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여름 흥행 영화와 문화 코드
김헌식(평론가,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국뽕’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국가주의에 뽕맞은 듯이 취하는 행태를 말한다. 마치 애국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행복한 감정에 취하는 현상이다. 국뽕 작품이라고 하면, 애국주의를 지나치게 부각하는 영화나 콘텐츠를 주로 가리킨다. ‘디워’라는 영화가 화제가 될 때, 한참 회자가 되었다. 정작 국뽕이 많았던 독재정부 시절에는 제기하지 못했던 비난들이 오락 영화에 쏟아지니 철지난감도 있었다. 군사정부 시절과 달라진 것은 국가주의 문제가 아니라 상업성 때문이다. 국뽕이라는 감정을 자극해서 더 많은 수익을 얻으려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이다. 국가주의를 강조해서 내부 모순을 덮고 정치권력을 외부 요인을 통해서 강화하는 행태에서 비즈니스 수익을 위한 국뽕의 강조가 변화라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뽕이라는 감정은 관객들의 여러가지 마음 요소 가운데 하나일뿐 그것만으로 콘텐츠 특히 영화를 소비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국뽕이라는 단어는 생명력이 없는 화석에 가깝다.
최근에 영화 '봉오동 전투'에 관해서 일부 국뽕 영화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참 아이러니한일이었다 나라 없는 사람들이 나라를 찾겠다고 나선 내용이 국뽕이라니 말이다. 아니 밑도끝도 없이 일본인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잔인하게 대한다. 아니 그냥 일본인이 아니라 일제 토벌대에 대한 분노였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분노한 것은 그냥 애국주의나 반일주의 때문이 아니었다. 이유는 모두 일본 군대에 가족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류준열이나 유해진을 보라. 가족을 잃은 고통과 슬픔 때문에 독립운동에 나선 주인공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 영화가 관객의 어떤 감정을 자극하려 했는지 분명했다. 결국에는 국뽕이라기보다는 가족주의에 기반한 가족뽕 즉 가뽕 영화라고 할수가 있다.
이러한 가뽕은 또다른 흥행작은 영화 ‘엑스트’에서도 드러난다. 칠순 잔치가 열리는 날 우연히 생화학 가스가 도시에 퍼지고 백수주인공(조정석)은 산악회 경력을 십분 활용하여 가족먼저 탈출시킨다. 그의 가족도 아들을 위해서 진한 부성애와 모성애를 찐하게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가족 신파가 클라이밍을 만나서 대중오락영화로 거듭났으니 이 영화도 역시 가족뽕영화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사랑하는 여성(윤아)와 사랑까지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가족뽕을 기반으로 영화가 장르에 관계없이 여름에 등장한 것은 영화 관람의 패턴이 가족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놓고 천만관객을 동원하려면 나이와 세대, 남녀를 불문하고 무난한 정서적 코드를 활용하여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가족주의뽕도 이전과는 다르게 가문에서 가족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더구나 가족이 이제는 핵가족화가 됨은 물론 1자녀나 무자녀가 많기 때문에 형제애 자매애를 강조하는 면이 더 강하다고 할 수가 있다. 브라더라는 키워드 등장하는 것이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족뽕인지는 알수는 없을 지도 모른다. 가족에 대해서 그렇게 취해있는지는 물음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뽕에 취하는 흐드러진 태도를 관객이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가족의 이상적인 모습은 모두 염원하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가족만큼 호혜성이 있는 집단이나 관계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을 실제로 만들기는 쉽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 속에서 대리만족으로 그치려는 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사회문화지형으로 진입하고 있다. 수많은 예능에서 육아예능이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말이다. 국뽕이라는 것은 허상이다. 가족에 관한 많은 담론도 그렇다. 어쨌든 혼자 인간이 살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가족을 발명했고 국가에 속하여 삶을 영위한다. 개인과 그 집단 사이에서 언제나 갈등과 그 해소가 반복된다. 개인에 따라 집단에 따라 원하는 바가 달라 그 접점을 맞추기 위해 노력을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