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심리경영 이론과 사고법 100

던바의 법칙, 던바의 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2. 10. 7. 21:17

7명만 거치면 전 국민이 ‘아는 사람’



[동아일보]

우리가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사회집단의 크기를 말할 때 항상 등장하는 것이 ‘던바의 법칙’이다.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는 사회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그 모임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 큰 두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초 그는 원숭이나 침팬지 같은 영장류 30종을 대상으로 복잡한 사고를 담당하는 뇌 영역(대뇌 신피질)이 클수록 알고 지내는 집단의 크기도 커진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 관계를 인간의 두뇌에 적용하면 인간이 유지할 수 있는 집단의 크기가 150명이라고 나온다.

흥미롭게도 던바는 호주, 뉴기니, 그린란드 등의 원시부족을 조사해 마을의 평균 규모가 150명이란 사실을 발견했고 효과적으로 전투하기 위한 부대의 인원도 200명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팀이 사용자가 1000만명에 달하는 한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를 분석한 결과 친한 친구 집단의 크기가 던바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40만명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방문해 1촌평의 수와 분포를 조사했다.

1촌이란 친구와 비슷한 관계이고 친한 친구끼리만 상대방의 미니홈피에 1촌평이란 글을 남긴다.

정 교수는 “1촌평 분석을 통해 친한 친구의 네트워크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미니홈피 하나 당 평균 25명의 친구가 찾아와 1촌평을 남기고 최대 200명의 미니홈피를 방문해 1촌평을 남기는 ‘마당발’도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정 교수는 “이는 1촌평을 나누는 친한 친구의 커뮤니티 인원이 최대 200명이란 뜻”이라며 “이 숫자는 던바의 법칙이 예측하는 바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1촌평이 많은 사람은 많은 사람끼리, 적은 사람은 적은 사람끼리 모이는 유유상종의 특징과 남자나 여자 모두 여자들의 미니홈피에 1촌평을 더 많이 쓰는 경향도 확인했다.

또 싸이월드 전체 사용자 가운데 4000명을 임의로 뽑아서 두 사람이 몇 단계를 거치면 서로 만나게 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우리 국민 4000만명은 7단계를 거치면 낯선 두 사람이 연결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천자칼럼] 던바의 법칙
스마트폰 확산 따라 ‘고스트족’ 늘어났다
SNS 등으로 외로움 달래…실제 인간관계 형성에는 미숙
기사입력시간 [1175호] 2012.04.25  (수) 노진섭 기자 | no@sisapress.com  

   
ⓒ 시사저널 이종현
며칠 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 한 무리의 사람이 모였다. 각자 스마트폰에 시선을 꽂은 채 바쁜 손놀림으로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글을 주고받았다. 앞에 앉은 사람과 간간이 대화를 나눌 때조차 고개를 들지 않았다. 온라인에서건 현실에서건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을 대하는 듯한 이들은 ‘고스트(ghost)’족이다. 인간관계 형성에 미숙한 점이 이들의 특징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기마다 학생들에게 성공의 조건을 물어본다. 최근에도 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상당수가 대인 관계라고 답했다. 예전에는 대인 관계라는 말조차 없었던 터라 깜짝 놀랐다. 그만큼 요즘 세대는 인간관계에 목말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관계 형성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학생의 고민거리는 친구를 사귀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온라인을 통해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었지만 그것과 반비례해서 친밀성은 고갈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대인 관계 조언해주는 컨설팅회사 탄생 배경

