언제나 유지된다. 훤칠한 외모와 함께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문제는 너무 안전하고 관리된 인상이 강하다는 점. 방송사 앵커의 이미지가 그대로 이어진다. 정장이 아닐 때가 거의 없다. 편안한 복장을 하면 어떤 느낌이 날지 오히려 궁금할 정도다. 정치인은 가끔 잠바나 면바지 차림으로 나서는 것도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정 전 의장에게 너무 화려하지 않은 선에서 밝은 색상의 슈트를 입어보라고 권유했다. 홍 교수는 “1960년대 케네디 대통령이 미국 국민을 매료시킨 요인 중 하나는 밝고 캐주얼한 패션”이라며 “솔리드 소재의 밝은 색 슈트는 정 전 의장을 좀 더 친근한 인상으로 꾸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태… 밋밋한 것 같지만 편안한 선생님

편안하고 차분한 이미지가 강하다. 의상디자인을 전공하는 여대생 설문에서도 ‘아버지 같은 편안함’ ‘점잖고 차분한 느낌’이라는 답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패션에선 의외로 남다른 시도가 눈에 띄었다. 타이를 맨 정장 91건 가운데 밝은 회색이나 은색 정장이 24건(약 26%)이나 됐다. 다른 후보들이 10% 이내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셔츠도 화이트 셔츠를 주로 입지만 정치인들에게선 보기 힘든 진청색이나 진홍색 등 과감한 색깔의 셔츠도 마다하지 않았다. 중간 톤의 셔츠는 거의 없었다.

타이는 튀지 않는 차분한 문양을 선호했지만 색깔은 붉은색, 파란색, 노란색, 분홍색 등 다양했다.

독특한 컬러 감각에도 튀어 보이지 않는 건 꾸밈없어 보이는 자연스러움 덕택이다. 노타이에 팔을 걷어 올려도 잘 어울린다. 밤색 재킷에 붉은 폴로 티셔츠를 입고 정장 사이에 섞여 있어도 어색하지 않다. 화려하지 않고 서민적인 분위기의 친근함은 ‘김근태식 패션’의 강점이다.

그러나 장점은 그대로 약점이 되기도 한다. 깔끔한 분위기나 세련미와는 거리가 있다. 분명 차별화되는 색상을 시도하는 데도 왠지 밋밋해 보이는 건 문제다.

타이 매듭이 느슨하게 풀려 단추가 보이는 사례도 몇 차례 있었다. 외국에서는 타이를 했는데도 맨 윗단추가 보이면 결례다. 물론 다른 후보도 그런 경우가 없진 않았지만 공식석상에선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정 교수는 “40, 50대 이상 한국 남성들은 일만 열심히 하고 옷차림에 신경 쓰지 않는 스타일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김 의장 패션에서도 또래의 중장년 남성에게 나타나는 아쉬운 점이 보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타이가 자연스러운 김 의장 특유의 강점을 살리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추천했다. 터틀넥 스웨터도 무난한 대안. 정장을 하더라도 얼굴이 깨끗하고 밝아 흰색 셔츠보다는 줄무늬나 파스텔 톤의 셔츠가 어울린다고 조언했다. 편안한 분위기를 살리더라도 강한 체크무늬 셔츠는 너무 캐주얼해 보이므로 피하는 게 좋다.

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 어떻게 분석했나

동아일보의 화상자료실에서 각 후보의 이름으로 검색된 사진을 대상으로 했다. 기간은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같은 날 같은 복장으로 등장한 사진은 하나로 계산했다.

이에 따라 분석대상으로 확정된 사진은 1인당 100건 안팎. 옷차림이 전체적으로 조화로운지, 후보 본인과 잘 어울리는지를 봤다. 동덕여대 의상디자인학과 학생 30명을 대상으로 각 후보의 스타일이 주는 이미지에 대한 모의조사도 벌였다.

TPO에 따른 옷차림도 중시했다. 때(Time)와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맞춰 어떤 옷을 입는가를 살폈다. 공식행사와 비공식행사의 패션 차이를 비교했고 추도식이나 참배 때는 상황에 맞는 옷차림을 했는지 등도 분석했다.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횡설수설/김순덕]패션 폴리틱스

[동아일보]

미국의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의 패션이 세계적 화제를 불러 모은다. 빨간 망토 차림, 진주목걸이, 아르마니 정장까지 66세 나이를 의심케 하는 빼어난 패션감각이 뉴욕타임스를 장식했다. 지난해 첫 여성 하원의장 탄생 때 워싱턴포스트지는 “아르마니 정장이 프로페셔널했다”고 소개했다가 독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여성 정치인의 옷차림에 주목하는 보도에 반감을 가진 독자들이 그 나라에도 많은 모양이다.

▷여성 정치인 뉴스는 남편(husband), 머리모양(hairdo), 치마길이(hemline)의 3H가 고작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도 여성 정치인의 패션 기사가 나가면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본질을 외면한 여성 비하적 보도’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하지만 어쩌랴. 인정받는 여성 정치인일수록 패션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커지는 것을. 뉴욕타임스도 능력 있는 여성 정치인들이 패션감각이 있다고 해서 정치에 대한 진지함이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논평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첫 유럽순방 때 영화 ‘매트릭스’처럼 검정 하이힐 부츠와 검정 롱코트의 여전사(女戰士) 차림으로 능력과 권세를 과시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 때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상황에 따라 브로치를 바꾸어 메시지를 발신(發信)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문직 여성들은 1970년대만 해도 남성복 같은 정장으로 여성성을 감췄지만 요즘은 자신 있게 개성을 드러내는 추세다. 그래도 치마든 바지든 자신감과 권위를 나타내는 재킷은 꼭 갖춰 입는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여당과 맞설 때면 바지 차림의 ‘전투복’을 입어 시선을 모았다. 지난주 머리 모양을 ‘육영수 스타일’에서 웨이브 있는 단발로 바꾸고는 “워밍업은 끝났다”더니 다시 양쪽 옆머리를 단정하게 고정시켰다. 여성 정치인의 패션도 시대 상황과 맞아야 득표로 연결될 수 있다. 패션감각이 남달랐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서울시장 선거에선 보라색 잔영(殘影)만 남긴 채 쓴잔을 마셨다. 패션은 정치적 메시지이지만 굴레로도 작용할 수 있나 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 외국 정치인들

카메라 능숙하게 다룬 케네디·레이건

초췌하게 나온 닉스·카터 누르고 당선

히틀러, 강한 손동작으로 작은 키 보완

존 F 케네디(左), 로널드 레이건(右) 1960년 9월 26일. 미국 시카고 CBS 스튜디오에서 최초의 미 대선 후보 TV 토론회가 열렸다. 이 한 번의 TV 토론회가 미 대통령을 바꿨다. 미국인들은 부통령 출신인 리처드 닉슨 대신 무명에 가까웠던 정치 신인 존 F 케네디를 선택했다.

 닉슨이 케네디보다 말을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다. '말을 못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케네디는 흑백 배경을 고려해 짙은 감청색 양복을 입고 세련된 머리 모양을 했다. 미소와 제스처를 적절히 사용해 젊고 자신감 있게 보였다. 반면 닉슨은 회색 양복에 색깔 없는 음색으로 늙고 초췌한 이미지를 남겼고, 국민들은 케네디의 손을 들어줬다. 1980년 대선에서 영화배우 출신의 로널드 레이건이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을 압도한 데도 이미지가 한몫을 했다. 카메라에 익숙한 레이건이 카터보다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고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줬다.

 '부시의 푸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에게 붙은 이 같은 오명은 이라크 전쟁을 수행할 당시 블레어 전 총리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상반된 제스처 때문에 더 굳어졌는지도 모른다. 부시 전 대통령은 블레어 전 총리를 만나는 순간 보디빌더라도 되는 듯 양팔을 힘차게 휘두르며 걸었다. 반면 블레어 전 총리는 무심코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걸으면서 마치 부시 전 대통령이 블레어 전 총리에게 명령을 내리는 듯한 모양새가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설의 대가일 뿐 아니라 패션의 대가이기도 하다. 때문에 비언어적 효과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2008년 대통령에 당선된 날 그는 검은색과 강렬한 빨간색을 이용한 '패밀리룩'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자신은 검은 정장에 붉은 넥타이를, 부인은 검은색과 빨간색이 조화된 드레스를 골랐다. 또한 큰딸에게는 빨간색, 작은딸에게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혔다. 조화로운 옷을 입은 '대통령 가족'의 이미지를 통해 화목한 가정의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국가도 이처럼 경영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악몽을 부른 히틀러도 이미지 메이킹의 대가였다. 독단적 이미지의 대명사인 히틀러에게도 작은 키와 왜소한 체구는 콤플렉스였다. 그는 키가 드러나지 않도록 사진은 늘 상반신만 찍었다. 배경은 어둡게 처리해 권위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연설할 때는 오른손을 펼친 채 높이 쳐들어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왼손으로는 심장을 눌러 충성심을 표출했다. 그의 노래 부르듯 당당한 목소리와 강렬한 손동작은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어우러지면서 대중을 압도했다.

채윤경 기자

◆도움말 주신 분(가나다순)=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장, 김미경 아트스피치 대표, 윤영미 전 SBS 아나운서,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

채윤경 기자

대선주자 패션, 유권자 무의식을 지배한다

문재인 은발로 카리스마 완성
박근혜 진패션으로 세대공감
손학규·정세균 정갈함으로 어필

안철수 2대 8 가르마에 기본정장
수수하다 못해 약간 촌스러움도


‘닉슨은 정말 못생겨서 케네디에게 졌을까.’

미국의 유명 정치컨설턴트 딕 모리스(Dick Morris)는 정치 신예 케네디가 백전노장 닉슨을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된 지난 35대 미(美) 대선을 이같이 표현했다. 그렇다면 정말 닉슨은 못생겨서 케네디에게 진 것일까. 아니다. 그가 진 것은 단지 못생겨 ‘보였기’ 때문일 뿐이다. 두 사람의 운명을 바꾼 계기로 알려진 첫 TV토론회. 이 자리에서 그들의 미래를 결정한 것은 다름 아닌 단 한 벌의 슈트였다. 그날 케네디는 짙은 감청색 슈트를, 닉슨은 회색 슈트를 입고 등장했다. 시청자들의 눈에 회색의 닉슨은 나이 들고 지쳐보였고, 감청색의 케네디는 젊고 활기차 보였다. 결국 국민들은 활기 넘치는 케네디에게 표를 던졌고, 텔레비전을 잘 활용했던 ‘영리한’ 정치 신예는 결국 이변을 만들어냈다.

▶영리해진 후보들, 초점은 소통=최근 2012 대선을 앞둔 여야 주자들의 패션을 살펴보면 더 영리하고 치밀해진 그들의 전략을 읽을 수 있다. 때로는 숨 막힐 듯 단정하지만 또 가끔은 과감히 재킷을 벗어던지고 청바지를 입으며, 싸이(PSY)의 말춤을 추고 신나게 드럼을 연주해보이는 것이 그들이다.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는 패션 트렌드는 단연 ‘이지(EASY)’다. 연설자로 나선 주자들의 옷차림에서 재킷과 넥타이가 실종된 지 오래. 여기에 목까지 채운 셔츠 단추도 한두 개 풀어헤치고 손목을 조이는 소매를 팔뚝까지 두 번 접어 올린 것은 필수 옵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역시 경쟁하듯 반팔 집업 점퍼를 입어 편안한 스타일을 연출하고 있다. 흰머리를 애써 감추지 않고 정갈하게 넘긴 문재인 후보 역시 ‘꾸밈없는’ 패션의 대표적인 주자다. 이문연 스타일코치(@moonyoun)는 “동그란 안경테가 주는 부드러움과 편안함, 그리고 백발과 은발이 섞인 머리스타일은 문재인만의 카리스마”라고 분석했다. 

   정세균             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손학규           김두관

▶시간 장소 때에 맞춘 TPO=‘포멀(formal)한 정장’이라는 천편일률적인 패션 공식에서 탈출한 그들의 패션 센스도 한층 진화했다. 어두운색 재킷을 즐겨입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최근 젊은이들과 만나는 자리에 종종 진(Jean)으로 된 셔츠형 재킷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치인’ 박근혜가 2030 세대와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기 위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역할을 옷차림이 대신한 셈이다. 이처럼 TPO(TimeㆍPlaceㆍOccasion)에 맞는 옷차림을 선택하는 것 역시 과거 대선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문 후보는 공식석상에서는 튀지 않는 톤 다운된 정장을 많이 입는 편. 넥타이는 지적인 이미지가 도드라지는 하늘색을 주로 맨다. 패션 전문가들은 “재킷만 벗은 셔츠차림이지만 여기엔 정장으로 대표되는 정치인의 ‘권위주의’이나 ‘엘리트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고 밝혔다.

