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차트 등 자본의 동학을 멈춰야
[글/김헌식 박사]재주 넘는 곰에 돈 버는 건 왕서방이라고 했다. 아무리 사람들이 열광하는 곰이 있어도 곰이 재간을 펼 수 있는 멍석을 깔아준 존재는 왕서방이기 때문이다. 물론 왕서방을 사람들은 주목도 하지 않고 왕서방의 존재를 채 인식하는 경우가 일반이다. 단지 곰이 재주를 넘게 만드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곰들을 경쟁시킨다면 어떠할까. 세상에서 재미있는 것이 싸움 구경이라고 하지 않았다. 진실과 정의를 위해서 싸우는 것 같지만 그와 반대되는 상황은 빈번하다. 싸움을 붙이는 것이 비즈니스에 머무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 특정가수들을 사재기를 했다고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해서 파란이 일었다. 사재기야 근절되어야 마땅하지만 사재기의 증거와 자료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되어야 하는 것도 마땅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억울한 피해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텔스 마케팅의 위법성도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무조건 이를 사재기의 증거로 삼기에도 불충분한 현실이 있기 때문임을 그 한 가지 관점으로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음원 사재기 논란은 그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는 외양을 띄고 있지만 점점 가수들이 서로 치고 박고 싸우게 만들었다. 사재기 의혹을 받는 가수와 그렇지 않은 가수간의 싸움이고 사재기를 한 측을 축출하는 것이 정의가 되었다. 사재기를 하는 이유는 어떤 공간에서 우위를 차지 하기 위한 것이고 그 공간의 운영의 메커니즘에 대한 주목은 자본의 동학 관점에서 접근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동료라고도 할 수 있는 가수들이 서로를 사재기 했다고 의심을 하게 만들고 단지 의심과 의혹 제기를 넘어 법정 다툼으로 비화되고 말았다. 법정에서 다툼을 벌여 판결을 받는다면 해결이 될까. 이건 판결이 나도 상처 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눈물과 고통을 통해 만들어진 노래가 빛을 못보는 것은 동료 가수들 때문이라는 프레임이 어느새 당연시 되는 건 이를 통해 이익을 보는 그 누군가 그들도 원하는 바일 것이다.
그간 음원을 통해 돈을 버는 이들은 따로 있는데 가수들끼리 싸움을 벌일수록 또한 재미를 보는 이들은 따로 있겠다. 가수들이 활동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의 재주를 경쟁하도록 일정하게 판을 누가 깔고 운영하는가가 중요하다. 음원 사재기 논란이 있어도 음원 차트 기업들은 절대 고소나 고발을 하지 않는다. 차트 안에 사재기를 해서 순위를 유지하든 하지 않던 판을 벌인 왕서방에게 수익을 가져다주는 재주넘는 곰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싸움을 전하는 매체도 가수들끼리싸울수록 페이지 뷰는 올라간다.
보호해야할 가수들은 누구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보호해야할 가수들이 상처받고 난타당하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이런 약자 보호의 원칙도 싸움붙이기에는 무력하다. 판을 갈아야 한다. 갈지 않고서는 서로 욕하고 의심하고 나아가 남들도 다하는데라는 피해의식에 보복심리로 합당화하며 자신도 사재기 하고픈 욕망에 시달리며 브로커농간에 현혹될 것이다.
정말 필요한 것은 실시간 차트를 없애거나 공정한 차트 운영을 요구할 뿐이다. 그 순위가 문화권력의 불균형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것이 가수들이 재주를 통해 무한 경쟁하고 불균형한 순위로 누군가의 노고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 일정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국회 입법이 해야할 일이 있을 것. 국회의 입법활동과 문화예술이 별개가 아니라는 점은 음원 사재기 그리고 차트 문제에서도 다시금 확인되지 않을 수 없다.
*김헌식(시사문화평론가, 박사, 카이스트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