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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평론가 "사은품 과열 양상...약자들 짓밟고 소외시키는 상술로 전락"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0. 6. 18. 08:38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헌식 박사(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대안을 생각해보는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박사와 함께 커피전문점 사례로 본 과도한 사은품 문화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최근 커피전문점의 사은품 행사가 과열 양상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데, 어떻길래 그런 건지 다시 정리해볼까요?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한 지점 사례가 논란을 일으켰는데 한 남성이 커피 약 300잔을 구매하고 사은품 가운데 하나인 작은 가방 17개와 커피 한 잔만 챙기고 나머지 299잔은 버린 일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남은 커피를 진짜 버린 것은 아니고 해당 매장에 온 다른 고객이 무료로 마실 수 있게 했지만 거의 마시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연히 매장에서는 폐기했구요. SNS에는 음료 17잔을 한 번에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어떻게 구매하고 가방을 받는지 6만 8700원을 들여 사은품을 받는 팁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별다방이라 불리는 이 업체는 지난 21일부터 행사를 시작했는데 지정된 음료 3잔을 포함해 총 17잔을 구매하면 여행용 보조 가방이나 캠핑용 의자 가운데 하나를 사은품으로 주고 있습니다. 커피보다는 이 사은품이 더 경쟁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 업체가 사은품을 통해서 고객을 유인하면서 다른 커피전문점들도 덩달아 따라하는 일들이 벌어져 왔기 때문에 그 업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사은품을 둘러싼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하던데, 해당 업체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건가요, 아니면 나몰라라 하는 건가요?

▶처음은 아닙니다. 텀블러나 컵이 나올 때마다 사재기 등이 일어나고는 했습니다. 또한 이전에도 문제가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적립 제도가 있었습니다. 다른 고객이 버린 영수증을 가지고와서 적립하고 사은품을 받아가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이런 적립 제도를 없앴는데 주 2회 방문하는 고객에게 사은품을 주는 행사인데 이렇게 한 번에 사버릴 줄은 몰랐다는 게 업체의 입장입니다.

이런 대란의 원인은 이런 사은품이 한정품이라는 점입니다. 예컨대 겨울에는 다이어리 사은품이 있는데 이는 덜 한정적이고 여름철 사은품은 더욱 빨리 소진될 것이라는 심리 때문에 이렇게 적극 경쟁에 나서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다이어리와 달리 소진되면 재출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심리를 상술에 이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업체가 사은품의 개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들이 자극된다는 것입니다. 업체는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 줄 몰랐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되니 판매용으로 바꾸거나 한 고객에게 돌아가는 개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중고나라 등 중고 제품 커뮤니티엔 이런 사은품을 되판다는 게시글 수백개가 올라왔다면서요?, 이른바 리셀(resell)행위라고 하던데, 되팔아서 돈을 벌기 위해 사은품을 받는 건가요?

▶이렇게 웃돈을 받고 상품을 되파는 사람들을 리셀러라고 합니다. 가장 싼 음료만 마시면서 약 약 7만 원을 쓰면 가방이나 의자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다시 인터넷에서 8~10만원에 거래하고 있습니다. 한 중고 거래 앱에서만 해당 사은품 중고시장이 순식간에 1600원 규모로 형성되었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음료 17잔을 7만원 정도도 아니고 리셀러들이 할인카드와 텀블러 할인 등을 동원해 4만원 안팎에 구매하고 중고시장에 되팔아 더 차익을 남긴다는 의혹 제기도 있습니다.

‘주객이 전도됐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리셀러들이 이렇게 웃돈을 받고 사은품을 중고시장에 내다 파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 현상은 애초에 사은품의 의미가 퇴색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단골 고객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한 것”이라는 행사 취지가 가치가 없어진 셈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리셀러들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 매장을 방문하고 사은품을 취하기 때문에 진정한 고객이라고도 할 수가 없고 고객들은 리셀러들에게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것이 정말 고객들을 위하는 것일지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수량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리셀러들이 활개를 칠 수 있다는 점을 업체가 외면하고 있다고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리셀도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군요. 중고 사이트에서라도 사는 이들이 있는데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에서 지닌 지위에서 찾기도 합니다. “커피가 아니라 문화를 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가치를 소비하는 듯한 매장으로 브랜드 가치를 얻어가게 되었는데 이를 콘텐츠가 없는 허영의 소비라는 비판이 비등합니다. 즉 문화가 과연 있는가, 사은품을 받도록 필요하지 않는 커피까지 사도록 하는 것이 문화인가 하는 점입니다. 사실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 업체의 커피가 맛있는지는 의문이 많습니다. 커피 대신 문화를 판다지만 그 문화가 과연 어떤 문화인지 알 수 없다는 평가입니다.

