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힘 · 민족주의' 자극하는 대중문화 득세..우경화 전조인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17:36

'힘 · 민족주의' 자극하는 대중문화 득세..우경화 전조인가



김헌식 문화평론가 "최근 한국 대중문화는 지나치게 '보수적 힘'에 경도"

우리나라 대중문화가 지나치게 ‘힘’에 경도돼 있으며, 이는 우리 사회의 우경화 성향을 보여준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15일 CBS 라디오 ‘뉴스야 놀자’(진행 : 개그맨 노정렬, 낮 12시5분~1시30분)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일고 있는 고대사 드라마 열풍, 식지 않는 조폭 영화 제작 열기, 감정적 애국주의를 노골적으로 상품화한 영화의 개봉 등에서 우리 대중문화의 우경화와 힘에 대한 숭배를 엿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그 ‘힘’은 폭력적인 권력일 수도 있고, 경제적인 부-성공, 다수주의, 감정적 내셔널리즘일 수도 있고, 애국적 국가주의 일수도 있는데, 이러한 범주로 대중문화와 한국사회가 매우 치우쳐가고 있다”고 밝혔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짝패>, <사생결단>, <비열한 거리>, <강적>, <공필두>, 그리고 곧 개봉하는 <열혈남아>, <거룩한 계보> 등은 모두 조직폭력배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며 “최근에 방영된 드라마 <위대한 유산>, <스마일 어게인>, <굿바이 솔로>, <불량가족>도 모두 조직폭력배를 소재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모두 단순명쾌한 폭력, 일사불란한 해결과정이 키워드인 작품들로서, 이들 영화와 드라마의 핵심 코드는 바로 ‘힘’”이라고 분석했다. 

김 씨는 또 “대제국이었던 고구려사 드라마 열풍도 거세다”며 “<연개소문>, <주몽>, <태왕사신기> 그리고 발해를 다루는 <대조영>에 이르기 까지 줄줄이 제작되고 있는데, 역사 왜곡 논란까지 일으키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들 드라마가 추구하는 것은 ‘위대한 고대사’의 복원이자, 곧 ‘힘’의 복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한반도’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며 “감정적 애국주의를 상품화는 데 거리낌이 없는 영화로서, 명확한 선악 구도를 축으로 민족주의라는 하나의 모토를 향해 돌진하면서, 프로파간다 영화처럼 감정적 민족주의적 선전만 늘어놓는다”고 지적한 뒤 “이 역시 결국 힘에 경도된 치우친 민족주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월드컵에서 최근 우리 대중문화가 보여준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며 “축구 자체에 대한 즐김보다는, 애국적 상업주의와 국가주의, 감정적 민족주의만이 광고와 지상파 방송에 넘쳐났다”고 설명한 뒤 “섣부른 걱정일지 몰라도, 이런 분위기는 우리 사회의 쇼비니즘을 부추길 우려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대중문화가 보여주는 최근 이런 흐름의 배경에 대해, 그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고구려사 왜곡 일본의 역사 왜곡과 우경화에 대한 반발 심리, 그리고 강대국의 농간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인해 힘을 추구하는 경향이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현상은 서점가에도 불어 닥치고 있다”며 “한국 사회 전체가 성공지상주의 경제 권력에 대한 추구-경제일변도로 치달으면서, 부자 신드롬이나 부동산 재테크 열풍 관련 서적들이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1위를 몇 년째 고수하고 있고, 이 역시 ‘힘’에 경도된 사회의 중요한 단면”이라고 짚었다. 

이어 “<해방전후사의 인식>이라는 책을 본격적인 우익적 관점에서 전면 비판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 출간돼 많은 판매부수를 기록하고 있고, 인터넷에서 신보수 청년들이 활발한 댓글 저널리즘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주목할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최근 학계에서는 이렇게 ‘힘’에 경도된 사회의 징후를 보면서, 한국사회가 극단적으로 우경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그는 “다양한 소재와 흐름들이 대중문화에 공존해야 하는데, 지금은 지나치게 ‘보수적 힘’에 경도돼 가는 분위기”라며 “합의 과정을 기피하는 정서, 그리고 폭력과 단선적인 힘의 질서를 통해 해결하려는 심리를 대중문화 작품들이 편승해 수익을 올리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CBS 라디오 '뉴스야 놀자' 이진성PD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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