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음모론의 문화심리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7:46

<김헌식 칼럼>음모론이 판치는 거짓말의 사회

 2010.04.04 08:53

 




[데일리안 김헌식 문화평론가]부가가치 수익률에 대한 우려에도 드라마 < 아이리스2 > 가 드디어 제작될 모양이다. 주인공으로 정우성과 차승원이 언급되고 있다. 주인공은 대거 교체되었고, 1편과 같은 제작 방식을 취할지 궁금해진다. 드라마 < 아이리스 > 는 여러 작품이 혼종되었다. 기본 모티브는 영화 < 쉬리 > ,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에서 비롯했고, 멜로는 < 여명의 눈동자 > 와 연결되어 있다. 주요 캐릭터의 구도는 영화 < 달콤한 인생 > 과 드라마 < 올인 > 에서 빚졌다. 카메라의 워킹과 영상 효과는 본시리즈를 생각하지 않고는 설명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혼종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그대로 베꼈다고 볼수는 없을 것이다. 드라마 < 아이리스 > 에서 말하는 것은 거짓말의 사회이다. 음모론이 판을 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러한 거짓말에 대한 사회적 대중심리를 반영하는 것이다. 댄 브라운의 < 다빈치 코드 > 나 < 천사와 악마 > 그리고 < 로스트 심벌 > 이 반영하고 있는 대중적 심리는 이러한 거짓 이면의 진실에 대한 갈구를 말해주는 것이다. 

결국 팩션이라는 장르의 등장과 인기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볼 수 있겠다. 팩션은 단순히 적은 사실에 많은 상상력을 부가하는 장르가 아니다. 5%의 사실에 95%의 상상력을 부가하면 팩션이라고 규정하는 단순 산술적 접근도 이미 실제와 동떨어지는 것이다. 드라마 < 아이리스 > 에서는 아이리스라는 군산복합체 조직이 등장한다. 백산이라는 인물은 겉으로는 국가정보국의 핵심 리더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철저한 냉혈주의자였다. 겉으로는 모두 국가와 민족, 시민의 행복을 말하지만 진실은 자신의 욕망의 충족에 있었다. 

< 아이리스 > 가 상정하고 있듯이 아이리스라는 조직은 한 개인이 담당할 수 없는 거대한 조직이다. 따라서 주인공 김현준도 결국에는 죽고 만다. 음모론이 대중문화 콘텐츠뿐만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처럼 인터넷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그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바로 복잡해지고 가늠할수 없는 현대 사회의 구조에 있겠다. 그것은 2차 세계대전이후 냉전체제의 강화와 이후 자본주의 전일체제 그리고 금융구조와 디지털의 확장으로 심화 되었다. 

그속에서 개인의 무력감이 느껴지는 강도가 셀수록 음모론 혹은 사실 이면의 진실에 대한 점을 다룬 대중콘텐츠가 큰 주목을 받아 왔다. 영화와 소설 본 시리즈에서 중요한 얼개로 작용하는 것도 가늠할 수 없는 거대 조직이다. 그 거대 조직에서 아무런 이유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희생당하는 주인공은 현대인들이 감정이입을 통해 동일시의 정서 효과를 일으키는 핵심적인 얼개가 된다. 이를 극대화 시킨 영상 문법과 효과는 < 아이리스 > 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다. 

최근 개봉작 영화 < 그린존(Green Zone) > 은 본 시리즈의 감독 폴 그린 그래스의 작품이다. 더구나 본시리즈의 주인공과 제작진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영화의 분위기는 본 시리즈와 비슷하다. 그렇게 겉으로 보면 영화는 본 시리즈와 닮아 있다. 거짓말의 사회에 대한 일격이기 때문이다. 영화 < 그린존 > 은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는데 명분이 되었던 대량살상 무기가 사실은 조작된 음모에 따른 것이고, 그 진실을 로이 밀러(멧 데이먼)준위가 밝혀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드라마 < 아이리스 2 > 는 이 영화를 벤치마킹할 수 있을까? 만약 드라마 아이리스가 성공한 요인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 그린 존 > 을 참고삼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정확한 분석을 하지 않거나 무리하게 대중적 코드에서 일탈을 추구하면서 예술가를 자임한다면 < 그린 존 > 을 중요하게 참고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액션영화의 신기원을 이룬 것이 어쨌든 폴 그린 그래스의 작품이기 때문에 할리우드의 이러한 흐름을 무시할수만은 할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 그린 존 > 은 본시리즈와는 다른 작품이며 다른 정서적 코드를 가지고 있다. 이는 대중적 흥행정서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음모론과 팩션 그리고 거짓과 위선에 대한 관심은 현대인 개인과 그 사안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 그린 존 > 의 밀러 준위는 거대 조직에 희생당하거나 그 진실 때문에 치명적인 피해를 본 개인도 아니다. 오히려 약자가 아니라 강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만을 다한 미국의 군인이다. 이 점이 감정이입과 동일시 감정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한계가 있다.자칫 관념적인 소재와 주제의식으로 한정될 공산이 크다. 섣불리 이러한 점을 모사한다면 바람직하지 않은결과를 낳는 것이 콘텐츠의 속성이다. 똑같은 거짓말의 사회에서도 대중적 정서의 개인적 감수성은 의제 설정 자체를 다르게 만드는 프레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