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감(靈感)을 주는 대한민국이 되려면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8:25

<김헌식 칼럼>영감(靈感)을 주는 대한민국이 되려면

 2010.06.29 10:58

 




[김헌식 문화평론가]2010년 한국관광공사는 한국관광 홍보 슬로건을 전면 수정했다. ´코리아 스파클링(Korea Sparkling) 대신 ´영감을 주는 나라, 대한민국(Korea, Be inspired)´으로 바꾼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얼마전 한국관광공사는 창덕궁 달빛을 관광 상품으로 선을 보였다. 독특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차별성을 구가할수있는 매우 중요한 컨셉이다. 

한편으로는 영감의 층위와 영역에서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것이 고궁의 달빛 밖에 없는 것인지도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것은 영감의 본질적인 맥락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일단 달빛이 가지는 함의는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하지만 상징과 정체성이라는 측면에서 난데없어 보이는 이유는 단지 낭만적인 분위기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력과 연원이 없는 것이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생명력 있게 부각시키는 것이 스토리텔링이겠다. 

달빛이라고 해도 약간의 스토리텔링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예컨대, 한글과 달빛은 무슨 관계인가. 세종이 집현전을 돌면서 밤늦게까지 연구하는 학사들을 돌아보며 보았을 그 달빛, 집현전 학사들이 밤늦게 연구하다가 보았을 달빛, 밤늦게 연구하다가 잠든 집현전 학사의 등에 겉옷을 얹어주는 세종의 머리 위에는 달빛이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영감과 관련이 있는 스토리텔링이 아닐까. 

흔히 ´한국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한다. 이는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역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고 무기력한 분위기를 상징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본질적인 맥락이 거세되어 있는 것이다. 해가 뜨기 직전에 세상은 가장 고요하다. 

해가 뜬다는 것은 천지가 새롭게 열리는 것이다. 한국은 바로 찬란하게 해가 뜨기 직전 그 매우 긴장이 가슴벅차게 만드는 나라이다. 오히려 한국은 이렇게 해가 뜨기 직전의 모습으로 영감을 주는 나라가 아니겠는가. 따라서 해가 뜨기 직전의 그 가슴벅찬 분위기를 관광상품으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여기에 이른 빛에 관한 영감만이 아니라 창조적 혹은 정신적 영감의 세계가 한국에 얼마든지 존재할 것이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정선이 그린 '인왕제색도'를 생각해보자. 이 작품은 정선의 진경산수화의 백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흔히 맑은날, 빛이 많은 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 그림의 시공간은 비와 구름과 안개가 혼연일체가 되어 있는 그 순간이다. 바로 영감의 순간에 정선은 붓을 들어 순식간에 작품을 그려냈다. 

이 순간이야말로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정선이 이 그림을 그린 곳이 북촌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서촌쯤이라고 한다. 서촌은 오늘날 통인동, 효자동, 옥인동 등이다. 세종이 나고 영조가 자란 곳이며 박노수, 이상범, 이중섭과 밀접한 공간이며 시인 윤동주도 이곳에 머물렀다. 

어디 서울만일까? 강진의 고려청자는 그 빛깔이 자연 환경을 너무나도 닮았다. 고려청자는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이러한 작품은 바로 영감을 얻는 공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에서 영감을 받은 도공들이 작품을 만들어냈다. 

관광컨텐츠에서 '영감'을 키워드로 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화려하고 웅장한 시각적 볼거리가 아니라 마음과 영혼을 울려주고 풍성하게 할뿐만 아니라 창조적인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리적 동인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과 역사, 작품과 스토리텔링이 적극적으로 결합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