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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기획사들의 언행이 쎄졌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11. 22. 20:04
최근 한국 스타들의 행보가 과거와 달리 적극적이고 공세적이다. 때로는 강한 자기 주장을 하기도 하고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기도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낯설었던 일들이 이제 익숙해졌다. 오히려 더 스마트해지면서 수세적인 모습은 덜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몇 가지 사례부터 볼 수 있다. 

이른바 제제 논란으로 수세에 몰렸던 가수 아이유가 악플러들에 대해서 법적 조치를 단행했다. 뒤이어 선처는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예전 같으면 잘못에 대한 사과를 했을 경우, 악플에 대한 법적인 조치는 하지 않았을 터였다. 도의적인 측면을 개입해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이런 점은 사실 근래에 낯선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스타들이 이제는 악플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는 경향을 확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적인 측면에서도 발언은 좀 더 강해졌다고 봐야 한다.

아이유는 ‘2015 MAMA’에 불참을 선언했다. 홍콩에서 열리는 행사이지만, 주최는 국내 엠넷, 엠넷의 아시안 뮤직 어워즈이다. 엠넷 행사 불참은 쉽지 않을 수 있었다. 아이유만이 아니라 씨엔블루와 AOA도 마찬가지로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유는 로엔 소속이지만, 씨엔블루와 AOA는 FNC 소속이다. 이 두 그룹이 그만큼 해외에서 잘 나간다는 뜻이다. 더구나 FNC에는 유재석과 노홍철도 소속되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쉽지 않았을 것인데 결행했다. 중화권을 중심으로 마케팅력이 강한 면모를 지니고 있는 FNC다. 아무래도 이러한 점이 강한 결정을 할 수있는 원동력으로 짐작되고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가 윤은혜였다.

윤은혜는 패션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정면 돌파를 했다. 표절이 아니라고 했으며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대체적으로 이정도면 도의적인 사과를 할법 했는데 말이다. 수많은 언론들과 관련 매체들이 사과를 요구했지만 윤은혜는 끝내 버텨나갔다. 오히려 유희적으로 반응하는 글을 소셜네트웍에 올리기도 했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그 원인으로 중국활동을 드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디자인을 표절했던 의혹을 받았던 것은 바로 중국 예능프로그램에서 빚어진 일이었다. 동방 TV디자인 서바이벌 여신의 패션에서 결국 우승했다. 그녀의 의상은 70억원에 이르는 금액에 판매되었다. 중국 연예인 혹은 불통의 아이콘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대종상영화제 수상 후보로 거론된 배우들이 불참했다. 이렇게 집단적으로 출연을 거부한 일은 유례가 없었다. 심지어 황정민은 보도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고, 유아인은 꼰대의 품격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발언은 "우리 배우들이 후진국 수준"이라는 대종상 집행부의 발언에 이은 것이라 눈길을 끌었다. 직접적인 발언은 아니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음에 대한 어떤 반응도 없었다 

해외 행사 때문에 국내의 연말 행사에 많은 스타들이 제대로 참석을 못할 가능성이 많아졌다. 이제 스타들은 예전의 모습에 머물지 않고 있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나 입지를 강화하고 있고 이를 중심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는 스타들의 파워가 커졌다고도 볼 수 있다. 다른 관점으로 보면, 이제 한국 스타들의 활동 범위가 매우 넓어지고 다양화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수 있다. 글로벌 현상과 한류가 같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스타들의 주장이 좀 더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강해진다는 것은 무조건 자신의 이익만을 챙긴다는 점이 아니라 부당하거나 합리적이지 않은 사안에서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힐 수 있는 처지가 되었다. 

하지만, 완전하지는 않다. 글로벌이든, 한류 현상이든 국내의 활동기반이 최우선이며 그것이 근본적인 토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합리한 모순적인 구조에 대한 이의 제기는 있을 수 있다. 그것은 교정적이거나 형평성을 회복하는 과정일 수 있다. 하지만 자칫 문화권력자의 이미지로 비추거나 그렇게 언행을 실제로 한다면, 대중적인 지지나 의미는 퇴색할 수 있다. 특히 중화권의 인기에 힘입어 이런 언행들이 증폭된다면 장기적으로 좋을 수가 없다. 지금은 뻗어나가도 인기는 중국이나 해외 어디라도 한국과 같이 화무십일홍이고 권불십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활동 토대의 변동과 확장 외에도 인권적인 측면이나 법리적인 측면의 공적 활동들이 사적 사안과 분리하여 시시비비를 따지는 일들로 전환되고 이것이 객관적으로 보장되거나 용인되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 전망된다. 물론 이런 스타들의 행보는 오로지 그들 개인의 생각만은 아니다. 그들은 스타시스템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안에서 배우들의 자존심은 중요한 헤게모니 싸움의 중요한 기제가 된다는 사실을 일련의 사례를 통해 짐작할 수가 있다. 

글/김헌식(정책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