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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월킹'(Twerking)-위아래 하니, 정글의 법칙 너 마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9. 22. 12:13


조여정, 유이, 박솔미, 전혜빈, 이태임, 박한별, 전효성, 남규리, 임지연 등은 모두 SBS '정글의 법칙'에 출연했던 사람들이다. 모두 섹시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배우나 아이돌 스타들이다. '정글의 법칙'이 동시간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런 섹시한 여성들의 등장이 지역마다 매번 등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더운 나라를 중심으로 지역미션을 수행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노출이 이뤄지기 쉽다는 점이 작용한다. 이를 좋게 말하면 스타들의 민낯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런 기대감을 자극하지만 한편으로는 또다른 성적 매력을 드러내주기 때문에 관음증적 호기심을 채우는데 급급해진다. '정글의 법칙'은 초기부터 리얼버라이어티와 관찰예능이 교잡하고 있는 방송 포맷이기 때문에 연출된 예능이나 드라마와는 다른 점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의 흐름을 보면 초기의 긍정적인 점조차 빛을 잃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초기에는 비교적 다양한 여성출연자를 등장시키는가하면 주로 건강미를 지닌 여성 참여자들이 비교적 많았다. 하지만 갈수록 이런 점보다는 섹시함 자체에 좀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다른 프로그램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걸그룹 멤버들이 '정글의 법칙'에도 빈번하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걸그룹 멤버들이 '정글의 법칙'에 출연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그것은 크게 두 가지 모순을 심화시킬 수 있다. 하나는 걸그룹 캐릭터의 빈번한 출연으로 차별성과 정체성이 옅어진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여성의 몸 자체를 상품화하는 경향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그러한 점은 걸그룹 멤버들에게 섹시한 댄스를 요구하는 대목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러한 점들은 '정글의 법칙'이 건강미를 강조하던 것과 점점 더 배치되는 것을 의미한다.

18일 방송된 SBS '정글의 법칙' 니카라과편에서는 EXID 하니가 출연했다. 하니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늘상하듯이 자신의 대표 댄스를 추었다. 그것도 한국이 아니라 머나먼 중앙아메리카의 오지숲, 더구나 한밤중에 말이다. 삼촌팬 현주엽을 위한 댄스라는 점이 부각되기도 했다. 환호하는 남성들의 모습이 화면을 꽉 채웠다. 따라서 이 춤이 누구를 위한 댄스인지 명확해진다. 

사실 EXID 하나의 춤에 열광하는 것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들이다.  EXID의 노래 위아래가 다시금 역주행을 한 것은 비디오캠 영상 때문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이 춤때문이었다. 그것도 클로즈업 된 화면 속의 춤이었다. 물론 그러한 춤에 대한 초점은 남성들의 관점으로 맞춰진 것이다. 

그런데 어느 곳에서도 남성들이 왜 EXID의 위아래 춤에 열광하는 지 언급하지 않는다. 하나의 불문율같은 비밀이 되었다. 다만 텔레비전에도 뜨거운 분위기만 전할 뿐이다. 남성들에게 EXID의 위아래 댄스가 인기 있는 것은 바로 그것이 성행위 동작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상위의 성행위 자세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성 행위 연상 댄스는 사실상 노래 내용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오로지 성적인 자극을 시각적으로 주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성행위 댄스가 무차별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하고 있고 특히 하니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응하고 있다. 심지어 '정글의 법칙'에서조차 삼촌 아저씨들 앞에서 행하고 있는 것이고, 자막은 현란하게 이 장면을 전하기 바빴다. 예술이 은유와 상징이 가미될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다지만 걸그룹의 춤은 그 반대로 치달아가고 있다. 다매체 시대에 뷰 숫자만 올라가면 문화예술이 되는 형국이다.

이런 춤들을 흔히 '트월킹'(Twerking)이라고 한다. 2013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가 선을 보였고, 이후에 옥스포드 사전에도 등재되었다. 이때문에 EXID 위아래 춤이 기획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걸그룹의 노출은 성행위춤을 노골적으로 추워도 변별력이 없을 정도로 선정성에 있어서는 무감각해지고 있다. 하나의 유행이나 트렌드려니 하면서 쿨하게 넘어가는 것이 양식있는 사람이라는 오묘한 분위기가 한국사회를 휘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잊는 것들이 있다. 그러한 성행위춤은 무엇보다 현실의 결핍감을 해소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심화시키고 무력감을 강화할 가능성이 많다. 어차피 현실에 존재할 수 없으며 소유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글의 법칙'과 같은 프로그램에서까지 등장하는 것은 초심을 해치는 것일뿐이다. 그런 것이 아니어도 '정글의 법칙'은 충분히 차별성이 있는데 말이다. 뭔가 쫓기고 있는 탓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것이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