▶신뢰감와 안정감을 주는 ‘정장’=깔끔한 옷차림은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다. 하지만 거기에 적절한 컬러를 매치할 경우 그 시너지는 무한해진다. 단정한 정장족의 대표적인 대선 주자는 여권의 유력 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다. 그는 대부분의 공식석상에서 직선이 강조되는 투피스 정장을 입는다. 상의는 대부분 깃 있는 셔츠차림이고, 색은 회색이나 쥐색, 카키색 등 딱딱한 컬러 위주로 택한다. 반면 시민들을 만날 때는 주황이나 노랑, 자주색의 상의를 매치해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이 코치는 “컬러는 바뀌어도 언제나 정갈한 라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스타일은 오랜 정치경력을 지닌 안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며 “여성적인 부드러움보다는 완고함과 강인함이 느껴지는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고 평했다.

손학규 민주통합당 후보와 정세균 후보 역시 정갈하게 떨어지는 슈트를 선호하는 편. 여성복에 비해 ‘재미없는’ 남성정장에 그들은 TPO에 맞는 넥타이에 포인트를 준다. 손학규 후보는 대선출마선언 당시 신뢰감ㆍ안정감을 주는 자주색 넥타이를 택했고, 정세균 후보는 빨간 넥타이를 선택해 푸근한 인상에 카리스마를 더했다.

▶정치인스럽지 않은 스타일=2대 8 가르마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대한민국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하지만, 머리숱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50대 남성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스타일이 바로 이 2대 8 가르마다. 기성정치와의 차별화를 선언, 야권의 강력한 대선후보로 부상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2대 8 가르마족’ 중 한 명. 왼쪽 가르마의 오른쪽 8할을 쓸어넘기는 그의 모습은 이제 익숙한 장면이다. 안 원장은 평소에는 밝은 정장보다는 기본 검정색 정장에 흰색이나 파란색, 회색의 셔츠를 매치하는 편이다. 이 코치는 “세련됨보다는 수수하다 못해 약간 촌스러움까지 느껴지는 스타일”이라며 “(관객 입장에서는) 정치권의 때가 묻지 않는 순박함에 헤어와 옷에서 고스란히 묻어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손미정 기자, 손수용ㆍ김수경ㆍ이유정 인턴기자>

[@뉴스룸/김현진]Mrs.오바마의 패션 폴리틱스

[동아일보]

6일(현지 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내 미셸 오바마(48)는 옷 잘 입는 퍼스트레이디로 유명하다. ‘재키룩’이란 말을 하나의 패션 장르로 굳히게 한 스타일아이콘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에 필적할 만한 유일한 백악관 안방마님으로 꼽힐 정도다.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보다도 미셸 오바마가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 부분은 패션으로 정치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가 지난 4년간 펼친 패션 정치, 즉 ‘패션 폴리틱스’는 남편의 백악관 재입성에 무시 못할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7일 남편의 당선 연설 석상에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인 ‘마이클 코어스’의 와인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그의 모습에 기자는 무릎을 쳤다. 과거 공식 석상에서 몇 차례 입었던 이 드레스를 다시 꺼내든 센스라니…. 고가(高價)의 자국 디자이너 의상이지만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의 큰 행사에서 입은 ‘재활용’ 드레스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경제적 재건을 외치며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외친 시점에, 제대로 내조의 핵심을 짚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패션 정치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치러진 지난 대선을 전후해서다. 취임식 등 공식 행사에서 대만과 쿠바 출신 디자이너 의상을 입으며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미국 내 소수민족의 정서를 자극했다. 오바마의 패션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침체한 미국의 패션 산업을 부흥시키는 경제적 효과까지 낳았다.

시계를 뒤로 돌려 2002년 12월. 16대 대선이 막바지를 향하던 당시 패션을 담당하고 있던 기자는 노무현 이회창 정몽준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권양숙 한인옥 김영명 여사측에 e메일을 보내 평소 패션 스타일과 좋아하는 브랜드 등을 물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서민적 이미지를 강조하며 단골 옷집에서 저렴하고 편한 옷을 산다고 답했다. “디자인이 아름다운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스카프를 가끔 맨다”는 김영명 여사의 말이 그중 가장 튀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대선을 얼마 남기지 않고 노무현-정몽준 후보가 단일화해 김 여사의 답변은 지면에 실리지도 못했다.

그 후 10년 지났고, 여성 대통령 후보가 나올 정도로 세상이 달라졌다. 하지만 지금 같은 질문지를 대선 후보 또는 퍼스트레이디 후보에게 보낸다 해도 10년 전과 크게 다른 답변이 돌아올 것 같지 않다. ‘옷 로비’ 등 패션을 둘러싼 정치 스캔들이 많았던 탓인지 정치인들은 멋을 내는 데 주저하고, 유권자들은 멋 내는 정치인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짙은 탓이다.

국내 패션업계는 최근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해외 진출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과거 구호에만 그쳤던 이른바 ‘K패션’ 바람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서맨사 캐머런 영국 총리 부인, 프랑스의 전 퍼스트레이디 카를라 브루니 등은 모두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 자국 패션의 외교관 역할을 했다. 패션 감각을 키워 ‘쿨한 미국’의 이미지를 높였으면 좋겠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스타일리시한 모습으로 합성한 미국 블로그들도 눈에 띈다. 이미지가 권력인 시대에, 리더들이 패션으로 정치하는 시대가 이미 도래한 것이다.

국내 패션 산업의 발달 정도나 일반인들의 관심도로 봤을 때 우리 민족의 유전자에는 멋을 내고 싶은 본능이 적잖게 자리 잡고 있다. 패션 감각은 이미 현대인의 능력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의 정치적 리더 가운데서도 이런 ‘능력자’가 나왔으면 하는 것이 기자만의 바람일까. 김현진 산업부 기자 bright@donga.com

여성 정치인은 슈트를 좋아해


고현정

[스포츠한국]

서혜림 vs 박근혜… '드라마 속 vs 현실'의 여성 정치인 패션

배우 고현정이 주연을 맡은 SBS 수목 미니시리즈 <대물>(극본 유동윤ㆍ연출 김철규, 조현탁)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유지하자 여성 정치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고현정이 맡은 서혜림은 전형적인 정치인은 아니지만, 그가 보여주는 패션은 세련되고 단아해 비즈니스 우먼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드라마 속 고현정과, 실제 여성 정치인의 패션의 교집합과 공집합은 무엇일까.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으로 꼽히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패션과 서혜림의 패션을 견주어 봤다.

단정한 차림 선호하고 액세서리는 자제

#교집합=단정함은 생명

고현정과 박근혜 모두 단정한 수트 차림을 고수한다. TV 토론 등 외부에 공식적으로 모습이 드러나지 않을 때에도 언제나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스커트나 바지 모두 소화하지만, 상의는 재킷을 반드시 입는다. 사람들 앞에 블라우스만 입거나 티셔츠 차림으로 나서는 일은 없다.

박근혜

액세서리를 자제한다. 이들은 모두 귀걸이를 자주 착용하지 않는다. 목걸이나 재킷 깃에 브로치를 달아 포인트를 주는 정도다. 고현정은 얇은 목걸이를 3개 정도 레이어드해 지나치게 어두워 보이지 않도록 연출한다. 이 같은 연출법은 최근 트렌드에도 걸맞아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다. 박근혜는 오른손에 묵주를 항상 차고 있어 강인한 내면을 상징해주는 아이템으로 작용한다.

순수하게 긴 생머리, 강직하게 쇼트 커트

#공집합=컬러와 헤어스타일

고현정은 차분한 컬러를 택한다. 블랙 그레이 캐멀 등 튀지 않는 색상을 주로 입는다. 디자인 역시 단추만 달려 있거나 미니멀하게 깃이 처리된 코트나 재킷으로 단정한 분위기를 강조한다. 간혹 비즈가 달린 블랙 재킷을 입기도 하지만, 차분해 보이도록 연출한다. 이에 반해 박근혜는 블루 화이트 레드 등 화사한 색상으로 여성성을 강조한다. 화이트 재킷에 금사가 섞여 있어 반짝이는 효과를 노리기도 한다.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헤어스타일이다. 고현정은 어깨 아래까지 늘어뜨린 긴 생머리를 고수한다. 당초 대통령을 꿈꿨던 인물이 아닌데다, 이상적인 정치를 주장하는 서혜림의 순수한 면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박근혜는 앞머리에 웨이브가 들어간 쇼트 커트로 강직한 인상을 유지하고 있다./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jjstar@sphk.co.kr

 

 

 

'날아라 강달프!'…패셔니스타 꿈꾸는 정치인들



【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패션(Fashion)에 대한 정치인들의 열정(Passion)이 뜨겁다. 실시간으로 미디어에 노출되는 정치인의 패션이 인지도와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하지 않았는가.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전담 스타일리스트를 두기도 하고 언론매체에 출연할 때는 메이크업도 받는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처럼 빨간색을 고집하거나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처럼 한복 두루마기를 입어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刻印)시키는 경우도 있다.

강기갑 의원은 긴 턱수염에 한복 두루마기와 고무신을 고수해 '강달프'라는 애칭을 얻었다. 강 의원의 패션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초강력 백색 마법사 '간달프'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란다.

네티즌들은 강 의원의 사진에 "3선 의원이 되면 구름타고 출근할 것 같다", "강달프가 공중부양하는 모습" 등의 댓글을 달며 그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고 있다.

4선의 홍준표 의원은 평소 빨간색 넥타이와 붉은 색 계통의 와이셔츠나 점퍼, 스웨터 등을 즐겨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빨간 넥타이만 40개가 넘는다고 하니 빨강색에 대한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다.

체구가 왜소한 편인 홍 의원에게 빨강색은 카리스마와 생기, 존재감을 부각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자신의 성 '홍'을 상징하기도 하는 빨강색은 정열적이고 곧은 정치를 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단다.

패션을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대표적 정치인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다. 정치 입문 초 발목까지 내려오는 치렁치렁한 긴 치마를 주로 입어 '공주'라는 별명을 가졌던 그는 당 대표를 거쳐 대선 주자급 정치인으로 성장하면서 '베스트 드레서'로 거듭났다.

박 전 대표의 패션은 고상하면서도 우아하다. 당 대표 시절에는 붉은색 계통의 정장을 주로 입어 자신의 지도력과 카리스마를 부각시켰고 지난 대선 당시에는 주로 바지 정장을 입으며 활동성과 추진력을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우아하고 클래식한 흰색, 노랑색, 빨강색 등 밝은 색상의 옷을 즐겨입는다. 크게 유행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단아한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옷을 잘 소화하는 그는 정계의 패셔니스타로 꼽힌다.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의상을 즐겨 입는 한나라당 나경원·정옥임 의원과 편안하면서도 친근한 비즈니스 캐주얼을 고집하는 국민참여당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도 베스트 드레서로 불린다.

pjy@newsis.com

[언중언]패션정치



미국 대선에서 닉슨과 케네디가 대결할 때다. 닉슨은 토론장의 배경과 같은 회색 양복을 입었다. 반면 케네디는 짙은 색상의 양복을 선택해 훨씬 돋보였다. 레이건 대통령의 보수주의 이념은 공식 석상에서 즐겨 입던 짙은 색상의 정장에 배어 있었다. 그는 의상을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전 국무장관인 올브라이트는 협상 결과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내 브로치를 읽으라'는 대답을 내놓곤 했다. ▼우리나라 대선주자들의 패션을 읽는 것도 흥미롭다.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물방울무늬나 줄무늬의 넥타이에 와이셔츠는 깃과 전체의 색이 다르면서 색상이 강렬한 것을 받쳐 입었다. 젊은 감각에다 화려한 중산층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영국 전통 신사복의 상징인 행커치프를 양복 윗주머니에 꽂아 세련미를 부각하기도 했다. 격식 없는 자리에는 멜빵바지나 노타이 차림으로 나와 자연스러운 모습도 연출했다. ▼인터넷 뉴스매체 `허핑턴 포스트'의 창업자이자 패션 칼럼니스트 아리아나 허핑턴이 정치인의 외모와 이미지를 소개한 적이 있다. 사석에서 만난 기자에게 `요즘 어떤 정치인이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자 그 기자가 `그럼 그 사람 이제 성공하겠네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치인의 코디네이션은 자신의 이미지는 물론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준다. 유권자들은 정치에 이성뿐만 아니라 감성으로도 참여한다. ▼미디어 정치 시대에 후보자의 패션이 중요한 선거 결정 요인으로 등장했다. 선거에서 유권자는 반드시 이성과 합리적인 기준만으로 후보를 선택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유권자의 머리 속에 그려진 후보자의 이미지에 의해 투표하는 경우가 많다. 대중매체를 통한 후보자의 이미지 구축은 유권자의 결정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총선 예비후보들의 패션이 각양각색이다. 이젠 패션을 정치 전략으로 동원하는 시대다.

