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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박사 "확진자 `아웃팅` 논란...성소수자 편견 조장 보도가 문제"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0. 6. 15. 08:37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헌식 박사,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대안을 생각해보는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박사와 함께 코로나19 클럽 확진자 보도와 관련한 문제점에 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클럽을 방문한 20대 확진자를 통한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동선을 공개한 걸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건가요?

▶지자체와 정부가 공식적으로 보도하기 전에 언론이 먼저 경쟁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5월1일을 전후로 이태원의 클럽을 방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문제는 특정 클럽명이 보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해당 클럽은 해명글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같은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올리기도 했는데 다시 삭제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이것도 사실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라고 보겠습니다. 클럽의 성격을 두고 선정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에 문제가 커질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이른바 `아웃팅(outing)` 논란이 있었는데, 이게 뭔가요?

▶공개행위이기는 한데, 아웃팅은 성적 지향 혹은 성적 정체성을 그 개인의 동의없이 공개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번 사례의 경우 처음 시작은 확진자가 다녀간 한 클럽이 스스로 확진자가 다녀갔다고 자발적으로 글을 올린 데서 비롯합니다. 그렇게 되자 이 클럽에 대한 정체가 인터넷에서 논란의 도마에 오르게 되었고 성소수자들이 다니는 클럽이라는 사실이 퍼지게 되었는데 이것을 기독교계 언론이 보도를 하면서 급속히 확산되었습니다. 기존 동선 발표에는 없는 정보들이 과잉 공게되고 사생활이 침해된 것입니다. 이렇게 공개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인터넷에서는 논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본인은 호기심 차원에서 방문했을 뿐이라고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밝히기도 했습니다.


▷언론이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보도를 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이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2011년 ‘인권보도준칙’에서는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경우,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밝히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2월 21일 한국기자협회는 ‘코로나19 보도준칙’을 발표해 인권침해, 혐오조장 표현을 주의하자고 권고한 바가 있는데 이런 것이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전염에 관한 인과 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입견으로 판단하는 것은 생각지 못한 피해자들을 양산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보도 기사는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을 조장할 수 있고 혐오 정서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보도에는 정신병 운운하는 많은 근거 없는 잘못된 정보들이 댓글의 형태로 표현 강화되고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비난과 폄하는 사회의 갈등요소를 조장하고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위기 상황일수록 약자나 소수자에게 전가하고 희생양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런 확진 사례를 이용할 가능성도 많습니다. 뒤늦게 클럽 이름을 수정하는 언론이 있었지만 이미 정보가 모두 퍼진 뒤였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특정 클럽의 성적 정체성을 언급하면 할수록 확진자들이 오히려 숨어들지 않을까요?

▶성 정체성이 핵심이 아니라 검진 독려가 더 필요합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접촉자들을 찾아내어서 신속한 검사를 하는 것입니다. 접촉자 숫자가 적지 않기 때문에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합니다. 역학 조사를 상당히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클럽을 다녀간 이들이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성적 성 소수자들에게는 아직 편견과 차별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아웃팅 당하는 것에 대해서 극도의 불안과 공포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검사에 나서는 것을 꺼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음지로 더욱 숨어들게 되고 방역에 어려움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선 공개를 구체적인 상호명과 그 성격까지 자세하게 보도하거나 공유하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서울시는 명부상으로 당시 클럽에 1500명 정도 다녀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러 설문 조사결과를 보면 이런 성적 소수자만 뿐만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확진 자체보다는 동선 공개에 낙인 효과가 더 무섭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확진자의 동선을 무조건 공개할 수도, 공개하지 않을 수도 없는데, 정부의 코로나19에 관련 정보공개 가이드라인은 어떻게 돼 있습니까?

