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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녀 댓글 전쟁 왜 심해졌냐구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12. 5. 22:49

최근 여혐, 남혐에 관한 새로운 용어들이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성에 대한 혐오 단어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남성혐오 내용도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더욱 이런 용어들이 나오면서 이른바 댓글전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그것도 정연하게 잘 정리된 용어들이 많아졌다. 왜 갑자기 이렇게 격화된 것일까.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것은 주로 사회학적인 분석이 많은 듯싶다. 예컨대, 사회적인 불안과 좌절감이 이런 현상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사회적인 불안이라는 것은 정확하게 말하면 경제적인 불안일 것이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는 고용구조의 불안을 그대로 드러낸다. 개인이 스스로 성공할 수 없는 계층의 사다리가 끊어진 느낌은 더욱 좌절감을 강화할 것이다.

사진출처 http://www.torbooks.co.uk
사진출처 http://www.torbooks.co.uk

양극화의 심화를 생각할 때, 박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좌절과 박탈감이 사회적 공격으로 나타난다는 이론이나 연구는 많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이런 공격적 성향을 보이거나 갑자기 혐오적 공격을 급증시키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입시교육이나 가족외의 존재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를 원인으로 삼기도 한다. 남녀 간의 심리적 차이를 좁히지 못한 교육심리차원의 접근도 있다. 남녀간에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일단 여성에 대한 혐오적인 발언이나 댓글은 인터넷에 언제나 있었다. 스타벅스 커피 때문에 된장녀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된장녀라는 말은 비단 일부 소수여성에게 가해지는 것이 아니라 일반 여성에게 무차별적으로 가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응해 여성들도 남성들에 대한 비난을 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인터넷상의 공격에 대해서 여성들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혐오적인 댓글 달기는 거의 남성들의 전유물이나 다름 없었다. 그 원인은 화풀이라는 단순한 심리일 뿐이다. 애써 사회적 거대담론을 적용할 필요까지도 없어 보인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그것을 가진 사람들을 선호하는 대상중에 여성이 있을 뿐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전혀 매력(?)적이지 않으니 사회 이론과 용어와 교육심리학까지 등장한다.

결정적으로 남녀의 상호혐오가 더 심하게 일어난 것은 제도적인 원인 때문이다. 여기에서 제도라는 말은 고색창연한 것이 아니다. 최근에 남여간의 혐오전쟁이 격화된 것은 여성들이 집중적으로 남성 혐오를 주도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전쟁의 두 당사자가 전선의 주체를 형성한 것이다. 이런 사이트는 자료와 정보의 축적만이 아니라 새로운 용어의 만들어내고 그것을 확산시키는 제도적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공간의 탄생과 운영은 당연히 상대방을 자극하고 더욱 더 활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 상호 간에 격화 현상을 강화하고 만다. 이렇게 격화와 강화가 이루어질 때 인터넷의 토론 룰은 없다. 언제라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표현한다. 그대로 반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게 없을 듯 싶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애초에 여성에 대한 인터넷 혐오와 공격이 증가한 것은 제도적인 빈틈 때문이었다. 많은 인터넷 사이트들이 혐오발언이나 댓글을 그대로 방치했다. 그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참여와 소통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내세울지는 모르지만, 실제는 많은 조회수를 올리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그러한 사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혐오용어나 표현 양태들은 많아졌고,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정당화되었다.

특히 사회적인 배경과 맥락이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들은 더욱 그러한 행동이 이유가 있는 것이라 합리화해주는 셈이 되었다. 경제나 사회불안이 강해졌기 때문에 혐오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인 것이다. 이제는 여성측의 입장에서 혐오나 모멸을 내뿜는 담론을 생성해 내는 조직화가 일어나고 있다.

아무리 사회적인 모순이 있어도 여성이나 남성이나 상대방을 모멸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범죄에 해당한다. 어떤 형태로든 관용될 수 없는 일이다.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그런 인격 훼손과 살인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무분별하게 주어진 셈이다. 그런데 좀 더 주목해야할 것은 집단적 움직임이다. 앞서 언급한 조직화는 일반 개인들이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 조직화는 정치 집단화하고 연결되는 중간 과정에 속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인 모순이나 배경 때문에 남성 대 여성의 혐오 댓글 전쟁이 강화되었다는 것보다 그러한 외부 귀인이나 전가의 논리가 기생할 수 있는 토대 자체를 없애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자기가 갖고 싶은데 갖지 못할 때 상대방을 비난하고 심지어 인격 모독을 가하는 일은 인류역사이래로 언제나 있었지만 지금처럼 공론장에서 내로라 하는 듯이 횡행한 적은 없다. 공론장에서 이렇게 방치하며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이 결국 남녀 댓글 전쟁의 수혜자이다. 그들이 뒷짐지고 즐기는한 더욱 격화될 수 밖에 없다.

글/김헌식(정책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