사람이 사람 사귀는 법을 잊는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지난 20년 동안 경제와 기술은 발전했지만,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가 없다고 느끼는 미국인이 세 배 증가했다고 한다. 한국에는, 영화 <시라노 연애 조작단>처럼 연애를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학원이 있고, 대인 관계를 조언해주는 컨설팅회사도 여럿 생겼다. 인간관계가 이슈거리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갈등에서 찾는다. 곽교수는 “과거에는 형제가 많아서 걸핏하면 다툼이 일었다. 장난감을 가지려고 싸웠고, 과자를 더 많이 먹기 위해 눈치도 보았다. 이런 과정에서 협상하고 설득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이것이 학교와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맺는 기술로 작용했다. 그런데 요즘 세대는 대부분 한두 자녀 가정에서 자랐다. 대가족에서 자랐더라도 할아버지나 할머니보다 아이가 중심인 시기에 성장한 이들이다. ‘나’ 중심의 세대를 살아온 이들에게는 갈등이 없다. 그러니 남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갈지 모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흔히 학창 시절의 친구와 사회에서 관계를 맺은 친구는 다르다고 한다. 사회 친구는 거의 매일 만나지만 정이 들지 않는다. 학교 친구는 1년에 한두 번 만날 정도이지만 늘 정겹고 그립다. 이것도 갈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김봉섭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은 “학창 시절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갈등과 해소를 반복하면서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물론 사회 친구와도 갈등을 겪는다. 그러나 그 갈등은 계층 간 갈등이다. 나이, 학력, 지역 등으로 구분된 계층이 갈등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 반면, 학교 친구와의 갈등은 동료로서의 갈등이다. 아무런 계층이나 조건이 없는 갈등을 기반으로 진정한 인간관계가 만들어진다”라고 말했다.

현실 세계에서 대인 관계에 미숙하지만 인간관계를 맺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은 숨길 수가 없다. 이 본성을 적절한 시기에 건드린 것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이다. 이는 대인 관계의 폭을 넓히는 데에 효과가 있다. 클릭 한 번으로 친구 맺기가 가능하다. 하루에 수백 명의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런데 수십만 명과 관계를 맺은 사람은 실제 인간관계도 좋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지난해 유진기업이 임직원 4백여 명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중 과반수가 SNS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간관계의 폭은 넓어졌지만 깊이는 얕아졌다고 답했다. 출근 후 퇴근할 때까지 동료나 상사와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하는 시간은 응답자의 72%가 하루 한 시간 미만이라고 했다. IT 기술 발달이 인간관계의 확장성은 가져왔지만 관계의 질적 성장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낮에는 수많은 사람과 트위터로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밤에는 외로움에 몸서리친다. 그렇게 많아 보이던 사람들이 모두 유령처럼 사라지고 없다. 외로움을 잊기 위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보이지 않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지만 공허함은 여전하다. 악순환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격이다.

“인간관계는 양이 아니라 질이 문제다”

영국의 문화인류학자인 로빈 던바 옥스퍼드 대학 교수는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1990년대 초 침팬지나 원숭이 등 영장류 30여 종의 사교성을 연구하다가 대뇌의 신피질이 클수록 교류하는 친구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신피질은 대뇌의 표면을 덮고 있는 층으로 학습·감정·의지·지각 등 고등한 정신 작용을 관리하는 영역이다. 이 크기를 고려할 때 인간은 친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 수가 약 1백50명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호주, 뉴기니, 그린란드 등의 오지에 남아 있는 원시 부족 형태 마을의 구성원이 평균 1백50명 안팎이고, 효과적인 전투를 수행하기 위한 중대 규모도 1백50명 선이라는 점도 그 결론을 뒷받침했다. 아무리 발이 넓고 사교적인 사람이라도 온전한 친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한계는 1백50명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던바의 법칙이다.

