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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박사 "온라인 그루밍 범죄 막으려면 초기 참여 행위부터 처벌해야"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0. 6. 15. 08:29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헌식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대안을 생각해보는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박사와 함께 n번방 사건과 온라인 그루밍 대책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최근 유엔이 아동 성폭력 예컨대 온라인 그루밍의 위험이 증가할 거라며 이에 대한 긴급 조치를 각국 정부에 촉구했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유엔 인권최고대표실(OHCHR)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온라인 사용자가 늘어 사이버 폭력이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입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실은 성명을 발표했는데 "온라인 그루밍 성폭력, 아동 성폭력의 라이브 스트리밍, 아동 성폭력물의 제작 및 배포 같은 사이버 범죄의 큰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추적을 피하고 있는 소아성애자 네트워크를 감시해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는 한편 해외 기업과 집행 기관의 협력을 경찰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때문에 아동 청소년의 존엄적 가치와 권리가 침해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우선 `그루밍 성폭력`, 온라인 그루밍이란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주시겠어요?

▶우선 그루밍(Grooming)은 마부가 말갈기를 빗질하고 목욕시켜 깔끔하게 단장하게 하는 것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전형적 수법입니다. 성착취 행위를 쉽게 하려는 것은 물론 길들이기를 통해 범죄의 폭로를 막아 처벌받지 않으려는 술책입니다. 일반적으로 관계 및 환경이 취약한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도와주면서 신뢰를 쌓아 가해 행위나 범죄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심신의 무력화 조종 방식입니다. 육체적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성적으로 가해 행위를 하는 것이 그루밍 성폭력입니다.

호감과 정서 획득의 관계 때문에 피해자는 신고를 하지 못하고 맙니다. 범죄에 대해서 인지를 못하거나 인지를 해도 시간이 많이 지난 시점에서 알아차리게 되어 처벌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온라인 그루밍은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해 성범죄를 가하고 자신의 이득을 지속적이고 일방적으로 추구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면 온라인 그루밍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집니까?

▶온라인 그루밍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요인이 정말 인터넷 도처에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피해자는 특별한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보통의 아이들도 걸려들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도 안심을 할 수가 없습니다.

예컨대, 쉽고 돈을 용이하게 버는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유인하는 내용이 SNS 등에 많은데 잘못 빠져들 수 있습니다. 친구로 맺는 이들이 약점을 잡아서 그것으로 협박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고 지속적으로 착취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처음부터 심각한 것이 아니라 무심코 10대 청소년들의 SNS, 채팅 앱 등을 통해 사소한 메시지 사진 동영상 때문에 n번방 범죄 피해자가 됐거나 될 뻔했다는 사례가 많습니다.

일상적이지만 무수히 많은 정보가 오가는 상황에서 아동과 청소년들이 이런 사이버 공간에 더 많이 활동할수록 이들을 노리는 자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10대 청소년의 특성을 교묘히 이용한 접근이 많습니다. 청소년들은 고민이 많고, 사춘기를 겪기도 합니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바라는데 그것을 이용해서 편을 들어 주거나 공감을 들어주는 척하고 진해지는 단계에 이르면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꼼짝하지 못한 상황으로 만들어 착취적인 행동으로 나서게 합니다.


▷한 마디로 위험 요소가 도처에 널려있다고 보여지는데요. 일반적인 그루밍과 달리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의 경우엔 가해자와 피해자 연령간의 차이도 적다면서요, 왜 그런가요?

▶나이가 많거나 권력을 가진 이들이 가해자로 등장하는 그루밍과 다른 양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 연령간의 나이 차이가 적었습니다. 일반 성범죄 가해자와 피해자의 나이 차이는 24.6세입니다. 그런데 오프라인 그루밍은 나이차가 27.8세이고 온라인 그루밍은 16.5세입니다. 오프라인 그루밍 범죄자의 평균 나이는 41.7세이고 온라인 그루밍은 31.2세입니다. 10살가량 낮았습니다. 일반 성범죄는 38.1세입니다.

여성가족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범죄 유형별로 보면 2018년 성매매 강요와 알선 범죄자의 평균연령은 각각 18.3세와 20.6세입니다. 2017년 성매매 강요 20.3세, 성매매 알선 21.9세보다 낮아졌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음란물제작은 25.1세,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자는 27.3세입니다. 2018년 기준으로 평균 연령도 20대 중반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무래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인터텟과 스마트모바일을 잘 다룰수록 온라인을 통한 성착취 온라인 그루밍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가해자들의 특성은 어떤지 연구,분석된 게 있습니까?

