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심리경영 이론과 사고법 100

'지위적 소비(positional consumption)'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9. 13. 18:42
상대적 박탈감이 '지출경쟁' 유발

공공서비스·복지 수준도 떨어져

승자독식의 사회 바꾸려면 세금, 소득세서 소비세 중심 개편을

■부자 아빠의 몰락

■로버트 H. 프랭크 지음, 창비 펴냄

한가지 세상을 선택해서 살아야 한다는 실험에 참가한다고 가정하자. 실험에서 세상 A를 선택한다면 당신은 300㎡ 크기의 주택에 거주하고 다른 사람은 500㎡ 크기의 주택에서 거주하게 된다. 세상 B를 선택한다면 당신은 300㎡ 크기의 주택에 살아야 하고 다른 사람들은 200㎡ 크기의 주택에 거주하게 된다. 일단 두 세상 중 하나를 선택하면 주택의 크기는 변하지 않는다. 당신은 과연 어떤 세상을 선택할 것인가. 

미국 코넬대 존슨경영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실험에 참가한 대부분의 사람은 세상 B를 선택한다는 실험결과를 밝혔다. 세상 A를 선택하면 상대적으로 모두가 더 넓은 집에 살 수 있는 데도 왜 사람들은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걸까.

원인은 '상대적 박탈감(relative deprivation)'에 있다. 상대적 박탈감 등 경제학의 탐구대상에서 주변으로 밀려나 있었던 감정적인 요소를 본격적으로 연구에 끌어들인 저자는 '정황(context)'과 '가치평가(evaluation)'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신자유주의 경제의 상대적 박탈감을 분석했다. 상대의 정황과 가치평가는 소비자의 수요를 유발하는 일상적인 품질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고 이에 따라 수요를 유발하기 때문에 주변적인 개념이 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승자독식 사회를 만든 신자유주의의 밑바닥에는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감정적인 요인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빌 게이츠와 같은 부자들의 거대하고 화려한 여름 별장이 중산층의 소비에 분명히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한 사회의 소득성장 대부분이 상위의 소수에게 돌아갈 때 가장 가난한 시민들도 궁극적으로 영향을 받는 연쇄적인 지출이 일어나게 된다는 설명이다. 

중산층이 소비의 수준을 계속 높이려면 일을 더 많이 하거나, 저축을 하지 않고 빚을 내는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이 같은 소비패턴을 '지위적 소비(positional consumption)'라고 말한다. 넓은 집에서 살기위해 1시간 이상 출퇴근에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좋은 사례다. 집을 넓히기 위해 중산층은 직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게 돼 통근시간이 늘어나고, 덩달아 수면시간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또 지위적 소비가 팽배하면 중산층은 공공서비스에 필요한 재원을 지불하려는 의지가 줄어들게 돼 국가의 공공서비스 수준 하락을 면하기 어렵다.

저자는 1980년대 레이건 정부와 2000년대 부시 정부의 공급중시 경제정책의 하나인 감세의 혜택은 주로 부유층으로 돌아갔음을 입증한다. 또 이 같은 정책으로 미국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사회복지가 축소되는 바람에 중산층의 삶의 질이 나빠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모두가 손해를 보는 지출경쟁을 막고 승자독식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면 여가, 건강, 가족관계 등을 고려해 비지위적 소비를 할 때 훨씬 행복해질 수 있다고 제안한다. 또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지위 경쟁을 위한 지출의 동기를 바꾸기 위해 소득세 중심의 현행 조세를 소비세 중심으로 개편하고 누진율을 소비액에 따라 아주 가파르게 책정하자고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