던바 교수는 이 법칙을 소셜 네트워크상의 친구 맺기에도 적용해보았다. 수천 명에 이르는 인맥을 관리하는 ‘사교적인 사람’과 수백 명 정도인 ‘보통 사람’을 비교했다. 친구의 기준은 1년에 한 번 이상 연락하거나 안부를 묻는 것으로 삼았다. 결론은 두 부류 간 진정한 친구의 수는 별 차이가 없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만 명에 달하는 인맥을 자랑하는 유명 인사도 실제로는 약 1백50명과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인간관계는 양이 아니라 질이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가상 세계에서 맺은 인간관계를 현실인 양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 심지어 온라인 가상 공간에서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은 사람은 인간성도 좋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또 ‘수락’ 버튼을 클릭하는 것으로 인간관계가 형성되었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오히려 ‘거절’ 버튼을 클릭하면 쉽게 네트워크가 단절된다. 온라인상의 대인 관계는 현실에서의 인간관계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김봉섭 수석연구원은 “미국인은 하루 평균 4시간 반 동안 TV를 시청한다. 일과 시간과 잠자는 시간 외에 대부분의 시간을 TV 시청에 쏟는 셈이다. 이는 가족 간의 대화 단절을 의미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가상 세계에서 인간관계 형성에 매달리면 현실에서의 대인 관계가 소홀해진다. 온라인은 인간관계 형성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고 인식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현실에서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부터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고민한다. 그렇다면 우선 상대방의 말을 듣기만이라도 하라. 이런 행동만으로도 사람 관계를 열 수 있다. 또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존재감을 확인받고자 한다. 예전에는 동네에서 ‘누구네 자식’이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녔다. 이 꼬리표는 존재감을 의미한다. 그러나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요즘에 나의 존재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 온라인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지기도 한다. 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곰곰이 생각해보라. 경쟁 사회일수록 나보다 남을 보고 의식한다. 그리고 내 부정적인 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는 인간관계를 멀리 하는 역기능으로 작용한다. 나의 긍정적인 면을 개발하면 부정적인 면을 보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대인 관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들은 현실감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한다. 김윤기 서울시북부병원 정신과장은 “젊은 부하 직원은 온라인으로 서류를 주고받는 것이 효율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상사는 종이로 된 보고서를 원한다. 직장에서는 이런 갈등이 존재한다. 여기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현실력이 떨어진다. 게임 중독자가 현실과 가상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직장인은 현실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내가 바뀌거나 다른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므로 냉정하게 현실을 놓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상사가 바뀔 것 같지 않다면 자신을 바꾸는 것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부부는 지지고 볶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대응 방법을 터득한다. 이런 부부는 유령이 아닌 사람을 대하면서 한평생을 살아간다.


“인간관계는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브링검영 대학 연구팀은 30만8천명을 대상으로 한 1백48건의 대인 관계 관련 연구를 분석했더니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가 좋은 이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먼저 죽을 확률이 5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관계 형성이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이유 중의 하나도 인간관계 형성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연구를 주도한 줄리안 홀트-룬스타드 교수는 “대인 관계 부족은 하루에 담배를 15개비 피우는 것과 같다. 대인 관계가 적은 것은 알코올 중독자가 되는 것과 맞먹는 나쁜 영향이 있으며, 비만보다도 두 배나 해롭다”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문화인류학자 로빈 던바(옥스퍼드대 교수)는 1990년대 초 침팬지 원숭이 등 영장류 30여종의 사교성을 연구하다가 대뇌의 '신피질(新皮質)'이 클 수록 교류하는 '친구'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신피질은 대뇌 반구(半球)의 표면을 덮고 있는 층으로 학습 감정 의지 지각 등 고등한 정신작용을 관리하는 영역이다. 인간의 경우 신피질 크기를 감안할 때 친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 수는 약 150명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던바 교수는 호주 뉴기니 그린란드 등의 오지에 남아 있는 원시부족 형태 마을의 구성원이 평균 150명 안팎이란 사실을 확인,자신의 추론을 뒷받침했다. 또 효과적으로 전투를 수행하기 위한 부대의 인원 역시 200명 이하란 점도 밝혀냈다. 요컨대 아무리 발이 넓고 사교적인 사람이라도 온전한 친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한계는 150명이란 것이다. 이른바 '던바의 법칙'이다.

이번엔 던바 교수가 이 법칙을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온라인상의 '친구 맺기'에 적용해 봤다. 페이스북 등의 사이트에서 관리하는 인맥이 수천명에 이르는 '사교적인 사람'과 몇 백명 정도인 '보통 사람'을 비교했다. 친구의 기준은 1년에 한 번 이상 연락하거나 안부를 묻는 것으로 삼았다. 결론은 '두 부류 간 진정한 친구의 수는 별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친구가 1500명쯤 된다는 사람들이나 수만명에 달한다는 유명인사들도 실제로는 150여명과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40만개의 방문자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친한 친구 수는 그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온라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인간관계 구축능력이 무한 확장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뒤집는 결과다. 다만 여자들은 온라인상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친분을 유지한 반면 남자들은 운동처럼 직접 만나 어울려야 친구관계가 이어졌다고 한다.

