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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의 변신 그 명암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1. 11. 18. 16:47

-이터널스의 시도와 반성하지 않는 제국주의의 잔영

 

최소한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의 특징을 그대로 이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이터널스는 그 자체가 전복적이고 혁신적이다. 때문에 낯설게 느껴질 수 있기 충분하다. 언제나 새로운 시도는 낯설게 느껴지기 마련이지만, 영화 이터널스는 어벤져스의 새로운 계보를 잇는다고 생각한 팬들에게도 낯설뿐만 이질적으로 느껴질만하다.

 

우선 작품 전체의 구도 형성이 다르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최초 아이언맨을 파일럿으로 삼아 확장해간 콘텐츠였다. 애초에 전체적인 세계관이 완성된 것이 아니었다. 이른바 파일럿 비행기를 띄우고, 그 뒤에 비행체를 추가 투입하거나 편대를 형성해 나갔다. 둘째 영웅 서사가 다르다. 대개 영웅 시리즈는 전형적인 서사 구조에 따라 영웅의 탄생과 성장을 그린다. 더구나 잘 알려지지 않은 영웅들은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이터널스는 영웅이라고 불리는 10명이 한 번에 등장한다. 보통 영웅의 고난과 성장기가 등정하지만, ‘이터널스는 그 위에 서사가 전개된다. 수용자들이 처리해야 할 정보가 정말 많아지게 된다. 여기에 그들은 어떤 절대적 존재의 대리자들이다. 어떤 영웅은 첫회에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셋째, 캐릭터의 전복성이 눈에 들어온다. 아시아계가 주인공으로 부각된다. 백인은 리더였지만 중간에 제거당하거나 다른 영웅들을 살상하며, 내부 분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가장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가 리더에 나설 줄 알았는데 육신이 아픈 존재로 오히려 갈피를 못잡는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 중심에 선다. 넷째, 소수자 코드를 주류 코드로 부상시켰다. 이를 언급하는 배경에 청각장애인이 등장한 것만을 지칭하는 아니다. 영웅들은 하나씩 결함을 가지고 있다. 그 결함에도 불구하고 그 자신의 다른 능력들을 배가시켜 나름의 기여를 해 나간다. 디섯째 선악의 이분법을 철저하게 배제한다. 그들은 적에게 맞서 싸우지만, 그 적은 악당이 아니라 영웅들 안에 있다. 뚜렷한 절대악을 등장시키지 않는다. 자신 스스로에게 악을 물어봐야 한다.

 

같은 점도 있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확장속에서 얻는 세계관을 이터널스에 전면에 등장시켰다. 영웅들이 하나로 연대하여 공동의 적에게 대응한다. 인간의 의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세계관을 여전히 잇는다. 단점은 있다. 10명의 영웅이 한꺼번에 나오기 때문에 충분히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나 서사, 맥락이 전달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영웅 콘텐츠가 대개 한 두명의 캐릭터에 초점을 맞춰 몰입하게 하고 감정이입을 통한 공감을 일으켜야 하는데, 이터널스는 이 과정이 물리적으로 절대 부족하다. 비록 237분이라는 긴 분량에도 말이다. 물론 OTT 넷플릭스에 8-9회 버전으로 만들어졌으면 모를 일이다. 갑자기 내부의 분란은 공감을 하기에 부족해 보인다. 이런 맥락들 때문에 낯설게 느껴지고 혹평에 시달릴 수 있다.

 

어쨌든 이터널스는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이제 백인 중심의 히어로물은 적어도 소재 고갈이나 흥행의 측면에서 한계를 보여왔다. 오히려 관객들은 비백인이 더 많다. 다만 단지 피부색만 바뀌고, 유색 인종의 비중이 더 많아진다고 해서 가치 있는 작품일까. 유색 인종을 인위적으로 부각하기보다는 인간으로 느끼는 정서가 우선이어야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히로시마 원자폭탄 장면이었다. 인류가 절대자가 만든 궤도에서 이탈해 결국 멸망을 결심하게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일본계 작가가 집필한 점에서 이유가 짐작된다. 물론 일본인들에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엄청난 상처이자 고통이다. 아무 죄 없는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아마도 중국계 클로이 쟈오 감독 등은 미국을 겨냥한 측면에서 이렇게 묘사하는 것을 합의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중국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주와 중국 대륙을 침략해 셀 수 없는 희생자를 낳았고 진주만 침공을 통해 역시 수없이 많은 이들의 생명을 파괴했다. 그것이 우선 제시되는 된 후에 히로시마 장면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선후에 맞았다. 희생자 피해자 코스프레는 누가 하는가에 따라 맥락과 의미 나아가 진실도 달라질 수 있음을 앞으로 나올 시리즈에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글 김헌식(박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