▶확진자의 이동경로, 접촉자 현황 등의 정보 공개는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이 `주의` 이상일 때 공개합니다. 하지만 지난 2월에는 무리한 사생활 공개가 논란이 되자 지난 3월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사항 등을 반영해 새 정보 공개 가이드라인을 정했습니다. 이를 또한 각 지자체에 배포했는데요. 우선 공개 대상 기간은 증상 발생 하루 전부터 격리일까지입니다. 확진자와 접촉자의 장소, 이동수단을 공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증상이 미확인시는 검체 채취일 하루 전부터 격리일까지 공개가 가능합니다. 접촉자 범위는 환자 증상, 마스크 착용 여부, 노출 상황, 체류 기간 등을 고려해서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환자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세부 정보는 동선 공개에 넣을 수 없게 했습니다. 거주 주소, 직장명 등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모든 동선을 시간대별로 알리지 않습니다. 건물, 상호명 등의 경우 제한적으로 공개되는데 건물은 특정 층이나 호실만 알립니다. 대중교통 수단은 노선번호와 호선ㆍ호차에 탑승지와 하차지 등만 알려주는 방식을 취하도록 합니다. 숙박시설등을 공개하는 경우 오해가 있어 2차 피해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클럽도 마찬가지인 사례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정보 공개 가이드라인에서 개선해야 할 점은 없을까요?

▶행정구역 명칭인 동이 표시가 되고 출연연도, 성별이 표시가 되고 있습니다. 방문한 상호명 공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개인의 동선을 이어서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보다는 방문한 개별 장소와 시간대를 따로 분리하자는 의견이 있습니다. 개인의 이동 과정까지 연결 지어 보여주는 것은 감염병 예방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너무 많은 사생할 침해라는 지적입니다.

그 장소에 접촉했던 이들을 중심으로 통보하고 방역을 철저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비등합니다. 확진자별 동선이 아니라 특정 장소에서 발생한 접촉자, 확진자만 보여주자는 제안도 있습니다. 개인의 동선이 아니라 그 장소를 중심으로 한 감염위험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인의 정보는 이후에 삭제될 수 있도록 해서 2차 3차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정부 당국에서도 성 소수자 등 약자의 정보 공개에 대한 원칙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번 확진자는 연휴 기간 내내 전국의 많은 지역을 방문해서 연휴 기간 이후에 코로나가 확진자가 얼마나 더 나올지 걱정이 큰데요. 방역에 긴장을 놓치면 안되겠어요?

▶애초에 연휴 기간 내에 확진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된 것입니다. 용인시 역학 조사 결과와 방역 당국 등에 따르면 A씨는 증상발현 이틀 전 연휴 시작일인 4월 30일부터 확진 판정의 6일까지 서울 송파구와 용산구, 경기 성남시와 수원시, 강원도 춘천시와 홍천군 등 서울·경기·강원 등 6개 지역을 방문했습니다. 강원도 여행에서 돌아온 확진자는 이태원 클럽은 1일에 방문했습니다. 더구나 무려 5곳이나 클럽 등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나서 방역 당국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잠복기를 생각했을 때 5-7일, 길게는 2주간 지켜봐야 합니다. 앞으로 초중고 개학과 대학의 개강이 연차적으로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생활 속 방역을 넘어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해당 클럽에 대한 조치나 행정명령 등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용인지역 66번 확진자가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지난 2일은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고 있었기에 클럽 등은 영업활동을 해도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행정명령이 내려진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클럽 출입자 명부 작성을 정확하게 하지 않았고 외국인도 다수 포함돼 있어 방역당국은 접촉자 파악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당국이 밝힌 바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과 같이 시·도지사도 행정명령 발령권자가 됩니다. 전국 공통 사항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행정명령을 내리지만 특정지역에서 이러한 감염사례 또는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시·도지사가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서울시도 4월 강남 대형 유흥업소 종사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된 사실이 알려고 룸살롱과 클럽, 콜라텍 등 422개 유흥업소에 영업 중단 명령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클럽·주점 외 종교시설 등에서도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위험이 특정 지역에 한정됐는지, 전국적으로 발생하는지 여부에 따라 행정명령을 내리는 조치 등이 필요해 보입니다.


▷네, 정부가 오늘 오후 8시부터 한 달간 전국 유흥시설 운영을 자제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로 했군요.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20-05-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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