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여자핸드볼-우생순의 감동을 현실에서… 요요기 경기장에 쏠린 눈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19:05

여자핸드볼-우생순의 감동을 현실에서… 요요기 경기장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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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금메달도 아니다. 기껏해야 베이징 올림픽 티켓을 따기 위한 경기다. 일본. 세계 정상급인 한국팀에게는 ‘깜’도 되지 않는 상대다. 그러나 너무도 부담이 크다. 비인기 종목 핸드볼에 온 국민의 눈과 귀, 그리고 마음까지 이렇게 쏠린 적이 없다.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효과에 그들도 눈시울을 적신다. 그러나 그들은 인기보다는 눈물밥이 더 익숙한 ‘한데볼’ 선수. 대부분 아줌마들이다. 그들이 이번에는 그들만이 아닌, 우리 국민모두에게 생애 최고의 순간을 선사하기 위해 나선다.

▶요요기체육관에 쏠린 눈= 29일 오후 7시30분 일본 도쿄 요요기 국립실내체육관. 한국의 가수 보아 등 대중문화 스타들이 공연을 가졌을 때 회자됐던 ‘그 곳’에 이번에는 여자 ‘태극전사’들이 선다.

단판 승부다. 승자가 베이징행 티켓의 주인공이다. 지난해 9월 양국 대표팀의 경기가 중동 심판의 편파판정으로 분루를 삼켜야 했던 여자 대표팀으로선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다. 중동국가가 중심이 된 아시아핸드볼연맹(AHF)은 이 경기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지만, 국제핸드볼연맹(IHF)의 재경기 인정 하에 한국 여자 대표팀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보여준 ‘아줌마들의 투혼’을 다시 한 번 불사르려 하고 있다.

핸드볼을 홀대했던 지상파 방송사도 이례적으로 황금시간대에 생중계(MBCㆍSBS)한다. ‘아줌마 태극전사’를 응원하는 ‘대~한민국’의 외침은 벌써 현해탄을 건넜다. 대한핸드볼협회와 문화관광부가 마련한 좌석 2000여장은 이미 동이 난 상태. 이들은 29일 오전 요요기 국립경기장을 향해 떠난다. 현지에 있는 재일동포와 유학생들도 총동원된다.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의 “응원하러 가고 싶다”는 문의도 끊이지 않는다.

일본도 맞불을 놓았다. 1만석 규모의 요요기 경기장의 8000석은 일본 응원단 차지다. 주부 정모(38)씨는 “영화 ‘우생순’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며 “그들이 아줌마였기 때문에, 결국 졌기 때문에 울 수 밖에 없었지만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최고의 순간을 보여줬다. 이번엔 최고의 자리에서 진짜 생애 최고의 순간에 흘리는 눈물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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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의 힘, 어게인 2004= 이같은 관심은 ‘우생순’의 영향이 크다. 핸드볼 관계자들조차 “뜻밖의 관심”이라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영화의 덕이다”라고 했다. ‘우생순’은 지난 1월10일 개봉 이후 3주 연속 영화 예매율 포함 관객 동원 1위을 기록했다. 245만명이 영화를 봤다. 이명박 당선인까지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등 전국적으로 ‘우생순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은 이유는 ‘아줌마의 힘과 투혼’에 모두가 열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70년대 ‘몸빼’를 입고 억척스럽게 일을 하던 이미지로 늘 폄하돼왔던 존재였던 아줌마가 시대가 변하면서 능동적으로 삶을 개척하는 여성상으로 부각되자 아줌마, 그리고 우리네 어머니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최근들어 아줌마와 신데렐라의 합성어인 ‘줌마렐라’가 등장하는 등 미시족을 넘어서는 다양한 개념이 등장할 정도로 아줌마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은 다변화됐다”며 “여기엔 약간 비하적인 의미가 담겨 있긴 하지만 ‘아줌마의 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아줌마 선수’들도 필승의 뜻을 전했다. 농구선수 박정은(삼성생명)씨는 “대한민국의 엄마이고 주부고 우리나라 여성 스포츠의 대표적인 선수들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힘을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조 주부 농구선수 전주원(신한은행)씨는 “아줌마의 힘으로 티켓도 따고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까지 땄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쉽게 뜨거워졌다 쉽게 식는 핸드볼에 대한 애정이 이번만큼은 지속되길 바라는 목소리도 있다. 정형균 대한핸드볼협회 부회장은 “실업팀 몇 개 없는 상황에서 아테네에 뛰었던 선수들 대부분이 그대로 뛰고 있다”면서 “이번 관심을 계기로 우리 아줌마 선수들이 코트에서 최선을 다해 뛸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졌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남상욱 기자(kaka@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