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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톡스로 정신 건강 찾는 사람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3. 3. 7. 11:00

-디지털 디톡스와 정신 건강 트렌드

 

                                          글/ 김헌식(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미래학회 이사)

 

지난 카카오톡 불통 사태는 많은 사람에게 불편으로 줬지만, 한편으로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라는 개념을 확산시키는 의외의 계기가 되었다.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는 디지털(digital)과 해독(detox)이 합쳐진 말이다. 흔히 몸에 쌓인 독소를 배출하는 대체 의학적 조치를 디톡스라고 하는데, 대개 유독한(Toxic) 물질을 제거(De)한다.'는 뜻이다. 단식이나 절식을 하거나 필수 영양소만 섭취하는가 하면, 운동을 통해 해독을 촉진하기도 한다.

 

이런 디톡스가 이제 디지털에도 적용되고 있다. 우리는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 피시, 스마트 워치 등등 많은 디지털 기기에 끊임없이 종일 노출되어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연구결과가 과도한 디지털 기기의 연결과 사용이 몸 근육과 골격의 변형을 낳고 정서적, 사회적 지능은 물론 두뇌발달을 저해하며, 소외감과 외로움을 부추긴다고 결론 내린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정보에 TMI 피로증, 즉 정보 과부하에 따라서 번아웃(burn out)이 된다.

 

카톡이 안되었던 며칠 동안 사람들은 많이 불편했지만, 디지털 디톡스로 휴식에 여유로움까지 누릴 수 있었다. 그간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에 과도하게 연결되어 살았는지 직접 겪고 깨닫게 되었다. 따라서 적절한 과도한 연결의 조율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 디지털 디톡스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일반 디톡스가 아예 먹지 않는다고 이뤄질 수 없듯이 디지털 디톡스도 마찬가지다. 절제와 적절함은 디지털 기기의 이용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디톡스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우선 하나는 단절형이다. 아예 스마트폰을 꺼놓거나 특정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필요할 때만 핸드폰을 켜거나 카톡 앱을 지운다면 이 유형이다. 다른 하나는 자가 이용 제한이다. 특정 시간에만 이용하거나 이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편안하고 즐겁게 식사할 때 전화기를 꺼놓는다. 정말 필요한 취침 시간에는 반드시 디지털 기기를 끈다. 또 다른 유형으로 조건 설정이다.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디지털 기기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스마트폰의 용량을 적게 해서 앱을 많이 깔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환경 형성이다. 침대에는 디지털 기기를 없앤다. 핸드폰을 멀리 두거나 방밖에 놓는다.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과 공간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불편할수록 덜 이용하게 된다. 또 보상 부여 방식도 있다. 예컨대, 디지털 기기를 보지 않을 때마다 포인트를 주는 리워드 앱을 이용한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들은 모두 개인의 의지와 선택에 관련된 부분이다. 개인의 의지와 선택으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하면 보통 디지털 중독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이는 자발적인 경우에 해당된다. 많은 직장인이나 지식 워커들이 자발이기보다는 생계를 위해 이런 디지털 기기를 상시 이용하고 있어야 한다. 디지털 기기가 노동에서 편리함을 주었지만, 근무 외 시간에 더욱 일이 늘어난 역설의 현상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다른 디지털 디톡스는 권리보장이다. 적어도 주말이나 휴가 기간, 그리고 퇴근 시간 이후에는 원하지 않는 업무적 연결을 보장받아야 한다. 이는 단지 선언적인 권고가 아니라 법적으로 규정되는 의무에 해당한다. 국회에서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이 발의된 것이 대표적이다. 휴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 더욱 커지고 있다. 프랑스는 물론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필리핀, 포르투갈은 법제화를 통해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밤 10시 이후에는 업무 관련 카톡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중소기업까지 확산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이렇게 디지털 디톡스는 개인의 선택은 물론 이런 제도적 확립이 결합 될 때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