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문화평론가)
최고의 흥행 기록은 최고의 독점 기록 덕이다. 영화 “어벤져스-엔드 게임”이 상영회차의 80.2%를 장악했다. 나머지 개봉 영화 44편이 19.8%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다. 다양성 관점에서 영화 창작자들은 물론이고 관객들의 권리에 위협적이다. 언론에 언급되고 문체부가 거론하듯이 스크린 상한제가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일부 소수 영화의 편중 쏠림 현상은 영화계 생태계를 파괴하고 관객의 선택을 제한하는 반문화적 행태의 전형이다. 이와 관련한 규제책은 크게 상한제, 변동부율제, 겸업금지와 수직 계열화 방지 등이다.
스크린 상한제는 프랑스식이다. 한 영화가 스크린 지배를 25%를 넘지 못하게 하고 대형 영화는 15%로 묶는다. 초기에 적은 수로 릴리즈를 하고 인기가 좋아 늘려도 이 제한을 넘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30%를 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스크린만 제한 하면 효과가 적기 때문에 수익 배분율 문제를 지적한다.
그럴 때 지적되는 것이 고정부율제의 대안인 변동부율제다. 수익배분에 관해 우리나라는 고정부율제다. 극장이 5.5, 배급사가 4.5. 이 분배율은 상영기간에 관계가 없다. 이럴 경우 개봉 초기에 스크린을 확보하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스크린 싹쓸이를 하려한다.
미국은 변동부율제다. 초기와 중반 이후의 수익 배분이 다르다. 1주차에 극장은 2, 배급사는 8이다. 4주차에는 극장이 5 그리고 배급사가 5로 같다. 중반 이후에는 극장의 수익이 더 많다. 그러므로 시간에 따라서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스크린 초기 독점이 중요하지 않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스크린 수가 아니라 상영 시간을 얼마나 길게 확보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영화는 오래 극장에 남는다. 한국 영화처럼 단지 대기업 영화라고 주기적으로 지배 독점하며 관객들에게 억지 사육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국에서 적용하기에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대기업이 제작 배급 그리고 극장까지 운영하는 수직계열화가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변동부율제를 해도 수익은 일부 소수 대기업이 다 가져간다. 예컨대 CJ, 롯데 등이다. 그러므로 대기업이 모든 것을 운영하는 겸업을 못하게 해야 스크린 지배가 사라질 수 있다.
기획 투자 제작 배급 상영을 한 기업이 다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중소 기업들에게 더 기회를 많이 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에도 한 기업이 스크린의 50%를 차지 하지 못하도록 하고있다. 한 영화의 스크린 점유 상한이 아니라 기업의 스크린 운영율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스크린 상한제의 경우 한미 FTA의 간접 수용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신중함이 요구된다고 하는 데 이는 외화의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분리 검토가 필요하다.
관련하여 입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현실적으로 먼저 수익분배율을 통해 유도하고 스크린 상한제를 하는 동시에 대기업의 스크린 소유 운영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