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 이익과 장기적 효능을 분별해야
이제 올해 5세대 이동 통신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시범적이긴 하지만 문간에 발을 들여 놓은 셈이다. 당연히 전송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이 통신 서비스 체계로 들어서는 것이다. 5G의 최대 전송속도는 20Gbps로 LTE(1Gbps)에 비교하면 무려 20배에 달한다. 이런 전송 속도는 동영상 이용에 적절하다. 유튜브의 사례에서 보듯이 동영상 이용이 대세이다. 그런데 동영상 등의 데이터 이용에는 많은 요금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과연 이런 빠른 전송 속도의 5G 이동 통신의 시대가 펼쳐져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것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좋은 기술 서비스라 하더라도 대중적인 비용 체계가 맞아야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로레이팅(zero rating)’은 다시 부각 되었다. 앞으로도 논란과 갑론을박은 계속 될 것이다. 제로 라이팅은 무료로 데이터를 쓰게 하는 요금 제도를 말한다. 데이터를 쓰고도 이용자는 0원의 요금을 부여 받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것은 동영상과 게임을 만드는 콘텐츠 기업이 해당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요금을 대신 내주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는 하나의 플랫폼만 제공하기 때문에 안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요금을 부담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혜택을 받게 되고, 이동통신사도 나쁠 것이 없다. 이동통신사에서 가격을 올리면 결국 이용자들이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콘텐츠 기업에서는 오히려 부담이 되는 것이다. 요금액은 상당할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기업 가운데 대형업체는 가능할지 모른다. 결국 그들만이 버틸 수 있는 구조가 된다. 더구나 중소 업체들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스타트기업들처럼 힘이 미약한 경우에는 더욱 더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가 있다. 이동통신사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불균등한 구조를 더욱 심화 시킬 수 있다. 더구나 무료로 책정되는 제로 레이팅이라고 해도 결국 소비자에게 상품 가격 인상 등을 통해서 전가하게 된다. 무엇보다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하게 하는 것은 공짜 심리를 강화하기 때문에 제돈 내고 콘텐츠를 구입해야 한다는 문화적 인식을 저해한다.
아무리 5G 이동통신이라고 해도 그것이 일반 이용자들의 경제적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않으면 확산 정착되기는 쉽지 않다. 소비자에게 단기적으로 혜택을 주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5G 콘텐츠 산업 환경의 왜곡을 낳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지금 과연 이동통신 요금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 많은 상황에서 콘텐츠 이용 요금을 누군가에게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공유의 비극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통신요금 체계의 불합리함을 개선하고, 그 가운데 새로운 5G 세대의 요금 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5G 시대에도 이동통신사들의 지배력의 강화로 수많은 새로운 콘텐츠 기업들이 하청기업으로 전락하는 것은 결국 많은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문화 콘텐츠 향유가 제한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헌식(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