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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만 되면 '파티장'으로 변신하는 게스트하우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12. 5. 22:56

밤만 되면 '파티장'으로 변신하는 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는 '파티중'..제주도 등 여행지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활발머니투데이 | 김유진 기자 | 입력2015.11.07. 03:03 | 수정2015.11.1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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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게스트하우스는 '파티중'…제주도 등 여행지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활발]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에게 고단한 몸을 누일 쉼터인 '게스트하우스'. 국내보다는 유럽이나 동남아 등 해외에서 먼저 유행한 숙소의 형태로 한 방에 침대 여러 개를 놓고, 일반 호텔이나 여인숙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잠자리를 제공한다. 보통 가벼운 아침 식사도 나온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에서 게스트하우스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 가난한 여행자 숙소가 아니라 '랜덤 미팅'이 가능한 파티장소로 변하고 있는 것. 가히 '파티 세대'라고 불릴만한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게스트하우스 파티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

서울의 한 게스트하우스. 여행자 쉼터인 게스트하우스가 최근 젊은이들의 파티장으로 변하고 있다. 투숙객을 대상으로 저녁마다 바비큐 파티가 열리고, 투숙객 아닌 외부인들도 입장료를 내면 파티를 즐길 수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머니투데이 DB
서울의 한 게스트하우스. 여행자 쉼터인 게스트하우스가 최근 젊은이들의 파티장으로 변하고 있다. 투숙객을 대상으로 저녁마다 바비큐 파티가 열리고, 투숙객 아닌 외부인들도 입장료를 내면 파티를 즐길 수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머니투데이 DB

포털사이트에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파티'라는 단어가 붙을 정도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것이 게스트하우스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의 얘기다.

◇ 여행의 해방감과 부담 없는 만남이 가져오는 시너지 효과

직장인 김모(여·26)씨는 지난달 휴가를 내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연봉 3500만 원을 받는 그가 선택한 숙소는 1박에 2만 원 하는 게스트하우스. 돈을 좀 더 내고 펜션이나 호텔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숙소의 편안함보다 새로운 재미를 위해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했다.

투숙객과 바비큐 파티를 즐기고 돌아왔다는 김씨는 "여행이 주는 일탈감과, 나중에 얽힐 부담감 없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며 "힘든 일상 속에서 이런 해방감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여행자 숙소인 줄로만 알고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가 깜짝 놀란 사람들도 있다. 대학원생 이모(28)씨는 "저렴한 숙소를 찾기 위해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해서 갔는데 밤이 되자 주인이 치맥 파티를 한다며 투숙객을 전부 불렀다"며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며 거나하게 취한 여행자들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제주도처럼 여행지가 아닌, 1000만이 넘는 인구가 사는 서울에서도 게스트하우스 파티가 열린다. 서울의 이태원, 홍대입구 등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투숙객이 아니어도 입장료만 내면 참석할 수 있는 파티들이 매일 밤 불을 밝힌다.

◇ "세대 맞춤형 스트레스 해소법…습관화는 경계해야"

이들의 특징은 일상에 돌아와서는 게스트하우스 파티에서 만난 이들과 다시는 연락하지 않는다는 것. 외로운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휴가나 방학 등 짧은 기간을 이용해 사람을 만나 사회화의 욕구를 해결한 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살아간다.

전문가들은 젊은이들이 필요로 하는 인간관계의 형태를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옛 세대와 요즘 세대는 사람을 만나는 방식에 크게 차이가 있다"며 "공부할 때도 온라인 스터디를 모집하는 등 열린 인간관계에 익숙하기에 게스트하우스 파티 같은 만남의 형태가 긍정적으로 기능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학 선후배 모임이나 동창회처럼 예전의 인간관계는 깊은 만큼 서로 간섭도 많았기에 스트레스로 작용할 때가 많다"며 "그러나 게스트하우스 파티처럼 즉시적 만남은 이후의 만남에 대해서도 자신이 통제권을 가질 수 있기에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을 쉽고 가벼운 방식으로 만날 수 있고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는 형태의 만남"이라며 "기존의 인간관계처럼 깊은 사귐에서 오는 속박은 없는 만큼 책임감이 적고, 그로 인해 서로 손해를 안 보려고 한다는 점이 단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여행을 떠나 가볍게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익숙해지고 편해지다보면 이것이 습관이 되면서 깊고 진지한 인간관계를 맺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며 "정말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까지 놓쳐버리게 되는 이런 습관을 갖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유진 기자 yoo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