▶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그루밍 성범죄’는 일반 성범죄와 견주어 보면 2회 이상 지속되는 경향이 3~4배 높았습니다. 신뢰 관계를 악용해 범죄를 은폐하여 범죄 의 지속 기간이 훨씬 긴 것이 특징입니다. 결혼한 상태이거나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47.6%) n번방 운영자 조주빈처럼 일반적인 삶을 영위하거나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온라인 그루밍 가해자들은 대상을 물색하고 그들의 약점을 찾아 이를 이용합니다. 가출(58.8%), 가난(49.3%), 폭력(17.4%), 방임(17.3%) 등을 파악하고 이를 심리적 경제적으로 도와주는 척하면서 접근을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 축적과 분석이 없기 때문에 관련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월적 지위와 신뢰 관계를 통해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통로가 스마트 모바일 환경을 통해 증대했고, 이번에 코로나 19사태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가정과 자녀들에 대해서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온라인 그루밍이 성 착취 등 범죄로 이어진 사례가 많은데, 이런 범죄를 막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온라인 그루밍이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규정되지 않으면 인터넷 플랫폼에서 아동·청소년을 찾취 악용하는 범죄자들을 막기 어렵습니다. 성적인 목적의 접근, 불법영상 유포 협박, 성매매 알선 과정이 하나의 세트, 패키지인데 이를 연결시키지 않으면 현행법으로 신고해도 처벌이 어렵습니다. 이런 길들이기를 범죄로 규정하지 않으니 아이가 동의, 합의한 게 되고 처벌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아동을 유인하는 글 자체도 범죄가 되는데 우리는 아닌 거죠.

성적 행위 금지 대상 아동 연령에 해당하는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연령도 문제입니다. 13세 이상 미성년자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합리적 판단 능력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현행법은 만13세 이상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해 성인과 아동·청소년의 ‘연인 관계’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아동청소년 성범죄 전체 피해자 중 78% 가량이 13세 이상 청소년입니다. 만 13세는 너무 어리다는 견해가 비등합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기본정신을 바탕으로 18세 미만 아동이 생존 및 보호, 발달, 참여 등 4대 권리를 포함한 모든 기본권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수많은 사람을 성착취하고 살인까지 저지르서도 가해자 연령이 13세 미만이라고 해서, 어리다고 해서 형사 처벌하지 않고 소년원에 보내서 사회 봉사로 대신하도록 하는 것, 이건 피의자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뿐더러 국민의 법 감정이나 만 13세 미만 가해자본인에게도 더 큰 범죄를 저지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형사 처벌 면제 연령을 가령 만10세 미만으로 낮추든지 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해야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가 다른쪽으로 흘렀는데요. 아동 성착취물 제작·판매·소지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처벌 수준이 낮은 편 아닌가요? 초기단계부터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죠?

▶하나의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다크웹에서 아동 성착취 영상 사이트를 운영한 손모씨는 징역 1년 6월을 받았는데, 손씨의 사이트에서 아동 성착취물 2686개를 받은 45세 미국인은 미국 법정에서 15년형을 받았습니다. 미국이 훨씬 더 엄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를 근절하려면 초기에 성적 대화에 아동·청소년을 참여시키는 행위부터 처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범죄 목적으로 채팅앱, SNS를 이용 피해자를 꾀는 온라인 그루밍(grooming)은 청소년 성범죄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꾀어내는 행위 자체를 범죄 규정하고 처벌하면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니 인터넷에는 그루밍 행태가 만연하다는 것입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는 위장수사나 함정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동이 아닌 성인 경찰관이나 수사관이 채팅 앱에 들어가 성 착취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이들을 찾아내는 수사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함정수사가 범죄 의도, 범의(犯意)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정보기술(IT)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사후 수사 방식은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n번방 파문 이후 여야 정치권에서 갖가지 법안을 내놓고 있죠. 과연 실현될까 싶기도 한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온라인 그루밍(길들이기) 처벌 등을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 특별법’, 온라인 서비스업자에 불법 촬영물 삭제 의무 부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 형량 강화, 성착취물 이용 협박 행위를 처벌할 것 등. 그 외 제정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사법부에서도 대법원은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따로 만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가부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 ‘성착취’ 개념을 추가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범죄에사 아동청소년 보호 범위를 확대합니다. 몸캠, 성적 대화, 만남 요구, 온라인 그루밍 등 신종 성범죄 처벌을 어떻게 할지 정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국회 문턱입니다. 이미 비슷한 취지의 법안이 수차례 발의되었지만, 항상 통과되지 않고 있으니 과연 국회에서 이를 제정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국회는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진이나 영상의 불법 촬영과 유포, 이를 빌미로 한 협박,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땐 어디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지역번호와 함께 여성긴급전화 1366으로 전화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성긴급전화는 365일, 24시간 열려 있습니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www.women1366.kr)는 피해 영상 삭제와 사후 모니터링을 지원합니다. 전문 변호인단의 법률 지원과 심리 상담도 받을 수 있습니다. 여성긴급전화 1366 센터가 “부모의 동의 없이 이 영상물 삭제가 가능합니다. 용기 내 신고를 해주신다면 그 불법 영상물이 삭제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합니다. 더많은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실(OHCHR)은 24시간 무료 핫라인, 무료 문자 서비스, 원격 심리 상담 서비스, 미성년자를 위한 이동식 쉼터 운영 등을 요구했습니다. 영국 국가범죄수사국(NCA)산하 CEOP(Child Exploitation and Online Protection Command) 같은 온라인 아동 성착취 전담조직도 필요합니다. 경찰, 검찰, 청소년전문가, 사이버 전문가 등이 협업하는 조직입니다.


▷알겠습니다.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였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20-04-1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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