장기영논설위원·kyjang3276@kwnews.co.kr

朴 당선인, 128만원 명품가방 들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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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설을 앞둔 대한민국은 ‘128만원’으로 뜨겁다. 박근혜 당선인이 최근 새로구입한 것으로 보이는 회색 가방이 ‘국내 H브랜드의 128만원짜리 가방이다’는 보도가 나면서부터다. 지금껏 옷과 신발 등 자신의 물건들의 ‘구입처’를 자진 공개한 바가 없던 박 당선인 측은 보도 이후 즉각 “영세업체가 만든 저렴한 가방”이라며 명품논란을 진화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이같은 파동을 지켜보면서 패션관계자들은 "대통령 당선인이 100만원대 가방을 드는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라면서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왜 대통령 당선인이 적극적으로 자국의 명품브랜드를 홍보할 생각은 하지 않고, 눈치만 보느냐는 것이다.

전세계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의 일거수 일투족은 늘 언론과 국민의 주목을 받는다. 그들의 발언은 신문 1면 톱을 장식하고, 바뀐 헤어스타일, 새로 구입한 옷, 심지어 먹고 자는 것 하나하나까지 관심거리다. ‘박근혜 가방’이 포털검색어 1위를 장식하는 것도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향한 스포트라이트를 오히려 ‘영리하게’ 국익차원에서 이용하는 인사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을 자국의 브랜드를 전세계에 홍보하는 일종의 마케팅 도구로 적극 활용할 뿐더러, 때로는 유명 연예인 부럽지 않은 ‘완판녀’로 등극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영부인 미셸 오바마다. 그는 고가의 명품 의류와 중저가 브랜드의 옷을 적절하게 ‘믹스매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두번째 취임식에서도 미셸 오바마는 고가의 톰 브라운 코드에 중저가의 제이크루(J.Crew) 벨트와 신발을 매치했다. 특히 평소에도 즐겨 애용하는 제이크루는 그가 입고 등장할때마다 주문이 폭주, 오바마 취임 첫 해에 주가가 40%나 상승하기도 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셸 오바마 혼자서 ‘1인 경기부양책’의 역할을 해낸 것이다.

영국의 최연소 퍼스트레이디인 사만다 캐머런 역시 스텔라 매카트니, 버버리 등 영국의 명품 브랜드 의상과 막스앤스펜서 등의 중저가 의상을 넘나드는 스타일링은 선보이며 ‘사만다 효과’라 불릴 만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프랑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도 공식석상에서 에르메스와 샤넬 등 자국의 명품 브랜드의 가방을 애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스타일리스트였던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장은 “힐러리 클린턴은 영부인 당시 내내 미국 브랜드 세인트 존을 입었다”며 “그전에는 유명하지 않았는데 힐러리가 옷을 입어서 우리나라 강남 아줌마들이 꼭 입는 옷으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박 당선인의 ‘모든 것’은 철저히 비밀에 가려져 있다. 모든 이의 시선이 박 당선인을 향해 있지만 정작 국민들은 박 당선인에 대해 잘 모른다. 박 당선인이 구두와 의류를 어디서 산 것인지, 평소에 자주가는 레스토랑이 어딘지도 알려지지 않는다. 다만 활발한 ‘네티즌 수사대’의 활동 덕에 “옷은 청담동에서 맞춘 거라더라” 정도의 가십성 정보만 돌아다닐 뿐이다.

이번 가방 논란 역시 결국은 ‘돈’ 문제가 아니라 ‘박근혜’라는 브랜드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비싸냐, 싸냐의 문제가 아니라 ‘감추는 것’이 문제다. 오히려 박 당선인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브랜드를 당당하게 들고 다니는 것이 국가 브랜드 마케팅 측면에서도 더욱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강 소장은 “서양에서는 그것(패션)도 하나의 국가 브랜드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대게 자신들이 쓰고 입는 것에 대해서 오픈을 잘 안한다”며 “(대통령도)자신의 패션을 국가 브랜드 마케팅 차원에서 봐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와함게 유명인의 소지품이 이슈가 되면 ‘얼마인지’에만 관심을 쏟는 대중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어느 디자이너의 제품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며 “대중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정치인들은 더 쉬쉬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balme@heraldcorp.com

 

 

정치와 만난 패션…촌스러우면 진다

깅리치 前 의장 ‘C-’

반소매 셔츠에 주름바지 혹평

불룩한 허리에 벨트까지 낙제점

날씬해 보이려면 슬림한 셔츠를


릭 페리 주지사 ‘B+’

슈트 상의 어깨선 강인함 표현

빨간넥타이로 정통 공화당 강조

조이는 소매는 불편한 인상 심어


패션전문가들의 조언

색상 이미지 결정에 가장 중요

대중 앞에 설 땐 녹색은 금물

옅은 보라색이 젊은 층에 어필



1960년 9월 26일 미국 시카고. 존 F 케네디 민주당 대선 후보와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가 격돌했다. 사상 최초의 TV 토론회다. 모든 미국인의 이목이 쏠린 ‘이벤트’였다. 승자는 케네디였다.

얼굴이 잘나고 못난 게 승부를 가르지 않았다. 흑백 TV였지만, 이들의 패션 센스가 유권자의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줬다. 케네디는 검은색 슈트와 푸른색 셔츠로 멋스러움을 강조했다.

반면 닉슨은 회색 셔츠와 슈트를 입고 수염도 깎지 않은 채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밀었다. 케네디는 시종일관 자신감을 뿜어냈다. 방송용 메이크업도 하지 않은 닉슨은 초췌하고 지쳐 보이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정치가 패션을 만나다= 바야흐로 정치와 패션이 만나는 시즌이다. 내년엔 러시아ㆍ프랑스ㆍ중국ㆍ미국에 이어 한국까지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다. 정책과 이데올로기를 아우르며 처절한 승부를 벌여야 하는 정치판은 이미지 전쟁을 통해 대중에게 어필해야 한다. 이미지는 시각에 의해 구체화한다.

정치와 이미지, 시각의 접점은 패션이다. 진보든 보수든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길 원하는 정치인이라면 패션 센스는 필수 덕목이다. 좌(左)도 아니고 우(右)도 아닌 부동층을 공략해 중원싸움에서 이기려 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정치인의 현실은 아득하다. 미국 패션전문지 우먼스웨어데일리(WWD)는 최근 공화당 경선 후보자의 패션에 점수를 매겼다. 내로라하는 인물이 낙제 수준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총체적인 패션 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단순히 넥타이 색깔로만 자신의 이미지를 어필하려는 초보적인 수준의 전략을 쓰는 듯한 인상이다.

한국의 대선후보를 가늠하긴 힘든 형국이지만,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려는 정치인과 이들을 평가하게 될 유권자 모두 참고할 만하다. 


▶공화당 경선후보의 패션은 낙제=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은 최근 치솟는 인기 속에 공화당 대선후보군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패션에선 낙제점을 받았다.

WWD는 깅리치 전 의장의 사진 한 장을 분석하며 ‘C-’를 줬다. 캐주얼 셔츠와 바지 차림을 놓고 제대로 된 게 거의 없다고 했다. 반소매 셔츠와 베이지색 주름바지를 가르는 검은색 벨트가 혹평의 발단이다. 가뜩이나 불룩한 허리를 더 튀어나와 보이게 한다고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연말이 되면 빨간 옷을 입고 수염을 달아 완벽한 산타클로스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WWD는 깅리치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일단 날씬하게 보이려면 짧고 슬림한 셔츠를 입고 좀 더 짙은 색의 주름없는 바지를 착용하라고 했다. 또 짙은 브이넥 스웨터를 입으면 허리가 더 얇게 보일 것이라고 했다. 통 넓은 바지는 금물이라고도 했다.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의 사정은 조금 나았다. 최신 유행의 정장과 빨간색 넥타이의 힘을 알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B+’를 줬다. 또 카키색 슈트와 블루 셔츠를 입은 페리 주지사의 슈트 상의 어깨선은 그의 강인함을 보여주고, 잘 정돈된 머릿결은 완벽한 메이크업이라고 호평했다. 살짝 좁은 듯한 바지통은 그의 다리 실루엣을 길어보이게 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슈트 상의 스리 버튼은 갑옷 한 벌을 입고 있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셔츠 끝단이 보이지 않는 너무 꽉 조이는 듯한 상의 소매 역시 불편해 보이는 인상을 줬다고 잡지는 평가했다.

▶넥타이 컬러로 이미지 홍보=세계적 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올은 상대방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색상이라고 했다. 미국 공화당 경선후보 역시 넥타이 색으로 이미지 홍보에 나서고 있다.

전형적 자수성가 정치인 릭 페리 주지사는 원색적인 빨간 넥타이로 정통 공화당임을 강조한다. 그는 지난 네 번의 TV 경선 토론회에서 모두 빨간 넥타이를 맸다.

페리 주지사는 화려한 넥타이와 프렌치커프스(소매단을 접은 후 화려한 커프스링크로 장식하는 스타일) 등으로 자신이 자수성가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다고 뉴욕포스트(NYP)는 설명했다.

미트 롬니 매사추세츠 전 주지사는 평화와 안정을 상징하는 연한 푸른색 넥타이를 즐겨 맨다. 연한 푸른색이 정치인에겐 가장 무난하고 안전한 색깔이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대중의 눈길을 끌기 위해 사선의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자주 착용한다.

롬니 전 주지사는 최근 열린 경선후보 토론회에서 타 후보와 다르다는 인상을 주려고 파랑ㆍ노랑ㆍ흰색의 삼색 줄무늬 넥타이를 맸다.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지난 11번의 TV 토론회 중 9차례를 칙칙한 밤색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깅리치 전 의장은 넥타이 색보다는 지적 능력과 언변으로 이목을 끌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공화당 후보 모두 녹색 넥타이를 피했다는 사실이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설득력을 감소시킨다며 대중 앞에 서는 사람은 녹색 넥타이를 매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공화당 후보 모두 최신 유행 패션과는 거리과 멀다. 한 패션 전문가는 “공화당 후보가 매는 넥타이는 모두 폭이 약 9.5㎝로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6~7.5㎝)보다 넓고, 최근 각광받는 옅은 보라 색상의 넥타이를 매는 후보도 없다”고 말했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패션이 자신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최신 스타일의 넥타이를 착용한 정치인을 원하는 젊은층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성원 기자ㆍ민상식 인턴기자/hongi@heraldm.com

[글로벌 아이] 미셸 오바마의 패션 정치와 ‘근혜 스타일’

정경민뉴욕특파원 2011년 2월 9일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NBC방송의 '투데이쇼'에 출연했다. 감청색 바탕에 흰색 땡땡이 무늬 원피스, 거기에 붉은색 벨트로 포인트를 준 그의 패션감각이 돋보였다. 다음 날 아침 미국 언론이 호들갑을 떨었다. 미셸이 입은 원피스가 대중 브랜드 H&M의 35달러짜리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모자와 선글라스로 변장한 채 대중 쇼핑몰 타겟에서 '암행 쇼핑'한 미셸의 사진이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지난주 버락 오바마 대통령 2기 취임식에선 역시 중저가 브랜드 제이크루의 벨트와 구두·장갑으로 멋을 냈다. 재클린 케네디 이후 최고의 멋쟁이로 꼽혀온 미셸의 파격에 서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프랑스 명품에 꽂혔던 재클린과 달리 미셸은 젊고 감각 있는 뉴욕의 신예 디자이너를 주로 발탁해왔다. 취임식장에서 선보인 단정한 감청색 코트도 오바마 대통령의 코트를 디자인한 톰 브라운이 남자 넥타이 소재로 만들었다. 대만계 제이슨 우는 4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미셸에게 무도회 드레스를 입히는 행운을 안았다.

 쿠바계 이사벨 톨레도와 나르시소 로드리게스, 태국계 타쿤 퍼니치걸, 인도계 나임 칸, 한국계 두리 정도 미셸의 간택을 받았다. 출신은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뉴욕 최고의 디자인스쿨 파슨스를 나와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이다. 뉴욕에서나 알려졌던 이들이 미셸 덕에 일약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디자이너가 된 거다.

