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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팬 기부의 선한 영향력과 상생 효과의 조건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2. 12. 27. 19:35

-기부를 점점 안하는 이유에 대한 대안?

 

                           김헌식(대구대학교 대학원 외래교수,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팬클럽(fan club)2000년대 초반만 해도 조공 문화로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마치 조공을 하듯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선물 공세를 통해 입지를 과시했다. 상대 경쟁자라도 있으면 선물의 가격으로 이기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비싼 자동차 선물을 하는 등 부작용이 일었다. 이런 선물 조공은 비단 물품에만 해당하지 않았다. 콘서트 공연 날짜나 생일이라도 되면 화환이 엄청나게 쇄도했다. 화려하게 장식되었지만, 곧 막대한 쓰레기가 되었다. 더구나 재활용도 할 수 없었다. 대부분 생화가 아니라 플라스틱 조화였기 때문이다. 생화라 해도 곧 가치 없이 사라질 수 있었다. 대부분에 해당하는 청소년들이 비싼 돈을 들였지만 처지 곤란의 폐기물이 되니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시작했다. 따라서 쌀 화환이 등장했다. 2007년 신화 팬클럽 신화창조처음 시도했다. 아이디어는 신선했다. 팬들은 마음을 표시하고 아티스트는 행사를 화환으로 장식하고 쌀은 불우이웃을 돕는 데 사용되었다. 그 양은 수백 kg에서 몇 톤에 이르렀다. 실제로 배우 류준열의 경우 3.5t이나 되었다.

이런 쌀 화환의 시작은 비단 그것에 머물지 않았다. 헌혈증이나 연탄을 후원하기도 했다. 이른바 선한 영향력의 시작이었다. 오로지 자신의 스타만 알던 팬클럽이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 스타가 아니라 사회기관에 기부를 통해 공익적 기여를 목표로 하게 되었다. 직접 기부금을 스타의 이름으로 넣기도 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팬덤 기부금은 201677,200만 원에서 2020345,300만 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독자적인 나눔 활동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생일에 맞춰서 환경보호 활동에 나서기도 하고 동물 보호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재난 상황이 벌어지면 그 현장에 물품을 전달하거나 봉사 활동을 떠나기도 한다. 반드시 생일만이 아니라 지속해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물론 이러한 행위는 모두 스타의 이름으로 이뤄진다.

스타는 다시 팬클럽의 이름으로 기부한다. 임영웅의 경우 팬클럽 영웅시대의 이름으로 3억 원을 기부한 예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팬 이름으로 기부하는 것은 우리 케이팝의 고유한 팬덤 철학에 따른다. 케이(K) 팝은 철저하게 팬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사실 스타가 있는 이유와 근거는 팬들의 성원과 지지가 있기 때문이다. 명성과 부는 물론이고 활동이 지속성을 갖는 이유도 팬이 있기 때문이다. 서구의 아티스트 개념과 많이 다른 셈이다. 그들에게 팬이 있는 것은 그 자신이 뛰어난 아티스트이기 때문일 뿐이다. 그러므로 팬들에게 고마워할 이유가 적다. 자신의 성취물일 뿐이다.

한국의 팬 기부 문화에서 주목할 점이 미래적인 선순환이다. 이른바 선한 영향력이 상호 시너즈 효과를 내는 셈이다. 스타가 팬들의 이름으로 기부하면 팬들은 다시 스타의 이름으로 선행을 하거나 나눔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스타에게 더 많은 지지와 성원을 보내는 가운데 신뢰와 애정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기부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꿔줄 수 있다.

많은 설문 조사와 연구 결과를 보면, 국민이 기부를 안 하는 이유는 의식이나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마음으로 기부를 하고 싶지만 하지 않는 이유는 대개 명확했다. 기부 기관에 대해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 신뢰를 하지 않을까? 기부금을 정확하게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용처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에 불신이 쌓인다. 이는 작은 군소단체나 기관만이 아니라 대형 단체나 기관도 마찬가지다. 기부금이 쌓여야 하는데 불신이 쌓인다면 추운 겨울에 어려운 이웃은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다. 돕고자 하는 이들을 중간에서 매개하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알 수가 있다. 그 매개자 모델을 대중문화에서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신뢰는 투명성과 소통, 개방성에 있다. 스타-팬덤 기부 문화 모델은 한국 사회의 기부 문화의 변화와 재구축에 필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더구나 디지털 모바일문화를 통해서 정확하게 어느 곳에 누구에게 전달이 되고 어떻게 쓰이는지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기본이다. 또한, 한두 번이 아니라 지속해서 그 대상에 지원하기에 신뢰성이 높아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피드백 루프가 선순환을 이룰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으므로 미래가 기대될 수 있다. 다만 끊임없이 좋은 작품과 콘텐츠 활동이 전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