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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과 내부자들 '퇴치코드' 열광 심리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12. 10. 11:32

영화 '검은 사제들' 스틸컷. ⓒ영화사 집영화 '내부자들' 스틸컷.ⓒ쇼박스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최고의 연기력을 보인 배우를 꼽으라면 당연히 박소담을 뽑을 수밖에 없다. 물론 박소담은 주연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예쁜 모습으로 등장한 것도 아니었다. 만약 박소담이 없었다면, ‘검은 사제들’은 여러 면에서 훼손되었을 것이다. 김윤석의 연기를 달리 논할 이유는 없을 것이고, 강동원은 그의 연기보다는 그 자체의 캐릭터와 이미지 때문에 관객 흡입력을 갖게 되었다. 흥행의 견인 파워는 강동원에게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11월과 12월 흥행 폭발력을 언급한다면, 영화 ‘내부자들’이 갑이었다. 비록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500만 관객을 20일도 되지 않아 훌쩍 넘어버렸다. 그동안 있던 기록들을 갈아치운 영화 ‘내부자들’은 배우들의 연기가 적재적소에서 빛을 발했기 때문에 흥행 폭발력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조승우의 팬들은 총출동했고 이병헌은 연기력으로 기사회생했다. 역시 한국 사회에서는 동정어린 시선을 받을 수 있는 캐릭터나 연기를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소재면에서는 영화 ‘검은 사제들’과 영화 ‘내부자들’은 전혀 다르다. 하나는 엑소시스트 계열의 악령퇴치, 퇴마 영화이다. 요즘 유행코드로 보자면 오컬트 영화라고 할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면 망각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중창작과 흥행에서 중요한 지 알 수가 있었다. 이미 한물간 소재라고 생각한 퇴마의식이 젊은 층들에게는 새롭게 다가온 것은 망각의 힘 때문에 일어날 수 있었다. 망각하지 않는 이들에게 퇴마는 새롭지도 않고 오히려 모방으로 보였고, 기억으로 먹고사는 전문가들일수록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점수를 후하게 줄 수는 없는 노릇이겠다.

영화 ‘내부자들’은 망각보다는 기억에 의존한다. 일종의 팩트 코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근래에 이런 우리 사회에서 존재할 법한 그들의 만의 세계를 뒤집는 소재와 서사는 흥행성적을 유지해왔다는 점을 관객들은 잘 기억하고 있다. 더구나 권력의 중심축에서 실제 일어난 성접대 사건은 이 영화의 서사 전개와 결말에 매우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다. 만약 이부분에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지 않았다면, 그냥 다른 비슷한 장르들과 다를 바가 없어지는 셈이다. 요즘에는 비슷한 얼개를 통해 상상력을 더 많이 부여할수록 훨씬 흡입력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영화 ‘검은 사제들’은 현실의 소재와는 관련이 없다. 다만, 존재했다던 퇴마의식을 한국에서 재현했다는 점이 현실감을 부여하고 있지만, 한국 자체보다는 유럽의 이야기라는 점에 강하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식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희소적 가치를 지닌 영화인 것이다. 여러 모로 달라 보이지만 이 두 영화는 공통적인 점이 있다. 바로 사악한 어떤 존재를 퇴치하는 것이다. 

영화 ’검은사제들’에서는 악령을, 영화 ’내부자들’에서는 부패한 공공의 적들과 싸운다. 결말은 모두 긍정적이다. 비록 그들은 초기에 매우 열세의 상황에서 고군분투하지만 결과는 만족할 만하다. 하나는 현실을 벗어난 판타지 스타일이지만 다른 하나는 리얼리즘을 강조하면서 현실속 악의 세력을 물리치려고 한다. 과연 현실에 존재하는가라고 물어볼 때면 영화 '검은 사제들'은 비현실적이고 영화 ‘내부자들'은 리얼한 현실이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영역은 보통의 사람들은 가보지 않은 영역이다. 다만, 그러할 것이다라는 믿음이 있다면 두 영화는 현실이 되는 것일 뿐이다. 우리의 삶을 파괴하려는 누군가가 있다는 외부원인, 즉 귀인론은 여전히 중요하게 상업영화를 움직이고 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는 그러한 외부 원인이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우리 안의 욕망에 대해서도 약간 언급한다. 그러나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는 철저하게 우리를 파괴하려는 것은 외부의 별다른 존재들이다.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우리 안의 욕망과 공모하는 외부의 절대적 존재들이라는 점과 절대적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파괴하려는 존재는 별다른 존재라고 생각하는 관점. 이 관점 중에 어느것을 선택하겠는가. 비록 스타파워가 아무리 강한 영화라도 말이다. 영화 자체로 본다면 어떤 것이 우선할 지는 우리의 욕망이 이미 알려주고 있는 셈이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