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성상납 리스트 펌질이 대안인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3. 18. 10:11
일부에서는 강호순의 이름을 밝힌 것처럼 고 장자연씨의 문건에 나와있다는 인사들의 이름을 밝히라고 한다. 광고주와 현업제작자, 언론사 경영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언론사 경영진이 있다는 점을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강호순의 얼굴을 경쟁적으로 보도한 것은 역시 언론의 상업주의였고, 그 가운데에 조중동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중동이 나서지 않으니까 리스트에 이들 매체의 경영진이 있다는 추측을 더 확신하여 이같은 리스트 공개를 주장하는 모양새다.

강호순의 얼굴을 공개한 것도 논란이 많다. 그것이 정당했는지 의문인 것이다. 그런 가운데 리스트 공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상대의 행동을 들어 즉응하는 단기적인 행동에 불과해진다.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논의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예컨대, 아무리 미운사람이 들어있다고 해도 실명이 인터넷을  통해 거명되는 것은 엉뚱한 피해자를 낳을 수도 있다. 고 장자연씨 사건에서 핵심은 한국 연예기획사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일본식과 미국식을 교묘하게 결합시킨 괴물, 연예기획사에 대한 적절한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해 보인다. 일본의 연예기획사는 가족적인 개념이나 연예인 발굴에서 교육, 홍보, 캐스팅에 이르는 과정을 관장한다. 미국식 시스템은 이런 일본의 소속사 개념이 아니라 대행 에이전시에 해당한다. 따라서 연예인들이 연예 활동을 계약을 위해 대행사를 찾는 것과 같다. 한국의 연예 기획사들은 신인들에게는 가족같은 경영을 하면서 공사 구분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즉 신인들은 일본식과 같이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지 못하는 대신 미국식 같이 자유경쟁에 매몰렸다. 대신 소속사를 위해서 많은 희생을 해야 했다. 자유계약방식이 아니라 종속적인 방식이었다. 소속사는 안정적인 수입을 일정하게 주지도 못하면서 신인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대형스타들의 수입보장에 집중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신인여배우들은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사적 자리에 나가서 원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벌어진다.

 따라서 신인들은 소속사들의 안정적이고 좋은 계약조건에 현혹되어 소속사를 자주 옮기는 일이 빈번해진다. 이 과정에는 자신의 어려운 신인시절의 희생을 보상받아야 하겠다는 심리가 생기기도 한다.  이러다보면 소속사 분쟁이 생기고 해당 연예인을 두고 법정싸움이 벌어진다. 연예인들의 물리적 정신적 고통은 말할 것이 없다.

따라서 이러한 연예인 매니지먼트 구조를 근본적으로 고칠 수있는 방안이 모색되는 것이 이후의 문제를 지속시키지 않는 대안일 것이다. 신인에게도 안정적인 수입구조를 마련해주고 불공정한 행태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정비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김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