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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하이브에서 행동주의 펀드는 좋기만 할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3. 2. 14. 23:42

-행동주의 펀드와 엔터 산업의 특수성

 

                                                             김헌식(박사, 평론가, 미래학회 이사)


SM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전격 하이브에 자신의 지분을 매각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후발주자이면서 경쟁자이고 자신을 이긴 방시혁의 기업이 아닌가. 이렇게 까지 한 것은 창업자를 내치는 경영진, 조카 등의 배신에 관한 개인의 극단적인 선택이라고도 세상은 말한다. 주목해야할 것은 트리거 역할을 한 조직이다. 그 양면을 다 봐야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의 특수성이 있는 점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련의 상황에 영향을 미친 것은 행동주의 펀드가 있었다. 행동주의는 투자가가 직접 자신의 주주권을 행사하는 행태를 말한다.  소액주주를 대변하거나 지배구조 개선의 명분을 내세우기 때문에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이점을 부정할 수 없다.

SM의 수익 지배 구조 문제도 그렇다. 2019년부터 공론화되는데 행동주의 펀드때문이었다. 이때는 지금과 달리 자산 운영사에 소속되어 있었다. 또한 법적인 제약도 있어 쉽지 않았다. 2019년 6월, KB자산운영사는 행동주의 펀드를 통해 SM엔터테인먼트에게 라이크 기획을 합병하라고 제안한다. 이곳으로 부당하게 돈이 흘러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내부조직화 하라는 지적이었다.

라이크 기획은 이수만의 100% 회사인데 매년 100억원 ~200억원 이상의 돈이 지급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전체 액수는 20년간 1500-1600억원으로 추정되었다. 하지만 SM 경영진은 역시 거부했다. 프로듀싱과 자문료로 지급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라이크기획과의 합병은 물론 배당 요구, 새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기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배당이다. 2000년 상장 이후 배당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YG엔터는 2012년, JYP도 2019년부터 배당을 실시했다. SM보다 작은 엔터사들이 다 배당을 하는데 업계 1위가 하지 않으니 주주들이 불만이 있었다. 그런데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에게는 매년 너무 많은 돈이 흘러들어 간다는 것이다. 심지어 적자일 때도 말이다. 이는 지배 구조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 제기를 한 KB자산운영사는 더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3대 주주임에도 더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담당자가 일개 직원이었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펀드 정신이 있는 직원이라면 모를까 지속성이 문제였다. 담당자들이 대거 이직을 하면서 유야무야 되었다.  

그 뒤 국세청은 SM에 과징금을 부과한다. 라이크기획 용역계약, 라이크기획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에 대해 서울지방국세청은 두 차례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수백 억대의 대규모 추징금을 부과했다. 그렇게 문제점이 개선이 안되고 있었다. 

그런데 2022년 3월 행동주의 펀드를 지향하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KB자산운영사가 지적했던 부분을 다시 제기 했다. 이들은 먼저 라이크 기획과 계약을 종료할 것을 종용했다. 얼라인이 이렇게 주장할 수 있는 이유는 1.1%의 지분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은 18%였다. 지분 18%를 갖고 있는 이수만 총괄의 이익을 1.1%지분 투자자가 뒤흔들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경영진을 감시할 수 있는 감사 위원의 임명이었다. 2019년 KB 펀드는 못했지만 얼라인은 해냈다. 소액 주주들이 원하는 감사를 임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관련 법개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3%룰이다. 상법은 주주총회에서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한다. 이를 ‘3%룰’ 이라고 한다. 최대 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추천하는 단계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추천자 중에 이미 낙점 되기 때문이다. 이수만이 추천하는 이가 결국 감사가 되니 견제가 안된다.