인터넷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우리 삶의 범위도 끝없이 커질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머지않아 현실과 별도로 화려한 사이버 세상이 열릴 걸로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연(外延)이 아무리 확대된다 해도 살아가는 이치는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인간관계만 해도 마음이 통하는 '진짜 친구'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스마트폰 확산 따라 ‘고스트족’ 늘어났다
SNS 등으로 외로움 달래…실제 인간관계 형성에는 미숙
기사입력시간 [1175호] 2012.04.25  (수) 노진섭 기자 | no@sisapress.com  

 

스마트폰 확산 따라 ‘고스트족’ 늘어났다

SNS 등으로 외로움 달래…실제 인간관계 형성에는 미숙

기사입력시간 [1175호] 2012.04.25 (수) 노진섭 기자 | no@sisapress.com

ⓒ 시사저널 이종현

며칠 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 한 무리의 사람이 모였다. 각자 스마트폰에 시선을 꽂은 채 바쁜 손놀림으로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글을 주고받았다. 앞에 앉은 사람과 간간이 대화를 나눌 때조차 고개를 들지 않았다. 온라인에서건 현실에서건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을 대하는 듯한 이들은 ‘고스트(ghost)’족이다. 인간관계 형성에 미숙한 점이 이들의 특징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기마다 학생들에게 성공의 조건을 물어본다. 최근에도 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상당수가 대인 관계라고 답했다. 예전에는 대인 관계라는 말조차 없었던 터라 깜짝 놀랐다. 그만큼 요즘 세대는 인간관계에 목말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관계 형성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학생의 고민거리는 친구를 사귀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온라인을 통해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었지만 그것과 반비례해서 친밀성은 고갈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대인 관계 조언해주는 컨설팅회사 탄생 배경

사람이 사람 사귀는 법을 잊는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지난 20년 동안 경제와 기술은 발전했지만,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가 없다고 느끼는 미국인이 세 배 증가했다고 한다. 한국에는, 영화 <시라노 연애 조작단>처럼 연애를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학원이 있고, 대인 관계를 조언해주는 컨설팅회사도 여럿 생겼다. 인간관계가 이슈거리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갈등에서 찾는다. 곽교수는 “과거에는 형제가 많아서 걸핏하면 다툼이 일었다. 장난감을 가지려고 싸웠고, 과자를 더 많이 먹기 위해 눈치도 보았다. 이런 과정에서 협상하고 설득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이것이 학교와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맺는 기술로 작용했다. 그런데 요즘 세대는 대부분 한두 자녀 가정에서 자랐다. 대가족에서 자랐더라도 할아버지나 할머니보다 아이가 중심인 시기에 성장한 이들이다. ‘나’ 중심의 세대를 살아온 이들에게는 갈등이 없다. 그러니 남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갈지 모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흔히 학창 시절의 친구와 사회에서 관계를 맺은 친구는 다르다고 한다. 사회 친구는 거의 매일 만나지만 정이 들지 않는다. 학교 친구는 1년에 한두 번 만날 정도이지만 늘 정겹고 그립다. 이것도 갈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김봉섭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은 “학창 시절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갈등과 해소를 반복하면서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물론 사회 친구와도 갈등을 겪는다. 그러나 그 갈등은 계층 간 갈등이다. 나이, 학력, 지역 등으로 구분된 계층이 갈등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 반면, 학교 친구와의 갈등은 동료로서의 갈등이다. 아무런 계층이나 조건이 없는 갈등을 기반으로 진정한 인간관계가 만들어진다”라고 말했다.

현실 세계에서 대인 관계에 미숙하지만 인간관계를 맺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은 숨길 수가 없다. 이 본성을 적절한 시기에 건드린 것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이다. 이는 대인 관계의 폭을 넓히는 데에 효과가 있다. 클릭 한 번으로 친구 맺기가 가능하다. 하루에 수백 명의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런데 수십만 명과 관계를 맺은 사람은 실제 인간관계도 좋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지난해 유진기업이 임직원 4백여 명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중 과반수가 SNS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간관계의 폭은 넓어졌지만 깊이는 얕아졌다고 답했다. 출근 후 퇴근할 때까지 동료나 상사와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하는 시간은 응답자의 72%가 하루 한 시간 미만이라고 했다. IT 기술 발달이 인간관계의 확장성은 가져왔지만 관계의 질적 성장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낮에는 수많은 사람과 트위터로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밤에는 외로움에 몸서리친다. 그렇게 많아 보이던 사람들이 모두 유령처럼 사라지고 없다. 외로움을 잊기 위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보이지 않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지만 공허함은 여전하다. 악순환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격이다.

