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성장과 한류 콘텐츠의 전망
상황은 더 악화 되었다. 딜레마 이론에 따르면 딜레마 상황에 처했을 때 가장 보편적인 타개 방식은 시간 지연이다. 최종 결정을 늦추는 것이다. 최소한 이런 방법을 취했더라도 상황이 이렇게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수현 전지현의 중국 생수 광고는 결국 광고출연 중단을 다시 키이스트가 번복하는 바람에 처음에 생각하지 못했던 국면으로 치닫고 말았다. 키이스트는 생수 광고 출연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크게 두 가지라고 밝힌 셈이 되었다. 정치적 의도가 없었고, 서로간의 신뢰를 지키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 대한 신뢰는 지키고 그에 따른 수익은 보전 하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한국인의 정서법에는 크게 저촉된 상황을 낳았다. 그리고 한국의 배우가 중국의 국제 정치 논리를 통해 역사왜곡은 물론 영토 문제에 악용될 사안에 출연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임에 분명하다. 이는 단지 중국인들이 백두산을 장백산이라 불러왔다는 단순한 사실을 지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타당할 지라도 대중적으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들의 행보는 더 신중해야 하는 법이다. 더구나 그들은 별그대를 통해 동아시아 전체를 통해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수준이 더 높아야 한다. 무엇보다 키이스트의 역사 인식은 물론 국가적 현안과 정세에 대한 인식 면에서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장백산에 대한 인식은 고구려나 발해의 과거 역사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불법적인 간도 협약 문제를 생각한다면 매우 중요한 현안이다. 1902년 대한제국이 간도관리사 이범윤을 파견한 간도지역은 우리 영토이며 동간도와 서간도, 북간도로 이루어져 있고 그 안에 중국이 절반 정도 점령하고 있는 백두산이 위치하고 있다. 1909년 대한제국의 간도지배권을 박탈한 청일 간도협약은 무효이다. 무엇보다 한족은 그 영토에 대한 지배권을 주장할 수 없는 민족이기도 하다. 그들이 부르는 장백산은 만주족의 청나라 명칭이기 때문이다. 한족은 만주족의 역사를 긍정하지 않않아왔다.
이런 맥락에서 장백산 생수 광고에 출연하는 것은 영토적 개념에서 매우 중요하다. 독도는 일본에서 죽도라고 불린다. 만약 죽도 생수 광고에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다면 한국의 여론은 좋을 수가 없을 것이다. 장백산 명칭이 일본과 맞물린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의 영토를 불법점령하고 백두산을 자기 식대로 붙인 장백산이라는 명칭을 영속화 하는 것은 잘못이다.
키이스트가 미처 장백산이라는 수원지 표기를 사전인지 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이는 명분이 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장백산이라는 이름이 너무 명확하고도 크게 기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장백산 생수를 면밀하게 파악하지 않고 출연광고를 결정했다면 부주의함이 문제가 된다. 만약 면밀하게 살피고도, 장백산 이라는 수원지에 대해서 인식을 못했다면 기본적인 역사의식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주는 대목이 된다.
키이스트의 광고 출연 재개 이유를 보면, 논리가 간단해진다. 즉, 드라마나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중화권에서 광고 수익을 얻으면 된다. 대신, 한국과 중국 사이의 역사나 영토 문제는 고의성만 없으면 된다는 식의 태도는 유명인의 태도에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다. 물론 광고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닐 수 있다. 단지 위약금을 물어주면 된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신의 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일지 모른다.
하지만 차이나머니에 굴복한 사례가 되었다. 이는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미래에 펼쳐질 상황을 예견하게 만드는 징조로 읽힌다. 중화권에서 한류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 한국인들에게 대단하게 받아들여질지 모르지만 당장의 수익을 넘어서서 이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수록 중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당당히 자신의 입장을 주장 하지 못하고, 부당한 일에 도구화 될 수 있다. 그것이 실제로 이번에 일어났다.
이번 생수 사례만이 아닐 것이다. 한국의 연예기획사는 역사 의식과 국제 정치 감각을 길러야 한다. 향후 더 신중한 의사결정을 해야할 과제를 안게 되었다. 그리고 중화권 시장의 부상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연예인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과 태도를 지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한류 스타라는 명칭을 갖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더이상 한국의 국적을 내세우는 것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한류스타는 태생적으로 한국과 분리될 수 없으니 말이다.
글/김헌식 문화콘텐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