하지만 2020년 이 조항이 바뀌었다. 대주주는 추천 단계부터 3%만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소액주주들이 추천하는 이들이 최종 후보에 오를 수 있었다. 따라서 투표에서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이가 선출되었다. 얼라인도 SM감사를 자신이 원하는 인물로 기용했다. 또한 이전보다 바뀐 법으로는 손쉽게 주주총회 소집 청구, 주주제안, 회계장부열람권 등의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하면 경영진에 대한 압박을 통해서 지배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압박이 있는 가운데 SM은 배당을 하기로 결정한다. 물론 얼라인은 이것에 머물 지 않는다. 사실상 얼라인이 요구한 것은 최대주주 이수만 체제에서 SM을 분리 시키려는 것이었다. 대신 얼라인은 카카오 엔터를 최대 주주로 생각하고 있었다. 계속 되는 얼라인의 압박에 SM도 결국 이수만 총괄 피디의 라이크 기획과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 또한, 2023년 1월  SM경영진은 이사 구성에 대한 혁신을 언급하며 특히 사내이사가 아닌 모든 이사와 감사로 구성된 내부거래위원회도 구성해서 문제가 되어온 주요 내부 거래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2023년 2월 3일 SM경영진은 ‘SM 3.0' 전략을 발표하는데 사실상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를 배제하는 계획을 공식 발표한다. 콘텐츠면에서는  IP중심의 전략이 중심이었다.  무엇보다 멀티 프로듀싱 체제가 눈길을 끌었다. 이는 이수만 중심의 프로듀싱과 결별을 하는 것이다. 내부에서 김민종 등이 이수만 배제를 반대하기도 했다. 이수만이 없는 SM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며칠뒤 얼라인의 추가 사항이 발표 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2092년까지 로열티 6%를 수취, 2025년 말까지 매니지먼트 수익에 대해서도 로열티 3% 수취하는 것이다. 10년간 500억의 수익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얼라인은 이를 황제 계약이라고 칭했다. IP중심의 전략이라도 이수만 총괄 피디에게 부당한 수익이 흘러간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발표가 있은 바로 뒤 이수만 총괄 피디는 전격 하이브에게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다.  최대 주주는 하루아침에 하이브가 되었다. 다만, 하이브는 이수만이 경영권이나 프로 듀싱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이브에 이수만 스타일이 미치지 않는다는점을 언급한 것이다. 다만, 로열티 수익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을 통해 분명 SM의 사례는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대 주주로 카카오 엔터를 선택한 것이 과연 잘한 것인지 그렇게 평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더구나 SMP스타일을 좋아해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글로벌 SM팬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수만이 부당하게 많은 수익을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는 전제가 전반적으로 작동하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정말 케이 팝 전문 기획사인지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 과거 한국의 재벌들처럼 문어발 식으로 디지털 영역에 전방위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고 이를 주가를 띄우는데 활용한 면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액주주들은 이익이 증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SM의 발전에 진정 기여를 하거나 그 동안 쌓은 SM스타일의 확장으로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

최소한 하이브는 케이 팝을 중심에 두고 있다. 더구나 방탄을 포함해서 뉴진스에 이르기까지 음악이나 이미지 면에서 SM을 압도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경영 전략에 노하우가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이다. 그렇다고해서 카카오가 그런 노하우가 충분한지 알 수 없다. 글로벌 경영이라기 보다는 토종 IP기업으로 발돋움 했고, SNS기반의 플랫폼 기업에 더 한정된 것이 사실이다. SNS를 중심으로 성장하며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렸을 뿐 음악에 대해 문외한이다.

그동안 행동주의 펀드에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배당이 높아지면 주가는 당연히 뛰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기업에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소액주주를 대변하는 것이 SM팬을 위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그들은 약자인 것 같지만 팬이 아니고 이익을 더 우선할 가능성이 많다. 그동안의 정체성을 형성해온 자산에 대해서 가치 평가를 제3자 특히나중에 주식을 구매한 점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들은 주식을 팔고 나가면 그만이다. 예컨대 SM 스타일과 콘텐츠를 끝까지 고민하고 고수할 사람은 누구일까? 펀드일까, 소액 주주일까?  그들 때문에  SM이 글로벌 팬덤을 갖게 된 것은 분명 아니다. 그들에게 주체는 팬이 아니라 오로지 판단은 배당과 수익이다.

SM은 결국 행동주의 펀드의 트리거행위로 후발 주자인 하이브에 먹히는 셈이 되었다.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을 내포한다. 어쨌든 SM다움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처음부터 강하지는 않겠지만, 하이브방식대로 변할 것이다. 애초에 이수만의 배제는 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SM다움을 잃어버리는 것이 과연 어떠한 결과를 낳을 지 알 수 없다. 'SM 3.0' 전략은 아직 시도와 결과도 없다. 

요컨대 과연 이러한 사태는 팬들이 원하는 것일까? 단지 나중에 주식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결과들을 만들어도 되는 것일까? 기계적인 구조만 만들면 정답일까? 그렇게 하지 않아야 할 점이 바로 일반 기업과는 다른 엔터 기업의 특수성이다. 하지만 헤지펀드들은 다시 다른 기업을 찾아 떠나면 그만이다. 남는 것은 누구일까 그들을 정말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