“인간관계는 양이 아니라 질이 문제다”

영국의 문화인류학자인 로빈 던바 옥스퍼드 대학 교수는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1990년대 초 침팬지나 원숭이 등 영장류 30여 종의 사교성을 연구하다가 대뇌의 신피질이 클수록 교류하는 친구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신피질은 대뇌의 표면을 덮고 있는 층으로 학습·감정·의지·지각 등 고등한 정신 작용을 관리하는 영역이다. 이 크기를 고려할 때 인간은 친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 수가 약 1백50명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호주, 뉴기니, 그린란드 등의 오지에 남아 있는 원시 부족 형태 마을의 구성원이 평균 1백50명 안팎이고, 효과적인 전투를 수행하기 위한 중대 규모도 1백50명 선이라는 점도 그 결론을 뒷받침했다. 아무리 발이 넓고 사교적인 사람이라도 온전한 친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한계는 1백50명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던바의 법칙이다.

던바 교수는 이 법칙을 소셜 네트워크상의 친구 맺기에도 적용해보았다. 수천 명에 이르는 인맥을 관리하는 ‘사교적인 사람’과 수백 명 정도인 ‘보통 사람’을 비교했다. 친구의 기준은 1년에 한 번 이상 연락하거나 안부를 묻는 것으로 삼았다. 결론은 두 부류 간 진정한 친구의 수는 별 차이가 없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만 명에 달하는 인맥을 자랑하는 유명 인사도 실제로는 약 1백50명과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인간관계는 양이 아니라 질이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가상 세계에서 맺은 인간관계를 현실인 양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 심지어 온라인 가상 공간에서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은 사람은 인간성도 좋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또 ‘수락’ 버튼을 클릭하는 것으로 인간관계가 형성되었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오히려 ‘거절’ 버튼을 클릭하면 쉽게 네트워크가 단절된다. 온라인상의 대인 관계는 현실에서의 인간관계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김봉섭 수석연구원은 “미국인은 하루 평균 4시간 반 동안 TV를 시청한다. 일과 시간과 잠자는 시간 외에 대부분의 시간을 TV 시청에 쏟는 셈이다. 이는 가족 간의 대화 단절을 의미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가상 세계에서 인간관계 형성에 매달리면 현실에서의 대인 관계가 소홀해진다. 온라인은 인간관계 형성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고 인식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현실에서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부터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고민한다. 그렇다면 우선 상대방의 말을 듣기만이라도 하라. 이런 행동만으로도 사람 관계를 열 수 있다. 또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존재감을 확인받고자 한다. 예전에는 동네에서 ‘누구네 자식’이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녔다. 이 꼬리표는 존재감을 의미한다. 그러나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요즘에 나의 존재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 온라인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지기도 한다. 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곰곰이 생각해보라. 경쟁 사회일수록 나보다 남을 보고 의식한다. 그리고 내 부정적인 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는 인간관계를 멀리 하는 역기능으로 작용한다. 나의 긍정적인 면을 개발하면 부정적인 면을 보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대인 관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들은 현실감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한다. 김윤기 서울시북부병원 정신과장은 “젊은 부하 직원은 온라인으로 서류를 주고받는 것이 효율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상사는 종이로 된 보고서를 원한다. 직장에서는 이런 갈등이 존재한다. 여기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현실력이 떨어진다. 게임 중독자가 현실과 가상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직장인은 현실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내가 바뀌거나 다른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므로 냉정하게 현실을 놓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상사가 바뀔 것 같지 않다면 자신을 바꾸는 것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부부는 지지고 볶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대응 방법을 터득한다. 이런 부부는 유령이 아닌 사람을 대하면서 한평생을 살아간다.

