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트렌드 분석
김헌식(카이스트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문화정보경제학 박사)
2023년에는 카운터 트렌드(Counter Trend)가 어느 때보다 강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카운터 트렌드는 기존의 트렌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달리 바뀌는 현상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여러 연관 현상을 통해 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 플렉스(Flex)라는 유행이 있었다. 힙합 문화에서 파생되어 ‘과시하다’, ‘지르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 2023년에는 익스텐드(Extend)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늘이다.’, ‘연장하다.’는 단어를 갖고 있다. 경제적으로 고금리 고물가 기조에 기존의 소비방식을 연장하려는 행태가 2023년에 일어날 것이다. 이 상황에서 투자에서도 영끌의 상황을 연장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어떻게 보면 2023년은 버티기 모드다. 다만, 다시 고금리와 고물가 기조가 벗어나기를 기다리는 가운데 저점에서 반등을 기대하는 심리가 2023년을 지배할 것이고, 이에 관련한 파생상품과 소비가 있을 것이다.
최근의 소식좌 열풍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식사의 양이 아니라 식사 시간이었다. 식사 시간을 최대한 길게 갖는 것이 소식좌의 특징이었다. 여행의 관점도 한 달 살이에서 두 세달살이로 늘어나고 있는 트렌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역시 익스텐드(Extend)다. 패스트 패션도 2023년에는 달라진다. 빨리 입고 버리는 옷보다는 지속가능한 자연생태를 생각하게 된다. 친환경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가치 선택은 더욱 강해진다. 지구가 더 생명력을 연장할 수 있도록 생태적 선택과 소비가 2023년에도 더 늘어난다.
‘핏핍’ 현상도 주목할 수 있다. 핏(fit)'은 몸에 얼마나 잘 맞는지를 의미하고, 핍(乏)은 부족함을 뜻한다. 핏핍은 부족한 가운데에서 자신에게 맞는 상황을 잘 적용하는 것이다. 이를 잘 말해주는 요즘 유행어로는 대표적으로 '중꺽마'가 있다. 이는 MZ 세대가 즐겨 쓰는 말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줄임말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들이 난공불락이라던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전에 진출하면서 유명해졌다. 이 말은 우리의 현실적 조건을 실제 파악할 때, 비록 열세라도 정신은 좌절하지 않아야 끝내 성과를 낳을 수 있는 점을 강조한다. 현실에서 조건이나 경제적으로 암울해도 정신이 꺾이지 않으면 언젠가 기회가 올 수 있고, 이는 모두 과정일 뿐이라는 사고가 중심이다.
소비 면에서도 무리하게 자신의 역량에서 벗어나는 과시 소비는 2023년에는 삼갈 것이다. 값비싼 케익은 아니지만, 붕어빵 앱처럼 소소한 취향과 소비도 숨김없이 널리 공유할 수 있다. 명품이 아니어도 자신과 같은 취향과 기호를 갖는 이들과 커뮤니티를 이루는 경향이 더욱 2023년에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SNS에서 비대면으로 공유하던 정보들이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실제적 확인이 가능해지기에 더욱 그러하다.
에이프(AIP)도 주목할만하다. 에이프는 ‘빈곤 속 풍요’(abundance in poverty)의 줄임말이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은 잘 쓰지만, 빈곤 속의 풍요는 쓰지 않았지만, 이런 현상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저렴한 가격에 빈한한 내용물로 상품과 서비스를 내세우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제대로 돈을 지급하더라도 풍부하게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 이는 핏핍과도 일정하게 연결이 된다. 에이프는 빈풍(Bean wind)으로 바꿀 수 있는데 빈풍(Bean wind)은 바람 속의 콩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바람에 콩을 심을 수 있다는 의미는 척박한 곳에서 나름의 꿈을 키워가겠다는 뜻이다. 2023년 각자의 처지에서 각개생존을 모색하면서 삶의 확장(Extend)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이렇게 부족한 현실이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최선을 추구하고 즐기는 태도가 강해지겠다.
*<강남라이프>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