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와 비교문화

일본 대중문화 개방 10년] 소통과 나눔 통한 '한류-일류' 공존할 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9. 15. 01:05

일본 대중문화 개방 10년] 소통과 나눔 통한 '한류-일류' 공존할 때
일본 대중문화 개방 10년의 성과는 단순히 경제적 손익에만 그치지 않는다. 문화 콘텐츠를 매개로 한 양국 국민의 상호 이해와 신뢰는 그 무엇보다 값진 경험이다.

일본 내각부가 자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한일관계 인식과 친근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 대해 호감을 느낀다는 응답자는 1997년 37.9%에 불과했으나 한류 붐이 일었던 2003년에는 59.8%로 치솟았고, 지난해는 43.8%였다. 양국이 정치외교적 사안으로 대립하더라도 문화 교류를 통해 최악으로 치닫는 사태는 예방한다는 ‘문화적 후방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지난 10년의 경험과 자신감, 그리고 양국 간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 점차 본격화하는 소프트파워(문화의 힘)의 시대,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를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젊은 세대 깊숙이 자리한 일본 대중문화=문화는 본질적으로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이다. 일본 내 한류만큼이나 우리 젊은 세대 사이에 퍼져 있는 일류도 거세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수는 260만명. 반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223만명에 그쳐 처음으로 방일·방한 수가 역전됐다. 관련 업계는 인터넷 등에서 일본 대중문화를 접한 젊은 세대의 현지 방문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내 출국자의 목적지 조사가 마지막으로 이뤄진 2006년 6월 통계를 보면 방한 일본인의 57%가량이 40세 이상 중장년층이었던 반면, 일본 방문 한국인의 54.7%는 40세 미만 젊은층이었다.

시청률 1%를 넘은 일본 드라마(일드)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추정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일류는 고사하고 일드를 보는 사람이 있기나 한 걸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있다. 그것도 꽤 강력한 수준이다. 일본 시즈오카현립대의 고하리 스스무 교수의 2005년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대학생의 86.3%는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봤고, 관련 사이트를 방문한 이도 82.4%에 달했다.

실제 인터넷을 조금만 서핑해 보면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일본 문화를 발견할 수 있다. 일본 대중문화 동호회 최대 사이트인 ‘일본TV’의 회원 수는 최대 20만명가량에 불과한 국내 미드(미국 드라마)보다 훨씬 많은 49만5600명 수준이다. 또한 일본 패션잡지 ‘논노’ ‘앙앙’ 등에서 소개된 스타일을 따라하는 ‘니뽄삘’을 포털에서 검색하면 수백개의 사이트가 뜬다.

◆국적을 따질 수 없는 문화산업의 경쟁력=어느새 깊숙이 ‘침투’한 일본 문화를 놓고 우리는 비분강개하며 ‘극일(克日)’을 외쳐야 하는 걸까. 사회·문화적 교류는 정치 사안과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드라마 ‘연애시대’ ‘하얀거탑’과 영화 ‘올드보이’ 등이 일본 만화나 드라마를 원작으로 했다고 해서 그 질적 수준 등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거의 문화가 정치권력이나 언어, 지역에 따라 결정돼 타국으로 이동했다면 지금은 ‘현지화’나 ‘혼종화’, 그리고 ‘동시성’을 띠기 때문이다.

한국방송영상산업연구원의 김영덕 연구원은 “디지털 노마드족 등 국가나 지역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어디서든지 구매하고 소비하려는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늘었다”면서 “끊임없는 변화를 생명으로 하는 문화의 본질로 인해 한일 간의 혼종 기회 또는 초국적적 문화현상은 더욱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탈국적이고 탈지역적인 성향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이제 한일 간 문화교류는 양적 교류에 만족할 게 아니라 소통과 나눔이라는 질적 변화로 질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가 지닌 크리에이티브적 강점과 일본이 강점을 보이는 오리지널 콘텐츠, 자본력 등을 적극 결합해 점차 거세지는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의 파고에 대응하려는 흐름도 생겨났다. 최근 일본 유명 작가들과 시나리오 계약을 맺은 삼화네트웍스의 박인택 부사장은 “서로 장점을 결합해 보다 나은 콘텐츠를 양국 시청자에게 제공함과 동시에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취지”라며 “적어도 대중문화 산업에는 국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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