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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의 셰프 열풍, 어떻게 봐야할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10. 16. 17:36



▲스타 셰프는 화려한 조명을 받고, 손짓 하나 말 한 마디가 화제가 되고 어록이 된다. (사진 =JTBC/올리브)




초등학생들이 요리사가 되고 싶어한다는 보도가 많이 보인다. 요리학원에 초등학생들이 좀 더 많이 나타나고, 실제로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초등학생들에 관한 설문조사가 내용이 선보이기도 했다. 대체로 보도의 분위기는 현실을 모른다는 점에 맞춰진다. 나아가 방송 프로그램에서 보이는 요리사들의 이미지는 잘못돼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학생들은 요리사가 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되고 싶어하는 것이 요리사가 아님을 우리도 잘 알고 있다. 현실에서 요리사는 조리사에 불과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위험한 칼과 불을 다루고 엄청난 노동에 시달림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가를 받지 못한다. 


이러한 현실을 학생들이 모를까. 오히려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되고 싶은 것은 요리사나 조리사가 아니라 바로 셰프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셰프가 조리사가 요리사라는 점을 말이다. 하지만, 셰프는 다른 함의를 갖게 됐다. 바로 방송에 등장하는 이미지다. 방송에 등장하는 셰프 요리사들은 어떤 요리도 척척한다. 그 요리는 한결 같이 색다르고 창의적이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시각적 미각적인 가치를 갖는다. 이런 역할에 충실할 때 찬사가 쏟아진다. 그들은 결코 어두운 주방이나 식당에 있지 않는다. 화려한 조명을 받고, 그들의 손짓 하나 말 한 마디는 화제가 되고 어록이 된다. 셰프는 그들에게 본래 부터 이런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미지가 아니라면 셰프가 아닌 것이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는 셰프테이너이다. 셰프테이너는 방송인의 성격을 갖는다. 그 엔터테인먼트는 다름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에서만 존재의 의미를 갖는다. 어쩌면 학생들이 생각하는 선망의 대상은 요리 자체가 다른 무엇에 있는 것이다. 그것은 미래세대의 욕망이기도 하다.


즉,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무엇을 위해 치러야할 대가는 아예 처음부터 드러나지 않았다. 어떤 대가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시점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물론 학생들이 꿈을 갖는다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한 꿈은 현실도피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꿈이라고 할 수 없다. 현실도피적인 것이 대중문화 속에서는 자아 실현이나 주체적인 삶을 누리는 것으로 묘사된다. 자유와 해방 그리고 독립적인 삶을 누리는 것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일반 사람들은 어차피 그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다. '비긴 어게인'같은 영화를 보면 누구나 뮤지션을 꿈꿀만 하다.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좋은 일이다. 그런 꿈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가운데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매우 힘든 과정이 이어질 수 있을 것임은 불보듯 빤하지만, 아예 꿈을 포기하는 꿈포세대야 말로 끔찍하다. 이런 셰프테이너를 꿈꾼 이들을 추억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런 꿈이라도 꿀 수 없는 저성장의 시기가 온다면 더욱 그럴 수 있다. 그러한 꿈들을 구실로 다른 주머니를 차는 어른들에게 더욱 문제가 있음은 당연하다. 어린이나 청소년은 꿈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권리이다. 그 꿈을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당장에 일어나는 문제들은 그러한 꿈을 사익을 위해 왜곡하거나 과정하는 경향이다. 방송에서 건축가가 나오거나 파일럿, 호텔리어, 셰프들이 등장해 인기를 끌면, 그에 대한 영향으로 해당 분야의 대학 학과이나 직종이 큰 선호의 대상이 된다. 그들의 현실은 이미 녹록치 않고 학교는 책임지지 않는다. 소믈리에, 바리스타나 디자이너의 경우에도 이런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주 노출됐고 많은 사람들이 그 직종에 몰려 현실에 관계없는 허상을 쫓아야 했다. 문제는 그것을 활용해 이득을 취하는 이들이 붐을 일으킨다는 점이겠다. 당장에 현실을 모르며 그 분야에 뛰어드는 개인들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활용해 이익을 취하고도 다른 이익만 취하는 집단적 지본적 행태들이 더 문제일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초등학생들을 탓하거나 영화와 드라마 같은 영상콘텐츠만 탓할 수 있을까. 


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