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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빛과 그림자>, 윤창중 그리고 채홍사들의 성 착취 문화는 계속된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1. 19. 12:50

윤창중 그리고 채홍사들의 성 착취 문화는 계속된다



[김헌식의 문화비빔밥] 케이팝의 흥행과 한국 문화원의 현실

드라마 <빛과 그림자>에서는 장철환(전광렬)이 청와대 채홍사 역할을 자임한다. 그는 장안의 예쁜 여성들을 불러 청와대 인사들의 여흥자리에 접대한다. 물론 출세를 위한 채홍이었다. 이런 장면의 설정은 실제로 박정희 정권에서 있었던 사례들을 바탕으로 했다. 그러한 지난 유습은 과거의 일이 아니다. 현재에도 미모와 능력의 일반 여성들을 대상으로 교묘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인턴 내지 자원봉사자의 채홍이다. 

1998년 이전에 우리에게 인턴이라는 단어는 드라마 <종합병원> 같은 방송 프로그램 때문에 익숙했다. 즉 인턴은 수련하는 의사로 예비 전문의를 연상하게 했다. 비록 박봉이어도 전문의 면허 취득이라는 꿈을 위해 고통은 찰나처럼 간주되기 알맞았다. 그런데 1998년 이후, 비정규직이 만연해지면서 인턴은 모든 직종으로 확산되었다. 이제 어디서라도 인턴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인턴의 끝은 의사와 같은 장밋빛 미래가 아니었다. 

MBC 창사50주년 특집드라마 <빛과 그림자> ©MBC 그것은 쓰다버려지는 비정규직 아니 임시 잡부에 불과했다. 애초에 바랐던 전문적인 업무가 아니라 쓰 잘데 없는 일을 다 떠 안아야했다.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겠다던 각 정권은 오히려 이런 인턴제 같은 임시방편 책으로 청년들을 우롱했다. 88만원 세대가 문제가 아니라 인턴세대가 문제였고 이는 국민의 일자리를 안정적이게 촉진해야할 정부가 방조한 측면이 컸다. 특히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턴은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이나 기술, 노하우훈련이나 교육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인턴 등으로 해당 분야의 경력을 쌓고 향후 그 분야에 진출하려던 학생들의 꿈은 물거품이 되기 일쑤였다. 스펙은 늘어나지만 진정 자신이 원하는 분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소모품에 불과해졌다. 

쓰다버려지는 비정규직 혹은 임시 잡부에 불과한 인턴 

무엇보다 여학생들은 외모 순으로 선발되고 서비스 접대 수준의 사무실 꽃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이러한 착취적인 행태는 이제 수출까지 했다. 그것도 한국문화와 케이팝 홍보의 선도자가 되겠다는 해외 주재 한국 문화원에서 일어났다. 일어났다기보다는 그동안 만연되어있던 것이 곪아터져 버렸다. 

흔히 애매한 것은 모두 문화 탓으로 돌리는 문화(?)가 있다. 한국의 문화적 특수성 때문에 윤창중 사건이 일어났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만큼 착오적인 것도 없다. 문화 탓으로 돌리면 한국인들은 모두 윤창중과 같이 행동한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윤창중 사건에서 핵심은 그 본인의 행위 자체에 있다. 하지만 그 본인이 그러한 행태적 성향의 소유자라고 해도 환경과 제도가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처음부터 맞지 않는 인물을 기용한 것도 갈등을 낳아 이번 사건을 일으킨 원인이다. 무엇보다 어떻게 인턴ㅡ자원봉사자가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1급 공무원의 사적인 시중까지 들어야 했는지 그 조치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한다. 

