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마이크로시스템즈 대변인 수전 스트러블(Susan Struble)은 포르노와 기술의 관계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이 개발한 기술이 괜찮은 건지 알려면 그 기술이 포르노 업계에서도 잘 통하는지 보면 된다.” 피터 노왁(Peter Nowak)은 그의 책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Sex Bombs and Burgers)’에서 “포르노 때문에 영상 기술이 발전했으며, 모든 영상 기술은 포르노에 우선 적용되었다”고 했다. 그것은 더욱 생생한 화질과 시각적 효과를 누리려는 이들의 욕망 때문이었다. 이렇게 선명도가 높아지면 포르노 배우들도 피부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의 텔레비전은 화면이 커지고 선명도는 HD로 격상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배우들도 피부는 물론 성형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했다. 여배우들만이 아니라 남자 배우들도 이 같은 기술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피부 케어 받는 남자, 성형하는 남자가 늘어났다. 이는 어쩔 수 없는 문화적 현상일까. 하지만 이보다 더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 서유럽에서는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스타의 이미지 포토샵 가공도 문제인데 2011년 7월, 영국에서는 한 할리우드 여배우의 화장품 광고에 대해 방송 불가 판정을 내렸다. 그 여배우는 할리우드 스타 줄리아 로버츠였다. 방송 불가 판정이 내려진 이유는 과도한 보정, 즉 포토샵 작업 때문이었다. 얼굴에 주름이 하나도 없었고, 실제와 다르게 너무 말랐다. 2009년, 프랑스 의회가 '포토샵 금지법'을 추진했다. 일부 의원들은 광고 포스터와 신문, 잡지에 싣는 사진에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가공하지 못하도록 법안을 구성했다. 포토샵 작업을 한 경우 그것을 반드시 표시하도록 했다. | | | 지난 2009년에는 영국 배우 트위기(본명 레슬리 혼비)가 나온 화장품 업체 올레이의 안티에이징 제품의 광고가 지나친 포토샵으로 인해 금지됐다. 사진출처=미국국립과학원회보(PNSA) | |
2012년 ‘포토샵 금지법’에 대해 이스라엘 의회는 관련법을 통과시켰고, 2013년 1월 1일부터 발효되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서유럽국가에서는 체질량지수 18.5이하의 저체중 모델 퇴출운동이 벌어졌다. BMI 18.5 미만은 세계보건기구 WHO 기준으로 저체중이다. 이스라엘도 법적으로 이런 마른 체중의 모델 활동은 금지시키고 있다. 이러한 가상의 이미지 조작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양들의 침묵> <페이스오프> 등에는 얼굴을 완전히 성형으로 고치는 범죄자들이 등장한다. 성형을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 범죄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성형 전후를 식별해내는 장비의 개발이 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케빈 보이어 교수 등 미국 노트르담대학의 컴퓨터공학과 연구진이 만든 인식기술소프트웨어는 기존 50%에서 78%까지 인식의 정확도를 높였다. 그러나 이는 비단 범죄자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성형은 이제 그것을 감별하여 적절하게 통제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것은 후세대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SAPS)는 한국 성형시장은 45억 달러(5조원)정도라고 밝혔다. 2013년 1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성형의학회(ISAPS)의 보고서를 인용해 2011년 인구 대비 성형수술 횟수 비교에서 한국이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에서는 코 성형 비율이 높았다. 성형대국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전세계적으로 쇼킹 아시아 수준으로 심지어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엽기적인 토픽으로 다루어진지 오래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는 유교적 가치가 강한 나라로 인식되었던 한국이 어떻게 성형에 관대하다 못해 장려하는 문화가 되었는지 의아해진다. 그것은 정말 IMF위기 이후의 생존 경쟁을 위한 자구책이었을까. 방송 미디어가 주도하는 위험 성형 민족성 때문인가 아니면, 사회적 가치가 급격하게 변화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한국의 성형은 서울 그리고 서울 중에서도 강남이 주도하고 있다. 그 강남 성형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유흥문화와 더불어 연예인들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확산기제는 바로 그 연예인들을 담아내는 방송미디어이다. 특히나 어느새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자신의 성형 사실을 밝히는 일이 잦아 졌다. 2011년 6월 2일 KBS 2TV <해피투게더3>에 출연한 이지혜는 코를 여러 차례 성형했다고 밝혔다. 2011년 8월 31일 SBS <한밤의 TV연예>에서 배우 신은경은 양악수술 사실을 밝혔다. 양악수술을 받아 미디어의 주목을 받은 이들은 개그우먼 강유미와 김지혜, 백재현, 배우 신은경 신이, 모델 이파니, 개그맨 임혁필 이동윤 김형인, 가수 코코 출신 윤현숙 등이다. 2011년 11월 27일 MBN <충무로 와글와글>에서 김형인은 “귀, 눈썹 빼고 다 고쳤다”고 했다. 2012년 12월 27일, KBS2 <여유만만- 2012 총결산 1편>에서는 ‘여유만만’ 2012 성형 고백스타에 백재현을 꼽았다. 지난 3월 16일, 그룹 룰라 출신의 김지현은 채널A의 <웰컴 투 돈월드>에서 양악수술비로 2700만월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이어 3월 21일 MBC <기분 좋은 날>에서는 배우 이숙이 여러 번 코 성형 수술을 했다고 고백했다. 7월 JTBC <미스코리아 비밀의 화원>에 출연한 배우 김민중은 미스코리아 이후 여기저기 성형을 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즈음 엠넷 <비틀즈코드2>에 출연한 가수 아이비는 “성형을 하긴 했지만 얼굴을 아예 갈아엎었거나 하진 않았다”고 했다. 