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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의 인기, 콜라보 리더십 -영웅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시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9. 4. 25. 14:12

어벤져스의 인기, 콜라보 리더십 -영웅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시대.

 

                       김헌식(문화콘텐츠학 박사 정책평론가)

 

영웅들의 콜라보를 제대로 보여준 10년이었다. 대개 히어로는 혼자 움직인다. 수퍼맨이나 베트맨을 생각하면 쉽게 정리된다. 슈퍼맨과 베트맨은 서로 누가 더 강한지 증명하기 위해 싸우기도 했다. 베트맨 대 수퍼맨, 수퍼맨 대 베트맨. 그렇다면 누가 이기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수퍼맨이 이기면 수퍼맨 팬들은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베트맨 팬들은 야유를 보낼 것이다. 베트맨이 이긴다면 반대 상황이 펼쳐질 것이 분명하다. 베트맨 팬들은 좋아하겠지만, 수퍼맨 팬들은 떠날 것이다. 베트맨 팬들과 수퍼맨 팬들이 모두  환호성을 지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른 적을 두고 서로 합심을 하고 협력을 하는 방법이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어벤져스’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 가운데 하는 이유는 영웅들의 팬심을 상승시키는 얼개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영웅끼리 다투어 한쪽이 패배하면서 팬들까지 떨어져 나가는 상황이 아니라 그 반대의 합일과 변증법적 결과를 통해 종족의 수를 더 불려 나가는 영리한 방법을 취하는 것이다. 하나와 하나의 결합은 셋 이상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시대이다. 영웅도 캐릭터가 있고 취향에 따라 팬들이 달라진다. 관객들마다 좋아하는 취향의 히어로 캐릭터는 다양하다. 그렇다고 하나의 히어로만 좋아하는 데 그치지는 않는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시작은 2008년 아이언맨이었다. 그리고 이어 헐크, 토르가 등장했다. 2012년 어벤져스가 등장하여 히어로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었다. 영웅들이 집단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각 영웅들을 좋아하는 팬들은 이 영화에 모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각 히어로들이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지구적인 문제를 앞에 두고 해결하기 위해 공동으로 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주기적으로 각 영웅들이 등장하는지 영화들이 나왔고 히어로 캐릭터들이 콜라보로 집단적으로 등장하는 어벤져스는 시리즈는 2,3,4편을 통해 각 영웅들이 얼마나 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지 보여준다. 물론 갈등이 없다면 그들이 개성과 능력이 강한 영웅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각자 뛰어난 수퍼스타들이 뭉친 스포츠 구단은 잘 안된다지만 어벤져스는 이러한 현실을 뛰어 넘는다.

 

2019년 4월 영화 ‘어벤져스-엔드 게임’은 지난 10년 동안 팬들에게 선을 보인 마블의 히어로가 모두 등장하기 때문에 필수 관람 콘텐츠가 되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마지막 부분의 대규모 전투신은 수많은 캐릭터들이 한꺼번에 전투에 참여하기 때문에 전율을 느낄만 하다.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했던 모든 히어로 캐릭터들이 엔드 게임 즉 마지막 전투에 임하기 위해 총출동하기 때문에 이를 놓칠 팬들은 없을 것이었다.

 

따라서 폭발적인 흥행세를 기록하는 것은 이미 예정된 것이다. 대중문화의 핵심은 콜라보레이션이다. 혼자 신화의 경지에 오른 듯한 입지를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베이스에 맞게 협업을 하는 것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조화와 조율의 수평적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혼자 혜안과 역량을 갖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량을 적절하게 아우르고 당면한 문제 즉 악당과 악의 무리를 해결하는데 전력을 집중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리더는 한명일 필요도 없으며, 여러 명이 자율에 따라 교차적으로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상적인 의사결정과 실천 과정을 잘 보여준다.

 

마블-할리우드 히어로들도 그리스 신화의 신들처럼 각자 개성이 충만하고 능력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것을 잘 활용하는 것은 어벤져스 팀에게 매우 중요한 리더십인 것이다. 이는 민주 공화정에 맞는 숙의 리더십이기도 하다. 국가의 구성원들을 대변하고 이를 주체가 만들도록 하는 것, 그것이 민주 공화정 리더십이기 때문이다. 약자와 소수자, 여성일지라도 전우주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데 참여하고, 그 존재적 가치를 통해 평화를 지켜내는 과정은 민주주의 핵심적인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한편으로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현실넘어 이상과 소망의 반영을 보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갈수록 각자도생하는 현실이 더 강하기 때문에 영웅들도 같이 협력을 해야 살 수 있다고 말이다. 이른바 격화되는 배틀그라운드가 펼쳐지는 세상에서 일반 흙수저는 더욱 말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았던 현실이 흙수저에게 있던 시절이 있던가. 오히려 빈민층에게만 해당하는 무한경쟁이 중산층이상에게까지 확산되었고 이것이 히어로들까지 콜라보하도록 만들게 하지 않았을까. 문화예술작품은 이상을 넘어 뭔가 소망스러운 상황을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