“인간관계는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브링검영 대학 연구팀은 30만8천명을 대상으로 한 1백48건의 대인 관계 관련 연구를 분석했더니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가 좋은 이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먼저 죽을 확률이 5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관계 형성이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이유 중의 하나도 인간관계 형성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연구를 주도한 줄리안 홀트-룬스타드 교수는 “대인 관계 부족은 하루에 담배를 15개비 피우는 것과 같다. 대인 관계가 적은 것은 알코올 중독자가 되는 것과 맞먹는 나쁜 영향이 있으며, 비만보다도 두 배나 해롭다”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지겨워”…안티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등장



“솔직히 페이스북 친구가 진짜 친구입니까.”

“페이스북 인맥은 허수에 지나지 않는다.”

친구를 연결하고 관심사항을 공유하는 온라인 속 소셜네트워크(이하 SNS)가 거짓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SNS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또다른 SNS, 이른바 ‘안티 SNS’가 등장했다. 친구를 오히려 제한하고 한정해야만 진정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라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전문 매체 ‘매셔블’(Mashable)은 15일(현지시간) 기존 트위터 등 일반적인 소셜네트워크와 반대되는 ‘퍼스널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패스(path)’서비스가 선보였다고 소개했다.

이 서비스는 한 사람이 사회적 관계를 연계할 수 있는 최대 한계가 150명이라는 최근 옥스포드대 로빈 던바 교수의 법칙을 채용해 친구 수를 50명까지로 제한한 SNS다. 현재 ‘패스’ 서비스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본토인 미국에서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 증폭 이유는 또 다른데에도 있다. 바로 이 서비스를 만든 이가 페이스북 플랫폼을 설계한 데이브 모린이기 때문이다. 또 냅스터(Napster)의 공동 창업자 숀 패닝과 더스틴 미로도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거물급 투자자들도 ‘패스(path)’를 눈여겨 보고 있어 막대한 자금 유동설이 흘려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패스’ 홍보 블로그 사이트 등에 따르면 ‘패스(path)’는 최근 아이튠즈에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올리는 등 조만간 다종의 스마트폰을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15일 애플 이이튠즈에 올라온 아이폰용 'Path' 애플리케이션, 'www.path.com'을 통해서도 링크 확인이 가능하다.

‘패스’가 주목하는 시장은 페이스북이 만든 폭넓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시장이다. 이를 반증하듯 ‘패스’ 서비스는 사진과 친구들 이야기가 전체 서비스 축을 이루면서도 페이스북에 보여지는 댓글, 타 SNS와 공유하기 기능은 모두 찾아볼수 없는 형태를 띄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국내 서비스는 도입되지 않았지만 확실한 프레임 철학이 돋보이는 SNS임에는 틀림없다”면서도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디지털뉴스팀 손재철기자 son@khan.co.kr>


 

친구, 몇 명까지 사귀는 게 적당할까?

[오마이뉴스 유태웅 기자]
행복은 전염된다
ⓒ 김영사

연말연시.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가정이나 직장, 혹은 학업이나 사업 현장에서 저마다 1년을 결산하는 때이다.

이 시기엔 누구나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 직장이나 사업관계에서 얻는 금전적인 결산 못지않게 중요한 친지나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과 인연에 대한 결산(?)이 그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송년회 자리를 마련하기도 하고 그동안 소원했던 친지나 친구에게 송년인사차 안부를 묻거나 연하장을 보내기도 한다. 

사람들이 모여사는 이 사회에서 인간관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직장생활에서 가장 참기 힘든 것이 업무의 과중이나 급여의 적음보다는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비인격적인 처사나 소외(왕따)를 당할 때라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직장생활 경험자라면 한번쯤 고개를 끄덕였을 내용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맥'이라는 것도, 사실 어느 나라든 민족이든 존재하는 인간관계 법칙 중에 하나다. 중국에서는 '관시'가 중요하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에서 크게 사업하는 어떤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현지인과의 인맥을 거론했다. 이 사례만 봐도, 인맥이나 소셜 네트워크는 지역이나 시대를 불문하고 중요한 사업 수단인 셈이다.