그간 아이비는 자연 미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연예인만이 성형 고백을 하는 것은 아니다. 2011년 SBS 리얼리티쇼 <짝-한 번 더 특집 2>에 출연한 '성형남'은 성형에만 5000만원을 들였다며 “눈과 코를 두 번씩 성형수술하고 안면윤곽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연예인이나 일반인이 이런 성형을 감행하고 고백하는 것은 방송 미디어에 많이 노출하기 위해서이다. 지난 2월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성형수술 최다국으로 한국을 꼽았고(국제미용성형학회, 2011년 기준), 2013년 5월 30일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한국이 양악수술 신드롬에 빠져 있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양악 수술 행렬 현상은 “인기스타들의 ‘자기고백’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성형에 대해서 오히려 한국에서는 갈수록 비판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다. 또한 휴지기에 성형을 하고 활동을 재개하는 스타 여배우들도 빈번하다. 인터넷에는 달라진 배우들의 얼굴이 비포 애프터 캡쳐 화면으로 돌아다녀도 그것은 하나의 눈요기에 불과하다. 과잉 성형의 부작용도 개의치 않는 무감각의 사회가 되었다. 요즘에는 아예 연예기획사와 성형외과 병원으로 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중의 기호에 맞춤식으로 연예인들의 얼굴이 가공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어린 나이의 연습생 때부터 이런 조치가 취해지고 각 학교졸업사진에는 성형한 얼굴이 올라간다. 아예 어린 시절부터 성형으로 조각된 얼굴이 공식기록으로 남는 것이다. 각종 미인대회에서는 물론 미디어에는 의사들이 만든 미인들이 휩쓴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취향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성형산업과 비즈니스로 성장하여 루키즘의 모순을 깊게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성공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몸의 변형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킨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의 취함에 물불을 가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또한 각자의 개성의 미가 아니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획일적인 미가 우선하게 한다. 즉, 자신 스스로 태생의 몸을 자학하거나 부정하게 만든다.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외면하고 외부의 누군가의 시술에 따라 인생의 향배를 맡겨버린다. 또한 많은 돈을 들일수록 미디어에 대한 접근성을 더 강화하는 현상을 발생시킨다. 돈이 많은 이들은 결국 성형을 통해 더 나은 인생을 달성할 수 있다는 심리를 만든다. 장기적으로는 양극화 문제가 불거진다. 무엇보다 사회 전체적으로 비생산적인 영역에 과도한 돈이 지불된다. 정작 사회경제적으로 긴요한 영역에 가용자원이 투입되지 못한다. 예컨대 의료 인력들은 성형에 지나치게 집중한다. 성형으로 인한 부작용과 의료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여성들은 성형 불안에서 갈수록 헤어 나올 수 없다. 특히, 성형이 당당하고 행복한 삶을 보장해주는 것으로 인식시키는 각종 미디어는 조율되어야 한다. 누군가의 시선에 나의 성공과 행복이 달려있다는 수동적이고 비주체적인 양태를 강화하는데 이런 성형시술들이 한몫하고 있다. 특히 방송미디어가 뒤틀린 성형대국으로 가는 창이다. 성형 연예인의 적절한 출연 조율과 가이드라인 필요 성형을 통해 부와 명예가 주어지는 일은 개인의 자기 소외는 물론 신체의 자유를 박탈한다. 사회 공동체의 가치와 질서의 자리매김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방송프로그램에서 아무리 12세, 15세 관람 가능 기준을 만들어 놓으면 뭐할까, 성형수술을 한 연예인들이 방송에 빈번하게 노출되는 것만큼 비교육적인 것도 없다. 필시 모방 행위들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은 퇴출해도 무리한 성형을 한 연예인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개인적인 고충과 어려움으로 성형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성형얼굴로 연예인이나 방송인 활동을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더구나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이들의 성형 사실을 무분별하게 전한다. 연예인-미디어-성형산업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외모산업은 공고하게 구축되어 있고 갈수록 그 자본의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그 중심에 방송 프로그램과 언론매체가 자리하고 있다, 성형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것으로 인한 미디어적 파급효과는 빈부격차에 따른 위화감은 물론 루키즘을 확산시킬 뿐이다. 그것은 매력자본이나 외모자본이 아니라 성형자본이다. 육체를 대상화한 자본의 잔치에 사람들은 마루타가 된다. 더구나 깜짝 쇼에 가까운 성형 수술 변신은 이제 콘텐츠 약발이 다하고 둔감해진 모방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성형 인식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가능한 과도한 성형수술로 자신의 본래 얼굴을 잃거나 지나친 왜곡을 가한 연예인들은 방송에 출연 조절을 해야 한다. 이는 포토샵보다도 더 사안이 중대하기 때문이다. 위험한 성형 수술 영역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여야 한다. 우선 양악 수술이나 전신성형과 같은 예가 검토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성형 정도와 위험 수위, 가격에 따른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