 뉴욕 패션과 중저가 브랜드가 절묘하게 버무려져 실용적이면서도 품위 있는 '미셸 스타일'이 나왔다. 빼어난 패션감각은 흑인여성에 대한 편견도 날려버렸다. 불황으로 의기소침해진 뉴욕 패션계에 활력소를 불어넣은 건 물론이다. 요즘 뉴욕 디자이너 작업실엔 미셸의 신체치수와 똑같은 마네킹이 필수품이 됐다. 뉴욕 패션계에 그가 만들어준 경제가치는 30억 달러가 넘는다.

 패션감각 하면 박근혜 당선인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지 모른다. 육영수 여사를 떠올리는 올림머리, 정장스타일 바지와 브로치가 '근혜 스타일'의 공식이다. 수십 년 한결같은 그의 패션에서 원칙주의 소신과 자기관리의 절제가 묻어난다. 그런데 미셸과 달리 박 당선인은 어떤 브랜드 가방을 들고 누구 옷을 입는지를 철저히 비밀에 부쳐왔다.

 야당 정치인 시절엔 구설에 오를 수 있었으니 그렇다 치자. 그렇지만 대통령의 패션은 다르다. 대통령은 나라의 얼굴이다. 그의 패션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한국 패션을 세계에 알리는 데 이보다 좋은 광고판이 또 있을까. 동대문 브랜드 액세서리와 한국 장인의 구두·가방에 젊은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당당하게 세계 정상과 만나는 여성 대통령의 모습, 상상만 해도 뿌듯하다. 박 당선인의 취임식 패션이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이유다.

정경민 기자 jkmoo@joongang.co.kr

▶정경민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jkmoo/

스타일 토크 ⑧ 사람은 떠나도 패션은 남는다



[아시아경제 박지선 기자]

정치인의 패션은 국가 경쟁력이자 외교적 홍보 수단

그룹 소녀시대 멤버들이 청와대를 방문해 퍼스트레이디와 기념촬영한 사진을 봤다.

‘왜 갔을까’만큼 ‘무얼 입었는갗에 관심이 갔다. 화려한 무대의상을 벗은 연예인도, 이들을 맞이한 청와대 안주인도 모두 편안한 차림새였다.

유명인을 활용한 스타마케팅이 패션 산업에서 막강한 위력을 지닌 것처럼 전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퍼스트레이디의 패션은 매순간 관심의 대상이다. 때로 정치인의 패션은 국가 경쟁력이자 외교적 홍보 수단이 될 때도 있다. 패션에는 문화와 가치관, 품격과 개성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인과 패션의 사이가 꽤 멀다. 고가 시계나 유행하는 백을 들기라도 하면 비난이 쏟아진다. 정치인이 옷이나 액세서리에 관심을 갖는 것은 부적절한 행위처럼 인식되는 것같다.

역대 퍼스트레이디 가운데 최고의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재클린 케네디.

2년 전, 나경원 의원이 패션 잡지와 촬영한 사진이 공개되자 ‘비싼 옷이나 걸치는 한심한 여자가 무슨 정치를 하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정치인이나 유명인들이 명품 의상(로고가 드러나지 않는 것이 필수)을 입으면서도 국내 브랜드로 둔갑시키는 경우는 허다하다. ‘고가, 명품’에 심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아니다. 그렇지만 가끔은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링으로 멋 부리는 정치인을 기대하는 것은 철없는 얘기일까?

패션은 강력한 메시지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였던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는 역대 퍼스트레이디 가운데 옷 잘입는 최고의 인물로 기억된다.

재클린은 대학 시절 패션 잡지 <보그 (VOGUE)>의 인턴 사원으로 뽑힐만큼 패션을 즐겼다. 여성스러운 원피스, 진주 목걸이, 커다란 선글래스는 생전의 재클린이 좋아하던 스타일. ‘재키 룩’이라 불리는 이 스타링일은 패션 교과서 역할을 한다.

1997년 사망한 영국 다이아나 황태자비의 패션도 늘 화제였다. 영국 패션을 부흥시켰다는 평을 받았고 만찬 파티에서 입은 드레스부터 구호활동 현장에서의 티셔츠 차림까지 모두 멋졌다. 옷보다 사람이 멋졌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생전의 다이아나는 패션 잡지와 화보 촬영을 진행했었다.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지만 재클린과 다이아나를 초대해 ‘패션’을 주제로 대담하면 어떤 얘기들이 나올까, 상상만으로도 흥미롭다. 이쯤되면 ‘사람은 가도 패션은 남는다’ 얘기해도 될 것 같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퍼스트 레이디 미셀 오바마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무장관은 ‘브로치 외교’라는 용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액세서리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협상이 잘 진행될 때는 풍선 모양. 날카롭게 쏘아붙일 말이 있을 때는 벌 모양, 북한을 방했을 때는 비둘기 모양 브로치를 선택해 패션 소품을 언어로 활용했다.

미셸 오바마 미국 퍼스트레이디의 패션도 취임 초부터 관심을 끌었다. 2009년 취임식과 취임식 만찬자리에서는 미국 디자이너 의상을 선택했고(당연한 일이지만!), 중저가 브랜드를 소품으로 활용하는 센스로 미국인의 호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2007년 프랑스 퍼스트레이디가 된 모델 출신 카를라 브루니를 바라보는 프랑스 국민의 시선은 특별하다. 패션 종주국인 프랑스에서 비로소 미국의 재클린과 견줄 수 있는 패션 아이콘을 얻었다는 설레임, 미국의 미셸 오바바와의 패션 경쟁에서 승리할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패션은 강력한 무기이자 효과적인 프리젠테이션 도구다. 태국 왕비가 실크 의상을 선호하고 일본 왕실에서 진주 액세서리에 애착을 보이는 이유도 나름 속셈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은 한복이어야할까?

화룡점정같은 스타일링의 묘미가 그립다. 우리는 언제쯤 퍼스트레이디, 혹은 정치인의 패션 소장품 전시회를 볼 수 있을까? 세련된 옷매무새의 정치인을 기대하기에 우리는 급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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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와 모델 출신 퍼스트레이디 카를라 부르니.

박지선 기자 sun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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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박근혜 패션 정치

여성 정치 리더의 패션 스타일에는 `전문성'이 담겨있다. 1980년대 초반에는 대개 딱딱한 느낌의 감청색 혹은 검은색 슈트를 선택했다.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였던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의 파워 드레싱이 그렇다. 가는 허리와 큰 가슴, 넓은 골반 등 여성의 성적 부위를 강조하는 `여성성'의 양식도 있다. 아일랜드의 첫 여성 대통령 메리 로빈슨, 미국의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는 여성성을 당당히 과시했다.

▼ 민족의상과 그 나라만이 지닌 문양과 색상 활용은 `민족성'을 반영하는 매개체가 된다. 파키스탄의 총리를 역임한 베나지르 부토를 꼽을 수 있다. 서구 정장을 착용하면서도 자국의 전통과 종교를 고려해 절충된 의상을 입었다. `청렴성'을 강조하기 위해 깨끗함, 신뢰, 애타주의의 이미지를 가진 흰색을 선호하는 지도자도 있다. 칠레의 여성 대통령이었던 미첼 바첼레트가 즐겨 입은 의상은 청렴성을 상징하는 흰색이다.

▼ 우크라이나의 민주 시민혁명인 `오렌지 혁명'을 이끈 전 총리 율리아 티모셴코의 패션은 전문성, 여성성, 민족성, 청렴성을 모두 담았다. 정치 활동 초창기에는 어두운 색의 슈트와 단정한 검은 머리로 전문성을 나타냈다. 점차 성적 이미지를 활용, 몸매의 선이 드러나는 의상과 높은 하이힐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흰색과 진주로 청렴성을 표현했고 전통 헤어스타일과 의상, 전통문양의 브로치 패션으로 민족성을 표출했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거의 중성색과 무채색 옷을 입었다. 여기에다 새누리당의 로고와 의상을 빨간색으로 통일하면서 붉은 점퍼, 스웨터, 목도리, 장갑, 모자 등을 착용하고 전국을 누볐다. 당선 후에도 빨간 색상을 선택했으나 요즘은 자주색과 주황색 계통을 주로 이용한다. 그가 강조해 온 `대통합'을 간접적으로 피력하려는 의도다. 이제는 정치인의 패션 스타일과 색상도 읽어야 하는 시대다.

장기영논설위원·kyjang3276@kwnews.co.kr

 

미셸 오바마 '패션의 정치학'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후진타오 국빈만찬 당시 英 디자이너 옷으로 비난받아]

미 대통령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미국의 고용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25일(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진행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연설에 함께 한 미셸 여사는 절제된 스타일의 하얀색 드레스로 세인들의 시선을 확 잡아끌었다.

미셸이 선택한 드레스는 라운드 네크에 7부 소매, 두개의 절개선만 들어간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훤칠한 그 녀의 라인을 잘 살린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날 미셸의 드레스가 무엇보다도 주목받은 것은 미국 디자이너의 작품이라는 점이었다.

드레스는 디자이너 레이첼 로이가 만들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로이는 심플하고 단아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앞서 미셸은 지난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시 미 패션업계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미셸은 만찬에 붉은색 실크 오간자 드레스를 입었다. 14년만에 국빈 방문한 중국 지도자에 대한 환대를 드러내는 옷차림이었다. 그러나 드레스가 영국출신 고(故) 알렉산더 맥퀸의 작품으로 알려지며 구설수에 올랐다. 경제회복을 위해 중국에게 극진한 대접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미국의 영부인이 과연 미국의 고용을 생각하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웨딩드레스로 유명한 뉴욕의 디자이너 오스카 드 라 렌타는 ‘위민즈 웨어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패션산업은 매우 큰 산업이다. 우리는 미국의 일자리 창출을 원한다. 미셸은 패션산업에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라면서 미셸이 미국의 패션산업을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미셸은 자국 디자이너의 옷을 입었다는 것 외에 은으로 만든 뱅글을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또 애리조나 총격사건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 다른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검은색 줄이 들어간 흰 리본을 옷에 달았다.

한편 이날 미셸 옆에는 애리조나 총격사건의 최연소 희생자 크리스티나 테일러 그린(당시 9세)의 유가족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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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권력 - 또 다른 지배와 복종
 
양미영
[독서신문] 대부분의 정치학자는 정치를 권력을 통한 지배와 복종에 수반하는 현상으로 상정하고, 또 국가와 연관시켜, 곧 ‘국가중심적’으로 연구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정치를 권력 현상으로 보되 국가중심적으로 보는 것은 거부하고, 정치를 바라보는 새로운 창을 발굴·확장해 온 이색적인 학자이다. 이전에도 ‘매춘’, ‘포르노’, ‘영화’, ‘성인만화’ 등을 정치학 분석의 소재로 삼아 일견 비정치적인 일상의 단면을 해부함으로써 권력 또는 지배의 적나라한 모습을 폭로한 바 있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권력이 거창한 사상이나 이념, 또는 정교한 제도와 폭력을 통해서 행사된다는 통상적인 설명에 반기를 든다. 지배자는 강자의 옷과 치장을 비롯한 육체의 가림과 드러냄을 관장하는 ‘패션’에 의해 권력을 행사하고, 역으로 피지배자 역시 ‘패션’을 통해 저항하고 반발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분석 대상으로 저자는 중세 유럽의 귀족 가문이 사용했던 문장(紋章), 남녀 귀족이 사용했던 장식물인 러프와 프릴, 프랑스 혁명 이후 등장한 기성복이 가져온 평등주의적 복식혁명, 이슬람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입혀 놓은 이슬람 베일(부르카, 히잡, 차도르, 니캅, 질레바 등), 그리고 1970년대에 우리사회에 유행했던 장발과 미니스커트 그리고 그에 대한 단속과 반발을 다루고 있다.
 
패션에 주목해 정치를 흥미롭게 분석함으로써 저자는 정치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자극하고 있다.

- 추천자 : 강정인(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패션과 권력 - 또 다른 지배와 복종
박종성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펴냄 | 430쪽 | 128,000원

 

 

 

패션, 인간을 홀리는 권력

신사복에 가려진 비신사성·베일뒤의 전근대적 폭력성…

패션과 권력/박종성 지음/서울대출판문화원 발행ㆍ448쪽ㆍ2만8,000원

紋章부터 빈티지풍까지

패션의 변천사 통해 권력의 메커니즘 읽어

태초에 옷은 가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맹수나 겁탈자의 시선, 또 추위로부터 숨으려 인간은 피륙을 만들고 짐승의 가죽을 벗겼다. 사회를 이루고 위계질서가 생겨난 뒤에는 옷이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변신했다. 강자는 자신이 약자와 차별됨을 옷으로 표현했다.

