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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박사 "문화예술인 생계 지원 `뉴 노멀` 필요해"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0. 6. 15. 08:41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헌식 박사.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대안을 생각해보는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박사와 함께 문화예술계 긴급재난생활지원에 관해 살펴봅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정부에서 추가로 프리랜서, 문화예술가들을 위해 한 달 50만 원씩, 3개월간 지급하기로 했는데, 문화예술계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1차에 이어서 2차로 93만명 지원하기로 했는데 수백 만명에 이르는 예술계들에게 턱없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몇 명만 골라서 지원하는 것은 자격여부를 판가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주지 않는 방식이 됩니다. 이런 모순의 연장선상에서 네가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증명하라는 식의 지원 제도는 여전히 문화예술노동자에게 힘든 일입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생활고가 심해졌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3개월에 50만원씩이라는 것은 어떤 기준에 따른 것인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도 있구요. 전적으로 문화예술만을 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곤란한 지원액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신인 예술가들은 더 힘든 상황 아닌가요?

▶한쪽에서는 젊은 예술가 중심이라지만 나이 불문하고 신인은 힘들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예술활동증명 기준은 5년 간의 `공개적`인 활동이어야 합니다. 신인 예술가들은 경력이 많지 않습니다. 즉 예술가라는 점을 증명하기가 힘들죠.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예술가 지망생들에게는 정말 힘든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자신을 알려야 하는 상황에서 재난이 터졌기 때문에 미래가 더 불확실해진 점이 있는데 제대로 지원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예술인복지재단의 지원은 융자방식인데 그 융자방식에서도 경력을 증명해야 합니다. 융자제도자체도 이렇게 신인들에게는 불리한 점이 있습니다. 긴급생활자금 경우에는 공연·스포츠·관광·방송 등 몇 개 영역에 한정 융자 지원액을 설정하고 있고, 기타 문화예술 영역의 경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예술활동증명`을 완료해야 생활안정자금을 대출하고 있습니다. 융자 자체는 지원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것은 온통 빚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빚을 얻을 데가 없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이렇게 신인들에게 불리한 상황은 케이 팝등 대중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군요. 프리랜서·예술가들의 생계 문제와 관련해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여전히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는데요.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반드시 처리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예술인도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입니다.프랑스가 시행하는 `엥떼르미땅(Intermittent) 즉 예술가 고용보험의 한국형 버전입니다.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을 위한 법률`(예술인권리보장법)은 예술인의 노동자성과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합니다. 예술이 밥 먹여주는가하는 말이 있지만 예술가들에게는 작품활동이라는 점과 아울러 밥이라는 문제, 생계라는 문제가 걸려 있고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라고 규정한 법률이 필요하고 그것에 따른 지원도 이뤄져야 합니다.

민주당은 2024년까지 엥떼르미땅에 총 2조 6774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가 있는데 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봅니다. 장기적으로 `전 국민고용보험제`도 거론되고 있는데 전 국민이 혜택을 받는 건강보험처럼 고용보험을 전 국민 의무가입으로 전환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독일의 경우 신진 예술가 보호장치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직업실습생, 예술학교 졸업생 등의 신진예술가는 3년간 최저소득 연간 3900유로가 없어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3900유로는 524만 원 정도입니다.


▷영화계, 특히 독립영화인과 단체의 피해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어서 관련 단체가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27개 단체와 독립 영화인 52명이 참여한 `코로나19 독립영화 공동행동`이 정부에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입장문에서 "영화 지원 정책은 가장 긴급한 곳에 직접적이고 차별 없는 집행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영화 지원 정책은 현장에 근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체 조사 결과도 발표했습니다.특히 코로나19로 수입이 `0원`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개인 응답자 52명 중 42%(22명)이었습니다. 문제점을 보면 세대를 기준으로 한 지원금 지급 정책의 모순을 지적하고 있고요, 까다롭고 복잡한 서류 준비 등 때문에 지원 신청을 하기 힘들다고 절반이 넘는 51%가 신청조차 못했다고 말합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스스로 모든 것을 찾아가라는 행정 서비스 태도에서 비롯합니다. 선제적으로 찾아가는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하고 그것은 비단 문화예술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긴급재난지원비 정책 전반에 필요합니다. 인력이 부족하다면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또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금을 지원하는 정책외에 예술가 창작 지원금 제도도 있던데, 이것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이 코로나 19대책으로 홍보되기도 했는데, 창작준비금 지원 사업은 상,하반기에 예술활동증명이 된 문화예술 창작자 가운데 소득 기준 등의 심사 이후 1인당 300만 원을 지급합니다. 2019년에는 지원자 수가 4000명 수준이었는데 올 상반기에는 지원자 수만 총 만4803명이었습니다. 이런 지원자 수만 보아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가 있습니다. 예술가 증명을 받는 것도 힘들 수도 있는데 다시 지원금을 받기 위해 경쟁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몇 번 겪다보면 지쳐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행사들이 공연들 속에서 해법을 찾는 것도 필요합니다. 예술가들에게 필요한 것은 생계도 있지만 자신이 무슨 작품을 했는지 그리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이나 작품을 공유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문화예술인들은 작품 활동만이 아니라 교육기관 등에서 강의를 하면서 생계를 해결하기도 하는데, 이런 문화예술 강사들에게 어떤 지원책이 시행되고 있나요?

▶네. 예술가들은 작품 활동외에 교육을 통해서 생계를 해결하기도 합니다. 공연은 전부 중단 혹은 연기됐고 개학 연기에 학교나 학원 강사 수입도 없어 문화예술계 사람들이 힘겨운 코로나 나날입니다. 많은 강의 프로그램이 아예 취소가 되었기 때문에 일을 잡지 못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런 경우 계약이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증명하기가 힘이 듭니다. 고용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잠정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수입 감소 현실은 공식적으로 잡힐 수가 없습니다.

또한 강의를 해야 돈을 지급하는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문화예술교육사업에 참여하는 예술인의 생계 곤란을 해소하기 위한 인건비 선지원 방안이 모색되는 곳도 있는데 이는 더욱 확산될 필요가 있습니다.무조건 강연이나 강의를 취소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고 생활 방역이 이뤄지는 한도 내에서 제한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연기된 경우라면 미리 강의료가 지급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지요?

▶영국은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가 문화예술을 창작하는 개인과 단체나 조직에 총 1억 600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2422억원을 지급합니다. 문화예술 기업 등 중소기업에게는 월 2500파운드 즉 우리돈으로 약 378만원 정도를 임금의 80%를 직원들에게 줍니다.독일은 문화예술 창작자에게는 3개월 최대 9000유로인데 우리나라 돈으로 약 1195만원입니다. 문화예술기업에게 3개월 간 최대 1만5000유로 즉 한화 약 1991만원의 즉각적인 지원금을 줍니다. 현금지원이고 해당 지원금은 갚지 않아도 됩니다.

미국은 연방 국립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에서 비영리 예술단체의 운영비에 쓰일 7,500만 달러 우리돈 약 910억을 마련한다고 했습니다. 일본은 전년 동월 대비 50% 이상 감소했으면 최대 100만엔 즉 우리돈으로 약 1000만원의 수입감소액을 개인에게 준다고 했습니다. 재정적인 상황이 각 나라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뉴 노멀을 이참에 만들어 놓는다면 다른 재난 상황에서는 갈등과 혼란, 고통이 덜할 것입니다. 문화예술계의 재난 극복 뉴 노멀이 필요합니다.


▷네,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20-04-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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