단지 보조가방이나 다이어리를 얻기 위해 수십만 원이나 백만 원 이상을 쓰고 심지어 사은품을 중고를 통해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한 문화라고 생각하는 세계인들은 없을 것입니다. 한국과 미국에만 이런 굿즈 디자이너가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볼 점입니다. 기념품을 수집하는 취향이라고 하면 그것을 비난 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비싼 값에 다시 파는 것 즉 전매행위는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매행위는 ‘한정판` 등에서 수집욕의 구매자 사이에서 발생하죠. 캐릭터 피규어, 티켓, 입장권 등이 있는데 그건 취향이 아니라 상술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라서 한정판으로 만들지 말고 처음부터 돈을 받고 판매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더 이상 문화는 없기 때문이고 웃음거리 밖에 되지 않으니 업체의 브랜드 효과도 깎일 것입니다. 잠재적 고객 확보를 위해서라도 넓은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예전에 아이들이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빵을 사놓고 먹지도 않고 버리던 일이 생각나는데요. 이런 고객들 중에는 개미 지옥에 빠진 것 같다고 말씀하신 분들도 있나봅니다?

▶커피가 본품이고 가방이나 의자가 보조 용품인데 그것이 뒤바뀐 것입니다. 아이들이 스티커 딱지를 모으기 위해 빵을 사는 즉시 빵을 버리고 스티커만 모으던 일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어른들이 혀를 찼는데 아이들만 그렇게 탓할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어른들이 단지 보조 가방을 하나 얻기 위해서 많은 돈을 쓰고 정작 커피를 버리는 일과 아이들이 스티커를 모으는 일이 무엇이 다른가 하고 지적할 수 있는데 아이들이 그런 어른들을 보고 웃을 수도 있을 듯 하네요. 작은 보조 손가방을 얻기 위해서 130만 원어치 빵을 사고 버리는 어린이가 있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부모님에게 혼이 나겠지요.

이런 사은품을 모으는 것을 시작한 이들은 매년 나오는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서 돈을 지출하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강박처럼 아이템을 갖추기 위해서 돈을 지출하게 되고 이건 아닌데 싶으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는 점에서 개미 지옥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돈만 쓰고 손에 얻지 못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객인데도 오히려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말하는 것일 것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소셜미디어를 통한 과시형 소비 현상이라고 분석하기도 하던데, 그렇게 분석하는 이유나 근거가 있겠죠?

▶소셜미디어에는 이러한 사은품을 손에 넣었다는 인증 샷이 올라오는 일이 많습니다. 이를 통해서 자랑을 하는 것인데 이른바 과시형 소비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다른 이들은 손에 넣지 못한 것을 나는 손에 넣었다는 점을 드러내고자하는데 이 과시 채널이 바로 소셜미디어인 것입니다. 거꾸로 이를 선물하는 것이 마치 커다란 행복인 것으로 장식되기도 합니다. 거꾸로 이런 소셜 미디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생겨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한 번 시작을 하면 계속 그것을 해야할 것 같고 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거나 뒤쳐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현명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심리에 시달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과시형 소비는 남위에 서지만 곧 남이 자신을 밟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은품이 공짜는 아닐 것이고 결국에는 상품 가격에 포함되는 것 아닌가요? 시장을 왜곡한다는 지적도 있던데, 어떻게 보십니까?

▶네. 사은품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것인데 이를 망각하기 쉽습니다. 판촉비용에 속하기 때문에 가격 책정을 할 때 반영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소수에게 돌아가는 혹은 리셀러들에게 이익을 주는 구조에서 많은 일반 이용자들은 웃돈을 내고 마는 것입니다.

콘텐츠나 상품의 질로 평가되지 않는 상황은 시장 구조도 왜곡할 수 있습니다. 출판계에서도 독서대 등에서 더 나아가 책 사은품을 책 베개나 심지어 라면 냄비까지 주면서 책이 아니라 사은품을 얻기 위해서 책을 구매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출판사는 대형 출판사일 것이고 동네 서점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사은품을 통해 만들어진 베스트셀러는 출판가를 더욱 왜곡합니다. 출판가에서는 한번 베스트셀러에 올라가면 떨어지지 않고 독식을 해버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책들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맙니다.


▷이런 커피 전문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사은품 문화에 대해서 다시 성찰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사은품으로 주는 굿즈, 기념품은 본래 판촉을 위한 사은 행사 즉 성원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던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본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더 중심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제기된 것도 아닌데 별로 개선될 것 같지 않습니다. 과연 업체들은 정말 고객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일까요. 고객의 이름을 그들은 알까요? 하나의 전략 안에 사람들의 선택은 하나의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 그렇게 했을 때 정말 문화를 팔고 공유하고 하는 것인지 빤한 거짓말을 포장하는 데 문화를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할 것입니다.

이는 물량 공세를 통해서 다른 경쟁업체들을 고사시키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승자독식 구조 속에서 약자들을 짓밟는 상술이 되고 있는데도 아름다운 마케팅 문화인 것으로 포장이 되고 있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결국 모든 이들을 소외시키고 말기 때문입니다.

▷천박한 상술 문화, 모든 이를 소외시키는 과다 사은품 문화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박사(문화평론가)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20-05-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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