여기까진 누구나 아는 얘기. 이 책은 전근대적 권위가 해체되고 인간의 미의식이 산업과 결합한 뒤에도 옷, 혹은 패션이 권력과 정치의 기호로 기능하고 있음을 변증해 보인다. 나아가 권력의 표현태가 아니라 권력의 본질로서 패션의 정체에 접근한다.

저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정치학자다. 그리고 무척 다양한 관심사를 사회과학의 방법론과 결합시켜 부지런히 책을 쓰는 저술가다. 조선왕조의 기반을 이룬 사상, 영화, 포르노, 문학, 매춘, 성인만화 등등이 정치학과 만나는 접면을 포착해 매년 한두 권의 책으로 묶어 내고 있다. 스물세 번째 책인 <패션과 권력>은 그가 중세 유럽의 문장(紋章)부터 현대의 빈티지풍 밀리터리룩에 이르기까지의 패션 변천사에서 권력의 메커니즘을 읽어낸 작업이다.

패션은 육체를 감싸는 단순한 기호나 만만한 상징이 아니다. "자본이고 기술이며 유혹이자 신화이되 이윤을 넘어서는 대리만족 도구로 세상 곳곳에 튼실하게 뿌리내렸다"는 것이 이 책의 진단이다. 저자는 패션을 통한 시지각의 순응과 보편화 과정에 지배와 복종의 정치적 네트워크가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패션이 이내 그 자체로 권력이 되고 끝내 권위의 아우라마저 내뿜는 역사의 힘이 되어 가는 과정에 눈길을 고정하려 한다"고 저술 목적을 밝힌다.

서장에 이어지는 본론은 "복종의 확산, 권위의 압축"으로 표현되는 중세 문장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저자는 유럽과 일본의 왕실, 귀족들이 사용한 화려한 문장에서 패션이 지닌 중세적 의미를 고발한다. 그것은 "자신들의 정치적 불공정과 독선을 무마하고 대신 이를 향기와 장식으로 치장하고 싶었던 또 다른 욕망의 수단"으로 요약된다. 저자는 "추함을 덜어 내기 위해 분장이 필요했고, 악마성을 은폐하기 위해 때로 신을 불러내야 했으며, 비신사적 행태를 무마하기 위해 신사복이 요긴했던" 시절을 문장의 시대를 규정한다.

권력의 이기적 속성을 보다 분명히 보여 주는 것은 목에 둘러 머리를 도드라지게 보이도록 해 주는 러프(ruff)다. 르네상스 시대 유럽 상류층의 필수품인 러프는 장식적 효과 못지않게 착용시의 번거로움도 만만치 않았다. 노동의무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던 계층은 결코 넘볼 수 없는 패션 아이템이다. 저자는 "착용의 버거움을 이겨내야 하는 당사자보다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에 더한 중량감이 담길 때, 그 기이한 가분수의 패션 정치는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얘기한다.

혁명이 일어나고 시민 권력이 대두하면서 패션이 권위의 표징이었던 세월은 막을 내린다. 그리고 역전이 일어난다. 패션이 역사의 변화를 추동하게 된 것. 저자는 기성복의 등장을 "혁명 속의 혁명"이라고 규정한다. 값싸고 편리하며 대량 보급과 소비가 가능한 기성복의 혁명성은 남녀의 성차를 패션을 통해 녹여 없앤 결과를 낳았다. 반면 패션은 현대에도 여전한 전근대의 폭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슬람 문화권의 베일에서 반동적 정치 도구로서의 패션을 읽어 낸다. 그러나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일방적 순종이 아니라 "쓰고 노려보거나, 휘감은 채 대드는" 여성들의 감춰진 표정이다.


미니스커트와 장발에 이어 저자의 이야기는 빈티지 패션에서 마무리된다. 저자는 구김과 낡음을 아름다움으로 해석하는 빈티지 코드에서 정치적 전복성을 추출한다. 물론 빈티지에 깃든 도발과 기발함을 절대화하지는 않는다. "이 역시 언젠가는 유행의 덧없음과 일회적 열광에 치우쳐 잊히거나 응용적 순환대열에 합류할는지 모른다"는 것. 그러나 세기말의 불안과 미래를 향한 사회적 혁명의 가시적 표현도구로서, 또는 사회 불안을 뛰어넘을 자위 수단으로서 빈티지 권력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진지하다.

이 책에 따르면 패션이 무시하지 못할 사회적 권력이 된 현상은 더 이상 역설이 아니다. 패션은 더 이상 삶의 물리적 도구에 머무르지 않는다. 패션은 계층의 징표를 뛰어넘는 권력으로 엄존하면서 자신의 주관과 의식을 드러내는 정치 수단으로 작동한다.

저자는 "정치와 인간의 관계를 역사 속에서 새롭게 이어 줄 핵심 코드는 패션"이라며 이렇게 인식의 변화를 제안한다. "고상하고 거창하게 믿었던 그것들 모두가 자잘한 역사의 파편과 숱한 일상의 기억들로 재구성된다는 사실 앞에 겸허해지자. 인간이 인간을 이끈 것이 아니라 그의 몸을 감싼 무언가가 사람을 홀렸던 건 아니었을까 생각을 바꿔 보자."

유상호기자 shy@hk.co.kr

 

백악관 안주인 ‘대

[美 대선 슈퍼화요일] 정치는 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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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패션의 정치학’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 및 공화당 대선 주자들이 옷색깔에서 넥타이 매는 방법까지 ‘옷차림’에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주자들은 옷차림이 유권자의 표심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에 따라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이미지에 맞춰 계산된 패션 감각을 연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의 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패션전문가들은 후보들 가운데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가장 옷을 잘 입는다며 가장 높은 점수를 주었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밝은 인상을 주려는 옷차림에 주력하고 있다고 평했다.

# 깔끔 정장파 오바마 양복 맵시가 깔끔하게 떨어지고 넥타이는 폭넓은 매듭으로 젊은 느낌을 준다. 패션감각이 대선 주자 가운데 가장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멋내는 데에만 신경쓴다는 비난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밝은 색상 선호 힐러리 대선 주자 가운데 유일한 여성으로 깔끔한 바지정장에 화사한 색깔의 블라우스를 받쳐 입고 목걸이를 즐겨 착용한다. 밝은 이미지를 주기 위한 전략이다. 검은 테두리 장식의 노란 재킷과 우충충한 색상의 바지 정장은 피해야 한다고 패션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남성이 되려고 애쓰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 통바지 고수 롬니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출신 답게 옷매무새 하나하나가 잘 정돈돼 있고 각이 잡혀 있다. 하지만 ‘통바지 패션’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 스웨터 마니아 매케인 스웨터 등 편안한 옷을 즐겨 입는다. 유권자들에게 ‘편안하고 친근한 이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패션컨설팅업체 사장인 패티 파오는 “경선이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더 ‘대통령다운’ 옷차림을 선보일 것”이라고 예견했다.

# 이웃처럼 편하게 허커비 ‘국민과 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그의 대선전략과 걸맞게 편안한 옷차림을 좋아한다. 하지만 경선 득표율이 올라가면 이런 옷차림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저자와 차 한잔]‘패션과 권력’ 쓴 박종성 교수

[동아일보] “남과 다르게 보이려는 욕구… ‘옷차림의 권력’ 파고들었죠”

“흔히 세상을 움직이는 게 이념이나 사상 같은 거창한 것인 줄 알죠. 하지만 의외로 옷이나 장신구 같은 작은 것들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서원대 정치행정학과 박종성 교수의 주장은 도발적이었다. 그동안 문화적 요소에 얽힌 정치사를 톺아보는 책들이 많았지만 그의 신간 ‘패션과 권력’(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은 이들과 다르다. ‘패션에도 정치가 담겨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패션이 정치를 좌우한다’고 주장하기 때문.

‘패션과 권력’은 중세의 문장(紋章)과 깃발에서 현대의 빈티지에 이르기까지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한 패션의 요소들을 돌아본다. 책에서 박 교수는 인간이 패션을 만들지만 그 패션이 다시 인간의 권력을 만들고 지배와 복종 관계를 교착시킨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패션을 이용한 힘, 보이는 것을 통한 세(勢)의 과시를 그는 ‘시선권력’이라고 부른다. 권력을 욕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남들의 시선에 대한 욕구가 있다. 이 때문에 예부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외양을 통해 자신을 차별화하려 했다. 16, 17세기 유럽에서 널리 쓰인 거대한 옷깃 ‘러프(ruff)’가 대표적인 예다. 키가 작고 왜소한 데다 얼굴마저 작았던 엘리자베스 1세는 여왕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자신의 상체만 한 러프를 목에 둘렀다. 미동조차 어렵게 만드는 이 러프는 여왕의 모습을 거대하게 보이게 했고, 가만히 앉아 상대와 거리를 두고 도도한 모습으로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적인 상징이었다.

“처음 이 책을 구상한 것도 케이트 블란쳇이 엘리자베스 1세로 열연한 2007년 영화 ‘골든 에이지’를 보고 나서였어요. 당시 나는 안식년을 앞두고 영화와 정치에 관한 책을 쓰려고 영국 유학을 계획 중이었는데, 영화 속 여왕을 보고 불현듯 ‘패션이 권력을 만든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박 교수는 영국에서 낮에는 교환교수로 일하고 밤에는 런던패션칼리지를 다녔다.

그는 패션의 범위를 단지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에만 두지 않는다. 중세 가문의 문장 역시 갑옷, 깃발, 집안의 장식 등에 끊임없이 등장하며 시각적 훈육과 반복학습을 통해 그 가문의 권력에 복종하도록 만드는 효율적인 시각권력이었다.

흔히 ‘여성에 대한 억압적 권력이 투영된 패션의 대표사례’로 일컬어지는 이슬람의 베일에 대해서도 색다른 주장을 편다. “이슬람 여성들의 수기를 보면 ‘남성들은 나를 볼 수 없는데 나는 그들을 볼 수 있다’고 쓴 내용들이 종종 나옵니다. 베일이 오히려 여성들로 하여금 열정적이고 독자적인 관찰을 가능하게 해 그들만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힘이 된 측면도 있었던 거죠.”

박 교수는 그동안 대다수 정치학자들이 주목하지 않는 포르노, 만화, 백정, 기생과 같은 독특한 소재에 담긴 정치학에 주목해 왔다. 그는 “본래 혁명을 공부했는데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혁명보다는 미시적인 요소들의 종합이었습니다. 이에 역사를 좀 더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찾았죠”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그는 이 같은 학제 간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정치학자들은 흔히 자신의 학문에 파묻히기 쉬운데, 비록 양쪽 학계에서 다 비난받을지언정 세계사에 관한 우리 이해의 폭과 질을 높일 수 있지 않겠어요?”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영부인 대중과 소통’… 그들만의 패션코드 있다



美퍼스트레이디의‘스타일 정치학’

패션은 전략이다.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백악관 안주인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그들은 패션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왔다. 역대 퍼스트레이디들에 대한 세간의 평가도 그들이 추구해온 패션 스타일에 의해 결정된 면이 적지 않다. 아직 대중의 잠재의식은 ‘아는 만큼 보인다’보다는 ‘보이는 것이 믿는 것이다’ 쪽에 더 가까운 듯하다. 이쯤 되면 ‘스타일의 정치학’이란 말도 무리는 아니다.

영부인들의 패션은 지역이나 시대, 그리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가장 많이 추구하는 스타일은 ‘우아한 절제미’다. 지나치게 화려하면 사치스럽거나 천박하다는 입방아에 오르고, 그렇다고 마냥 검소하면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없다. 정치처럼 영부인의 패션에도 균형 감각과 유연함은 최대 미덕이다.

‘미국의 연인’ 재클린 케네디는 그런 점에서 영부인 스타일의 모범답안으로 통한다. 품격과 파격의 절묘한 조화를 이룬 그의 스타일은 아직도 패션계의 찬사와 흠모의 대상이다.

그는 단색 치마 정장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영부인 패션의 틀을 깨고 ‘귀부인 같으면서도, 때론 활력이 넘치고 포멀한 동시에 극히 패셔너블한’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부인 패션의 한 획을 그었다.