올해는 우리 사회에 스마트폰 열풍과 더불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큰 화두로 등장했다. 소셜 네트워크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기본 전제가 된다. 최근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스마트폰의 인기에 편승해 더욱 그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다면 사람들 사이의 상호 연결이나 상호 작용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인 시대이다. 따라서 소셜 네트워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개개인의 역할이나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 상호 관계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그 결과물들을 모은 책 <행복은 전염된다 (connected)>는 매우 흥미로운 탐구서이다. 이 책은 하버드의대 교수인 니컬러스 크리스태커스와 유명한 정치학자 제임스 파울러가 공동으로 저술했다. 저자들의 현직 경력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전 지구를 아우르는' 다양한 소셜네트워크 유형과 그 영향력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를 이끄는 기본적인 <3단계 영향 규칙>

우리는 간혹 1960년대에 실시된 '스탠리 밀그램'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6단계를 거치면 모두와 연결된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바 있다. 이 실험은 지난 2002년에도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실험결과가 증명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책 저자들의 실험에 따르면 소셜 네트워크 내에서 영향력의 전파는 '3단계 영향 규칙'을 따른다고 한다. 친구(1단계), 친구의 친구(2단계), 친구의 친구의 친구(3단계)에게 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것을 종합해 보면 소셜 네트워크는 평균적으로 6단계를 거치면 모든 사람들과 연결되고 3단계까지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저자들이 발견한 '3단계 영향 규칙'은 사람의 모든 태도와 감정, 행동에 적용된다. 이를테면 정치적인 견해나 비만 등 체중 증가 문제, '행복'처럼 다양한 감정적 현상의 전파 등이다. 또 학자나 발명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그들의 네트워크를 통할 경우 그의 동료, 동료의 동료, 동료의 동료의 동료에 이르는 3단계까지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자주 듣는 입소문 추천도 역시 3단계까지 전파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네트워크를 수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직접 연결된 사람(친구)이 행복할 경우 당사자가 행복할 확률은 약 15% 더 높아진다. 2단계 거리에 있는 사람(친구의 친구)에 대한 행복 확산 효과는 10%이고, 3단계 거리에 있는 사람 (친구의 친구의 친구)에 대한 행복 확산 효과는 약 6%였다. 그리고 4단계에서는 그 효과가 거의 사라진다. 이것은 제3단계 인간관계법칙에 대한 첫 번째 증거로 통한다."

반면에 '3단계 영향 규칙'은 '행복'처럼 긍정적인 영향만을 끼치지 않는다. 집단 심인성 질환(집단히스테리)이나 뱅크런(금융 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상황일 때 은행에 맡긴 돈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예금 인출 현상) 등 금융공황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파되는 감정이나 정보의 확산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 중 하나다.

알고 보면 흥미로운 소셜 네트워크 과학

'페이스북' 홈페이지
ⓒ 페이스북

그런데 이러한 '3단계 영향 규칙'에서는 타고난 성품이나 성격 등 유전성이 크게 작용한다. 이 책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친구가 5명인 학생은 친구가 1명 뿐인 학생과 유전자 구성 자체가 매우 달랐다고 한다. 유전자는 사귀는 친구의 수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중심인가 아니면 주변인가 하는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은 몇 명의 친구까지 사귀는 것이 적당할까? 친구가 많을수록 인간관계가 좋다고 소문은 나겠지만 수많은 친구들을 관리하는 것 자체도 결코 합리적이진 못할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사회적 지능 가설의 주창잔인 '로빈 던바'의 연구결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로빈 던바는 30명 이상의 과학자들의 비평과 함께 발표된 1993년 논문에서 다양한 영장류의 뇌 크기와 집단 크기 사이의 관계를 검토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적정한 인간 사회 집단의 크기를 약 150명(던바 수(Dunbar's number))으로 추정했다. 이 수치는 오늘날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저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페이스북에서 평균적인 사용자가 등록한 친구 수는 약 110명(저술 시점). 한 대학을 표본으로 조사해 보니 가까운 친구의 수는 평균 6.6명이었다. 이 결과는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가 오프라인 네트워크와 얼마나 닮았는지를 보여준다고 한다.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알고 지내는 전체 친구 수는 평균적으로 '던바 수'인 150명에 근접하고, 가까운 친구의 수는 핵심 네트워크 크기인 4명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저자들은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와 오프라인 네트워크가 놀랍게도 닮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또한 집단 지성으로 운영되는 '위키' 등 온라인 상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네트워크 사례를 들어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현상을 설명한다.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모든 후보 진영이 선거운동에 인터넷을 활용하려고 노력했지만, 특히 오바마는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와 소셜 미디어의 힘을 최대한 활용했다. 페이스북 공동창립자인 크리스 휴즈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를 만들어 이를 적극 활용한 사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한 사람이 투표를 하기로 결정했을 때 전체 네트워크에 일어나는 일을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주는 컴퓨터 모형은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 어떤 경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과 직접 연결된 사람이 3~4명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투표 행위가 들불처럼 번져나가 최고 100명에게 투표 참여 연쇄 파급 효과를 나타냈다. 한 사람이 투표를 하기로 결정한 행위는 평균적으로 3명을 추가로 투표장으로 향하게 하는 영향을 미친다."