우선 해외 한국문화원의 역할은 한국 문화의 홍보 내지 공보의 기능수행이다. 특정 개인을 보좌할 의무가 없다. 즉 윤창중이라는 청와대 대변인을 보좌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것을 주도한다면, 외교부 산하의 각 대사관이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윤창중이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외교 방문에 동행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워싱턴 한국 문화원이 나선 이유는 외교부의 지시이거나 아니면 한국 문화원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 된다. 그런데 한국문화원은 외교부 산하가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이다. 문화외교라는 이름으로 한국문화원을 외교부가 흡수하려하지만 엄연하게 관할 부처가 다른 것이다. 관행적으로 대통령 순방에 한국 문화원이 협조할 수는 있지만, 특정 개인들을 위한 서비스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즉 한국문화원의 조치는 과잉이었다. 그러한 점이 내부 여직원의 반발심을 불러 왔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이유이다. 이번 사건에서 아울러 중요한 것은 정책적 환경과 의사결정이다. 

일찍이 한국 문화원이 케이 팝의 선도자 되겠다고 큰 소리쳐왔지만 사실 예산이 넉넉지 못한 상황이다. 경상비 정도에 머무는 예산이 있을 뿐 독자적인 예산을 통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준이 못된다. 그러니 정규직 직원이 거의 없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행사에 유급 직원을 운영할 여력이 안 된다. 우리는 이때 생각 할 수 있는 꼼수가 인턴 혹은 자원봉사자임을 알 수 있다. 더 절묘한 방법은 완전 무급 자원봉사자를 인턴으로 호칭하는 것이다. 대개 능력 있는 여성들의 꿈은 얼어붙은 고용상황에서는 쉽게 이런 미끼에 걸려들고 만다. 애초에 바란 것과는 달랐다. 


경향신문 5월14일자 2면 정황을 보면, 워싱턴 한국문화원이 자원봉사자 여성을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청와대 대변인 남성에게 개인 수행보조원으로 붙여주었다. 그런데 업무와 관계없는 술자리에 까지 동행해야 하고, 심지어 성추행은 물론 성관계까지 요구 받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말 말이 좋아 인턴이었다. 외교관이 꿈이었던 젊은 여성이 성 접대의 와중에 놓이게 되었으니 충격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것도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변인이었기 때문에 더욱 충격적일 수 밖에 없겠다. 무엇보다 그 같은 행태가 정부산하 조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점이 가공할 공포심이 자아낸다. 

워싱턴 한국문화원의 행태, 과거 박정희 정권의 채홍사 역할과 무엇이 다른가 

하지만 그것은 규정으로 명문화해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식 있는 의사결정자라면 충분히 통제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워싱턴 한국 문화원측은 과거 박정희 정권 시기에 창궐했던 채홍사 역할을 했던 셈이다. 채홍사는 예쁜 여성들을 모집하여 청와대의 환심을 사려 했고 환심을 사려한 이유는 출세였음을 인지상정으로 짐작할 수 있다. 즉 결과적으로 이번에 벌어진 자원봉사자 동원은 정권초기에 충성심을 보여 출세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자원봉사 여성을 수단으로 이용하려 했다고 유추를 할 수 있다. 과거의 채홍사보다 더 나쁘다. 과거 채홍사들은 참석한 이들에 대한 대가를 지불했다. 하지만 이번의 행태는 처음부터 끝까지 착취다. 경제적 착취도 모자라 성 착취를 기하는 셈이 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료 이코노믹스였다. 그런 상황에서 실제 배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워싱턴 한국문화원의 의사결정자들을 넘어 해외 주재 한국 문화원 자체를 난타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문화원이 문화원의 본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쓸데없이 여직원이 해당 업무가 아닌 일에 동원 착취 되는 일이 없도록 명문화해야 한다. 외교부 일에 휩쓸리는 일이 없이 한국 문화에 관한 일만 대외적으로 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과 조직이 확충되고 힘을 스스로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문화체육관광부 스스로 정신을 차려야한다. 그것은 한류에 열광 할뿐 일선 해외 문화 정책 현장이 어떠한 지경이 이르러 있는지 관심을 덜 가졌던 점에 대한 반성을 요구한다. 한국 문화원의 현실을 볼 때, 케이 팝을 가지고 떠벌렸던 전 최광식 장관이 얼마나 허구적인 언사를 일삼았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유진룡 장관은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정책적 조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media@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