지금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재키룩’은 복고 패션의 대명사로 따라잡기 ‘0순위’다. 재클린 이후의 미국 영부인들의 패션 계보는 바지 정장과 원색 치마 정장의 당당한 커리어우먼형의 힐러리 클린턴, 수수하고 보수적인 현모양처 스타일의 로라 부시 등을 거쳐 성숙하고 우아한 여성미가 돋보이는 역대 최초의 흑인 영부인 미셸 오바마로 이어진다.

미 셸> 중저가 브랜드 선호… 서민적 이미지 부각

로 라> 수수하고 단정한 스타일 공화당 성향 대변도

힐러리> 활동적 커트 바지정장… 부드러운 여성미 연출

재클린> 품위ㆍ파격 절묘한 조화…패션계 아직도 찬사


▶60년대 패션 아이콘 ‘재키-오’=7부 소매의 정장과 원피스, 작은 모자, 굵은 진주 목걸이, 부풀린 뒷머리 등은 우아한 재클린 스타일의 상징이다. 핑크ㆍ레드ㆍ옐로 등 사랑스러운 파스텔톤 정장부터 하늘하늘한 드레스 등 화려한 스타일을 선보였지만 백악관 뜰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는 달라붙는 바지에 헐렁한 남성용 셔츠를 입는 파격을 보여주기도 했다. 여행 땐 편안한 버버리코트를 즐겨 입었다.

그는 또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외모의 결점을 보완했다. 몸집에 비해 큰 머리를 감추기 위해 앙증맞은 작은 모자를 썼고, 넓은 미간과 도드라진 사각턱은 선글라스를 활용해 시선을 분산시켰다.

세계적 패션 거장 발렌티노 가라바니는 재클린의 패션에 대해 “자연스러움과 세련됨의 혼재, 야성적 아름다움”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당당한 커리어우먼형 힐러리=원래 패션에는 문외한이었지만 남편의 주지사 재선 이후 전략적으로 패션을 활용하기 시작했고, 백악관에 입성한 뒤 그의 패션은 빛을 발한다. 취임 초기 힐러리의 긴 단발머리와 단색 머리띠는 크게 유행했었다. 그가 즐겨 입는 ‘센존’ 브랜드의 흰색 슈트와 디자이너 오스카 드라렌타의 드레스는 단숨에 ‘워너비 아이템’이 됐다. 이후 활동적인 커트 머리에 바지 정장, 파스텔톤의 블라우스 등으로 현대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여성미를 연출했다. 덕분에 바지 정장이 퍼스트레이디 스타일에 새로이 포함됐다. 미국 유명 디자이너의 옷에 화려한 보석을 치장하고 패션전문지 ‘보그’의 표지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최근엔 화사한 원색 계열의 슈트도 즐겨 입는다. 그러나 패션전문가 사이에는 힐러리의 패션이 위엄 있어 보이긴 해도 여성미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수수하고 단정한 현모양처형 로라=단색 정장에 스카프나 액세서리 등을 깔끔하게 매칭하는 것이 특징이다. 취임 이후 4년 동안 줄곧 단발머리에 활동적인 바지 정장이나 감색과 고동색 등 튀지 않는 원피스를 고집한다. 수수한 그의 패션을 두고 내조하는 여인상의 전형이라는 평가와 함께 그가 보수적인 지방색의 텍사스 출신이라는 점과 초등학교 교사 경력 등을 연관 짓는 이도 있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개인 성향을 넘어 공화당의 특징을 대변한다는 분석도 있다.

▶성숙하고 대담한 스타일의 미셸=‘검은 재클린’으로 불리는 그는 재클린처럼 화려하고 우아한 패션을 보여준다. 최근 주간 ‘뉴스위크’에 단아하게 부풀린 머리 모양에 한 줄의 진주 목걸이, 푸른색 민소매 원피스로 등장, 재클린을 쏙 빼닮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가 재클린을 따라하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고 말한다. 180㎝의 장신에 팔등신인 그는 몸매를 강조한 대담한 원피스를 즐겨 입는다. 남편 버락 오바마의 대선 승리 선언 당시 입었던 검은색과 붉은색이 대비된 강렬한 느낌의 원피스도 잘 소화해냈다. 그의 패션은 잘나가는 변호사 출신의 현대적인 이미지에 부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무엇보다 프랑스 유명 디자이너들의 명품 옷을 즐겨 입었던 재클린과는 달리, 그는 중저가 브랜드를 선호한다. 시카고 출신의 무명 디자이너 브랜드인 마리아 핀토가 대표적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때의 청록색 드레스 등 미셀은 이 브랜드를 입고 유세 현장을 누볐다. 미셸 스타일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파파라치룩’에 못지않은 대유행을 예고하고 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m.com)

‘블랙 패션’의 정치학

‘세기의 배우’ 말론 브란도가 주연한 1953년 영화 ‘더 와일드 원’은 미국의 반항적인 젊은 세대의 자화상을 그려낸다. 말론 브란도와 친구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시 외곽과 여러 도시들을 위협하며 벌 떼처럼 몰려다닌다.‘폭주족’ 지도자인 말론 브란도는 검은 가죽 재킷으로 자신의 권위를 내세운다. 색깔도 빛도 없는 색이 블랙이다. 그건 ‘밤의 색’이고 비통, 참회,상실의 색이면서 권력, 권위의 색이었다. 시대의 불안한 징후가 반영된 것일까. 지난해 패션계에서는 미니멀리즘 열풍 속에 블랙이 크게 유행하기도 했다.

케임브리지대 영문학 교수인 저자는 죽음과 우울의 상징에서 지위와 권력의 상징을 거쳐 첨단 유행이 되기까지 블랙 패션의 역사를 촘촘하면서도 논리 정연한 글 솜씨로 풀어내고 있다. 나치 전위대, 옛 서부의 나쁜 놈들, 드라큘라는 예외 없이 검은색 옷을 걸쳤다. 저자는 “남성의 경우 상징성이 부여되면서 검은색 옷을 입는 용도가 바뀌었지만, 여성은 거의 현 세기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슬픔과 참회의 표현으로 검은색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수도승이나 조문객이 입었던 검은색 옷은 15세기 초까지 궁정에서는 거의 입지 않았다. 검은색에 권력이 부여된 것은 몇몇 군주들에 의해서다. 부르고뉴의 군주 필리프가 1419년 프랑스군에 살해된 아버지를 애도하기 위해 검은색 옷을 입었다. 그는 ‘죽음의 복수’를 준비 중이라는 것을 적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계속 이 옷을 입었다. 이후 검은색 옷은 정치적 권력의 특권을 상징하게 됐다. 이 ‘근엄한 옷’은 스페인 왕위를 물려받은 부르고뉴가의 카를 5세와 그의 아들 펠리페 2세에 의해 스페인과 유럽 전체로 확산됐다.

‘블랙 제국’은 17세기 세계 상업계의 큰손이었던 네덜란드 상인들이 검은색 옷을 입음으로써 더욱 번성하게 된다. 워싱턴 DC 국립미술관에 소장된 렘브란트의 그림 ‘높은 모자를 쓴 남자의 초상화’(1662년경)를 비롯해 이 당시 네덜란드의 초상화와 풍속화를 보면 남성들이 하얀 칼라가 달린 검은 옷을 입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 같은 초상화가 나타내는 검은 옷과 신중한 얼굴은 그들이 소명의식, 근면함, 검소함, 인내심 등 중요한 덕목과 의무를 지닌 사람들임을 보여준다”고 썼다.

17세기에도 국제 패션을 주도했던 프랑스에 의해 유럽의 차림새는 다양해졌고 색상도 밝아졌다. 하지만 엘리트에 열광하는 사람들과 세련된 멋을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블랙은 몇 번이고 되풀이돼 유행의 역사 전면에 부상한다. 15세기 부르고뉴, 16세기 스페인, 19세기 산업혁명기와 21세기 초가 그런 시기들이다. 저자는 방대한 자료를 통해 검은 옷의 역사를 탐험한 뒤 블랙은 그 자체로 강렬함과 빛을 지니고 있는 멋진 색이라고 결론 내린다. 예진수기자 jinye@munhwa.com

퍼스트 레이디 패션에 놀라다

아제르바이잔 알리예바 '모델급 스타일' 화제

"럭셔리 그 자체다. 공식석상에서 입은 의상과 패션 소품으로 미뤄볼 때 샤넬이나 영부인들이 즐겨 찾는 패션브랜드 센존(ST.JHON)을 선호하는 것 같다."(신우식 스타일리스트).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아제르바이잔의 퍼스트 레이디 메흐리반 알리예바(43)여사가 한국인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국빈 방문 중인 일함 알리예프(46) 대통령의 부인인 그는 탁월한 패션감각까지 갖춰 신분을 모르는 사람들은 세계의 톱모델로 오인할 정도다. 때와 장소에 따라 컨셉을 달리한 점도 돋보인다.

23일 국립현충원 참배 때에는 원피스에 체크 무늬의 트웨이드 재킷을 걸쳐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사진 왼쪽)

24일 경복궁 나들이에선 올림머리에 블랙 투피스로 매력을 한껏 뽐냈다.(사진 오른쪽)

'키가 크고 늘씬하며 명품을 입고 패셔너블한 선글라스를 항상 쓴다.' 외신의 평이다. 이번에도 선글라스를 빼놓지 않았다. 안과의사 출신인 그는 선글라스를 좋아한다. 23일 청와대 마당의 환영식과 국립현충원 참배, 24일 경희대 방문 때에도 회색 선글라스를 썼다.

아무튼 23일 내한이래 재색에 어울리는 우아하고 감각적인 패션으로 한국의 봄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서구 언론은 알리예바 여사를 고(故) 존 F 케네디 전 미국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여사에 비유하기도 한다. 재클린 여사가 미국의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후세의 평가를 받듯이 외모는 물론 여러모로 재클린과 닮은 꼴인 알리예바 여사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1983년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과 결혼해 딸 2명과 아들 1명을 둔 알리예바 여사는 2005년 총선에서 몰표(92.12%)로 의회에 진출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데일리노컷뉴스 신진아/전명희 기자

[야고부] '가슴골'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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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미국 상원의원은 똑똑한 머리,‘고성능 불도저’라는 별명처럼 뛰어난 정치적 역량과 카리스마를 인정받는 정치인이다. 그녀가 유능한 변호사에서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 상원의원을 거쳐 2008년 초강대국 미국의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될지 여부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똑!’ 소리 나는 슈퍼 우먼인 힐러리 의원에게도 맹점은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외모에 대한 무관심.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정치 역정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패션에는 문외한이었다. 굵은 검은 테 안경, 화장기 없는 얼굴, 헐렁한 스웨터에 자루 같은 치마 등 멋과는 도통 관계없는 옷차림은 그녀를 ‘딱딱한 공부 벌레’이미지에 머물게 했다. “너무 촌스럽다”는 비아냥에도 시달렸다.

남편의 주지사 재선 이후 그녀는 과감하게 안경을 벗어던지고 콘택트 렌즈를 꼈고, 쇼트 커트 스타일로 바꾼 머리는 금발로 염색했다. 변신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최근 힐러리 의원이 또다시 패션 논란에 휩싸였다. 그것도 난데없는 ‘가슴골 ’논란이다. 지난 18일 미 의회 전문 방송 C-SPAN에서 연설했을 때 입은 가슴이 약간 파인 V자형 옷이 언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문제는 이날 힐러리 의원의 옷이 가슴골을 훤히 드러낸 ‘클리비지 룩(cleavage look)’은 아니었다는 것. 그럼에도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영국의 재키 스미스 내무장관이 영국 의회에서 가슴골을 드러낸 차림으로 연설한 것과 비교하면서 “중요한 것은 힐러리 의원이 무엇을 입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드러냈느냐 라는 점”이라며 가슴골에 초점을 둔 기사를 실었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서 그간 즐겨 입던 성적 매력이 없는 정장을 포기했다는 분석까지 내보냈다. 그러자 힐러리 의원 캠프에서 ‘가슴골’이라는 제목의 반박 이메일을 보내는 등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한다.

국내에서도 여성 정치인의 옷차림에 관한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1993년, 당시 황산성 환경부 장관이 국회에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답변하는 모습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면서 뭇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여성의원에겐 바지차림이나 화려한 색깔의 복장이 금기시되다시피했던 시절이었다. 17대 국회의 여성의원들에겐 호랑이 담배 물던 시절의 얘기겠지만….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섹시 스타 아닌 롤 모델”


영화 ‘미스 리프리젠테이션’의 인터뷰 장면. 왼쪽부터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 배우 지나 데이비스, 방송인 리사 링.

