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평행이론을 좋아할까.
글/김헌식(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2010년 영화 ‘평행 이론’(Parallel Life)처럼 평행이론을 소재로 한 영화가 한동안 유행하더니 이제 드라마에도 등장한다. 최근 가수 비가 평행이론 소재의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했다. 그리고 각종 사건 사고를 보도하는 언론 매체에서도도 주목을 한다. 요즘에는 정치인들의 과거 행태를 꺼내어 지금과 비교하는 평행이론이 많이 보이기도 한다. 본래 평행이론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인물이 같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다른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공간도 다르다.
대개 이러한 삶이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고 할 때는 소름이 돋는다고 한다. 똑같은 패턴이 일어나는 것은 뭔가 계획되고 조정하는 존재가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들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뭔가 절대적인 존재가 우리 모두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다. 평행 이론이라는 설정 자체가 절대적 존재, 우리가 알수 없는 힘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생기게 하는 현상이다. 정말 평행이론이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렇기 보고 싶은 것이 아닐까. 왜 평행이론을 통해 세상을 보려할까. 인간은 패턴을 통해 세상을 쉽게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다. ‘인지 구두쇠 효과’다. 인간의 뇌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절감하는 쪽으로 선택을 한다. 또한 특정한 패턴을 만들어 파악하고 여기에 의미부여를 한다. 그만큼 한편, 있을 수 없는 환타지 그것을 통해 뭐가 바라는 것이 있어 보인다. 결국 현실의 한계에서 출발이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벌어질 수 없는 어떤 불가항력적이고 미스터리한 일에 매우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그것이 우리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것이 오컬트물에 청소년들이 빠져드는 것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드러나지 않는 또다른 세계, 특히 기성 세대는 모르고 우리만이 새롭게 인식하는 세상이 있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삶이 더 가치 있기를 바란다.
평행이론, 여기에는 두 가지의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각기 자신의 인생은 다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이 자기 인생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들어 가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이미 다른 사람들의 삶과 다를 바 없다면 무섭게 느껴진다. 이미 운명은 예정이 되어 있다는 말인가. 누군가 이미 통제하고 조정하고 있어 보이는 것이다. 한편으로 누군가와 닮았다면 그 닮은 사람의 삶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마도 자신과 삶이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삶이 매우 궁금할 것이다. 그렇게 궁금한 것은 당연하게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더 낫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사실 사주명리학이나 손금의 경우에도 다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비슷한 이들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이 모두 같지는 않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운명을 타고 났어도 그렇게 타고나지 않은 사람과 비슷한 삶의 패턴을 보일 수도 있다. 먼저 나와 같은 사람의 인생을 안다면 내가 사는 현재의 삶을 더 낫게 바꿀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바람은 타임머신과 같은 설정의 문화콘텐츠에서 빈번하게 등장하고는 했다. 비슷하게 타임슬립 장르의 콘텐츠가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평행이론은 각기 다를 수 있는 삶을 일목요연하게 비교하면서 미래를 예측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한다. 미래를 예측하고 그것에 따라 대응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부디 그러기를 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