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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을 포기하는 조건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3. 3. 1. 13:04

                                                                                               글/ 김헌식 (박사, 교수, 평론가, 미래학회 이사)

 

201111, 어린이대공원의 첫 코끼리이면서 상징의 동물이었던 '태산이'가 세상을 떠났다. 놀라운 것은 태산이가 보통 코끼리에 비해 일찍 숨을 거둔 점이다. 코끼리는 보통 50세 정도의 평균수명을 가지고 있는데 태산이는 불과 38살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떠난 이유가 오랜 독신생활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었다. 동물도 이러니 사람은 더욱 말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근 독신과 싱글 문화에 일격을 가하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이는 독신과 싱글문화라는 인문학적 가치담론에 과학이 위협하는 셈이 되는지 모른다.

 

'미국전염병학저널(American Journal of Epidemiology)’'에 실린 미국 루이빌대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기혼 남성과 여성이 사고나 질병으로 숨질 확률은 미혼자보다 각각 32%, 23% 낮았다. 기혼 남성의 평균 수명은 독신 남성보다 17, 여성은 15년 더 길었다. 이 연구에서는 이혼을 했거나 배우자를 잃어 혼자가 된 경우는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고 5억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 더구나 30대 싱글은 같은 나이의 기혼자에 비해 사망 확률이 128%나 높았다. 즉 젊을수록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진이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은 사람들의 15년 뒤 생존율을 조사했더니 만족스런 기혼 남성과 여성의 생존율은 각각 83%였다. 미혼 남녀의 생존율은 각각 36%, 27%로 였다.

 

플린더스대 의대가 10년간 영국인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독신자들은 매 끼니를 부실하게 먹는 경향이 있고 이 때문에 가족과 함께 사는 이들보다 수명이 짧다고 결론 내렸다. 자기 관리를 잘하지 못하게 되고 특히 건강을 챙겨야 할 때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질병에 노출되었을 경우 배우자가 있으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긴급한 상황일수록 이는 더욱 높아진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트레스와 우울증은 질병 발생을 높인다.

 

스웨덴 필란드 연구팀은 2000~2008년까지 평균연령 44.6세의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혼자 사는 사람의 80% 정도가 항우울제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그만큼 우울증에 빠진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려진 것이다.

 

우울증과 함께 불면증을 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음주가 된다. 가톨릭대 알코올의존치료센터에 따르면 5년간 알코올 의존 상담환자를 조사한 결과 75.4%평소 혼자 술 마시는 것을 즐겨한다고 했다. 여성의 비율이 82.3%로 남성 75%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혼자 술을 마시면, 빨리 마시게 되고 금방 취하며 필름도 쉽게 끊기는 것이다. 따라서 혼자 사는 이들은 알콜중독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물론 알콜은 다른 질병을 일으키는데 주요인이다. 무엇보다 혼자사는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우울증이나 불안감, 스트레스에 계속 악순환의 경로를 밟는 이유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인간관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대 공중보건학 교수인 마이클 마멋은 사회적 지위가 건강과 수명을 결정한다에서 독신자들이 기혼자보다 수명이 짧은 것은 인간관계의 기회가 적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돌보기와 친해지기는 인간의 수명을 늘린다는 것이다. 친해지기의 장점은 주지의 사실이고, 누군가를 돌보아주는 것도 자신의 통제감과 만족감을 상승시켜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대한보건협회 학술지에 발표한 혼인상태별 수명 관련 지표의 차이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이혼 남녀의 수명이 각각 10, 8년이나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 경제적인 문제는 더욱 어려운 점을 강화할지도 모른다. 특히 남자들이 혼자 살면서 투자를 한다면 더욱 가난하여 불행한 삶을 영위할지 모른다. 투자는 여성이 더 유리한 생물학적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남성은 여성보다 투자 수익률이 1.4% 더 낮았다. 특히 독신남은 독신녀보다 수익률이 2.3% 더 낮았다. 클레어먼트 대학원 대학(Claremont Graduate University)의 폴 잭 신경경제학 교수에 따르면 이같은 이유는 테스토스테론 수치 때문이라고 했다. 이 호르몬이 많을수록 감정적이 되어 차분한 분석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투자의 대가 버핏은 소녀처럼 투자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이혼율이 떨어지는 반면 결혼률은 증가하고 출산율도 소폭 증가했다. 의학적 연구 때문에 인식이 바뀐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사회적 요인이 약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마치콘'이 열풍이라는 소식이 있었다. '마을단체미팅' 내지 '길거리 맞선' 정도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 독신문화가 일반화 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행사가 늘어난 이유가 의외인데, 위기와 공포라는 점이 반려자를 찾고자 한 것이다.

 

바로 동일본 대지진다. 한번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서 이후 여진이 계속 올 때마다 일본 젊은이들은 반려자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201010월 말 기준 일본 독신가구 수는 15885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0%에 육박하며 한 조사에서 18~34세 미혼남 중 교제상대가 없다고 답한 비율은 61%였다.

 

앞의 실험결과나 임사조사를 보면 결혼을 해야 오래살고 건강하다. 독신과 싱글 문화가 사회경제적 요인은 의학적 연구결과에 무너지고 있는 것일까. 혹은 인문학적 담론이 과학에 무너지는 것일까. 또 위기와 공포 때문에 기혼자가 늘어나는 것인지 따져보아야 할 것인데 아직은 알 수 없다.

 

짧고 굵게 행복하게 살려는 독신자들도 있을 수 있다. 한편, 모든 기혼자들이 행복한 것도 아니다. 2006, 텍사스 오스틴 대학의 데브라 움버슨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행복하지 않은 결혼이 스트레스의 주원인이고 이것이 인체의 면역 시스템에 미쳐 노화를 촉진,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모든 결혼자들이 모든 미혼자들에 비해 건강상태가 좋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또한 불행한 결혼이라고 해도 이혼이 최선이 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로 결혼과 출산에 나서기에는 녹록지 않은 현실이 분명 존재한다. 복지에 대한 담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