“당신이 본 것이 당신을 만든다(You can't be What you can't see).”

미국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의 멘토이자 미국 아동보호기금(Children's Defense Fund)의 수장인 흑인 여성 변호사 메리언 라이트 에델만(Marian Wright Edelman)의 말이다. 흑인 여성 최초로 미시시피 법정에 섰던 에델만을 멘토로 삼은 힐러리 클린턴은 아칸소주 최초의 여성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이 됐다. 에델만의 말처럼 무엇을 보고 자라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의 미래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자라고 있을까. 스마트폰, DMB, 인터넷, 케이블TV 등 수많은 미디어가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콘텐츠 속에서 우리 청소년들은 어떤 모습의 역할 모델을 찾을 수 있을까. 청소년들의 미디어 노출 정도는 심각한 수준에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0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만 13세 미만 조사 대상자의 86.4%가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인터넷 이용률도 50.6%에 이르렀다. 하루 평균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은 117.1분, 인터넷 이용 시간은 70분으로 조사됐다. 스마트폰과 DMB 등 개인 미디어 보급으로 청소년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미디어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됐다.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주의와 성찰이 필요한 지점이다.

왜곡된 미디어의 영향력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의 영화가 눈에 띈다. 얼마 전 개최된 제6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된 ‘미스 리프리젠테이션’은 미국의 여성 리더들이 어떻게 주류 미디어에 의해서 저평가되는지를 폭로하면서, 여성에 대한 미디어의 제한적이고 비하적 묘사에 이의를 제기한다.

주간 평균 800만 명이 시청하는 ‘새비지 네이션’ 프로그램 진행자는 여성 대법관 후보의 외모를 정면으로 비하한다. “케이건이 대법관이 된다면 외모는 안 본다는 거군요? 5달러 지폐에서 보고 싶은 그런 얼굴은 아니죠.”이뿐만 아니다. ‘KSFO의 리 로저스 쇼’에서는 “못생기고 싼 티 나는 민주당 여성 의원을 보세요”라는 진행자의 발언이 전파를 탄다.

미디어는 권력의 정점에 있는 힐러리 클린턴에게도 “구십 넘은 할머니처럼 초췌하다”며 외모에 대한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이 영화에서 에리카 포크 교수(존스홉킨스대학 커뮤니케이션학과)는 “여성 고관 후보자를 언론이 비출 때면 업적이나 정책 방침이 아닌 외모에 집중해 여성 후보를 하찮게 보이게 한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미국의 미디어 현실에 대해 방송 진행자인 리사 링은 “이런 사회에서 성장한 여성들은 자신감이 없고, 언젠가 백마 탄 왕자가 짠 하고 나타나 자신을 구해주고 보호해주길 갈망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고약하고 이기적인 여성 상사들의 모습은 이상적인 여성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여성에 대한 왜곡되고 비하적인 표현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만화영화라고 다르지 않다. 할리우드 배우 지나 데이비스는 “1937년부터 2005년까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영화는 딱 13편이었고, 한 편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사랑 타령이었다”고 꼬집었다.

‘미스 리프리젠테이션’ 감독인 제니퍼 시에벨 뉴섬은 많은 고등학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여성에 대한 미디어의 잘못된 표현이 얼마나 ‘청소녀’들을 무력화시키고 있는지 고발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여고생들은 비현실적이고 선정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자신과 친구들이 섭식장애와 화장, 몸무게에 얽매여 고통받고 있다며 “어떻게 해야 미디어에 상처받지 않을까요?”라고 질문한다.

경쟁적인 미디어 환경에서 자극적이고 여성을 대상화하는 콘텐츠에 노출된 청소녀들은 스스로를 비하하고 무력해진다. 캐롤라인 핼드맨 박사(옥시덴탈칼리지 정치학과 부교수)는 이러한 “자기 대상화는 정치적 유효감(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해서 변화를 가능케 한다는 신념이나 감각)과 반비례한다”며 “여성 대상화가 보편화된 사회에서는 전 세대를 막론하고 여성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절대적인 남성권력 아래 있는 미디어산업에서 왜곡된 여성상이 생산되고, 그것을 어쩔 수 없이 소비하며 성장한 여성들은 사회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는 전망이다. 한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선거철이 되면 여성 후보자들에 대한 관심은 정책이나 비전이 아닌 외모와 패션, 사생활,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성역할에 집중될 뿐이다. ‘미모보다 치명적인 매력’ ‘그녀의 이유 있는 드레스 코드’ ‘완득이 엄마 국회 입성’ ‘보랏빛 스카프의 추락’ 등이 여성 권력자를 표현하는 기사 제목들이다.

가부장적 문화가 공고한 사회일수록 여성의 고정된 역할에 대한 압박은 거세다. 영화에서도 비슷한 증언들이 나온다. 낸시 팰로시 캘리포니아 의원(전 백악관 대변인)은 “공직에 출마했을 때 누가 아이들을 돌보냐며 남성 후보에게는 하지 않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았다”고 토로했다. 전 미 국무장관인 콘돌리자 라이스도 “선거기간 동안 총사령관이 될 만큼 충분히 냉정한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냉정하지 않은 남성들도 많은데 내게만 물었다”고 털어놨다.

제니퍼 시에벨 뉴섬 감독은 소비자로서 여성 파워를 통해 나쁜 미디어를 심판하자고 제안하며, “무엇보다도 여성들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멘토로서 서로 이끌어준다면 여성들이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증가하는 성범죄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영상물과의 관계성에 대한 연구가 잇달아 나오면서 범죄 예방을 위한 미디어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 규제는 비단 성범죄 예방뿐만 아니라 여성들을 왜곡하는 가부장적인 시선을 제거하기 위해서 미디어 전반에 대한 감찰과 규제가 제도화돼야 할 것이다.

김수희 / 여성신문 기자 (ksh@womennews.co.kr)

다양한 얼굴의 미셸 오바마… ‘퍼스트레이디의 정치학’

다큐10+ ‘퍼스트레이디의 정치학’(EBS·5일 밤 11시10분)

흑인 중산층 가정 출신으로 미국 프린스턴대학과 하버드 법학대학원을 졸업한 변호사 미셸 오바마. 성공적인 전문직 여성, 다정한 엄마, 사랑받는 아내, 현실감각이 투철한 조력자, 패션아이콘 등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미셸.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캠프는 후보자 부부의 연애담, 결혼생활 이야기를 세세하게 알렸다. 또 미셸로 하여금 남편을 소개하도록 했다. 미셸은 당당하고 꾸밈없는 자세와 남편을 향한 부드러운 눈길로 유권자들을 사로잡았다.

대선에서 승리한 버락 오바마가 “자신을 이 자리로 이끌어준 평생의 연인”으로 아내 미셸을 소개하고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역대 대통령 부부 중 가장 인기가 좋다는 오바마 부부는 어떤 사람들이고, 미셸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오바마 캠프는 미셸을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내보였는지 알아본다.

박정태 기자 jtpark@kmib.co.kr

김대중 햇볕정책 지지땐 ‘햇살’…사담 후세인에 항의표시로 ‘뱀’…외교 석상서 브로치에 메시지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1997년 미국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인준을 받아 제64대 미 국무장관이 됐다. 그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 국무장관직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올브라이트는 어린시절 가족과 함께 공산화한 조국 체코를 등지고 미국으로 망명한 유대인 출신이다. 미국 정계에 입문하기 전 미국 명문여대 웰즐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후 존스홉킨스대ㆍ컬럼비아대에서 국제정치학으로 각각 석ㆍ박사 학위를 땄다. 전문 분야는 구 소련과 동유럽이다. 프랑스어·러시아어·체코어도 자유롭게 구사한다. 이후 1981년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 백악관 안보특보였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의 보좌관으로 정계와 인연을 맺었다.

국무장관 재임 중 올브라이트는 적지않은 외교적 업적을 남겼다. 중동 평화를 위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1998년 와이협정(Wye Accord) 타결에 참여했다. 체코·헝가리·폴란드 등 옛 공산권 유럽국가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참여를 관철시켜 나토 확대를 주도했다. 유고 내전에 대한 미국의 적극 개입도 이끌었다. 보스니아 내전 종식을 가져온 1995년 데이턴 협정의 후속 조치를 적극 추진했다. 2000년엔 미국 정부 고위 인사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북미 간 관계 개선을 시도한 바 있다. 


올브라이트는 ‘패션정치’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그는 중요한 외교석상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담은 모양의 브로치를 착용해 외교적 성과를 올리고 품위까지 지켰다는 평을 받았다. 2000년 6월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왼쪽 가슴에 햇살 모양의 브로치를 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199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석했을 때는 자신을 ‘뱀’이라고 평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항의하는 뜻으로 뱀 모양 브로치를 달았다.

 

 

[파리의 지붕밑]정치인이야? 연예인이야?



[동아일보]

운집한 군중이 열렬한 환호를 보낸다. 입장하던 주인공은 감격한 듯 슬쩍 눈가를 훔친다. 기다리고 있던 인기 가수와 포옹을 하고, 보도진의 카메라를 향해 손바닥을 활짝 펼쳐 보인다.

미국의 대통령선거 캠페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하지만 이런 장면이 연출된 것은 미국이 아니라 프랑스였다. 주인공 역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아니라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 지난주에 열린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여름 강연회 때 벌어진 장면이다.

로이터, AP 통신 등은 최근 프랑스의 대선전이 미디어와 유명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미국식 선거전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사르코지 장관의 강연장 모습은 다분히 미국식이었다. 젊은이들은 UMP의 티셔츠를 입고 삼색기를 흔들면서 ‘사르코지를 대통령으로’라는 구호를 외쳤다. 사르코지 장관 곁에는 인기 록 가수 조니 할리데이와 흑인 래퍼 도크 지네코가 자리했다.

이런 모습에 대해 정치 평론가들은 “프랑스의 전통은 사라지고 선거 운동이 미국식 선거 쇼로 변질되고 있다”고 쓴 소리를 뱉었다. 정치 분야에서 프랑스의 전통이란 토론과 정책 대결을 의미해 왔다.

사르코지 장관만 비난의 대상은 아니다. 사회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세골렌 루아얄 의원도 미디어에 지나치게 노출된다는 이유로 늘 도마에 오른다. 미모의 루아얄 의원은 세련된 옷차림과 상냥한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다. 카메라가 다가오면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적극적인 포즈를 취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인기 영화배우와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시사, 연예, 패션 등 온갖 잡지의 표지를 장식했다.

이런 루아얄 의원의 행보를 놓고 사회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급기야 지난달 비키니 차림의 사진이 잡지에 게재되자 사회당 원로들은 “연예인과 친해지려고 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연예인이 되려고 하는가”라며 혀를 찼다.

공공토론 감시단체의 드니 뮈제 씨는 “토론과 정책 대결이 특징인 프랑스의 정치 전통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상징과 제스처, 인기인과의 친밀도만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천자칼럼] 취임식 넥타이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핀(브로치) 외교의 대가였다. 유엔 주재 대사였던 1994년,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자신을 '뱀 같다'고 평하자 대뜸 뱀 모양 브로치를 달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석한 이후 브로치로 외교적 메시지는 물론 자신의 속뜻까지 전달했다.

러시아 측이 미 국무부 회의실을 도청했다는 사실을 안 다음 러시아 관료를 만날 때면 벌레(bug · 도청이란 뜻도 있다) 브로치를 달고,중동 회담 땐 자전거 모양을 통해 끊임없는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김대중 정부 시절 한국에 올 때면 햇살 문양을 선택하는 식이었다.

지난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는 깔끔한 단발 머리와 스커트 정장으로 차분하고 지적인 이미지를,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긴 머리에 화려한 프린트 의상으로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드러낸다.

패션 스타일로 대중에게 자신의 철학과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패션 정치'는 여성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남성 역시 양복과 넥타이 등을 통해 자신만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보수 정치인의 상징인 회색 슈트와 윈저형 넥타이 대신 감색 슈트와 딤플형 넥타이로 젊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얻어낸 게 그것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부드러운 느낌의 슈트 및 초록 타이로 친환경적 이미지를 만들고,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몸에 붙는 슈트 및 셔츠와 타이의 강렬한 색상 대비로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 맥락이다.

대선 기간엔 푸른색 타이로 보수적이고 믿음직한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전하고,취임 후엔 자부심과 자신감의 상징인 자주색 타이를 애용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3주년(25일)을 맞아 확대비서관회의를 열면서 취임식 때 맸던 비취색 넥타이를 다시 맸다는 소식이다.