책에서 밝히고 있는 위 연구 결과는 우리 사회에 앞으로 있을 총선이나 대선에서 투표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소셜 네트워크와 소셜 미디어 활용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향후에 어떠한 영향력을 발휘할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우리가 소셜 네트워크를 이해해야만 하는 이유

이 책의 저자들은 네트워크를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떤 주요 위험 요소를 '인종같은' 개인적인 속성으로 추정하는 타성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개인의 사회경제적 위치보다도 구조적 위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상호 연결이 점점 늘어나는 세계에서 유대가 많은 사람들은 연결이 점점 더 좋아지는 반면에 유대가 적은 사람들은 점점 주변으로 밀려날 수 있다. 그 결과, 소셜 네트워크에서 특정 장소에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이 더 많이 몰릴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디지털 격차이다. 네트워크 불평등은 기회 불균등을 초래하고 강화한다."

이에 따라 저자들은 범죄를 줄이려면 잠재적 범죄자가 가진 연결의 종류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사회의 불균형 현상, 예를 들면 교육이나 건강, 소득 격차 등을 해소하려면 돕고자 하는 사람들의 개인적 연결 문제도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회사나 사회가 근로자의 건강을 개선하는 데 1달러를 쓸 때마다 그 근로자의 동료, 가족, 친구, 심지어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건강까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한다.

"가난을 줄이려면 단지 자본 투입이나 기술훈련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된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회의 다른 구성원과 새로운 관계를 맺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네트워크의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다시 연결을 하도록 돕는 것은, 단지 주변부에 있는 불우한 개인들을 돕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의 전체 구조를 돕는 것이다."

이젠 연결을 잃는 순간, 모든 것을 잃는다

소셜 네트워크를 이해해야 할 중요성과 그 필요성은 위 본문에서 잘 알 수 있다. '소셜 네트워크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지 개인과 개인간의 관계 뿐만 아니라 3단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우리 주변의 소외된 혹은 네트워크 불평등 위치에 있는 주변인까지 생각해 보자는 의미다. 또한 사회 근저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 요소'나 가난과 질병, 사회적 고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의 이웃을 돌볼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100년 전 학자들은 사람을 '타인의 행복에 대한 관심은 전연 없는, 최소한 비용으로 최대한의 개인적 이익을 얻기 위해 이기심으로 살아가는 호모 에코노믹스(Homo Economicus)'로 표현했다. 저자들은 이제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호모 딕티우스(Homo Dictyous)' 즉, '네트워크인'을 주창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집단이 가족 단위를 넘어서서 네트워크를 확대해 갈수록 사람들은 점점 '호모 에코노믹스'에서 벗어나 '호모 딕티우스'처럼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한다.

<행복은 전염된다(connected)>는 분량이 460쪽에 달한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 전연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다. 모든 내용들이 실험 결과나 통계 등을 이용한 방대한 자료와 다양한 사례들을 실증적으로 다루고 있어 읽는 내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책은 하버드 의대 교수와 정치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들의 지적 탐구와 분석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그 사회에서 개개인이 어떻게 그리고 왜 연결되어 만나고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다. 또 개인이 이루는 네트워크가 개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행복은 전염된다>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소셜 네트워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옆에 두고 두고 읽어 참고해볼 만한 책으로 손색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