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김장훈에게 박수치다 돌 던지는 이유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9:46

<김헌식 칼럼>김장훈에게 박수치다 돌 던지는 이유

 2010.12.20 10:24

 




[김헌식 문화평론가]대체적으로 유명해지는 것은 좋은 일로 간주된다. 따라서 이를 인정하는 사람이라면 무릇 이름을 얻어 유명해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유명함 때문에 보이지 않는 창살 안에 갇히게 되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일반 식당에서 식사도 못할 뿐만 아니라 데이트도 공개된 공간에서 할 수가 없다. 이런 개인적인 사생활만이 아니라 사회적 행동을 할 때는 더욱 조심을 해야 한다. 

예컨대, 기부를 할 때도 그 진의를 의심하기 때문에 드러낼 수도 없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노동으로 정당하게 번 돈인데도 그것을 공개할 수 없는 운명 아닌 운명이 작용한다. 또한 기부행위자체에 대한 평가도 잘해야 본전이다. 심지어 심한 경우에는 당연하게도 기부를 요구하기도 한다. 자율과 선행이 아니라 강요와 부담으로 부과된다. 이러한 행위를 이용해 자신의 배를 채우려는 이들이 기생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로 예년과는 달리 기부금이 잘 걷히지 않는다고 한다. 2011년 예산안의 문제점과 아울러 연말연시 서민과 극빈층에 반갑지 않는 소식이다. 이런 와중에 가수 김장훈의 10억 기부사실이 알려졌다. 알려졌다기보다는 자신이 공개적으로 알렸다. 이런 김장훈의 기부행위에 대한 비판이 논란까지 일으켰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암묵적인 룰을 깨트렸다는 지적에서부터 기부행위를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이용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는 김장훈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유명인은 선행에 관한 사회적 행동에는 모방효과와 질투효과가 동시에 나타난다. 

연예 스타들도 기부행위와 같은 사회적 행위를 하면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자신의 선행에 대해서 숨겨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자신의 선행을 공개해 대중 인지도를 높이려는 행위라는 평가가 내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기부를 한다. 오히려 숨기며 기부하다가 그것이 알려지면 미덕으로 극찬을 받는다. 더구나 이런 스타 연예인들은 소박하게 기부를 하지 못한다. 그 이름에 맞게 이른바 폼 나게 기부를 해야 한다. 따라서 공개 기부는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김장훈의 공개기부를 비판하기 전에 김장훈의 기부가 가져온 긍정적인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선 김장훈의 공개 기부는 은근히 다른 연예인들에게 자극을 주었다. 김장훈이라는 가수가 기부하는데도 불구하고 더 많은 수익을 얻는 스타가 기부를 하지 않는 상황이었고, 김장훈의 사례를 들어 스타들의 기부를 촉구하는 의견들이 쏟아졌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다. 일설에는 배용준의 기부를 이끌어낸 요인 가운데 김장훈을 들기도 한다. 

김장훈이 대중연예인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시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반복적인 김장훈의 기부행위는 단순히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임시적인 행동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었다. 일관된 행동은 가수들이 자신의 인기를 위해서 마케팅 차원에서 기부한다는 평기도 일정 정도 없애주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자신의 기부행위를 매번 공개했기 때문이다. 마케팅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기부행태들은 결국 보이지 않는 거간꾼의 먹이가 되기 쉽다. 

또한 유명인들의 선한 모든 행위들을 공개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일정 정도 불식시켰다. 무엇보다 앞으로 홍보를 위한 일시적이고 임의적인 기부행위를 마케팅 홍보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적어도 김장훈과 같이 지속성과 일관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과 기부라는 점을 연예스타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다. 김장훈은 열심히 자신의 노동으로 번 돈을 기부한다. 자신이 기획하고, 제작하고 실연한 자신의 공연에서 나온 수익금을 통해 기부를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비밀·비공개의 기부행위가 또 다른 음지를 낳을 가능성이 언제나 있다. 오히려 공개된 기부는 그 기금의 양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일은 보이지 않게 하라는 이상적인 말은 오히려 현실에서는 부정적인 행태들의 토양이 될 수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와 같이 음지의 행태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기부의 투명성이다. 만약 시민 모두의 기부행위를 공개하고 그것을 투명하게 만드는 시스템이었다고 한다면 비리가 터질 확률은 적었을 것이다. 자신의 왼손도 모르게 하는 기부가 결국에는 그 기금을 다루는 이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른 채 정의롭지 못한 일을 방조하게 된 셈이다. 

그러한 면에서 공개적인 기부 행위들은 적극 장려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그것은 강요사항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각자의 관점과 가치관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연예인이라고 해도 같은 연예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김장훈의 행위를 모든 연예인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김장훈이 자신의 역할과 한계를 인정하고 자신의 방식이 지닌 의미점에 충실하겠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기부는 자율적으로 이루어질 때 의미와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사회적 책임의 관점에서 확대되어야 한다. 김장훈의 공개기부가 화제와 논란이 되는 한 한국사회는 기부문화가 없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 상태로 가기 위한 도도한 흐름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가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