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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인기사극 `주몽`(극본 최완규 정형수 연출 이주환)에서 금와는 초반 드라마를 끌고가는 주요한 캐릭터다. 부친인 해부루를 이어 부여왕이 된 금와는 해모수와 함께 다물군을 이끌고 고조선의 재건을 꿈꾸었던 인물이다. 금빛 개구리라는 이름의 금와는 전광렬의 호연으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금와왕은 극중 두꺼비같이 생긴 외모만큼이나 인자하고 자비로우며 선정을 펼치고 있는 듯하다. 합리적인 판정관으로서의 면모는 그에게 강한 카리스마를 부여하고 있다. 대소와 영포, 주몽 등 세 아들에게 태자 자리도 능력으로 경쟁하라고 말하고 둘째 부인 유화의 아들인 주몽을 차별하지도 않는다.
그의 권력과 통치 범위는 점점 강해지고 넓어져간다. 그러나 금와의 리더십 이면에는 수많은 불합리와 모순과 무능이 자리잡고 있다.
혁명동지인 금와와 해모수는 피보다 진한 우정을 나눈 사이다. 그러나 금와는 1인자의 권력을 지니고도 해모수가 뚜렷한 죄목도 없이 20년동안 동굴감옥에 갇혀 지낸 사실을 모른다.
결국 해모수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금와는 미필적 고의라는 죄를 지은 셈이다. 통치권자가 수많은 죄수들을 가둔 동굴감옥의 존재조차 모른다. 모르는게 약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중에 군사(軍師)인 부득불과 여미을의 `작당`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이들에게 아무런 처벌을 내리지 않는다. 금와는 자신에게 "부득불~할 수밖에 없다"고 간하는 부득불에게 매번 속아 넘어간다. 부득불은 이미 금와의 장남인 대소에게 충성을 맹세한 상태다.
금와는 첫째부인 원후를 멀리하고 해모수를 그리워하는 유화에게 애틋한 정을 표시했지만 유화에게 골병을 들게 한 장본인이다. 유화는 남편 해모수가 살아있음을 알고 금와에게 해모수와 함께 떠나겠다고 간청했지만 금와는 자신이 해모수를 거두겠다고 말하고 유화를 놓아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해모수는 죽고 깊은 시름에 잠긴 유화는 근엄한 표정으로 자비로운 채 하는 금와에게 한마디도 따지지 못한다. 금와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해줘야 하는 지를 모르는 `사랑의 욕심쟁이`일 뿐이다.
금와왕은 `체통`도 유지하지 못한다. 금와의 부여는 왕권이 강하지는 못했지만 고대왕권국가 직전단계까지 간 부족연맹체국가다. 그런 부여의 왕인 금와는 한나라 현토성의 일개 태수에게 무릎을 굻고 철기방 하나도 유지하지 못한채 무기 개발에 관해서라면 사사건건 감시를 당한다.
그런가 하면 둘째 아들 영포가 밀무역꾼 도치 등과 공모해 적대국인 옥저에 무기를 팔아먹고 이문을 챙기고 있어도 이를 파악하지 못한다. 이렇게 보면 금와는 무기력하고 나약한 인물이다.
미디어비평가 신주진은 "목숨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을 평생의 동지인 금와와 해모수는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 적대자의 위치에 놓여진다. 자비롭고 인자한 금와의 카리스마는 알고 보면 2인자들에게 악역을 맡김으로써 고고한 왕의 위치를 떠맡는 전형적 권력의 양태를 드러낸다"면서 "금와는 해모수가 죽은 이후 유민들을 부여 안으로 거두어들임으로써 필시 부여는 강대해진 반면 다물군의 해체는 가속화되었을 것이다"고 해석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은 "금와왕을 보면서 그가 우리 시대의 아버지라면 해모수는 하나의 판타지 모델로밖에 현실에서 생명을 가질 수 없다"고 쓴 적이 있다.
용맹하면서도(개혁성) 따뜻한 감성(인간성)을 함께 지닌 해모수와 달리 권력은 행세하지만 무기력한 금와가 현실적인 아버지요 지도자라는 것이 안타깝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