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의 ‘금요일금요일밤에’는 미래 혁신적인가
새롭게 선을 보인 ‘금요일금요일밤에’는 MBC가 1981년 3월 29일 시작한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생각나게 만든다. 버리어티쇼를 표방했고 개그와 쇼가 혼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특징은 각 코너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피디가 이런 코너들을 연출했다. 또한 매회 마다 꼭지들은 완결성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특집에 해당되는 경우 특별하게 분리하여 제작 방영하기도 했다. 많은 예능 프로그램의 시원에 해당하지만 그 명맥은 흔적조차 찾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를 다시 부활한 듯 싶은 게 ‘금요일금요일밤에’인 셈이다.
‘금요일금요일밤’에는 이런 코너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코너지기들이 다르다는 점이다. 다른 것도 다른 것이지만, 코너지기가 전적으로 책임을 둔다. 그런데 포맷은 유튜브를 전제로 한다. 15분 정도의 짧은 콘텐츠로 만들고 이를 유튜브에 좀 더 풍부한 분량을 찾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른바 숏폼콘텐츠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코너가 개별적으로 1인 크리에이터를 지향하고 있다. 교차적으로 구성된다는 점이 다르다. 꼭지마다 준비된 분량이 한번 흘러가버리는 방식과 다르다. 에피소드들은 완결성을 갖지만 갖지 않을 수도 있다.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체험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는 지금 다른 방송에서 취하고 있는 포맷과 크게 다른 것은 없어 보인다. 심지어 등장하는 스타들도 비슷하고 다른 매체에서 언제든지볼 수 있는 이들이다. 즉, 중복 출연들이다. 담아내는 소재거리도 크게 다르지는 않고 다만 소재나 공간이 다를 뿐이다. 1인 미디어가 갖는 내밀한 호흡과 감정이입의 디스플레이나 인터페이스 감각이 특출나게 작용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스탠드업 코미가 주목받는 것을 생각한다면, 광각 카메라가 더 맞을 듯한 예능의 화면 분할을 애써 다시 봐야하는지 생각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다만 숏폼 콘텐츠와 롱 콘텐츠의 구분을 통해서 선택적으로 골라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의 편익은 늘어날 듯싶다. 하지만 여전히 숏품을 인터넷처럼 마음대로 선택하기 보다는 텔레비전을 볼 때는 순차적으로 기다려야 한다. 물론 인터넷에 가면 짤이나 클립으로 분리될 것이지만 말이다. 이 방송 프로그램은 이를 반영하고 제작하는 트렌디한 영리함을 작동시켰다. 그럼에도 형식은 여전히 기존 방송 프로그램의 모양새를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요일 일요일 밤에'라는 예전 부터그램의 향기를 내뿜었던 것이겠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 내용적 구성도 1인 크리에이터 중심의 유튜브 콘텐츠와 많이 다르다. 소재나 깊이감이 모바일에 특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다분히 텔레비전적인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금요일 밤 예능에서 다른 프로그램과 우위에 있는 것은 1인 크리에이터 코너의 다양성과 코너지기들의 역량이다. 이를 잘 살려가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이서진, 홍진경, 은지원, 장도연, 이승기 등의 역량은 물론 다른 예능 출연에서 보였던과는 좀 달라야 한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지만 뷔페의 효과는 어느 정도 있을 것이고 인터넷 선택성이 있기 때문에 실패와 성공의 기준을 단지 시청율에만 의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지 ‘금요일 금요일밤에’는 방송사 프로그램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유튜브 등을 이용하던 것과는 다른 방식이라고 할 수가 있다. 방송과 유튜브 모두에서 수익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임하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가 전적으로 플랫폼의 미래인지는 좀 지켜봐야겠지만 날로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른 투 트랙을 사용하는 전략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글/김헌식(박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