겸허하고 단호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한다. 초심이 필요한 게 대통령과 청와대 공직자뿐이랴.정권 창출의 공로자로 자부해온 이들 모두 국민을 섬기고 대한민국을 선진 일류국가로 이끌겠다는 열정과 헌신의 각오로 가득찼던 3년 전 자세로 돌아가야 훗날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정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매일 같은 넥타이를 매서라도 분위기를 다잡아볼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하이힐의 정치학.. 전문가들이 말하는 “하이힐, 구속인가 자유인가”



영국의 더 타임스에 실린 하이힐 관련 13일자 온라인 기사가 흥미롭다. 칼럼니스트는 여러 전문가들의 하이힐에 대한 -문화 정치적- 의견을 소개했다.

여성들은 고통을 참고 하이힐을 신는다. 큰돈을 들여서라도 멋진 신상품 하이힐을 신어야 하는 여성들도 없지 않다. 적지 않은 남성들은 하이힐 위에 올라선 여성을 흠모한다. 하이힐은 여성들에게 권력 내지 자유를 주는가, 아니면 또 다른 구속일 뿐인가.

“신(발)은 연극적이며 아름답다”고 말하는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하이힐 예찬론을 편다. 높은 하이힐을 신고 걸으려면 몸을 곧게 펴고 중심을 잡아야 하고 바로 그 때문에 하이힐을 착용자는 스스로 파워풀하고 아름답게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게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평가이다.

역사가이자 저술가인 아만다 포먼은 하이힐 비판론자이다. 그에 따르면 코르셋이 그렇듯 -남성들이 원하는 - 이상화된 여성상에 맞춰 여성의 신체를 왜곡하는 것이 바로 하이힐이다. 하이힐은 또한 울퉁불퉁한 길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어서, 실제 삶 대신 판타지를 위해 만들어진 소품이다.

영국 보그의 에디터 알렉산드라 셜먼은 온건한 하이힐 옹호론자. “나는 항상 하이힐을 신는다. 어떤 이들에게는 하이힐이 기분을 완전히 바꿔준다. 새 옷을 입는 것과 똑같다. 판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유명 소설가 안토니아 프레이저는 하이힐이 남성의 사랑도 받는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처럼 신체적 이유에서 높은 구두를 신는 이들도 있지만, 패션을 위해 높은 굽의 구두를 신는 남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매혹적이라고 프레이저는 말한다. 루이 14세도 키가 작아서가 아니라 ‘엘레강스’하게 보이려 하이힐을 신었다고.

소설가이자 패션 저널리스트인 플럼 스카이스는 하이힐 유행이 탐탁지 않다. 하이힐은 아름다움의 정통 버전이 아니며, 여성들이 지젤 번천처럼 섹시하기를 바라는 남성의 바람이 하이힐 유행 배경에 있다고 본다.

미국의 페미니즘 학자 카미유 파글리아는 남성 세계에서 있어 키는 권력과 동일시된다면서 본다. 나폴레옹을 말할 때 항상 ‘콤플렉스’ 함께 거론되는 식이다. 그는 여성들이 하이힐을 신고 키 커지는 효과를 얻는 것이 (남성적 질서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영리한 사회적 전략이므로 비판할 것은 아니라고 파글리아는 말한다. 그는 다만 “강박적인 "패션니스타”들은 중요한 신체 부위인 발의 장기적 손상을 각오해야 한다면서, 안타까움을 표한다. 장영진 기자

[커버스토리]홍지원교수의 직업별 패션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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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대표인 K씨(50). 그에게는 말못할 고민이 있었다. 한 기업의 보스임에도 불구하고 “늘 아무도 나를 주목하지 않는다”고 느낀 것. 자문하기 위해 PI(Personal Identity)컨설팅 전문가 홍지원 교수(인덕대)를찾아간 K씨는 “그간 튀지 않으려고 평범하게 입고 다녔다”고 털어놓았다.

홍 교수는 컨설팅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K씨의 일상적인옷차림에서 최고경영자로서의 카리스마나 전문성을 느끼기 힘들다는 점.

슈트는 감청색 일색이고 넥타이는 물방울 무늬가 들어간 베이지색 계열을 자주 매고 다녔다. 한마디로 평범한 ‘옆집 아저씨’ 스타일. 게다가 물방울 무늬는 K씨의 동그란 얼굴과 연결돼 우유부단한 인상까지 풍겼다.

홍 교수는 K씨의 심리 유형을 분석했다. 동시에 K씨의 이미지에 대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부인과 자녀를 인터뷰했다. 분석결과는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내면을 갖고 있으며 판단력이 뛰어난 스타일’이라는 것. 전형적인 최고경영자 타입이었다.

홍 교수가 선택한 키워드는 ‘긴장(tension)’. 느슨한 면을 강하게 세우자는 컨셉트였다. 작업의 방향은 수평구도를 수직구도로 바꾸는 것. 슈트는 블랙 계열로 제안했다. 넥타이는 짙은 블루톤에 스트라이프같은 직선 문양이 들어간 디자인을 추천했다. 가로로 새겨진 명함도 세로 스타일로 바꾸고 사장실에 걸린 회사 경영 이념 액자, 그림 액자 등도 모두 세로형으로 교체했다.

홍 교수는 “K씨는 한국의 일반적인 중년 남성들의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자신을 가꾸는 데 소홀하다기보다는 자신있게 꾸미는 것 자체를 주저한다는 것.

홍 교수는 정치인 법조인 경영자 등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컨설팅한 결과를 바탕으로 직업에 따라 어울리는 정장 패션을 4가지로 분류했다. 특히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넥타이. 개인별 체형이나 취향은 배제한 제안이다.

●개인 대 다수 비즈니스

다수를 상대하는 직업. 교수, 정치인이 여기에 속한다. 대중의 시선을 끄는 게 중요하다. 키워드는 ‘주목성’. 우선 정장 상의는 투버튼형이 좋다. 홍 교수는 “셔츠와 넥타이를 시원하게 드러내야 주목도를 높일 수있고 이지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슈트의 색상은 짙은 감청색이나 검정 계열이 적당하다. 스트라이프나 무늬가 들어있는 것은 가급적 피한다. 강한 인상을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넥타이는 채도와 명도가 높은 붉은색 계열이 가장 좋다. 물방울이나 꽃무늬는 유해 보이므로 피하는 게 좋고 선이 굵은 스트라이프가 적당하다.

스트라이프 중에서도 바탕 색깔과 선의 색깔이 보색을 이룰 정도로 선명하게 대비되는 것을 선택한다.

이 부류가 연출해야 하는 이미지를 계절로 표현하자면 겨울, 대표색상은 레드다. 브랜드로 전체적인 이미지를 설명하자면 ‘베르사체’형에 속한다.

●개인 대 개인 비즈니스

개인 대 개인의 만남이 많고 상대방을 자기 편으로 이끌어야 성공하는 직업이다. 의사 변호사 컨설턴트 기자 등을 꼽을 수 있다. 연출해야하는 이미지는 ‘온유성’ 또는 ‘편안함’. 홍 교수는 “직업에서 풍기는 이미지 자체가 워낙 강해 상대방을 긴장시키므로 옷차림은 자극적이지 않게연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키포인트는 슈트와 셔츠, 넥타이를 비슷한 계열의 색으로 조화 시키는 것. 슈트의 색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옅은 그레이 슈트를 입는다면 셔츠도 그레이나 옅은 블루가 적당하다.

넥타이 역시 튀지 않는 중간톤이 상대방의 긴장을 풀어준다. 무늬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도트 무늬가 좋고 작은 패턴이 고르게 퍼져있는(올오버) 스타일이 적당하다.

계절로 표현하면 가을. 대표 색상은 브라운이다. 전체적 이미지는 ‘아르마니’형에 속한다.

●일반적인 비즈니스

최고경영자(CEO)나 기업체 임원이 대표적이며 고위 공무원도 여기에 포함된다. 카리스마와 인간적 매력을 함께 표현할 수 있어야하는 부류다.

키워드는 ‘신뢰감’. 신뢰감을 대표하는 색상은 블루다. 슈트와 셔츠,타이 색깔도 블루 계열이 가장 무난하다. 셔츠의 경우 밝은 파스텔톤도 따스한 느낌을 강조할 수 있어 좋다.

넥타이는 블루 외에 와인, 그레이 색상도 어울린다. 패턴은 올오버한 스타일이 좋다. 홍 교수는 “특히 계약을 할 때는 감청색 슈트에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블루 계열의 넥타이를 하는게 가장 알맞다”고 추천했다.

블루와 스트라이프는 각각 신뢰감을 높여주는 색상과 무늬. 단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할 때는 바탕색과 선의 색깔이 동일 계열인 것으로 선택하는게 중요하다.

계절은 여름, 대표 색상은 블루, 전체적 이미지는 ‘에르메스’형이다.

●개인 그 자체로서의 비즈니스

연예인 프리랜서 스포츠맨 등 개인 그 자체가 비즈니스 ‘상품’이 되는 경우. 키워드는 ‘독특성’이다. 외교관도 이 부류에 포함될 수 있다.

연출 전략은 어느 한 곳에 강하게 포인트를 주는 것. 슈트와 넥타이를 같은 계열의 색으로 선택한다면 셔츠는 전혀 다른 보색으로 매치하는 식이다. 또는 슈트와 셔츠를 튀지 않게 입고 캐릭터가 새겨진 넥타이나 화려한 그림이 수놓인 넥타이로 강한 느낌을 주는 것도 좋다. 홍 교수는 ‘블랙 슈트+블랙 셔츠+보라색 넥타이’를 예로 들었다.

한가운데 캐릭터가 나염돼 있거나 전체적으로 큰 꽃무늬가 흘러내리는 넥타이 혹은 니트처럼 소재가 독특한 넥타이 등이 알맞다.

계절은 봄, 대표 색상은 퍼플, 전체적 이미지는 ‘구치’형이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정상회의 D-1] 정상들 '패션 정치학' 눈길

오바마 젊고 강한 이미지 네이비 슈트·레드 타이로

캐머런총리 녹색타이 즐겨 친환경적인 지도자 인상

메드베데프 몸에 붙는 슈트 패션센스로 러 이미지 일신

주요20개국(G20) 회의를 앞두고 내한하는 각국 정상들의 ‘옷차림’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정책적 이미지’를 구현함에 있어 ‘의상’을 시의 적절하게 동원, ‘패션 정치학’이라는 용어를 자리잡게 만든 ‘글로벌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일모직ㆍLG패션 등 국내 업체들도 프레지던트 라인ㆍG20슈트 등 주요 정상들의 ‘옷차림 전략’과 매치한 라인업을 일제히 선보이며 인기 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현정 갤럭시 디자인실장은 “‘패션 문외한’에 가까웠던 국내 남성들도 최근 들어 공식적ㆍ비공식적 모임에 맞는 의상을 따로 구비하고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에 유독 남성복 매출이 급증하고 있고 이 때문에 여성 정상보다 남성 정상들의 옷차림에 더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일 아이콘’으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국가 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다. 180㎝가 넘는 키에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를 지닌 40대 대통령은 의상을 통해 젊은 정치가의 건강한 이미지를 심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공식 석상에서 그는 네이비 슈트와 레드 타이를 즐겨 입으며 전세계에 ‘젊고 강한’ 미국의 이미지를 심고 있다. 특히 솔리드(단색) 타입 대신 줄무늬가 강조된 붉은 타이를 매치해 ‘권위’ 대신 ‘젊음’ ‘혁신’ ‘실용’ 등의 이미지를 창출했다.

영국의 최연소 총리인 캐머런 역시 보수당 당수 시절부터 탁월한 패션 감각으로 주목 받았다. 녹색 타이를 즐겨 사용해 ‘친환경’적인 지도자라는 인상을 십분 심었으며 적당히 보수적이면서도 위트를 더한 ‘영국 신사’다운 착장을 선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젊은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역시 탁월한 의상감각으로 주목 받는 인물이다. 특히 다른 정상들보다 한결 몸에 달라붙는 타입의 슈트를 선호해 스타일 리더의 감각을 드러낸다. 간혹 진지해 보일 수 있는 공식 착장에서도 슈트와 타이의 색깔을 대조적으로 선택하는 ‘패션 센스’를 선보이며 러시아 정치인의 이미지를 일신해가고 있다.

‘패션 종주국’ 프랑스를 대표하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다소 작은 키를 잊게 만드는 적합한 착장으로 주목 받는 사례다. 고급스러운 클래식 슈트를 선보이면서도 블루 스트라이프 셔츠에 도트 타이를 매치하는 등 자신만의 스타일도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