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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박사 "2미터 거리 준수 소규모 공연장, 인센티브 지원 부여해야"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0. 6. 15. 08:31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헌식 박사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대안을 생각해보는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박사와 함께 문화생활 방역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대형 공연장의 출연 배우가 확진자로 밝혀지기도 해서 떠들썩했는데, 이후 공연장을 중심으로 어떤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지요?

▶공연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건 처음입니다. 그것도 비교적 안전하다는 큰 공연장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의 앙상블 배우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공연팀 외국인도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배우와 스태프 등 국내외 공연 관계자 전원인 120여 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블루스퀘어 공연장 전체를 폐쇄하고 긴급 방역했고, 오는 14일까지 공연을 잠정 중단입니다.

아울러 다른 공연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뮤지컬 ‘드라큘라’가 12일까지 공연을 쉬고, 연극 ‘아트’도 4~12일 공연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이로써 공연계 매출은 크게 더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1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 KOPIS에 따르면 뮤지컬·연극·오페라·무용·전통예술 등 전체 공연시장 3월 티켓 판매수 17만여 장 중 3만 7000여 장이 `오페라의 유령`과 `드라큘라` 티켓입니다.

이 작품들은 10만원을 훌쩍 넘는 비싼 값의 표들이라 KOPIS 데이터를 보면 3월 기준으로 공연계 전체 매출액 중 88.6%를 차지합니다. 사실 대형공연마저 무너지면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의 삶과 경제적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시민과 국민이 원하는 공연을 이어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그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겠군요. 본래 공연하는 분들은 마스크를 쓸 수 없으니 좀더 주의가 필요하지 않나 싶은데요. 이번 확진자는 해외 입국자였군요?

▶공연예술 노동자의 공간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는 있습니다. 공연장은 사람을 직접 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무공간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지만 공연장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공연장 안에 있는 배우들은 입으로 말을 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마스크를 쓸 수가 없습니다. 특히, 통로가 좁거나 협소한 공간에서는 더욱 더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환기가 일반 공간보다 원활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때는 야외의 트인 공연장이 유리한 점일 것입니다.

다행인지 앞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확진자들은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우 캐나다인 여성과 29세 미국인 남성입니다. 3월 6일부터 9일 사이에 개별적으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외에서 공연을 위해 한국으로 내한해 해외에서 감염된 상태로 입국해 공연을 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성은 3월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으며, 3월 18~29일 종로구청 소재 호텔에서 용산구 이태원로에 있는 블루스퀘어에 오가며 공연준비를 했고, 입국 뒤 일주일 지나 3월 19일 기침, 인후통 증상이 나타났고 3월 31일 오후 11시 양성 판정받았어요. 해외 공연단에 대한 조치가 좀 아쉬웠습니다.


▷무엇보다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한 관객들의 건강이 염려되는데, 관객들에 대한 검진은 이뤄진 건가요?

▶공연이 있었던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은 1600석 규모이고 3층까지 총 1,760석입니다. 일부 좌석을 제한한다고 해도 상당한 관객들이 염려됩니다. 관객들이 모두 마스크하고 공연 관람을 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쉬는 시간이나 마지막에 커튼콜 시간에 마스크를 벗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작사측은 배우와 관객의 대면 만남 및 근거리 접촉 제한, 무대와 객석 1열과의 거리를 2m 이상을 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용산구청은 “3월 18일부터 31일까지 해당 공연을 본 관객은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고 이상 증상 발현 시 거주지 또는 가까운 선별 진료소를 방문해 검사를 받으라”고 공지했습니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관객들은 당황하고 있고 스스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는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 제작사 연락이나 추후 공지에 의존하다보니 혹시 바이러스를 옮기고 다닐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무대와 가까운 앞 열 좌석은 좌불안석이 되었네요. 제일 좋은 자리이고 비싼 입장료인데 오히려 집단 감염의 위험에 노출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앞의 열을 중심으로 우선 시급하게 검체 검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어려운 상황이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한편, 관객 가운데 확진자가 나온다면 그 피해는 잘 보상해주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민간 예술단체나 대학로 소규모 공연장의 경우에는 수익이 나지 않아도 공연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 공연장에서 좌석 거리를 2m 유지하라는 행정 지침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요?

▶이런 상황에서 호사스럽게 공연인가 싶지만 삶과 생존이 걸린 일이죠. 최근 서울시가 한국소극장협회에 ’협조 요청’ 공문을 내려보냈는데 이 공문에는 공연 전후 공연장 소독, 관람객 마스크 착용 독려, 입장 전 증상 유무 확인, 공연 관람객 명단 작성이나 발열 체크, 해외방문 여부 등은 문제가 없었다. 이미 다 하고있는 사항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관객 간, 객석 및 무대 사이를 2m 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는 지침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관객 간, 객석 및 무대 간 2m 거리 유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객석 300석 이하 소극장의 경우 관객 간 2m 거리를 유지하면 객석 두 좌석을 비우고 관객을 앉혀야 하고 적게는 10명 많게는 30명밖에 입장시킬 수 없다는 것이죠. 더구나 만일 이를 어기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벌하고 확진자가 생기면 나중에 구상금을 청구하겠다고 서울시가 공문에 밝혔기 때문입니다.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소극장의 현실을 외면한 것에 대해서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극장들은 이런 조치를 최대한 준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좌불안석이죠. 한 사람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공연을 전부 못하고 책임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참 난감하기 그지없는 문제인데. 문화예술계에 이른바 `칠링 이펙트`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는데, 이건 어떤 이야기인가요?

