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대중의 직관, 합리적 예측보다 집단적 신념이 더 정확한 이유
“민주당은 ‘미키 마우스’를 후보로 내세웠어도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을 것이다”
2007년 미국 대선 당시 분위기에 대한 설명이다. 대중의 좌절감(부정적인 사회적 분위기)은 정권교체(사회적 행동의 불연속적인 변화)로 이어진다. <대중의 직관>의 저자가 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는 일반 원칙이다. 2008년 미국 대선 전 저자는 타국 친구들로부터 선거 결과가 어떨 것 같냐는 질문을 계속 받았다. 그는 2007년 초부터 한결같은 대답을 했다. 후보가 누구든 상관없이 민주당이 힘들이지 않고 승리를 거둘 거라고 답했고 결과는 예측대로였다. 2007년이 되자 공화당에 대한 대중의 실망은 역사상 최고조에 이르렀고 대중은 공화당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왜 이 선거를 예측하기가 그토록 쉬웠냐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 이유를 안다. 저자는 미국 대선 역사 전체에서 선거 당시에 유권자들이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볼 때 현직 대통령이나 정당이 살아남은 경우는 결코 없었다고 말한다. 이는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97년 IMF 경제위기 발발과 한국 현대 역사상 첫 정권교체를 시작으로 우리에게도 적용돼오고 있다.
‘분위기가 중요하다(Mood Matters)’.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하다. 저자는 전문가 개인의 합리적 예측보다 집단적으로 드러나는 느낌과 신념이 더 정확하다고 주장한다. 또 오늘 신문의 머리기사는 어제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에 불과하며 ‘사건’이 여론에 유효한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과감하게 주장한다. 간단히 말하면 신문 기사는 ‘지체된’ 지표란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따져보면 이는 통념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분위기, 즉 대중의 심리가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만, 거꾸로 이미 발생한 사건은 앞으로 그 대중이 공유할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단일한 방향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이나 9·11 사건이 대중의 심리에 미친 영향은 단기적이고 크지 않았음을 저자는 다양한 수치와 그래프로 입증해 보인다.
“마치 야생 동물들이 자연 재해를 미리 예감하고 대비하듯, 대중은 그 사회에 닥칠 미래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할 정확한 예감을 공유한다. 가령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주요 격전 주들에서 선거 결과가 박빙이라고 예측했지만, 한 인터넷 도박 사이트의 도박사들은 부시의 승리에 차분히 돈을 걸고 있었다고 한다. 선거 전 주말 도박꾼들은 50개 주 모두에서 승자를 정확히 예측했다.”
사례는 이 외에도 많다. 가령 1968년 미국의 핵잠수함 스콜피온이 침몰했을 때 미 해군은 정확한 침몰 위치를 알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 집단에 추정치를 계산해달라고 요청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평균치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지만 전문가 집단 각각의 추정치는 어떤 것도 그리 정확치 못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관점의 시도를 ‘사회경제학’이라 부르는데, 이것의 가장 큰 의의 중 하나는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지배적인 분위기가 역사를 만든다는 발상의 혁명성이다. 이는 오랫동안 상식으로 굳어져온, 외부의 힘(사건)에 의해 내부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뉴턴 식의 관념을 타파하는 새로운 세계관이라는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가 집단 내에서 바이러스가 퍼지듯 형성되며 어떤 개인들은 훨씬 더 강력한 전염성을 지니고 어떤 개인들은 덜 강력한 전염성을 지닌다고 말한다.
대중의 직관 / 존 L. 캐스티 지음, 이현주 옮김, 반비 펴냄. 여기서 우리는 이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은 문제들에 관심을 돌려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인간적인’ 계기와 구체적인 과정을 거쳐 개인들이 사회적 분위기를 공유하게 되는지 등을 말이다. 저자는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 쓰나미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비책으로 다소 맥 빠지는 결론을 짤막하게 내놓는다. 하지만 각자 ‘창조적으로’ 수용할 가치는 있다.
우선 정부가 자신을 구해줄 거라고 기대하지 마라. 과거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취한 조치는 훌륭하지 않았다. (책은 앞서 정부가 항상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한발 늦게 조치를 취해 왔다는 증거들을 제시한다.)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일은 스스로에게 달린 것이다. 또, 혼자 힘으로는 자신과 가족을 위해 지속 가능한 삶을 창조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집단행동’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상승할 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라는 것이다. 이는 모두에게 가장 긴급하고 중요한 사항이다. 경제·사회 전반적 분위기가 심연으로 떨어져 바닥을 치고 있다면 이제, 오를 일이 남았다. 하락세의 파동 때마다 밝은 희망이 나타나고 그러한 파동이 생길 때마다 ‘창조적 파괴’가 일어난다. 사건(외부 조건)보다 자생적인 생각과 의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대중의 직관/존 L. 캐스티 지음/반비 출판
박새미 기자 ps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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