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옷만 갈아입는 ‘원작만화 드라마’ 평가 엇갈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19:02

옷만 갈아입는 ‘원작만화 드라마’ 평가 엇갈려



새해 지상파 방송에서 원작 만화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외주제작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다. KBS의 ‘바람의 나라’(김진 원작), MBC의 ‘일지매’(고 고우영 원작), SBS의 ‘비천무’(김혜린 원작), ‘타짜’ ‘식객’(허영만 원작), ‘대물’(박인권 원작) 등 공개된 것만 7~8편에 이른다.

올들어 갑자기 만화 원작 드라마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배경은? 시기적으론 ‘우연’이란 시각이 많다. 특히 SBS에 집중된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는 분위기다. 방송사들은 “그동안 소설 원작, 실화 드라마, 창작 트렌디 드라마, 퓨전 사극 등 온갖 실험 끝에 한계를 느껴 어쩔 수 없이 방향 전환을 했다”고 고백했다.

비평가들은 이 같은 흐름에 대해 대체적으로 우려를 하고 있다. “방송사들이 창작의 깊이와 다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전파의 힘을 통해 창작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줘야 하는데 너무 안일한 자세로 원작 만화의 검증된 재미와 흥행성에 명운을 맡기며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SBS는 다음달 1일부터 14부작으로 금요 드라마 ‘비천무’(제작 에이트픽스)를 방영한다. 원작 만화처럼 원나라를 배경으로 한족 첩의 딸인 설리(박지윤)와 고려인 검객 진하(주진모)의 운명적인 사랑과 검객들의 화려한 액션신을 그렸다. 2004년 한·중 합작 드라마로 제작됐지만 가격 문제 등으로 편성권을 얻지 못해 그동안 전파를 타지 못했다. 이르면 오는 4월 SBS에서 방송될 24부작 ‘식객’(연출 최종수·극본 박후정)은 조선 최고 요리사(대령숙수) 후손의 음식점인 ‘운암정’의 대표요리사 자리를 놓고 펼치는 젊은이의 경쟁과 우정을 담아내고 있다. ‘드라마 흥행불패’ 기록을 이어온 허영만 화백의 만화가 바탕으로 JS픽쳐스가 12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들고 있다. 지난해 개봉된 영화에서는 이하나·김강우·임원희가, 이번 드라마에서는 김래원·남상미·최불암이 주요 배역을 맡았다.

오는 7~8월 중 선보일 SBS 20부작 ‘타짜’(제작 올리브나인)는 도박판 승부사들의 세계를 다룬다. 역시 허화백 원작 만화가 바탕이다. 이미 선보인 영화 ‘타짜’보다는 조금 느린 전개다. 야설록 작가가 대본을 쓰고 강신효 프로듀서가 연출한다. KBS의 32부작 대작 사극 ‘바람의 나라’(제작 초록뱀)는 고구려 대무신왕의 이야기를 다룬다. 8월 중 방송될 예정이다. SBS에서 7~8월 사이 선보이는 이김프로덕션의 ‘대물’은 박인권 화백의 원작 만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제비족’과 한국 최초로 여성대통령에 당선되는 여인의 애증과 정치적 부침, 사랑을 다룰 예정이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똑같은 소재의 동명 드라마가 만들어져 방송사간 불협화음이 야기된 경우도 있다. MBC와 SBS가 동시에 제작하는 ‘일지매’가 논쟁의 핵심이다. ‘일지매’는 조선 인조시대 계급차별과 부패에 항거하는 의적 이야기다. 그룹에이트(연출 황인뢰·김수영, 극본 김광식·도영명)는 MBC 편성을 전제로 만든다. 초록뱀이 제작해 5월 중 SBS에 방송될 드라마(연출 이용석, 극본 최란)는 일지매 구전설화가 토대다. 그러나 원작 만화와 전혀 다른 창작극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이준기가 의적 일지매 역을 맡았다. 

이 같은 경향에 대해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그간 원작 만화나 이를 원용한 드라마가 진일보한 콘텐츠 창달에 기여하기보다 대중영합적인 게 많아 호평을 받지 못했다. 원작 만화-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을 순차적으로 제작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외주사의 ‘원소스 멀티 유즈식 상업주의’와 방송사의 ‘나태·안일주의’가 결합된 문화적 퇴보이자 시청자에 대한 무성의”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KBS 이성주 드라마 제작2팀장은 “오리지널리티(독창성)의 식상함을 극복해 새로운 흥행을 이루어 내려는 시도로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자평했다. SBS 구본근 드라마 총괄CP는 “인기 만화라 하더라도 내용과 캐릭터를 바로 가져다가 쓸 수 있는 게 있고 새롭게 재창조해야 하는 작품이 있어 드라마로 만들어도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섭기자 lak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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