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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만 투자하면 아바타? 대국민 사기극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7:35

<김헌식 칼럼>3D만 투자하면 아바타? 대국민 사기극

 | 입력 2010.02.28 08:46 | 수정 2010.02.28 09:14

 




[김헌식 문화평론가]1999년 영화 < 쉬리 > 는 제임스 카메론의 < 타이타닉 > 이 세운 흥행 기록을 깨고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그 뒤 11년 동안 한국 영화들은 외화에게 한 번도 최고 흥행기록을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 2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 아바타 > 는 국내 최고의 흥행 영화 < 괴물 > 을 물리치고 역대 흥행 1위에 올랐다. 한국 영화만이 항상 흥행 1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지만 그나마 자기위안 삼았던 한국 영화의 자존심이 크게 무너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은 영화 < 아바타 > 가 초유의 흥행 기록을 세운 이유로 '3D 기술'을 꼽는다. 한국은 그동안 비용이 저렴하게 들어가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통해 영화산업을 부흥시키려는 전략을 세웠다. < 괴물 > 이나 < 해운대 > , < 국가대표 > , < 전우치 > 등은 이러한 점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할리우드는 차원이 다른 대규모 제작비를 통해 3D 기술을 활용해왔다. 만약 영화 < 아바타 > 가 3D 기술력에만 힘입어 흥행에 크게 성공한 것이라면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은 3D를 통한 장편영화 제작에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3D기술력이 할리우드와 몇 년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좀 더 과감한 지원을 하게 되면 충분히 따라 잡을 수 있고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정부의 문화 R & D 지원 정책안에 대해서 질타가 이어졌다. 정부의 3D 지원액이 51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질타가 이어진 이유는 영화 < 아바타 > 때문이었다. 영화 < 아바타 > 에는 3500억~6000억 원 정도의 제작비가 들어갔는데, 51억 원이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이 이른바 '아바타 프로젝트´(3D 등 CT 기술 개발)에 506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예년 CT R & D 예산의 33% 이상 늘어난 규모였다. 물론 이러한 예산의 증가는 영화 < 아바타 > 의 흥행 때문이다. 지난 2일 방통위는 ´3DTV 방송 진흥센터'를 개소했다. 산업계는 극장의 3D를 텔레비전을 통해 안방으로 모셔오려고 혈투 중이다. 

영화 < 아바타 > 의 흥행은 3D 그 자체와는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 똑같은 기술력을 다른 영화들도 시도했고, 앞으로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 아바타 > 와 같이 흥행은 하지 못했거나 못한다. 관객들은 2D를 보고 3D를 보거나 다시 4D를 보았다. 이렇게 똑같은 콘텐츠를 여러 차례 본 것은 콘텐츠 자체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스토리 자체의 힘이라고 보아야 한다. 

사실 영화 개봉 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영화 < 아바타 > 에 혹평을 가했다. 너무나 빤한 이야기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빤한 이야기에 감동한 관객들은 3D와 4D 관람으로 행보를 이어갔다. 더구나 8000원에서 9000원으로 관람료를 인상한 것에 반발하던 관람객들은 1만 2천원 심지어 1만 6천원에 이르는 관람료를 지불했다. 전문가들은 철저하게 대중미학에 대해서 간과했다. 아직도 많은 전문가들은 대중미학을 부정하면서도 문화콘텐츠를 부흥시킨다는 명목으로 많은 혈세를 자신의 호주머니에 챙긴다. 하지만 문화콘텐츠는 대중 미학을 부정하고서는 킬러콘텐츠가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탄탄한 스토리가 아니라 대중미학이다. 마찬가지로 단순히 3D기술이 킬러콘텐츠 자체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할리우드의 많은 영화들이 3D기술만 사용하면 세계적인 대박을 쳐야 한다. 그렇게 접근하는 할리우드 제작자는 없을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은 이미 14년 전에 시나리오를 완성했고, 자신의 상상력을 채워줄 기술을 기다렸다. 문제는 상상력이 우선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과연 한국의 어느 영화가 아바타와 같은 상상력을 구현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한국의 영화들이 보편적인 주제와 이와 관련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이에 부응하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는 과연 그러한 상상력과 스토리들이 존재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기술은 그 다음이기 때문이다. 무조건인 상상력이 아니다. 제임스 카메론이 신경 쓴 것은 언캐니 현상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이모션 캡처 방식을 사용한 < 베어울프 > 가 실패하고 영화 < 아바타 > 가 성공한 비결이 그 점에 있다. 인간의 세계와 나비족의 세계를 이어주는 아바타를 선택하고, 이분법적인 공간 분할을 끝까지 유지한 그의 혜안을 숙지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영화 감독 제임스 카메론이 있었기 때문에 3D가 발전했다. 하지만 지금의 모양새 대로라면 3D를 구현한다면서 아까운 혈세로 마련된 많은 예산이 헛되게 쓰일 가능성이 많다. 수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3D를 이용해 정부 돈을 챙기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태들은 자칫 3D만 가지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대국민 사기극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영화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에도 마찬가지다. 이미 많은 세금이 시장의 영역에서 이루어져야할 기술개발에 하릴 없이 투여되고 있다. 요체는 3D 자체에 지원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와 융합되는 구체적인 창작의 장에 지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즉, 콘텐츠 창작이 함께 병행되는 현장에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구체적인 콘텐츠의 창작과 테크놀로지가 따로 노는 한에서는 미래가 도출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