▶규제 일변도가 능사가 아니라는 점은 문화예술계의 특수성을 헤아리는 점에서 출발할 것입니다. 어려움에 빠진 문화예술계를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계의 `칠링 이펙트(Chilling Effect)`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칠링 이펙트`는 과도한 규제나 압력으로 사상과 예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을 말하는 용어입니다. 공연이 지속될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활로를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작은 공연제작사들에게 공연 중단은 파산인 경우가 많고, 파산이 되면 그것은 정부의 부담 나아가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옥죄는 것이 아니라 뉴 노멀(New Normal) 즉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서로 절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2m 거리를 준수한 극단이나 극장에 대해서는 문화예술지원에서 인센티브가 가해지는 노력 등이 중요해 보입니다. 또한 공연하되 그것을 디지털 동영상으로 상품화하여 수익 모델 창출을 유도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내일이 주말입니다. 많은 시민들이 답답해서 야외 꽃놀이를 가시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야외 행사에서는 2m 거리를 유지하고 다니면 괜찮을 거라는 인식이 있는데, 어떤가요?

▶집 안에만 있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고 정신적으로 힘들 정도라면, 잠깐 밖에 나가 산책하는 정도는 괜찮다고 하죠. 봄꽃이 만개하면서 나들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꽃길이나 공원을 찾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요, 비말이 퍼지기 쉬운 실내 공간이 아니고 개인 거리가 떨어져 야외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수 있습니다.

최근 부산의 60대 코로나19 확진자는 친구들과 전남 구례군 산수유 마을의 꽃놀이를 다녀온 뒤 감염되었습니다.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은 야외라도 해도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동 간에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가 그리고 누구와 동행하는가도 중요합니다. 주의를 하셔야 할 곳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식당이나 세면장이나 화장실 등입니다.

지자체는 꽃놀이 축제 행사 등이 없어지거나 꽃길의 출입을 제한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길 전면통제’, 송파구 석촌호수 ‘임시 폐쇄’ 했고, 경남 창원 진해 군항제는 취소됐습니다. 국내만이 아니라 외국도 일본조차, 벚꽃으로 유명한 도쿄 우에노 공원 산책로를 폐쇄했습니다. 꽃길에서도 개인 방역과 물리적인 거리두기는 여전히 필요해 보입니다.

▷드라이브 스루가 유행인데 벚꽃 놀이도 드라이브 스루해서 "내리지 말고 차 안에서만"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까요?

▶답답해 하는 시민들 기분전환 필요한데요, 행사를 하는 대신에 지자체에서 오는 관광객을 막지 않으면서 봄꽃을 보게 하는 조치도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주는 도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관광객들의 `무정차 벚꽃 구경`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정체를 보이는 곳도 있다고 하니까 유명한 벚꽃길 보다는 한적한 길을 찾으시는 것이 고생길이 안될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꽃길은 아니라고 해도 시원한 해안길 드라이브도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나들이를 가면 요기를 해야 하는데 문경새재의 경우에는 드라이브 스루 도시락을 손을 보이고 있습니다. 드라이브 스루 회 판매는 이미 많이 알려져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외출후에는 30초간 손을 반드시 씻어야 겠죠. 이렇게 적절하게 사회적 거리를 지키면서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생활 방법이 더 세밀하고 구체화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문화 생활도 양극화, 빈부 격차 문제가 노출되고 있는데, 적어도 사회관계망에서 위화감을 주는 언행은 되도록 삼가는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호화로운 호텔이나 요트로 피신하는 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죠. 개인들의 선택이기는 하지만 과시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프로듀서 겸 음반사 경영자인 데이비드 게펜(77)은 인스타그램에 "내 요트인 그레나딘 호에 자가격리 중입니다. 모두들 안전하길 바랍니다"라는 글과 함께 석양 항해와 인테리어 사진 사진을 게재했는데 5억5000만 달러, 우리 돈 약 6730억원 슈퍼요트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더욱 누리꾼들에게 비판을 받았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검체 검사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요트 여행을 자랑하듯이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죠. 한편으로 이런 휴양지에 몰리는 부자들 때문에 지역주민들은 감염이 되는 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할 것입니다.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유명인들도 조심을 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나운서 부부가 주말여행 사진을 올렸다가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재난주관 방송사 근무자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네,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였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20-04-0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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